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35)
#135
사생결단
아사녀가 누각 위의 광목천을 알아챈 순간, 두 번째 참격이 날아들었다. 이번엔 몸을 기울여 피할 수도 없을 만큼 예리한 공격이었다.
카아아앙—.
회피하는 대신 허리춤의 참마선(斬魔扇)을 꺼내들어 막았다. 순도 높은 강철과 강철의 충돌, 순간 부챗살 사이로 주홍빛의 불똥이 튀었다.
쥘부채 너머로 시선을 마주치는 아사녀 유군자와 광목천 기유찬, 그게 2화의 마지막 장면이었다.
“허업-.”
그 때까지 숨을 참고 있던 연지의 친구들은, 영상 종료와 함께 비명 같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효주야, 효주야! 유찬이 나왔어!”
“허얼, 완전 멋지게 나왔는데—!!”
친구들의 요란한 호들갑에도 효주는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마지막 장면 한번 더 보자···.”
“응, 빨리 다시 돌려 봐!”
다시 재생 바를 돌려 보아도 확실히 유찬이었다. 복면으로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었지만, 최애의 눈도 못 알아볼 정도로 덕질을 대충 하진 않은 효주였다.
뚫어질 듯 카메라를 바라보는 유찬의 눈빛이 효주에게 꽂히는 것 같았다. 참격은 분명 아사녀의 옷자락을 잘랐는데, 희한하게 효주의 심장이 쿡쿡 아파 왔다.
“심장 아파···.”
이건 무조건 최고화질로 움짤 쪄서 평생 소장각이다.
연지와 효주, 그리고 친구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2회차 시청을 시작했다. 이런 은혜로운 컨텐츠를 만들어 준 문화재청과 솔라시스템에 108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동시에 이제 [미션 임파서佛>이 한 회차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아쉬웠다.
온라인 반응 역시 모두 비슷했다. 갑작스레 등장한 하이퀄리티 컨텐츠에 만족하지 않는 팬들은 없었다. 심지어 드라마 본편이 끝나자 마자 리얼리티까지 방영해 주니, 착즙할 떡밥이 두 배가 되는 셈이었다.
뒤이어 공개된 [우리는 칠린픽쳐스!> 2화는 멤버들의 경주행 여정을 담고 있었다.
멤버들이 어째서 경주에 가게 되었는지.
갑자기 라이브 방송을 켜고 여장 콘테스트를 한 이유는 무엇인지.
여장을 하고 놀이마당에 가서 줄을 탄 건 대체 무슨 상황이었는지.
지금 이 순간, 군자의 소중한 그곳은 문제가 없는지.
[우리는 칠린픽쳐스!>는 팬들의 궁금증을 친절하게 하나씩 풀어 주었다. 그 과정에서 멤버들 간의 친목이 보여지니 더욱 좋았다.리얼리티 카메라 앞에서 자체 MC 역할을 맡은 것은 현재였다. 대부분의 정보는 현재의 설명을 통해 팬들에게 전달됐다.
[진짜 현재야말로 천재아이돌인드슈ㅠㅠㅠ] [하현재 칠링이들의 스피드왜건 그자체] [이런 맨스플레인이라면 하루종일이라도 듣겠엉] [나 태웅이랑 현수 말쌈하는거 중독됨ㅋㅋㅋㅋ개 유치한데 개꿀잼이얔ㅋㅋㅋㅋ] [맞아 머만 하면 티격태격ㅋㅋㅋㅋ] [근데 또 둘다 선 은근 개잘지킴ㅋㅋㅋㅋ서로 찐으로 기분나쁠 것 같은 말은 안하더랑] [얘네는 동갑즈 말고 노부부즈라고 불러야될듯] [ㅋㅋㅋㅋㅋㅋ노부부즠ㅋㅋㅋㅋㅋㅋ] [애들 다 시끄러운데 유찬이랑 인혁옵만 ㅈㄴ조용하게 고개만 슥슥 돌아가는것도 개웃김ㅋㅋㅋㅋㅋ] [유찬이 막내고 인혁옵이 큰형인데 둘이 행동하는거 개똑같닼ㅋㅋㅋㅋㅋ] [애기똥깨랑 어른똥깨같음ㅋㅋㅋㅋㅋ] [노부부즈에 이어서 똥깨즈임??ㅋㅋㅋㅋㅋㅋ] [군자 줄타기 구경하는 똥깨즈.gif] [ㅋㅋㅋㅋ머리 돌아가는 타이밍 똑같은거봨ㅋㅋㅋㅋㅋ] [유찬이 기럭지가 길어서 인혁옵이랑도 그림이 잘맞넹] [칠린이들 팔수록 대유잼임ㅋㅋㅋ첨엔 현재만 케미왕인줄 알았는데 가만 보면 애들 은근히 서로 친한것같아ㅋㅋㅋㅋ] [일단 애들 결이 다 맞자나ㅋㅋㅋㅋ선하고 착하고] [우리는 칠린픽쳐스!> 2화의 마지막은 군자의 인터뷰 장면이었다. 줄타기를 하고 온 군자에게, 태웅이 넌지시 안위를 물었다.“유군순 씨, 이제는 다시 남자로 돌아오셨는지?”
“그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혹시 아까 가랑이로 밧줄을 받아 내다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신 건 아니신지?”
“후후, 괜찮다. 우리가 혼성 그룹이 될 일은 없으니 안심하거라.”
“에이, 노잼. 난 군순이도 좋은데···.”
‘그것은 무사하다’는 군자의 컨펌에 태웅은 아쉬움을 표했으나 팬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그나저나 군자··· 큰일 난거 아니라 다행이야^^] [ㅋㅋㅋㅋㅋ왜 내가 다행일까??^^] [그냥··· 모르겠네 아무튼 다행인것 같아^^] [임파서불에서 넘 예쁘게 나와서··· 정말 그게 없어졌는줄 알았지 모야^^] [하지만 울 군순이 그냥 예쁜거였고]화보 같았던 1화에 이어, 본격적으로 액션이 들어간 2화의 반응은 더욱 폭발적이었다.
[미션 임파서佛>은 단 2개의 동영상만으로 지금까지 문화재청에서 업로드한 모든 영상 조회수의 합계를 뛰어넘어 버렸다.반면 1화가 업로드되던 시점까지도 ‘억까’를 시전하던 안티들의 본진은 고요하기 그지없었다. 오죽하면 비난글을 올리는 안티보다 안티를 조롱하는 안티-안티들이 더욱 많을 정도로.
[돈독이 올랐네 어쩌네 하던 억까들 다 어디로 숨었음??ㅋㅋㅋㅋㅋㅋ]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있나밬ㅋㅋㅋㅋㅋ] [돈독이 댄댄히 올랫대걔~] [ㅋㅋㅋㅋㅋ근데 돈독 올랐어도 이정도 퀄 뽑아냈으면 인정해줘야 되는거 아냐? CG 떡칠 폰겜 광고 찍고 모델비 꿀꺽하는게 진짜 돈독이지] [맞음ㅋㅋㅋㅋ짖는거 안티들뿐이야] [ㅋㅋㅋ여기도 칠순이 ㅁㅊㄴ들이 점거했네] [ㄴ오 벌레 한명 등장! 반가워!] [얘기댸 칠수니 미친냰들이 잼개했냬~] [진짜 아육시때부터 머릿수 믿고 나대는거 극혐인것만 알아ㅋㅋㅋ] [ㄴ아무리 극혐이어도 종일 키보드 잡고 억까거리나 찾는 시궁창인생보다 극혐일까?] [ㄴ진짜 애잔해ㅠㅠㅠ안티들이 칠린 컨텐츠 더 열심히 찾아볼듯 어떻게든 트집잡을라고ㅠㅠ] [벌레들 기어나왔다가 집단린치 당하는거 봨ㅋㅋㅋㅋ] [처맞고 트위티 알계로 쒸익쒸익 음침하게 씨부렁댈 예정] [ㅋㅋㅋㅋㅋ그려진다 그려져 ㅋㅋㅋㅋㅋ]이제 [미션 임파서佛>과 [우리는 칠린픽쳐스!>의 남은 회차는 각각 한 개.
최초공개 시간을 기다리며 모든 팬들은 같은 감정을 공유했다.
빨리 3화를 보고 싶은 마음, 동시에 이 시리즈가 끝나 버린다는 안타까움.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 마침내 3화 공개 시간이 다가왔다. 연지와 효주를 비롯한 모든 팬들은 숨을 죽인 채 화면 앞에 착석해 있었다.
3화는 시작부터 숨가쁘게 진행됐다.
스르릉—.
아사녀에게 참격을 날린 광목천의 환도가 금속음을 내며 다시 칼집으로 들어갔다.
초승달 같이 빛나던 칼날이 사라졌으나 아사녀는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싸움 중에 납도(納刀)하였다는 것은 곧 발도술로 공격해 올 것이라는 의미.
순간 누각 위의 신형이 사라졌다가 아사녀의 앞에 퍼뜩 나타났다.
“—!!”
목덜미 오른쪽을 노린 초신속의 발도술.
카아아아앙—!!
다시 한번, 참마선이 광목천의 칼날을 방어해 냈다.
카아앙, 카앙, 카아아아아앙—.
이어지는 광목천의 연속 공격. 삼절곤의 승려도 만만찮았지만 그와 차원이 다른 압박감이었다.
두 무기가 부딪힐 때마다 귀를 찢을 듯한 파열음이 울려퍼졌다. 한 발짝, 또 한 발짝, 아사녀가 물러설 때마다 기왓장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크윽···!”
공격을 받아내면서도 아사녀는 광목천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번뜩이는 눈은 공격의 궤적을 추적했으며, 두 팔은 민첩하게 무기를 바꾸어 쥐며 다음 동작에 대비했다.
카아아아아앗—.
순간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참마선을 넘긴 아사녀가 광목천의 참격을 옆으로 빗겨 받아냈다. 절묘한 흘리기, 순간 광목천의 몸이 기우뚱하는 것을 아사녀는 놓치지 않았다.
퍼어어억, 쩌어어어어어억—!!
앞발로 명치를 올려친 뒤,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부채 손잡이 부분으로 관자놀이를 후려갈겼다.
통렬한 타격음과 함께 광목천의 안면을 감싸고 있던 복면이 찢어졌다.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이는 광목천 유찬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자, 효주를 비롯한 유찬의 팬들이 내적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 유찬아···.”
그러나 광목천 아사녀의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카아앙, 카앙, 퍼버벅, 퍼어어어어어억—!!
환도가 아사녀의 급소를 노리면 쥘부채가 급소를 절묘하게 방어하며 역공세를 취했다.
쥘부채의 날선 끄트머리가 광목천의 몸에 닿기 직전, 환도는 순식간에 공격을 막아 내며 마찰 불꽃을 만들어 냈다.
빈틈이 생길 때마다 들어가는 아사녀의 발차기 공격, 그러나 광목천도 지지 않으며 팔굽으로 아사녀의 안면을 후려갈겼다. 이마에선 피가 뚝뚝 흘렀으나 두 사람은 한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미쳤어···.”
“···이게 진짜 군자랑 유찬이라고?”
숨막히는 공방이 이어지던 중, 밟고 있던 기왓장이 미끄러지며 순간 아사녀가 무게중심을 잃었다.
기우뚱—.
광목천은 그 새를 놓치지 않으며 아사녀의 정수리에 검격을 내리쳤다. 정말 아사녀의 머리를 두 동강 내기라도 할 기세로.
그러나 아사녀의 왼손이 그 칼날을 그대로 붙잡아 버렸다.
“크으으으···.”
액션에 한껏 몰입한 군자에게 발연기 같은 것은 없었다. 투쟁심으로 불타는 군자의 눈동자에 당황한 광목천의 표정이 비쳐 보였다.
“···이제 난 가야 한다.”
카아아아아아앙—!!
광목천의 칼날을 쥔 채, 아사녀가 쥘부채로 그 칼날의 중앙을 양단했다. 엄청난 금속성의 파열음과 함께, 광목천의 유일한 무기였던 환도가 두동강 나 버렸다.
“!”
퍼버버벅,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억—!!
순간 당황한 광목천의 안면을 연타하는 아사녀의 쥘부채 손잡이. 마지막은 통렬한 상단 뒤돌려차기가 광목천의 관자놀이를 후려갈겼다.
“끄으으···.”
아사녀는 쓰러진 광목천의 얼굴을 슬쩍 내려다 보았다. 눈물을 머금은 그의 얼굴은 채 스물도 되지 않은 것처럼 앳되어 보였다.
“···저 어린 것이···.”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지옥참마선은 광목천의 목숨을 끊지 않았다. 피를 슥슥 닦아 낸 뒤, 낭군을 만나기 위해 다시 한번 발걸음을 옮기는 아사녀였다. 이제 그녀를 막을 수 있는 이는 없어 보였다.
그러나.
“잠깐만—!!”
등 뒤에서 귀에 익은 앙칼진 목소리가 아사녀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뒤를 돌아보니, 보랏빛 머리의 파계승이 광목천의 머리에 단도를 겨누고 있었다.
“발걸음을 멈추시오!”
“···.”
“한 발자국이라도 더 간다면 이 자의 목숨을 끊을 것이니!”
순간 아사녀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격한 싸움 때문일까, 감각이 둔해져 파계승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다. 아사녀가 파계승의 목소리를 들었을 땐, 이미 파계승이 광목천을 인질로 잡은 뒤였다.
“살수 치고는 마음이 약하구려. 사생결단(死生決斷)을 낸 자의 목숨을 살려 두다니.”
“···.”
“그 유약함이 당신의 발목을 잡은 거요.”
광목천의 목에 칼날을 겨누며 파계승 정무는 비열하게 웃었다. 아사녀와 모든 시청자들을 동시에 분노케 할 만한 비열함이었다.
미숙했구나. 속으로 되뇌며 아사녀가 입술을 짓씹었다. 낭군을 만나러 왔으나, 저 소년이 죽는 것을 나몰라라 할 수도 없었다.
그런 아사녀의 심정을 알고 있다는 듯, 파계승 정무의 미소는 갈수록 비열해졌다.
“당장 무기를 내려놓고, 발걸음을 돌리지 않는다면···.”
그 때였다.
퍼어어어어어억—!!
어디선가 날아온 커다란 보따리가 파계승 정무의 보라색 머리통을 절묘하게 후려갈겼다.
#136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