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18)
#118
의외의 떡밥
덕후는 계를 못 탄다.
아이돌 바닥에 전해져 내려오는 유구한 전설이다.
덕후는 우연히 최애를 마주치는 행운을 누릴 수 없다. 야속한 신은 언제나 그 행운을 머글들에게 뿌리시곤 했다.
공유민 주무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 동안 다양한 아이돌을 조금씩 팠지만 뜻밖의 행운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육시 이후부터는 7IN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나, 역시 계를 탄 적은 한번도 없었고.
그렇기에 눈앞의 현실을 도저히 믿기 힘든 공유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서은우라고 합니다.”
“어어···?”
공유민은 이 잘생긴 남자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박영제 기자회견 때 본 적 있는 얼굴이다. 서은우의 정체를 인지하자 마자, 공유민의 심장이 뻐렁치기 시작했다.
“서, 서 팀장님?”
“예··· 예?”
“서 팀장님 맞죠!? 솔라시스템의···.”
연예인도 아닌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 당황스럽다는 표정의 서은우였지만, 공유민에겐 서은우도 연예인이나 마찬가지였다.
“마, 맞··· 헙-.”
순간 호들갑이 튀어나올 뻔 했으나 공유민은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턱 막았다. 멀리서 정윤철 사무관이 혀를 끌끌 차는 소리가 들려 왔다. 사무실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좋지 않았지만,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칠린픽쳐스라는 이름에 꽂혀서 대뜸 미팅부터 잡았다. 그런데 서은우 팀장님이 나타나셨다고?
그럼 칠린픽쳐스는 정말로···.
“공 주무관님.”
“예!?”
“좀 조용한 회의실로 옮길 수 있겠습니까.”
“예? 아, 예!”
사무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조용한 회의실로 자리를 옮긴 두 사람이었다. 단언컨대 회사에서 이토록 가슴이 두근거린 적은 없었다. 세상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자리에 앉은 서은우가 이윽고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절 알아보시는 것 같으니 본론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저희 제작사의 이름은 칠린픽쳐스입니다. 아이돌 7IN 멤버들로 구성된 영상 제작사고요.”
“!”
“문화재청에서 만드는 홍보 컨텐츠 제작 입찰에 참여하고 싶어, 이렇게 미팅을 요청 드렸습니다.”
“메, 멤··· 멤버들로···.”
“주무관님?”
“멤버들로 구성된 제작사라고요—!?”
“네.”
“—!?!?”
공유민은 다시 한번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멤버들로 구성된 제작사라고? 그럼 정말 우리 애들이 촬영도 하고, 영상도 찍고, 잠깐, 잠깐만···.
“저, 정말요?”
“네.”
“이, 이거 꿈 아니죠?”
“예? 그걸 왜 저한테 물으시는···.”
이거 무슨 몰래카메라 같은 건 아니겠지? 하지만 몰래카메라일 리가 없다. 동료 및 선임들은 자신을 위해 이렇게 지극정성으로 무언가를 준비할 사람들이 아니었으니까.
대박, 대박, 미쳤다 진짜. 이게 실화라고?
“저, 이제 일 얘기 좀 해도 되겠습니까.”
“아앗, 네! 그, 그래야죠!”
서은우 팀장은 자신의 계획을 차분하게 설명했다.
멤버들로 이루어진 제작사 칠린픽쳐스가 문화재청 홍보 컨텐츠 영상을 제작한다.
퀄리티는 전문 인력을 고용하여 컨트롤할 것이니 문제 없을 것이다.
더불어 이 영상을 제작하는 과정을, 7IN의 자체제작 리얼리티로 만들어 내보내려 한다.
“리, 리얼리티요?”
“네. 문화재청 측에서 반대하지만 않으신다면···.”
“활동 후반기에 리얼리티가 또 나오는 건가요!?”
“···예? 아, 우선 문화재청 측에서 허가를 해 주셔야-.”
“어떻게든!”
“?”
“제가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공유민은 콧김을 내뿜으며 주먹으로 쇄골 아래를 쾅쾅 쳤다. 입사하자마자 매너리즘에 빠진 공유민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오피스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이 프로젝트, 내가 성사시키고 말겠어!’
물론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최종 제작사로 선정되기 위해선 4050으로 이루어진 결정권자들의 마음을 얻어야 했다. 그들은 홍보영상의 화제성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귀찮은 일 안 만들고, 하던 대로 기성 제작사와 편하게 일하기를 바랄 뿐.
결정권자들과 기존 제작사 간의 카르텔은 공고했다. 칠린픽쳐스가 입찰에 참여한다고 해도, 솔직히 그 카르텔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지금만큼은 그런 답답한 일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자리를 옮겨서 저희 제작사 멤버들을 만나 보시겠습니까.”
“예!? 칠린 멤버들을요—!?”
“···그, 목소리를 조금만 줄여 주시면···.”
“아앗-.”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사과를 한 뒤 공유민은 시계를 흘끗 보았다. 마침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사무관님, 저 미팅 좀 다녀오겠습니다.”
“미팅? 퇴근 시간인데 무슨 미팅?”
“아, 업무 차···.”
“에이, 퇴근하고 무슨 업무 미팅이야? 공 주무관, 남자랑 미팅 하러 가는구만?”
“예?”
“저 잘생긴 협력업체 직원도 미팅 나오는 건가~? 으허헛-.”
“하핫, 뭐 그렇겠죠!”
“?”
오늘만큼은 정윤철 사무관의 진상도 견딜 만 했다. 이제 곧 계를 타러 가는데, 저런 지랄쯤이야 얼마든 웃어넘길 수 있지.
서은우 팀장의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솔라시스템 사옥이었다. 깔끔한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말로 7IN 멤버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허억-.”
“음악감독 맡고 있는 지현수라고 합니다.”
“무술감독 차인혁입니다.”
“아하하핫, 연출 현시우예요~”
“소생은··· 어, 그냥 유군자이옵니다.”
···내 인생에 어떻게 이런 일이.
서은우 팀장을 만난 순간도 놀라웠지만, 멤버들을 마주할 땐 정말로 영혼이 입 밖으로 탈출하는 기분이었다.
동공에 카메라가 있다면 이 모든 순간을 전부 캡쳐해서 저장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실물로 보니까 더 빛이 나는구나.
그 중에서도 최애인 군자는 정말 사람이 아닌 것 같았다. 이것이 3D 유군자인가. 마치 다른 차원에서 온 존재 같았다. 팬사인회 자리도 아닌데 공유민은 자꾸 군자 쪽으로 손바닥을 뻗었다.
“음?”
“앗, 미안···.”
손바닥을 거두려 하는 순간 군자가 검지와 중지 손가락으로 ‘가위’를 내며 해사하게 웃었다.
“하하, 소생이 이겼습니다.”
“꺄악-.”
시답잖은 장난 하나에도 공과 사의 경계는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공유민의 심신 안정을 위해 서은우 팀장이 나서서 멤버들을 단속시켜야 할 정도였다.
겨우 안정을 되찾은 공유민 주무관이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우선 저는 서로에게 너무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오오.”
“문화재청 영상 제작 담당자로서, 칠린 멤버들이 저희 홍보영상을 제작해 주신다면 정말 엄청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렇군요.”
“그, 그리고 한 사람의 칠링이로서··· 음··· 우리 팀의 이미지에도 딱 맞는 프로젝트라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 저희가 뭘 하면 될까요?”
“우리 꼰··· 아니, 문화재청 내의 결정권자 분들을 설득해야 하는데요···.”
“아하.”
“조만간 입찰 경쟁 프레젠테이션이 있을 예정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까지는 내정된 제작사를 두고 형식적인 절차만 밟는 프레젠테이션이었어요. 하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그렇게 말하며 공유민은 주먹을 꽉 쥐어 보였다.
“그 프레젠테이션에서 꼰··· 아니 아니, 결정권자들을 반드시 설득해야 합니다. 반드시!”
경쟁 프레젠테이션에서 기성 제작사들을 물리칠 만한 PT를 준비하라.
그것이 칠린픽쳐스에게 주어진 새로운 임무였다.
* * *
다음 날, 모처럼 전 멤버가 한 곳에 모여 제이라이브 방송을 켰다.
오늘의 방송 컨텐츠는 유군자와 기유찬의 쿡방.
라방 때마다 종종 의문의 하이퀄리티 전통요리를 선보였던 군자였다. 유찬 또한 어린 나이에도 동생들의 식사를 책임졌던 짬으로 훌륭한 가정식 요리를 만들 줄 알았고.
[군장금 기장금 조합 넘모좋다ㅠㅠㅠ] [우리 갓기 야무지게 앞치마 두른거 봐ㅜㅜ] [군자는 왜 대장금 모자 쓰고있음?ㅋㅋㅋㅋㅋㅋ] [쿡방첨봄? 군자 요리할땐 무적권 저모자씀] [유찬아 김치볶음밥 만들어줘ㅓㅓ] [군자 테이블에 저거 신선로아님?] [ㅋㅋㅋㅋㅋ진지하게 재료세팅하는거봨ㅋㅋㅋ넘귀욥] [쟤는 도대체 스무살이 어떻게 신선로를 만드는거야?ㅋㅋㅋㅋㅋㅋ] [스무살이면 조선시대에선 이미 머리올리고 애낳고 벼슬나가고 다 할 나이임] [하지만 여긴 2022년이잖아···]일일 MC로 나선 현재가 마이크를 잡고 상황을 중계해 주었다.
“오늘은 대결 쿡방 컨텐츠입니다! 선비 형아랑 우리 막내 유차니가 각자 자신있는 요리로 대결을 펼칠 건데여, 저희 다섯 멤버들이 심사위원이 돼서 요리를 심사할 겁니당! 이긴 요리는 언젠가 푸드트럭 컨텐츠로 만들 수도 있을··· 까요? 그건 모르겠네여! 헤헤.”
[우와ㅏㅏㅏ 푸트드럭 컨텐츠 넘좋다ㅠㅠㅠ] [그럼 한강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계탈수도 있는거임?] [한강 같이 유동인구 많은데선 안하지 않을까] [그럼 어디? 바닷가도 좋겟다] [ㅋㅋㅋㅋ현재가 장난친것 같은데 왜 부담주고그래] [우린 라방에서 보는것만으로도 만족해 현재야] [근데 새로운 컨텐츠 떡밥 있다아님?] [ㅁㅈ 필메에서 솔라시스템이 영상제작 스탭 구한다는 공고 띄웠다며] [헐 그럼 진짜 새로운 리얼리티라도 나오는거임?] [두근두근두근]군자와 유찬이 열심히 요리를 만드는 동안, 채팅창에선 새로운 리얼리티 컨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요리 라방도 떡밥인거 아니냐거] [근데 그러면 현재가 이렇게 노골적으로 흘릴리가 없자나] [ㅁㅈ우리현재 얼마나 똑띠인데] [오히려 역으로 꺾은거 아냐? 아예 의심못하게] [ㅋㅋㅋㅋㅋ진짜 두뇌싸움 치열하다 치열해] [다들 화면에서 눈떼지말쟈] [ㅇㅇ쪼꼬만 떡밥이라도 놓칠수업듬]팬들이 떡밥을 굴리는 동안, 어느새 군자와 유찬은 요리를 완성했다. 군자의 요리는 소고기를 얇게 저며 맛있게 구운 너비아니였으며, 유찬은 본인의 특제 김치볶음밥 위에 먹음직스러운 계란프라이를 얹어 요리를 마무리했다.
“우왕, 맛있겠다-.”
“잘먹겠습니다!”
“아니, 대결하라고 했는데 이렇게 어울리는 걸 만들어 버리면 어떡해.”
“너비아니 김치볶음밥 위에 얹어 먹으니까 딱인데여.”
밥을 먹는 멤버들보다 팬들이 훨씬 더 바빴다. 야무지게 식사를 하는 멤버들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보랴, 그 와중에 배경을 휙휙 살피며 혹시나 있을 떡밥을 탐색하랴.
[후 나 그냥 포기하고시퍼] [왜 이렇게 사랑스럽게 먹는거야 정신팔리게ㅠㅠㅠ] [군자야 그냥 알려줘ㅠㅠㅠ우리 리얼리티 또 볼수 있는거임?] [정말 푸드트럭 컨텐츠 하는건가여?] [eng sub plz]그 때, 한 팬이 화면 구석의 무언가를 발견했다.
[어? 저거머였지] [?] [먼데먼데] [머 찾음?ㄷㄷㄷ] [아 제라는 왜 재생바 안만들어주뮤ㅠㅠ 라이브로만 봐야돼서 불편] [근데 머였는데] [군자랑 태웅이 어깨 사이 뒷쪽으로 봐바] [머 둥그런 거 있었던 것 같은데?] [슈방 쟤네 어깨가 넓어서 잘안보야] [ㅋㅋㅋㅋㅋㅋ어깨가 너무 넓어도 문제네] [먼데진짜로오오오오]“나 물 좀 가져온다잉.”
때마침 태웅이 물을 가지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고.
덕분에 팬들은 군자와 태웅의 어깨에 가려져 있던 물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 [?????] [잠깐만] [저거 목탁아녀?] [ㅋㅋㅋㅋㅋㅋㅋ??] [우리 애들 출가함?] [아니 왜 숙소에 목탁이] [유교에 이어서 이젠 불교야?]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물건의 등장, 채팅창은 대혼돈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