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36)
#136
익숙한 로고
결정적인 순간에 난데없는 보따리의 습격.
“크으윽···!”
파계승 정무의 몸이 순간적으로 기우뚱했다. 낮에는 보따리장사꾼, 밤에는 삼한정보국 정보원으로 활동하는 보부상 현재의 보따리였다.
파계승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이, 호리호리한 신형 하나가 불쑥 튀어올라 그의 손에서 단검을 냅다 낚아챘다.
“마님! 여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현돌아!”
“걱정 말고, 빨리 가세요!”
이번에 가세한 것은 담장 밖에서 아사녀를 기다리던 현돌이었다. 비록 비전투원인 현재, 약골 현수였으나 둘은 힘을 합하여 파계승 정무를 막아 낼 생각 같아 보였다.
“···.”
“빨리 가시오! 주지가 아사달을 빼돌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마님! 저희 한번 믿어 주십쇼!”
현재의 외침에 아사녀는 입술을 짓씹으며 몸을 돌렸다.
호위병력과 광목천의 패배는 분명 주지에게도 전해졌을 터. 더 늦어지기 전에 이제는 움직여야 했다.
파바바바바밧—.
숨가쁘게 지붕 위를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그곳엔 반쯤 지어진 석가탑이 있을 뿐 석공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주지가 이미 아사달을 빼돌린 것이었다.
“···!”
같은 시각, 아사달과 주지는 작업장을 벗어나 석굴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번쩍이는 대머리 가발을 쓴 태웅이 등장하자 마자 그의 개인 팬들이 장탄식을 내뱉었다.
[아아ㅏㅏㅏ 태웅아·········] [결국 저질러 버렸곸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그 와중에 두상은 참 예뿌다] [승려복 어깨 터질것같은거 봨ㅋㅋㅋㅋㅋ] [불국사ㄴㄴ 헬창사 주지스님이심] [하 그래 태웅이 너가 행복하면 됐어···] [ㅋㅋㅋ그와중에 대사처리 야무지게 하는거봨ㅋㅋㅋㅋ] [존나 재간둥이네진짴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어디를 가는 것입니까.”
“비적이 습격하여 승려들이 떼죽음을 당했습니다. 석공님이라도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셔야 합니다!”
“비적? 이 불국사에 말입니까?”
“예. 그 잡스러운 계집이···.”
“비적이 여자입니까?”
“아, 아닙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주지는 애써 웃으며 말을 돌렸지만 아사달은 그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여자가 불국사의 호위병력을 모두 물리쳤다니.
“···여성이라···.”
그가 아는 한, 그 정도의 힘을 가진 여성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집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니 어쩐지 등골이 오싹해지는 아사달이었다.
“죄송하지만 그 비적을 만나 볼 수는···.”
“무, 무, 무슨 소리십니까!”
“안 되겠습니까?”
“만약 비적이 석공님을 해치기라도 하면 어떡합니까. 목숨도 목숨이지만, 아직 작업이 한창이지 않습니까. 불자들은 죽어 열반에 든다지만, 짓지 못한 석가탑은 영원히 돌덩이에 불과할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책임감을 가지십시오, 석공니임! 재상께서 지켜보고 계십니다아!”
오두방정을 떨며 아사달을 저지한 주지는 황급히 석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석굴까지는 거리가 좀 되지만, 일단 그 안까지만 이동하면 아사녀의 추적을 피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 때문이었다.
주지와 아사달, 두 사람은 무사히 불국사 내부를 빠져나와 야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산길에 들어가니 사방이 어두컴컴했으며, 보이는 것은 오로지 보름달빛 뿐이었다.
산세가 깊어질수록 주지는 쾌재를 불렀다.
‘됐다!’
주지야 눈 감고도 야산을 오르내릴 수 있을 만큼 이 곳 지리에 익숙하지만 아사녀는 달랐다. 이 야산 속에서 아사녀가 아사달을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아사녀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만약 주지가 아사달을 데리고 야산으로 들어갔다면, 아사녀가 그를 찾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아사달이 아사녀를 찾을 수 있게 한다면?
마침 주지의 머리통처럼 빛나는 보름달이 뜬 밤이었다. 무언가가 퍼뜩 떠오른 아사녀가 산등성이를 달리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바밧—!!
순식간에 커다란 화강암 덩어리를 밟고 올랐다. 그 위에 선 아름드리 나무의 줄기를 발판 삼아, 달에 닿기라도 할 듯 몸을 날렸다.
그 몸의 윤곽이 보름달에 겹친 순간, 아사녀는 긴 머리를 묶고 있던 비단 띠를 풀어헤쳤다.
차라락—.
풀어진 머리칼이 월광을 밫아 흑진주처럼 빛난 순간.
오로지 보름달빛에만 의존하여 산길을 걷던 주지와 아사달의 눈에도 달에 비친 인영(人影)이 퍼뜩 들어왔다.
“!”
“어, 저, 저것은···.”
주지는 당황하며 말을 얼버무렸으나 아사달은 알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이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가, 갑시다! 비적이 벌써 추격해 왔나 봅니다!”
사랑 가득했던 아사달의 눈이 주지를 향하자 무섭도록 형형하게 빛났다. 이제 아사달은 모든 걸 알아챈 것 같았다.
“당신, 비적의 정체를 알고 있었군.”
“···그것이···.”
“그걸 알고도 내 아내를 잡스러운 계집이라 했고.”
“자, 잠깐···!”
주지는 무언가를 말하려 했지만 아사달은 변명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마치 커다란 돌덩이를 들듯 주지를 번쩍 들어올린 아사달은, 버둥거리는 주지를 두꺼운 나뭇가지에 걸어 버렸다.
“사, 살려 줘!”
“부처님께 열심히 기도드려 봐. 난 용서 못 했지만, 자비로우신 부처님은 다를지도 모르니까.”
“나, 난 부처 같은 거 안 믿는단 말이야!”
“그거 안 됐네.”
“가, 가지 마! 살려 달라고!”
가짜 주지의 고함에도 불구하고 아사달은 산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목표는 오직 하나, 아내 아사녀를 만나는 것.
아사녀 역시 아사달을 향해 달렸다. 가까워지는 발소리가 서로의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었지만 부부는 서로를 느낄 수 있었다.
“!”
“···여보!”
정상에 올라선 아사달과 아사녀가 마침내 서로를 마주했다.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보고 싶었습니다.”
어느새 나타난 보따리장사꾼 현재는, 먼 발치에서 그 감동적인 재회를 지켜보며 미소짓고 있었다.
현재의 나레이션, 애틋한 동양풍 엔딩OST와 함께 함께 크레딧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렇게 금슬 좋은 두 부부는 다시 만나게 되었고.] [안정을 찾은 아사달은, 다시 돌아온 진짜 주지스님과 함께 석가탑을 완성시켰습니다.] [두 사람의 사랑 덕분에,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은 도둑맞지 않은 채 석가탑에 고이 보관될 수 있었지요.]나레이션이 끝나자 화면이 천천히 페이드아웃됐다. 그냥 문화재청 홍보 컨텐츠일 뿐인데, 벌써 수많은 팬들의 콧잔등이 시큰해졌다.
함께 모여 [미션 임파서佛> 마지막회를 감상하던 연지와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모두 다른 이유로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어떡해, 군자 너무 예뻐···.”
“유찬이 표정이 넘 슬펐어···.”
“태웅이는 진짜 빡빡이 모습만 나오는 거야···?”
[미션 임파서佛>은 쿠키 영상까지 알차게 준비되어 있었다. 쿠키 영상엔 7IN 완전체에 정무까지 등장했다.이제 본체로 돌아온 그들은 아사달 설화와 석가탑, 그리고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의 역사적 의의와 문화재로서의 가치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그렇게 3부작 영상은 깔끔하게 완결됐지만 팬들의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ㅠㅠㅠ나진짜 지금 몇번째 돌려보는지 모르겠어ㅠㅠㅠㅠ] [나도··· 하 무슨 홍보컨텐츠를 이렇게 아름답게 찍었지?] [군순이랑 혁이옵이랑 포옹할때 나도 심장터질뻔] [군자가 넘넌먼머넘넘 예뻐서 위화감이 1도 없더라유ㅠㅠㅠ] [하 진짜 역사공부 이렇게 했으면 국사 무조건 1등급 맞았을텐데 대한민국 교육계 뭐하고있는거야] [ㅁㅈㅁㅈ너무 재미있는 역사공부였어] [이렇게 배우는 역사라면 햄복하지] [근데 가성비 안좋긴하닼ㅋㅋㅋ석가탑 하나 가르치는데 얼마를 쓴거얔ㅋㅋㅋㅋㅋ] [그래도 영원히 안 잊을 것 같은뎅ㅎㅎㅎ] [와ㅏㅏ 영상 조회수봐;; 미쳤엉] [진짜 우리 칠린이들 월클길 걷는듯ㅠㅠㅠ가슴벅찬다] [OST 정발 안 해주나요ㅠㅠㅠㅠ] [마자마자 이거 무조건 발매해줘야댐] [마지막 오스트 보컬 군자맞지? 동양풍 애절노래 진짜 개취저야ㅠㅠㅠㅠ]이어서 방영된 [우리는 칠린픽쳐스!> 3화에선 본편 촬영 과정이 담겼다.
일곱 멤버 중 유일하게 본편 배역이 없었던 현시우지만, 연출 과정에선 누구보다 현시우의 존재감이 더 강하게 드러났다.
그 동안 항상 실없이 웃기만 하던 종이인형 현시우가, 현장에서는 냉철하고 똑 부러지는 프로다운 모습을 보이니 그의 개인 팬들은 환호해 마지않았다.
군자와 유찬의 검투 씬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메이킹 과정도 세세하게 보여졌다.
매 검투 씬이 끝날 때마다 군자에겐 지현수가 쪼르르 달려가 그를 보필했고.
“마님! 마니임! 안 다치셨어요? 힘든 것은 없으시고?”
“현수야. 카메라 도는 것도 아닌데 굳이 그런 말투는 왜 쓰느냐.”
“아, 그러게? 나 어째 이 말투가 더 편한 것 같다. 어쩌면 나 전생에 네 노비 아니었을까?”
“하하, 그럴 리 없다. 우리 집 노비는 너보다 훨씬 더 건장했단다.”
“뭐? 집에 노비가 있었어?”
유찬에겐 차인혁이 성큼성큼 걸어가 그를 살뜰히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유찬아.”
“···네, 네 형···.”
“괜찮아? 물 좀 마셔라.”
“···가, 감사해요···.”
“내 와이프 때문에 힘들지.”
“···네?”
“아사녀 말이다.”
“···혀, 형, 완전 과몰입 하셨네요···.”
[미션 임파서佛>과 달리, [우리는 칠린픽쳐스!>는 리얼한 현장에서 나오는 깨알 같은 재미와 케미로 가득했다. [아니 여기 진짜 리얼리티 맛집이넼ㅋㅋㅋ] [이제 의무적으로 분기마다 하나씩 리얼리티 내주세요] [어디 멀리 안 가도 되고 공포체험 안해도 되고 물놀이 안가도 되뮤ㅠㅠㅠ그냥 숙소에서 노닥노닥 하는거라도 찍어주세요···] [케미만 봐도 배부를것 같아 제발 솔라시스템 지금도 열일하는거 아는데 조금만 더 일해줘] [난 군자가 현수한테 부둥부둥 받는거 은근 자연스러운게 넘웃김ㅋㅋㅋㅋ진짜 양반태생같앜ㅋㅋㅋㅋ] [똥깨즈 투샷 다 모아봣음.gif] [노부부즈 스크립트 따는데 진짜 1분을 안 쉬고 싸운닼ㅋㅋㅋㅋ] [걔네 개웃교 MBTI도 완전 정반대일덧] [맞는거 1도 없는데 그냥 동갑이고 나쁜놈은 아니니까 무심하게 친하게 지내는것도 개귀여움ㅋㅋㅋ] [시우도 이번에 완전 다시봄ㅋㅋㅋ초능력캐였자너] [ㅁㅈㅁㅈ 연출할때 웃음기 싹빼는거 ㄹㅇ치임] [하 진자 이제 임파서불 끝나고 칠픽도 끝났는데 머 보고 살아?ㅠㅠㅠ] [빨리 컴백했음 좋겠는데 또 넘 열일해서 피곤한건 싫구 복-잡] [무튼 이번영상 다 대박나고 문화재청이랑도 잘돼서 넘좋아ㅠㅠㅠ담에도 다른 문화재 소개해줘! 나 역사공부 열시미 하기루 했어 :)] [군순이 시집가기전에 성공해야한다]쏟아지는 반응, 폭주하는 조회수를 보며 솔라시스템의 서은우 팀장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역시 이번에도 군자의 의견이 곧 진리였다.
무슨 광고를 찍고 싶냐는 질문에 ‘문화재’리고 대답하다니. 아직도 그 선량하고 순수한 얼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기획 단계에서 생각보다 몸집이 커져 버린 프로젝트였으나, 결과적으로 투자비용을 몇 배는 뛰어넘는 수익을 거뒀다.
평범한 상업 광고를 찍었다면 결코 이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없었겠지.
세상에 이런 복덩이들이 또 어디 있을까.
7IN의 최측근으로서,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서은우 팀장이었다.
그렇게 입술을 앙다문 채 메일함을 정리하고 있는데, 문득 영어로 된 컨택 메일 하나가 눈에 스윽 들어왔다.
해외 서비스 구독 메일인가 싶었으나, 내용을 열어 보니 비즈니스적인 접촉이었다.
“흐음-.”
발송자는 제레미 웨스트, 서은우 팀장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내용은 그다지 길지 않았다.
7IN이 데뷔한 순간부터 팬으로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언젠가 협업하기를 항상 기대해 왔다.
특히 이번 웹 시리즈에서의 액션과 비주얼에서 엄청난 인상을 받았다.
해당 영상의 주연 ‘유군자’를, 우리의 차기 시리즈의 캐스팅 후보로 고민 중이다.
빠른 시일 내에 미팅을 가졌으면 좋겠다.
캐스팅 디렉터, 제레미 웨스트로부터.
서은우 팀장의 시선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메일 가장 아래의 서명에는, 너무나도 익숙한 빨간 레터박스 안의 영어 로고가 삽입되어 있었다.
특히 히어로 영화의 오프닝에서 너무나도 많이 보았던 ‘그 로고’를 확인한 순간.
“···이럴 수가···.”
짜릿한 전율이 서은우 팀장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