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29)
#129
미친 액션
첩보 액션물의 필수요소는 액션이다.
제 아무리 긴장감 넘치는 플롯으로 관객을 매료시켰다 해도, 절정부의 액션이 형편없다면 김 빠진 탄산음료를 마시는 느낌일 터.
그런 측면에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군자를 완전히 매료시켰다.
탐 크루즈 형님은 연기만 잘하는 것이 아니었다. 몸을 써야 할 때는 화끈한 액션을 선보이며 시각적 쾌감을 선사했다.
군자는 그 시리즈에 홀딱 반하여 시나리오 수정 방향성을 제시했다.
아사달 설화에 첩보액션을 끼얹는다는 건, 그만큼 액션의 중요성이 올라갔다는 의미.
가장 화끈하고 멋진 액션 신을 위해 진작부터 운동량을 늘린 군자였다. 대역을 쓰겠다는 것도 군자 본인이 만류하였으니, 최상의 액션으로 보답하고 책임져야만 했다.
파바바바밧, 파아악—!!
“흐읍-.”
슬레이트 소리가 들리자 마자 정해진 동선을 따라 비호처럼 발을 내딛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달음질, 이후엔 아름드리 소나무의 등치를 밟고 순식간에 뛰어올라 담장 위에 안착했다.
나쁘지 않은 시작, 몸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담장을 훌쩍 넘어 첫 번째 별채 위에 오르자 민머리 스님 넷이 봉을 들고 군자에게로 쇄도해 왔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노리는 속 시커먼 놈들이 고용한 호위 병력이다.
후우우우웅-.
미리 짜여진 합이 있다지만, 곤봉이 미간 언저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순간엔 군자도 등골이 서늘했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감각이 군자의 움직임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 주었다.
숙부의 눈을 피해 도망쳐 다니던 시절에도 이렇게 호위무사들과 몸싸움을 자주 했었더랬지.
그 땐 잡혔다 하면 어두컴컴한 곡식 창고에 갇혀야 했다. 나무문을 긁으며 죽는 소리를 할 때 쯤에나 숙부는 개밥 같은 보리죽을 던져주곤 했다.
그것에 비한다면 한결 속 편한 자리 아닌가.
후우웅, 퍼어어어어억—.
두 번째 곤봉까지 피한 뒤, 그 결대로 몸을 역회전시키며 상단 뒤돌려차기로 민머리 한 놈을 날려 버렸다.
택견의 공중 뒤돌려차기 기술인 돌개 외알제기.
“크아아악—.”
벼락 같은 발차기에 얻어맞은 민머리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튀어나왔다. 호쾌한 뒤돌려차기를 질렀음에도 군자의 무게중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맨몸으로도 호위무사들을 제압하고 따돌릴 수 있어야 하기에, 어릴 적부터 택견을 익혀 온 군자였다.
재빨리 한 명을 제압했으나 싸움은 이제 시작이었다. 이번엔 쌍둥이 같이 생긴 민머리 스님 두 명이 동시에 곤봉을 찌르고 휘둘러 왔다.
“하아압-.”
“흐아아아—!!”
동시에 두 명이라.
쉽진 않겠으나 어릴 적엔 네 명이 기본이었다.
동서남북 네 방위에서 네 명의 장정이 덮쳐 올 땐 제 아무리 군자라도 빠져나가기 힘들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한둘 정도는 꼭 실신시켜 버리곤 했던 군자였다.
그러니 두 명의 협공 쯤이야.
쐐애애애액—.
명치 언저리로 깊숙이 찔러 오는 공격은 몸을 기울여 피하고.
후우우우우우웅—!!
쉴 틈도 없이 이어진 휘두르기는 허리를 뒤로 홱 꺾어 흘려 보낸다.
그대로 기왓장 위에 엎드려 몸을 회전시키며, 앞 놈의 발목을 노리는 절묘한 수면차기.
“크악—!!”
앞선 놈이 몸의 중심을 잃으며 지붕 위에 나동그라졌다.
퍼어어어어억—!!
그대로 복부를 걷어차 행동불능에 빠뜨려 버린다. 우욱, 하는 소리와 함께 배를 움켜쥐는 모습. 이제 놈은 한동안 움직일 수 없을 테다.
한 놈을 고장내 놓자 또 한 놈이 득달 같이 달려들었다. 어느새 거리를 벌린 놈이 먼 발치에서 곤봉을 냅다 던졌다.
파슷-.
민첩하게 몸을 측면으로 기울이자 곤봉이 군자의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 예상치 못했던 접촉. 덕분에 의상에 작은 생채기가 났으나, 그걸 지켜보던 의상팀은 그저 입을 가린 채 감탄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번엔 군자 쪽에서 먼저 거리를 좁혔다. 날카롭게 뻗는 주먹이 민머리를 뒷걸음치게 만들었다.
“으으, 으으윽···!”
콰아아아아아앙—!!
눈동자에 공포가 보이자 마자, 기왓장 위를 콱 밟으며 놈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쩌어어어억-.
가드가 무너진 틈을 타, 재빨리 명치에 장타(掌打) 한 방까지.
“허윽-.”
별채 옥상 액션 씬은 숨쉴 틈도 없이 이어졌다. 어느새 군자는 세 명의 민머리를 제압해 버렸다.
현장의 모두가 감탄해 마지않는 가운데, 유독 입을 다물지 못하는 한 관객이 있었다.
“···아, 아니, 저게 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공 주무관을 조롱하던 정윤철 사무관이었다.
아이돌이 뭔 액션 연기냐.
기껏해야 투닥투닥 애들 장난 같은 주먹질이나 몇 번 하다가 말겠지. 아니면 대충 훅훅 날아가는 장면만 찍어 놓은 뒤 CG 떡칠로 보정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군자는 첫 동작부터 정윤철의 기대를 산산조각내 버리고 말았다. 소나무를 밟고 담장 위로 뛰어오른 순간, 이미 정윤철의 턱은 거의 명치까지 떨어졌다.
별채 지붕에서 호위 병력과 액션 합을 나누는 장면에서는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다. 먼 발치였음에도 동작의 호쾌함은 마치 VR 게임을 하는것처럼 생생했다. 곤봉은 정말로 군자의 옷깃을 스쳤으며, 현란한 공격 동작은 도저히 아이돌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분명히 촬영일 텐데, 다 합을 맞춘 동작일 텐데.
그럼에도 마스터 컷 촬영이 이어지는 동안 정윤철은 꽉 쥔 두 주먹을 풀 수가 없었다.
저게 스무 살 짜리 아이돌이라고? 그냥 절묘한 대역 아닌가?
그러나 달빛처럼 세팅한 조명이 얼굴을 비출 때마다, 그 수려한 이목구비가 보여질 때마다 정윤철의 의혹은 씻은 듯 사라졌다. 세상에 저렇게 생긴 사람이 둘일 리가 없다.
이제 남은 호위병력은 마지막 한 명 뿐.
네 명 중 가장 덩치 크고 험악하게 생긴 민머리 스님이 봉을 양 손으로 잡고 쭉 잡아당겼다. 철컥 하는 소리와 동시에 기다란 봉에 관절 두 개가 생겼다. 길다란 곤봉이 세 개로 나뉘어진 삼절곤(三節棍)이 되는 순간이었다.
후웅, 후우웅, 후우우웅—.
회전하는 모양부터 살벌한 삼절곤이었다. 관절이 생긴 만큼 그 움직임도 훨씬 변화무쌍했다.
후우웅-.
한 번의 타격을 피해도 바로 다음 순간 기묘한 각도의 공격이 날아온다.
파아아앗-.
다시 한번 무기가 옷깃을 스쳤다. 아슬아슬하게 공격을 피해 내긴 했으나, 삼절곤의 공격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빠아아아악—!!
이번엔 군자의 왼쪽 오금에 삼절곤이 정확히 얹혔다. 순간 인상을 찌푸리며 자세가 무너진 군자였다. 이미 짜여진 합이었음에도 관객들은 헉 소리를 내며 몰입했다.
“으아아아아아—!!”
군자의 머리통을 부수겠다는 듯, 거한의 민머리가 삼절곤을 휘둘렀으나 이번에도 기지가 빛을 발했다.
쩌어어억-.
“——!?!?”
재빨리 기왓장 하나를 들어올린 뒤, 그것으로 삼절곤을 막아 버린 군자였다.
기왓장에 부딪힌 삼절곤이 회전력을 잃자 이번엔 군자에게 기회가 왔다.
순식간에 몸의 중심을 회복한 뒤 안면에 주먹 페이크. 거한 민머리가 삼절곤으로 방어 자세를 취한 찰나, 군자의 앞다리가 비수 같이 뻗어 나왔다.
빠아아아악—!!
무릎과 정강이 앞쪽을 걷어차는 택견의 앞차기 기술 내차기로 중심을 무너뜨린 뒤.
파박, 빠아아아아아아아악—!!
복부에 주먹질 두 번, 자연스럽게 떨어진 턱을 팔굽 공격으로 후려갈겨 버린다.
순간 그로기 상태에 빠진 상대의 손목을 뒤돌려차기로 가격하자, 쩔그렁 소리와 함께 삼절곤은 멀찍이 날아가 버렸다.
“우와아-.”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군자의 현란한 움직임에 관객들은 다시 한번 탄성을 내질렀다. 그러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후의 1인 답게, 거한의 민머리는 기합을 지르며 맨손으로 군자에게 달려들었다.
“하아아아아압—.”
파밧, 파아아앗, 빠아아악, 퍼버벅, 쩌어어어어어어억—···.
두 사람의 사지(四肢)는 단 한 순간도 쉬지 않았다. 쉴 새 없이 오가는 주먹질과 발차기는 액션이라기보다 진심을 담은 투쟁 같았다.
언뜻 비등비등한 양상 같아 보였으나, 거한 민머리의 공격은 군자에게 닿지 않고 있었다.
반면 군자는 그 와중에도 민머리의 공격을 차분하게 방어하며 요소 요소에 공격을 꽂아 넣고 있었다.
빠아악, 빠아아아아아악—!!
“···허어···.”
메인 카메라 뒤에 앉은 촬영감독의 입에서도 외마디 감탄이 흘러나왔다. 등골이 오싹할 만큼 실감 나는 액션 연기였다. 10년 이상 다양한 현장을 오간 베테랑 스태프들도 이런 미친 액션 신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끊어 가는 것 없이!
스태프들도 그 정도였으니, 정윤철은 아예 거의 숨도 쉬지 못하고 있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호흡곤란이 올 것 같았다. 이미 짜여진 합이 있었기에 군자의 승리가 뻔했으나, 정윤철은 자신도 모르게 민머리를 응원하고 있었다.
힘 좀 내 봐, 민머리.
한 방만 어떻게 좀···.
빠아아아아아아악—!!
때마침 민머리가 군자의 관자놀이에 보기 좋게 타격을 꽂아 넣자 군자의 몸이 홱 돌아갔다. 그 순간 ‘그렇지!’라며 소리를 지를 뻔한 정윤철이었다.
주르륵-.
미리 준비한 소품이 터지자 군자의 왼쪽 얼굴에 피가 흘렀다. 방금 전엔 환호성을 지를 뻔한 정윤철이었지만 이번엔 다시 숨이 턱 막혔다.
“···우, 우와···.”
하얀 피부 위에 흐르는 선혈이 아름답기까지 했다. 아니, 저게 진짜 남자란 말인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옷소매로 피를 훔쳐낸 뒤 군자가 다시 한번 뛰어올랐다.
파아앗, 퍼어억, 쩌어어어어억—!!
앞손으로 민머리의 가드를 뜯어낸 뒤 오른손을 안면에 꽂아 넣고, 바로 전신을 회전시키며 팔굽으로 아래턱을 폭격한 뒤.
“크으윽···!”
거리가 벌어진 틈을 타 이번엔 큰 공격을 준비한다.
파바바바바밧—.
민첩한 도움닫기와 함께 뛰어오른 군자가 허공에서 몸을 회전시켰다.
쩌걱,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마치 와이어 액션 같은 현란한 공중 회전 발차기로 민머리의 목덜미와 관자놀이를 연속 타격하자, 맷집 좋은 민머리도 끝내 버티지 못하며 나가 떨어지고 말았다.
“후우-.”
거친 숨을 몰아쉬며 군자가 다시 한번 이마를 훔쳤다.
핏방울이 살짝 맺힌 백안(白顔)에 달빛 같은 조명이 떨어지는 동안, 그 누구도 작은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컷—!!”
감독 현시우가 촬영 종료를 알린 순간, 모두가 숨을 참고 있었다는 듯 호흡을 파아 하고 터뜨렸다.
“후아아아아-.”
“선비 형아아아아아아—!!”
“야아아아! 너 진짜 미쳤냐!?!?”
“다친 덴 없어? 괜찮은 거 맞지?”
“하하, 걱정 말거라. 다 짜여진 합이었거늘.”
“근데 그렇게 안 보였다구여! 나 진짜 미치는 줄 알았어여.”
우르르 몰려드는 사람들을 보며, 정윤철은 자신도 모르게 군자를 향해 달려갈 뻔 했다.
“허···.”
이건 정윤철이라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소년에겐 마력이 있었다. 생판 본 적도 없는 정윤철마저 단번에 매료시켜 버리는 마력이.
그 옆에 서 있던 공유민 주무관의 표정은 군뽕으로 가득차 있었다.
“어때요 사무관님, 이래도 소꿉놀이 같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