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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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4050? 오히려 좋아
예로부터 아이돌의 라이브 방송은 다양한 사건사고를 만들어 왔다.
생방송이기에 화면을 꼼꼼히 점검할 수도 없으며, 돌발 상황을 편집해 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올해로 데뷔 7년차를 맞은 정상급 아이돌 루나틱도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라이브 방송 중, 숙소 바닥에서 특대 사이즈 콘돔이 발견된 거다.
해당 콘돔은 한 팬의 장난기 섞인 선물이었던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덕분에 해외 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인기가 떡상해 버리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렇게 웃고 넘길 수 있는 헤프닝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옷장 속에서 말보로 레드를 검거당한 한 걸그룹은, 본의 아니게 그룹 컨셉을 청순미에서 퇴폐미로 바꿔야 했다.
술 취해서 라방을 킨 한 아이돌은, 팬의 이름 대신 비밀 연애 중이던 여자친구의 이름을 불러 버리는 바람에 구설수에 올랐고.
멤버 간 불화가 감지되는 경우는 비일비재한 수준이었다. 이렇듯, 아이돌 라이브 방송은 다양한 사건의 지뢰밭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이돌 라이브 방송에 목탁이 등장한 경우는 없었다.
[아니 왜 목탁이 있냐고] [군자야 설명 좀 해줘] [머리 좀 바꾸랬더니 아예 삭발할라고?] [아니겠지;;;;;;;] [군자라서 불안함ㅠㅠㅠㅠ] [근데 진짜 개뜬금없넼ㅋㅋㅋㅋㅋ] [내말잌ㅋㅋㅋ진짜 짐작도 못하겟다 얘네는] [그냥 동글동글 예뻐 보여서 산거 아냐?] [미니2집 응원봉은 설마 목탁으로 나오나] [이제 우리 오프가서 목탁쳐야 되는거니 군자야?] [차라리 응원봉이었음 좋겠다] [목탁 개같이 칠수 있으니까 불가에 귀의하지만 말아줘]채팅창은 목탁으로 인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지만 정작 멤버들은 군자와 유찬의 요리를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나마 눈치 빠른 현재가 분위기를 감지하곤 후다닥 달려가 목탁을 테이블 아래로 숨겼으나, 이미 팬들은 목탁의 존재를 인지한 다음이었다.
[모야모야 현재 목탁 왜 숨김] [진짜 뭐 있는거 아냐?] [갑자기 7빡빡이 돼서 단체로 불가에 귀의한다 이러면 나 진짜 제명에 못죽어] [에이 오바야 그냥 템플스테이 컨텐츠 같은거겠지] [나도 오바하기 싫다구ㅠㅠㅠㅠ 근데 얘네는 언제나 내 상상을 뛰어넘었단 말임] [그건 부정할 수가 없네;;] [군자야 말좀 해주라아아ㅏㅏ] [숙소에 왜 목탁이 있는건데]“아, 그것이···.”
군자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배운 칠링이 한 명이 채팅창 여론 진화를 시도했다.
[다들 걱정하지마] [너네 숭유억불이라고 들어봄?] [숭유억불? 그건 몇억불인데] [태웅아 채팅창꺼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개드립 잠깐 금지] [ㅇㅋㅇㅋ] [숭유억불이 머냐면 조선시대엔 유교를 숭배하고 불교를 억압했다는 것임] [근데 울 군자랑 칠린이들 컨셉은 조선시대 선비자나?] [목탁이든 뭐든 적어도 불가에 귀의할 일은 없어] [와아ㅏㅏ 개똑똑해] [허류ㅠㅠㅠㅠ뭔가 좀 마음 놓인다] [열애설 해명이 아니라 숭유억불에 안심하는 덕질인생] [진짜 나도 공부해야게쒀]그러나 이번엔 군자가 입을 열었다.
“숭유억불이라, 하하. 물론 유학의 근본은 성리학을 으뜸으로 세우고 다른 모든 학문과 종교를 배척함에 있습니다. 허나 선비들의 실제 삶은 조금 달랐습니다. 세종대왕께서도 노년기엔 불교에 관심을 두어 수양대군께 불경을 한글로 번역하는 일을 맡기기도 했지요. 모든 유학자들의 대스승이신 목은 이색 선생님도 불교를 믿는 분이셨습니다. 조선은 유학을 숭배하고 불교를 억압했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뛰어난 선비들은 모두 편견 없이 불교를 받아들이고 공부했습니다. 스스로를 갈고 닦는 유학의 수기치인(修己治人) 정신과, 자아 속에서 진리를 찾는 불교의 가르침은 닮은 부분이 참으로 많답니다.”
[하 똑똑해서 섹시한데 불안해] [군자야 지금 무슨소리를 하는거야] [숭유억불이라며! 숭유억불이라며!!] [난 음소거 누를란다] [군자야 그래서 목탁은 왜 있는건데] [진짜 스님 되는거야?ㅠㅠㅠㅠ]“아, 그것은··· 아직은 말씀드릴 수 없겠습니다.”
군자의 무응답에 팬들은 다시 한번 아비규환에 빠졌다.
[알려줘어어어어ㅓㅓㅓㅓ] [이런걸로 애간장 타게 하지 말라구ㅠㅠ] [목탁으로 팬들 애태워버리기] [이게 바로 마하반야바라밀당인가] [미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ㅏㅏ 그래 스님은 진짜 에바잖아] [솔라시스템이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리가 없지] [솔라시스템 임직원분들 가끔은 아티스트의 의사를 존중하지 말아주세요] [우리 유교보이 하나로 만족해요] [불교보이까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단 말이에요] [이러다가 조만간 이슬람보이도 나올까바 무섭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쿡방으로 시작한 라이브 방송은 목탁 소동으로 마무리됐다. 라이브 방송 종료 버튼을 누른 뒤, 멤버들은 일 났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큰일났네.”
“팀장님이 떡밥 뿌리지 말라구 하셨는뎅.”
“근데 겁나게 뿌려 버렸네? 하하.”
“그런데 목탁이 왜 거기 있었지? 아까 내가 분명 치워 놨는데.”
“···미안하구나···.”
“뭐야, 군자 너가 만진 거야?”
“소리가 너무 청아하여 잠시 쳐 보다가 그만···.”
“넌 명품엔 눈길도 안 주면서 목탁 같은 건 좋아하더라.”
“명품(明品)? 명나라 물건 말이더냐? 좋아하는데?”
“관두자.”
“으으, 팀장님한테 혼나겠는데여.”
“어쩌겠냐, 내일 다같이 가서 사과해야지.”
다음 날 회의 시간, 서은우 팀장은 회의실로 들어오는 멤버들을 째려보며 앙칼지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서은우 팀장이 인사를 건네기도 전, 멤버들이 먼저 고개를 90도로 푹 숙였다.
“죄송함다···.”
“···아닙니다. 이미 벌어진 일, 이제 어쩔 수 없죠.”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숙소에서 담배나 술 같은 게 안 나온 것이 다행이죠. 그래도 앞으로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물건은 관리를 해 주었으면 합니다.”
“넵, 그렇게 하겠습니다!”
멤버들을 혼내긴 했지만, 사실 목탁 사건은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일단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궁금증을 만드는 데엔 성공했으니까.
대체 뭘 하려고 하길래 숙소에 목탁을 가져다 둔 거지?
사실 서은우 팀장도 궁금하던 참이었다.
“근데, 왜 하필 목탁입니까?”
“아, 불교 문화재를 주제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볼까 생각 중이어서요.”
“불교 문화재?”
“우리나라에 예쁜 절, 멋진 탑 엄청 많잖아여, 헤헤.”
“불교 문화재가 핵심인 만큼, 목탁 소리를 샘플링한 음악을 프레젠테이션에 삽입해 보면 어떨까 싶어서 목탁을 가져와 봤습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목탁을 치면 마음이 정화되는 효과도 있더군요.”
“군자 너가 아직 정화할 마음이 남았니?”
“후후, 선비에게 수기(修己)란 평생의 과업인 법이지.”
“불교 문화재라···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우선은 공유민 주무관님과 다시 한번 미팅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서은우 팀장이 연락하자 마자 공유민 주무관은 한 달음에 솔라시스템 사무실로 달려왔다. 첫 미팅 때와 달리 오늘은 풀 메이크업에 화사한 블라우스와 치마까지 입은 공유민이었다.
“우와, 주무관님 오늘 엄청 화사하세요.”
“에헤헷, 사실 출근은 이렇게 안 하는데···.”
“그래요? 회사에서 오신 거 아니었어요?”
“그게··· 언제 미팅 할지 몰라서 회사 라커룸에 옷을 가져다 놨어요···.”
“푸하학, 주무관님! 업무 미팅을 이렇게 좋아하셔도 되는 거예여?”
“그, 그러게요, 헤헷.”
얼굴을 붉히는 공유민 주무관을 보며 군자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뭘 새삼 놀라느냐, 공유민 주무관님은 원래부터 아름다운 분이셨지.”
“허억-.”
군자의 달달한 멘트에 공유민은 심장이 녹는 것 같았다. 현재의 말이 맞았다. 업무 미팅을 이렇게 좋아해도 되는 건가? 하지만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 문화재를 보전하고 알리는 훌륭한 일을 하는 분 아니시더냐. 그 정신만으로도 참으로 멋지고 아름다운 분이시다.”
더 이야기를 나눴다간 사담만 하고 싶어질 것 같아, 공유민은 얼른 안건을 꺼냈다. 오늘 회의는 멤버들이 정한 문화재와 영상 스토리텔링 방식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해서, 저희는 불교 문화재 쪽으로 찾아 보았는데요.”
“아하, 불교요?”
“네. 재미있는 설화가 있는 불교 문화재를 찾아서, 그 설화를 재해석하는 영상을 만드는 방향으로···.”
멤버들과 서은우 팀장의 설명을 들은 공유민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멤버들은 벌써 많은 것을 준비해 놓고 있었다.
영상 컨텐츠에서 소개할 문화재, 해당 문화재에 얽힌 설화를 소개하는 방식.
설명을 들으니 ‘목탁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게 된 공유민이었다.
“아하, 그래서 숙소에 목탁이···.”
“헐! 주무관님 저희 라방도 보세요?”
“당연하죠! 저 굿즈도 싹 다 샀어요! 라방도 무조건 알람 띄워 놓고 정자세로 앉아서 시청하는··· 잠깐, 잠깐만요.”
하마터면 또 팬사인회로 빠질 뻔한 정신머리를 단단히 부여잡고, 공유민은 다시금 회의를 이어 나갔다.
“말씀해 주신 내용들 다 너무 좋은데요?”
“정말요? 앗싸!”
“공유민 주무관님, 냉정하셔야 합니다.”
“으음, 냉정하게 봐도 충분히 괜찮아요. 적어도 기존 제작사가 만들던 고리타분한 영상 시놉시스보단 훨씬 흥미진진해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하지만 알맹이만큼 중요한 게 PT 방식이에요.”
“PT 방식?”
“네.”
그렇게 말하는 공유민의 표정이 다소 어두워졌다.
칠린픽쳐스는 그녀의 기대보다 훨씬 더 좋은 기획안을 들고 나타났다. 그러나 그 기획안이 결정권자들까지 설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 분들은 아마 십중팔구는 PT에 집중하지 않을 거예요. 이미 마음 속에서 반쯤은 결정을 내린 상태일 테니까요.”
“···그렇군요.”
“그 분들 눈이랑 귀를 확 열게 만들어야 돼요. 완전히 영상에 집중할 수 있게. 우리가 얼마나 좋은 걸 만들어 왔는지, 제대로 보여줘야죠.”
“흐음, 집중이라···.”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서은우 팀장이 공유민 주무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혹시 그 결정권자 분들, 나이가 어떻게 됩니까?”
“나이요?”
“네.”
“음, 아마 사십 대 후반에서 오십 대 중반? 그 사이일 거예요.”
“아하.”
“그래서 더 걱정이에요. 아무래도 연령대가 높은 만큼, 젊은 감성의 칠린픽쳐스가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네?”
“4050이라··· 오히려 좋은데요.”
그렇게 말하며 서은우 팀장이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날로부터 정확히 2주 뒤.
문화재청 중앙 강당에서, 홍보 컨텐츠 제작사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이 열렸고.
점심 먹은 것이나 소화시키고 가겠다는 듯, 느긋한 표정으로 앉아 있던 결정권자들은 칠린픽쳐스의 프레젠테이션이 시작되자 마자 자세를 고쳐 앉아야 했다.
“···오오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