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21)
#121
탐구루주 형님
“이번엔 새로운 업체에 한번 맡겨 봅시다.”
“!”
“마지막 업체, 칠린픽쳐스라고 했나요? 그 친구들에게 맡겨 보면 좋을 것 같은데.”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다른 두 결정권자들 역시 주창수 사무관의 결정에 동의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희도 그 업체가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어우, 그 친구 노래 잘 부르던데요.”
안정성을 핑계로 기존 업체를 선택하기엔, 칠린픽쳐스와 군자의 프레젠테이션이 그들의 마음을 너무도 강하게 사로잡아 버렸으니까.
결정을 전해 들은 공유민 주무관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앗싸아—!!”
최애 아이돌과 함께 일을 할 수 있게 되다니!
이건 계를 탄 수준이 아니다. 로또다. 그것도 한국 로또 말고 미국 로또, 그 슈퍼볼인가 뭔가 하는 거. 천억짜리 복권이 한 방에 당첨된 기분이었다.
로또와의 차이점이라면, 로또는 당첨되자 마자 일을 때려치겠지만 이건 지금부터 미친 듯이 일을 해야 할 거라는 점이랄까.
그러나 공유민 주무관은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빨리 7IN 멤버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 날, 솔라시스템 사무실을 찾은 공유민 주무관은 칠린픽쳐스가 제작업체로 선정되었음을 직접 전했다.
“앗싸아아—!!”
“···우, 우리가 이, 이겼어요···!”
“크으, 이 기분 아육시 이후로 얼마 만이냐.”
한껏 높은 텐션으로 방방 뛰는 멤버들을 보며 공유민 주무관도 함께 박수를 쳤다. 얼굴 가득한 미소는 이미 안면근육의 가동범위를 넘어서고 있었다.
“헤헤, 헤헤헷···.”
“좋습니다, 그러면 이제 본격적으로 제작 준비에 들어가야겠군요.”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며 서은우 팀장이 입을 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력입니다. 7IN의 리얼리티 예능을 촬영할 인력은 미리 다 세팅해 두었습니다. 이제 문화재청 홍보 컨텐츠 제작 인력만 확보하면 됩니다.”
“어라? 문화재청 컨텐츠는 저희가 제작하는 거 아니었슴까?”
“물론 기획과 여러분이 주도하겠지만, 영상 제작은 전문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할 겁니다.”
현시우 역시 서은우 팀장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해맑게 웃었다.
“아하하, 당연하지~ 특히 연출PD는 꼭 필요할 거라구~”
“예, 현시우 씨의 말이 맞습니다.”
“아하하핫, 드라마타이즈 촬영이라면 촬영감독 한 명에 촬영부 최소 네 명은 필요할 걸~”
“맞습니다.”
“아하하, 음향 감독도 당연히 있어야 하고~ 소음 통제가 쉽지 않을 테니까~”
“그렇겠죠.”
“미술 세팅은~ 음~ 문화재를 해치면 안되니까 최소화해야 할 거고~ 제작 규모를 작게 갈 거면 의상팀이 미술까지 같이 해도 되지 않을까~”
“그럴 겁니다.”
“아하하핫, 라인PD님도 한분 계시면 편한데~”
“라인PD는 우리 솔라시스템 영상제작팀 인력으로···.”
현시우가 거침없이 말을 이어 가는 동안, 회의실의 이목이 천천히 그에게로 모였다.
“···아니, 근데 잠깐만요.”
“아하하, 너무 말이 많았나~”
“현시우 씨,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계시는 겁니까.”
“아하하핫, 저 영상 찍는게 취미라니까요~”
“혹시 영상 연출도 해 본 적 있습니까.”
“아하핫, 그냥 재미로 몇 개 해 본 적은 있는데~”
“···볼 수 있을까요.”
“아하하핫, 유튜브에 nisnis 라고 치면 나와요~”
‘nisnis’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지현수가 테이블을 쾅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 니스니스!?”
“아하하, 깜짝이야~”
“니스니스가 시우 너였다고—!?”
서은우 팀장이 유튜브에 ‘nisnis’를 검색하자 동영상 세 개가 나왔다. 4년 전에 업로드 된 저화질 동영상이었지만, 조회수는 모두 500만 이상을 기록 중이었다.
“···세상에.”
“왜 그러는데. 우리도 설명 좀 해 주라.”
“몇 년 전에 니스니스라는 유튜버가 올린 하이틴 웹드라마가 있었어. 그렇게 유명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영상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다 알 걸? 아무튼 엄청 짧고 간결한 내용인데, 연출이 너무 잘 빠져서 다들 정체를 궁금해 했거든. 프랑스 고등학교에서 찍은 영상이라, 다들 프랑스인 아닐까 추측만 했었는데···.”
“근데 그게 현시우였다고?”
“그렇다네.”
“아니 뭔 이런··· 쟤 그냥 얼굴만 천재였던 거 아냐?”
“아닌가 봐.”
그 와중에도 현시우는 별 걸 가지고 다 놀란다는 듯 태연하게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아하핫, 난 다들 알고 있을 줄 알았는데~”
“네가 말을 안 하는데 어떻게 아냐.”
“nisnis, 거꾸로 보면 siusiu잖아~”
거꾸로 보면 된다는 말에 태웅이 대번에 물구나무를 서며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어어? 그러네?”
“야, 그거 거꾸로 보는데 물구나무까지 서야 돼?”
“아하핫, 웅이 얼굴 빨개졌다~”
“···저, 저는 절대 못 알아챘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현시우 대단한데. 갑자기 달라 보인다?”
“아하하하하, 그냥 취미였을 뿐인데 뭐~”
“취미라고 하기엔··· 배우들이 좀 많은데?”
“아하핫, 돈 좀 썼지~”
역시 금수저가 분명하구만?
동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서은우 팀장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일이 이렇게 스무스하게 풀리다니.
좋은 연출자를 구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멤버들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그들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있어야 하니까. 그런 연출자는 단순히 돈으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멤버 중 한 명인 현시우가 연출을 맡아 준다면?
캐릭터 이해도는 물론이고, 리얼리티 분량도 더욱 효과적으로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좋습니다. 그러면 이번 문화재청 컨텐츠의 연출은 현시우 씨가 맡는 것으로 합시다.”
“우와, 팀장님 짱 쿨하시당.”
“이미 ‘nisnis’라는 가명으로 낸 포트폴리오도 확인했으니, 문화재청 측에서도 문제 삼지 않을 겁니다.”
“그럼요 그럼요! 너무 좋은데요!”
마침 자리에 있던 공유민 주무관도 박수를 짝짝 치며 서은우 팀장의 말에 동의했다. 역시 내 아이돌, 못하는 거 없이 만능이지! 라는 듯한 표정으로.
“공유민 주무관님.”
“네?”
“이제 제작회의는 끝났으니 가셔도 무방···.”
“가라구요?”
회의 끝이라는 서은우 팀장의 말에 공유민이 히잉 하는 소리를 내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 애처로운 눈빛에 서은우 팀장마저 흠칫하며 물러섰다.
“저 가야 돼요?”
“회, 회의는 끝났으니···.”
“정말요?”
“···그럼 식사라도 하고 가시죠.”
“앗싸아! 솔라시스템 밥이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멤버들과 함께 구내식당으로 내려가며 공유민은 마음 속으로 ‘대박’을 300번쯤 외쳤다.
이건 미국로또가 확실하다. 이제 남은 인생 내내 불운만 찾아와도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 * *
다음 날부터, 7IN 멤버들은 본격적으롱 영상 제작의 사전 작업을 시작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경주 불국사 답사.
마침 스케쥴도 한가했기에 멤버 전원과 매니지먼트 팀이 함께 경주 불국사를 찾았다.
최대한 사람이 없는 시간대를 찾았음에도, 우리나라 최고의 사찰 중 하나답게 불국사엔 꽤 많은 사람이 있었다.
멤버들은 나름의 변장 도구를 통해 정체를 숨겼다. 일곱 명이 함께 다니면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아 서너 명씩 찢어져 움직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기어이 그들의 정체를 알아채고 말았다.
“헐, 차인혁이다!”
“우와, 짱 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도, 서너 명씩 찢어져서 움직여도 이 훤칠한 소년들이 정체를 완벽하게 숨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꺄아아-.”
“시우야, 여기 좀 봐 줘!”
“아하하하, 들켰네~”
결국 정체가 들통난 멤버들은 뜻밖의 팬서비스 시간을 가졌다. 별 생각 없이 불국사를 찾았던 7IN의 팬들은 연신 셔터를 누르며 행복해 했고.
일곱 선비들의 불국사 방문은 순식간에 SNS와 커뮤니티를 타고 화제가 됐다.
[지금 불국사에 7IN 완전체 떳닼ㅋㅋㅋㅋ.jpg]수학여행 제주도로 간댔다가 경주 와서 개짱났는데 불국사에서 칠린이들 다 만나뮤ㅠㅠㅠㅠㅠㅠ나진짜 절간에서 계탈줄은 몰랏엉ㅠㅠㅠㅋㅋㅋ
이럴줄 알앗음 고데기도 말고 화장도 하고 오는건뎈ㅋㅋㅋㅋㅋ진짜 애들 다 너무너무 예쁘고 잘생겼고 키크고 비율좋고 다한다ㅠㅠㅠㅠ
넘 떨려서 사진도 제대로 못찍었는데 현재가 내 폰 들고 같이 셀카찍어주뮤ㅠㅠㅠㅠㅠㅠㅠ평생간직할거야
아그리고 군자 첨엔 코주부 안경 쓰고있다가 들키고 아뿔싸!! 하면서 벗는데진짜 개웃김ㅋㅋㅋㅋㅋㅋ근데 또 그와중에 얼굴은 완전미쳣어;; 얼굴천재 넘어섬 얼굴아인슈타인 그잡채
권태웅 분장에 진심인것도 넘웃겻엉ㅋㅋㅋㅋㅋㅋㅋ진짜 대머리가발이랑 승복 입고 있다가 불국사 스님한테 검거당함ㅋㅋㅋㅋㅋㅋㅋ불국사에 이렇게 몸 좋은 스님은 없었는데 혹시 소림에서 오셨습니까? 이러니까 어버버하다가 정체공갴ㅋㅋㅋ
아진짜 쌤들 미안해요ㅠ퓨ㅠㅠㅠ경주 간다고 욕하고 짜증냈는데 진짜 오늘부터 내인생 관광지 경주임ㅋㅋㅋㅋ
나 불교로 개종할거야 염주도 사고 불교굿즈도 막 살거임 부처님이 나 계타게 해준것같애ㅠㅠㅠ너네도 다 불교믿어 두번믿어
현장감이 느껴지는 시끄러운 목격담에 7IN의 팬들이 집결하기 시작했다.
[헐 머야 불국사라고? 지금?] [딱 세시간만 어떻게 잡아놔바 나 지금 KTX끊으러간다] [무친ㅠㅠㅠ왜 내인생엔 이런일 안생기는데] [근데 왜 또 불교야 불안하게;;;;] [태웅이 빡빡이 가발··· 복선은 아니겠지?] [아니 장난 아녔어? 진짜로 우리 애들 중됨?] [ㅋㅋㅋㅋㅋㅋㅋㅋ아 좀 웃기지좀마] [근데 자꾸 불교떡밥 뿌리는거 ㄹㅇ불안함;;] [불교가 싫은건 아닌데 그래도 출가는 좀] [차라리 출가 말고 가출을 해] [가출해서 우리집에서 같이살자] [오 나 방금 상상해버림^^ 참 착한가출이네] [우리 애들 중 안되는거 맞겠지?ㅠㅠㅠ] [조계종! 날 보고 있다면 정답을 알려줘]본의 아니게 또 불교 떡밥을 살포해 버린 멤버들이었다. 이제는 팬들을 안심시켜 주어야 했다.
불국사 일정이 끝나자 마자 올라간 솔라시스템 공식 채널 공지에, 팬들은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멤버들이 머리를 깎고 스님이 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공지.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한편으로는 궁금해 했다.
[아니 그럼 왜 자꾸 불교떡밥 뿌린거야] [다음앨범 컨셉인가?] [근데 유교 세계관 끝나지도 않았는데 급 불교?] [하긴 그것도 이상하긴해] [그럼 도대체 이유가 뭐냐거~~] [시원하게좀 떡밥좀 풀어주시면 안되나요ㅠㅠ] [먼가 일어나고 있는건 확실해보임ㅋㅋ] [후우 후우 나 숨참고 기다린당]팬들의 기대감이 상승 중인 가운데, 불국사를 다녀온 멤버들은 그 감상을 가슴에 품은 채 다음 단계에 돌입했다.
“자, 이제 아사달 아사녀 설화를 각색해 볼 차례입니다.”
“넵 팀장님.”
“모두 아사달 아사녀 설화는 이미 공부했지요?”
“넵, 했습니다.”
아사달 아사녀 설화는 심플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백제의 뛰어난 석공 아사달은 불국사와 석가탑을 만들기 위해 동원됐다.
아사달이 오랜 시간 동안 귀가하지 않자, 그 부인인 아사녀는 아사달을 찾기 위해 불국사로 찾아간다.
그러나 ‘건축 중인 절엔 여자가 들어갈 수 없다’는 금기 때문에 아사녀는 불국사 출입을 금지당하고.
결국 불국사 바깥의 연못에서 기도를 하며, 그 연못에 석가탑의 그림자가 떠오르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결국 석가탑의 그림자는 떠오르지 않는다.
“실망한 아사녀는 연못에 몸을 던져 죽었다··· 는 설도 있고, 그냥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는 설도 있고. 마무리가 좀 애매한데여.”
“솔직히 말해도 되겠습니까!”
“네, 권태웅 씨. 말씀해 보세요.”
“전 이 설화 마음에 안 듭니다!”
“···어째서죠.”
“여자가 절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 굉장히 시대착오적이지 않습니까!”
서은우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엔 어떨지 모르겠으나, 현대의 관점으로 본다면 확실히 성차별적인 설화다.
“그럼 그 성차별적인 내용을 뒤집는 쪽으로 각색을 해 보면 어떻겠습니까.”
“좋슴다!”
권태웅의 우렁찬 대답이 끝나자 마자, 이번엔 군자가 입을 열었다. 어젯밤 유찬과 함께 영화를 보다가 밤을 새 버린 군자는, 두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간단한 문제군요.”
“군자 씨, 눈이···.”
“여자는 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
“?”
“그러면 잠입 침투하면 그만 아닙니까.”
“???”
하필, 어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정주행한 군자였다.
“후후, 탐구루주(探究樓主, 높은 누각에 오르는 것을 탐구하는 자) 형님의 방식대로 각색해 보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