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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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 줘?
[기유찬 (17)] [용모 : B (S)] [노래 : B (S)] [춤 : B+ (A+)] [매력 : C+ (S)] [저주 : 압박감 (높은 확률로 무대를 망침)]소년의 상태창을 보자 마자 군자의 눈이 커다래졌다.
용모와 노래, 그리고 매력의 잠재력이 S.
지금까지 다양한 참가자의 상태창을 들여다 보았지만, 잠재력이 S인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잠재력이라면 보통 성장의 한계를 말하는 것 아닌가. S라면 B보다 한참 떨어지는 등급일 터인데, 어째서 잠재 능력에 S가···.
“아하.”
그러나 금방 그 비밀을 깨달은 군자였다.
잠재력이라는 건 결국 성장의 방향을 뜻한다. 지금은 준수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S등급까지 곤두박질 칠 수도 있다는 뜻이 아닐까.
나도 나지만, 이 친구도 참 딱하구나.
S라는 알파벳에서 괜히 동질감을 느끼는 군자였다.
“형, 유군자 형 맞죠?”
그렇소만 어인 일이신지, 라고 대답하려던 군자가 입을 헙 하고 다물었다. 합숙을 시작하기 전, 군자는 부모님의 충고를 가슴에 새겼다.
이 독특한 말투를 계속 사용하다간 분명 어떤 식으로든 트집을 잡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라고 하셨지. 그렇기에 말투는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고쳐 가기로 했다.
요즘 젊은 청년들은 간결하고 명랑한 어투를 사용한다 들었다.
간결하고 명랑한 인사. 뭐, 어렵지 않은 일이다.
“으응, 나 군자!”
“···어, 으응, 저 유찬이···.”
기유찬은 다소 당황했지만 같은 방식으로 인사를 받아 주었고, 군자는 인자하게 씨익 웃었다.
이 시대 젊은 친구들의 인사도 어려울 것 없구나!
기유찬이라, 기특한 친구다.
일단 먼저 말을 걸어 준 첫 번째 참가자 아니던가.
얼굴을 가만히 뜯어 보니 관상학적으로도 나무랄 곳이 없다. 평소 명리학 서적 뿐만 아니라 점성술, 천문학, 관상학 등 잡학 서적도 즐겨 읽었던 군자였다. 특히 관상만큼은 웬만한 관상쟁이보다도 잘 본다 자부해 왔다.
초승달 모양으로 살짝 굽은 눈썹 아래 동그랗고 맑은 눈망울. 얼굴형은 모난 데가 없으나 이목구비의 구분은 분명하다. 살짝 부각된 앞니를 보니, 마음이 넓고 정이 많아 보인다.
게다가 살짝 올라간 입꼬리, 용선구(龍船口)까지 가졌구나. 거짓말을 못 하고, 맡긴 일은 틀림없이 잘 해 낼 인재일 터.
하지만, 상태창에 떠오른 ‘저주’란 대체 무엇인가.
[저주 : 압박감 (높은 확률로 무대를 그르침)]“허어-.”
이 또한 처음 보는 문장이다. 아무래도, 이 기유찬이라는 소년은 저주에 가까운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다.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유찬의 말에 군자는 화들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중에 ‘자네 관상이 아주 좋다’고 꼭 말해 주어야겠다. 물론 조금 더 친해지면.
“형, 혹시 팀 구하셨어요?”
“아니, 아직.”
“그, 그럼 저랑 같이 하실래요?”
마음이 어지간히 급한 모양인지, 마지막 어절엔 음 이탈까지 발생했다. 쇳소리를 내 놓곤, 유찬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살짝 내리깔며 헛기침을 한다.
“콜록, 콜록-.”
군자의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능력치도 높고, 관상도 괜찮고. 무엇보다 군자에게 가장 먼저 말을 걸어 준 참가자 아니던가.
저주라는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이번엔 합동 무대가 아닌 개인 무대니까. 게다가 함께 지내다 보면 그 저주를 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고.
“좋아, 그러자.”
“고마워요 형!”
군자의 승낙에, 유찬은 작은 동작으로 팔을 흔들었다. 기뻐하는 모습이 꼭 소심한 똥강아지 같구나. 괜히 어릴 적 마당에서 키우던 바둑이가 생각난 군자였다.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네 형.”
“날 선택한 이유가 뭐야?”
솔직히 궁금했다. 대부분의 참가자가 군자를 외면하고 있었으니까. 이대로라면 팀을 못 이루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 와중에 왜 날 선택한 거지? 대체 무엇에 끌렸단 말이냐? 분명 난 존재감도 없었을 터인데.
조금 모양이 빠지긴 해도, 꼭 듣고 싶었다. 분명 기분 좋은 칭찬일···.
“군자 형이 아육시 선비남 맞죠?”
“커흡-.”
칭찬을 기대하던 군자가 깜짝 놀라며 기유찬을 돌아보았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그러나 정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이거.”
유찬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물건은 군자의 가방에서 삐죽 머리를 내밀고 있던 서예 붓. 다른 건 몰라도 아침 글쓰기만은 포기할 수 없기에 챙겨 왔는데, 이것이 단서가 될 줄은 몰랐다.
“아아, 그렇구나?”
최대한 태연한 척을 하며 붓을 가방 안으로 구겨 넣었다. 으으, 부끄럽기 그지없다.
유찬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조심스럽게 군자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형 유명하시잖아요.”
“그런가.”
“솔직히 형이랑 팀 하면 TV에 한 번은 나올 것 같아서···.”
“TV?”
군자의 반문에 유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솔직한 대답이다. 용선구의 소유자답게 거짓말은 못 하는구나.
“저, 아마 일찍 탈락할 것 같거든요.”
“···.”
“근데, 그래도 부모님이랑 동생들이 기대하고 있어서요.”
“네가 TV 나오는 모습을?”
“네, 엄청 많이요.”
그렇게 이야기하며 유찬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니까 동생들과 부모님을 위해서 방송에 한 번은 나오고 싶다, 이 말이렷다?
세상에, 이렇게 훌륭한 효자가 있나!
“기유찬.”
터억-.
군자가 유찬의 이름을 나직이 부르며 어깨에 손을 턱 얹었다. 유찬은 화들짝 놀랐으나, 군자의 얼굴엔 인자한 미소가 가득했다.
“너 진짜 좋은 녀석이다.”
“···고, 고마워요.”
더 이상의 명분은 불필요했다. 이런 효심 넘치는 녀석과 함께라면 어떤 임무든 즐거울 테지.
군자는 기유찬이 마음에 쏙 들었다. 말끝마다 형 형 하는 것도 흡족했고, 그 동그랗고 무해한 관상도 좋았다.
본인은 아마도 조기 탈락을 예상하는 것 같다만, 안 될 말이지.
다양한 상태창을 봐 왔지만, 기유찬만큼 기본 능력치가 고루 분배된 참가자도 없었다. 등급이 S급으로 폭락하는 사태만 잘 막아 준다면, 함께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유찬이 넌 나만 믿고 따라와라.”
“네 형!”
두 사람은 손뼉을 짝짝 마주치며 도원결의를 맺었다. 이로서 한 명만 더 구하면 팀이 완성된다.
“그럼 다음 조원을 찾으러 가 볼까.”
“네 형!”
두 사람은 마지막 퍼즐을 찾기 위해 참가자 집단을 향해 쫄래쫄래 걸음을 옮겼다.
[이제 2분 남았습니다! 서둘러 주세요!]아직도 팀을 만들지 못한 참가자들은 허둥대며 사방을 헤매고 있었다.
상황은 또다시 급변 중이었다.
종료 10분 전까지만 해도, 선택권을 가진 중하위권 참가자들이 갑의 위치에 서 있었다. 그러나 상위권 참가자들이 천천히 팀을 꾸려 나가자, 수많은 중하위권 참가자들이 동시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말았다.
“같이 팀 하실 분!”
“저희 두 명 있는데, 한 명만 오시면 돼요!”
“일단 살고 봐요! 패널티는 피해야지!”
마치 ‘둥글게 둥글게’ 게임을 하는 것처럼, 남은 참가자들은 헐레벌떡 세 명씩 조를 만들어 나갔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하위권이었기에 코인 획득보다는 팀 미결성으로 인한 패널티를 피하기 위해 급하게 팀을 만드는 모양새.
“휴우-.”
“코인은 다음 미션부터 노려 보자.”
“그 때까지 살아 있다면···.”
“푸하핫, 왜 이렇게 비관적이야?”
그러나 그 와중에도 팀을 결성하지 않은 참가자가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초반부터 어벤져스 조 결성을 부르짖던 권태웅이, 절망에 빠진 얼굴로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권태웅 (20)] [용모 : B (A+)] [노래 : D+ (B)] [춤 : B+ (S+)] [매력 : B- (A+)] [저주 : 의욕과다 (지나친 의욕으로 인한 능력 저하)]흐음, 이 친구도 능력치는 준수하다. 하지만 저주가 있군.
인기척을 느끼자, 권태웅이 두 사람을 올려다 보았다.
“어, 선비남이다.”
“!”
···아주 동네방네 소문 다 났구만.
귀끝이 새빨개진 군자 대신 유찬이 입을 열었다.
“웅이 형, 아직 팀 못 구하셨어요?”
“어.”
“패널티 받으실 텐데···.”
“아, 몰라 몰라.”
“네?”
“난 병풍 찾는 것도 싫고, 누구 병풍 되는 것도 싫거든.”
“아··· 괜찮겠어요?”
“아니! 당연히 안 괜찮지!”
바닥에 주저앉아 낄낄 웃는 권태웅은 반쯤 실성한 것 같았다.
“으아, 진짜 망했네.”
“···.”
“엄마 보고싶다아~”
이번엔 군자가 권태웅의 이름을 불렀다.
“권태웅.”
“왜, 너네도 병풍 찾으러 왔어?”
“···.”
“난 병풍 안 한다. 차라리 패널티 받고 말지.”
“걱정 마, 병풍은 300년 전에 두고 왔으니까.”
“응? 그게 뭔-.”
“우리 조는 조회수 300만을 노릴 거야.”
“!”
조회수 300만이라는 말에 권태웅은 눈을 번쩍 뜨며 벌떡 일어섰다.
“진심?”
“그래, 진심.”
권태웅을 설득하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두 사람의 손을 덥석 잡은 권태웅은 그대로 단상을 향해 달려가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어벤져스, 어셈블-!”
꼭 그 대사를 해 보고 싶었다는 듯.
비록 ‘호크아이 워머신 팔콘도 어벤져스냐’는 조롱이 뒤따르긴 했어도, 권태웅의 기분은 꽤나 좋아 보였다.
어쩌다 보니 저주 걸린 친구들로만 팀을 짜게 됐지만, 군자는 만족스럽기 그지없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개인 직캠 조회수 300만을 향해서 가 볼까.
권태웅에게 말했듯, 군자는 100% 진심이었다.
* * *
첫 번째 수업은 바로 그 날 저녁 시작됐다. 가장 먼저 99명의 참가자가 모두 강당에 모였다. [아육시> 시즌 2의 테마곡인 [PLAY!>가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Let’s start!···.
···지금부터 Play your Fantasy···.
···이곳이 우리 둘만의 First stage···.
노래가 흐르는 내내, 출연자들은 반짝이는 눈동자로 감탄사를 터뜨렸다. 지난 시즌에도 명곡 맛집으로 유명했던 [아육시>인 만큼, 이번 테마곡도 말 그대로 기깔나는 일렉트로닉 팝을 뽑았다.
“노래는 진짜 개 좋네.”
“사운드 미쳤어!”
“근데 어쩐지 안무 개빡셀것 같은데.”
“라이브 괜찮을까.”
“연석, 너 브릿지에 고음 파트 되냐?”
“쓰읍, 해 봐야겠는데요.”
감탄 반, 기대 반으로 반응이 엇갈린 가운데.
뒤이어 영상을 통한 안무 공개가 이어졌다.
“우와-.”
구성준 댄스 트레이너의 댄스 팀이 선보이는 세련되고 깔끔한 안무는, 누가 봐도 난이도가 꽤나 있어 보였다.
“성준 쌤 개 잘 춘다···.”
“저걸 하면서 라이브를 하라고? 크크.”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벌써 몇 가지의 포인트 동작을 따서 시도해 보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모두 기획사 평가 때 좋은 평가를 받았던 참가자들이었다.
테마곡과 안무 공개가 끝나자, 댄스 트레이너 구성준이 단상 위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았다.
“자. 오늘은 곡이랑 안무 공개까지만 하고.”
“넵.”
“본격적인 반복 훈련은 내일 모레부터 시작하자. 아마 내일은 보컬 트레이닝 위주로 진행될 거다.”
“넵.”
“다들 안무 봤지? 포인트 잘 떠올리면서 연습해 봐.”
“넵!”
물론, 군자의 팀도 테마곡과 안무 공개 현장에 함께 있었다.
참으로 훌륭한 곡과 안무 아닌가. 이걸 만든 이에게 상이라도 주고 싶구나.
해맑기 그지없는 군자와 달리, 유찬과 태웅의 표정은 다소 심각했다.
“유찬, 너 안무 좀 따 봤어?”
“아뇨 형, 저 안무 잘 못 따서요···.”
“미리 연습 좀 해 놓고 싶은데.”
“형은요?”
“포인트 몇 개는 땄는데, 동작이 좀 불확실해.”
두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군자 쪽으로 돌아갔다. 아직도 테마곡의 여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 군자의 코에선 콧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흠, 흠흠, 래추 수타투···.”
“군자 형.”
“음?”
“혹시 안무 딸 줄 아세요?”
“안무따? 그게 뭐야?”
“···아니에요 형.”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 참가자의 도움을 바라는 게 오히려 넌센스다. 그래도 연습생 경력이 있는 유찬과 태웅이 중심을 잡고 연습을 이끌어 나가야 했다.
“아오, 기억이 안 나네.”
“여기서 발을 이 쪽으로 했나···.”
“아니, 반대쪽이었던 것 같은데.”
“아, 그래요?”
“쓰읍, 뭐였더라···.”
“그냥 다른 조 형들한테 물어볼까요?”
“안 돼! 그건 멋 없잖아.”
그 때, 군자가 콧노래를 부르며 두 사람에게 슬슬 다가갔다.
“흠, 흠흠, 뭐 하니?”
“포인트 안무 좀 다시 떠올려 보려고.”
“포인트 안무?”
“후렴 부분 안무는 연습해 두는 게 좋지 않겠냐.”
“이거 말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며 군자가 몸을 스르르 움직였다.
“어?”
다소 어설픈 동작이었으나, 군자의 몸놀림은 구성준 트레이너 팀이 보여주었던 것과 정확히 일치했다. 순간, 기유찬과 권태웅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 뭐야?”
“형, 어떻게 했어요?”
“뭘 어떻게 하다니.”
“아니, 그 포인트 안무 어디서···.”
“다 외웠는데.”
“포, 포인트를 다 외웠다고?”
“포인트가 뭔데?”
군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다 외웠어,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무, 무, 뭐라···.”
“웅이 형! 목소리!”
“흐읍-.”
태웅의 흥분이 폭발한 가운데, 그나마 이성을 유지하고 있던 유찬이 두 사람을 강당 구석으로 끌고 갔다.
“저기서 얘기해요, 우리!”
“음?”
유찬에 의해 질질 끌려가면서도 군자는 유찬과 태웅이 왜 이렇게 흥분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동작 몇 개 외우는 게 뭐 그렇게 대단한 일이라고. 이 친구들은 경서도 안 외워 봤나?
형들을 구석으로 끌고 간 유찬이, 주변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군자 형, 진짜로 동작 다 외웠어요?”
“그래.”
“진짜로?”
“군자(君子)는 거짓말 안 한다.”
“아니 임마, 그래도 3인칭은 좀-.”
“웅이 형!”
“그래 그래, 뭘 하든 오늘은 다 용서할게! 이리 와!”
“군자 혀어엉-.”
군자는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자신에게 안겨 오는 두 소년을 따뜻하게 안아 주었다.
그래, 이 친구들은 외우는 머리가 조금 부족한 게로구나. 그럴 수 있지.
부족한 이웃일수록 서로 돕고 협력하라고 했다. 그것이 환난상휼(患難相恤)의 정신 아니던가.
“알려 줘?”
“네!”
“응!”
“그래, 그럼 가자.”
아무도 없는 후미진 장소를 찾은 군자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춤을 재현하기 시작했고.
“와아···.”
“이런 미친···.”
그걸 본 두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격한 감탄사를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