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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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그건 안 될 말이오
“탐 크루즈 형은 안 나오긴 하는데···.”
“그래? 후으우음-.”
탐 크루즈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군자의 시큰둥한 표정이 한층 더 시큰둥해졌다.
마벨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마벨 영화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탐구루주 형님 정도는 나와 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와, 시큰둥한 거 실화야?”
“아까 사군자 병풍 앞에선 그렇게 생태 같던 눈알이···.”
“지금은 동태가 돼 버렸네여.”
“뭐 이딴 놈이 있어?”
“역시 우리 군자, 그릇 큰 거 봐라.”
당황하기는 서은우 팀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젊은 아티스트 중 마벨 스튜디오 작품 출연을 기피하는 이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 서은우 팀장이었다.
그렇기에 약간은 시기상조라 생각했음에도 군자에게 이 제안이 들어왔음을 전했다. 회사로서는 한참 더 그룹활동을 해야 이득이 되는 타이밍이었지만, 그냥 고사하기에는 군자 개인에게 너무도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시큰둥한 반응이라니. 혹시 마벨 스튜디오의 위상이나 업적을 잘 모르는 것 아닐까?
“···어쨌거나 미팅은 사흘 뒤, 명절 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유군자 씨, 그 때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네.”
회의 시간이 끝난 뒤엔 모두 쿠킹 스튜디오로 이동해 추석 음식 만들기 제이라이브를 진행했다.
모처럼 고열량의 음식을 듬뿍 먹은 덕분인지, 멤버들의 볼은 한껏 빵실하게 부풀어 올랐다.
[ㅋㅋㅋㅋ다들 겨울잠 자기 직전 햄스터 같아] [현수 오랜만에 토실토실한거 보니까 좋당] [추석연휴 잘보내구와!! 푹 쉬어야 돼!!] [집 가서도 일하는거 아니겠지ㅠㅠㅠㅠ] [유찬이는 집에서도 전 부치고 동그랑땡 만들것 같아···] [웅아 아까는 식단 해야된다고 투덜대더니 입가에 잡채 묻은거 실화니] [군자 송편 만든거봐ㅠㅠㅠㅠㅠ귀엽] [송편도 꼭 자기 눈웃음처럼 만드네] [맞앜ㅋㅋㅋㅋ딱 반달모양] [애두라 진짜 푸우우우욱 쉬고 와야돼!! 사랑해!!]푸짐했던 쿡방이 끝난 뒤, 멤버들은 본격적으로 군자를 채근하기 시작했다. 제이라이브 중에는 마벨의 ‘마’자도 꺼내면 안됐기에 방송 종료와 동시에 입이 터진 것이다.
“군자야, 군자야아아-.”
“으윽··· 놓고 말해라, 놓고.”
“너 진짜 마벨 영화 안 할 거야?”
“제대로 된 제안도 아니고, 그냥 회의일 뿐 아닌가.”
“그래도오! 캐디가 여기까지 직접 온다는데, 뭔가 있으니까 오는 거겠지!”
“···구, 군자 형··· 정말 헐리우드 가는 거예요?”
“헐리우두(歇吏愚頭, 노는 관리와 어리석은 우두머리)? 것 참 몹쓸 말이로구나.”
“진짜 얜 뭔 소리를 하는 거냐. 아무튼 마벨이라고, 마벨. 전 세계 젊은 연예인들의 선망의 대상!”
“허허, 젊은 친구들이 그 마벨이라는 것을 좋아하나 보구나.”
“너도 젊은 친구야 임마!”
동료들이 열심히 군자를 설득했지만 군자는 여전히 별 감흥이 없어 보였다.
“난 마벨 영화를 잘 모른다. 무엇보다, 그 길을 선택하게 된다면 나 혼자 이역만리 타향길을 떠나야 하는 것 아닌가.”
“뭐, 촬영 시작하면 그렇게 되겠지?”
“그런 삶은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너희와 떨어지는 것은 싫구나.”
“어?”
“처음으로 얻은 동료이자 친우들이거늘···.”
“···그, 그런 말을···.”
“좋은 일이든 슬픈 일이든, 모두가 함께해야 행복하지 않겠느냐.”
설득에 열을 올리던 태웅까지 숙연해졌다. 현수는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군자의 손을 덥석 잡았고, 인혁 역시 시큰둥해진 콧잔등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슨 저런 말을 하냐, 쟤는···.”
“···저, 저 감동 받았어요···.”
“나 진짜 눈물 날 것 같네. 군자야, 한번만 안아 봐도 되니.”
“하하, 현수 너는 다 좋은데 가끔 너무 느끼하다.”
모두 꼭 끌어안은 와중에도 태웅은 군자에게 당부의 말을 건넸다. 그래도 마벨과 일할 기회는 쉽게 오는 것이 아니라고. 꼭 진지하게 생각해 보라고.
“부모님께도 한번 상담 드려 봐.”
“부모님이라··· 그래, 알았다.”
연휴 첫 날을 그렇게 보낸 뒤, 오랜만에 본가를 찾은 군자였다. 부모님은 언제나처럼 반갑게 군자를 맞아 주셨다.
“어머님, 아버님, 소자 돌아왔습니다.”
“군자야아아—.”
“아니, 어떻게 볼 때마다 잘생겨지니.”
동료들과 함께하는 숙소도 좋지만, 본가에는 또다른 편안함이 있었다. 모처럼 찾은 본가였으나 군자는 보금자리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음식 많이 준비해 놨는데!”
“맞다, 혹시 식단 중이니? 마음껏 못 먹는 거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럴 땐 상태창을 통해 얻은 ‘먹어도 살 안 찌는 체질’ 보상이 참으로 고마웠다. 열량 높은 명절 음식을 양껏 먹어도 군자의 몸매가 망가지는 일은 없었다.
그렇게 밥그릇을 두 번이나 비운 뒤.
“어머님, 아버님.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고민?”
“뭔데? 뭐든 말해 봐.”
군자는 부모님께도 고민을 털어 놓았다. 마벨의 제안에 관한 것이었다.
“물론 아직까지 담당자를 만나지도 않았기에 고민은 시기상조일지도 모릅니다만···.”
“아냐, 아냐. 당연히 고민할 수 있지.”
“일단 너무 너무 축하한다, 군자야. 마벨이라면 정말 큰 회사잖아!”
부모님은 군자를 아낌없이 축하해 주셨다. 그러나 딱히 ‘이 길로 가라’는 조언을 해 주실 생각은 없어 보였다.
“소자, 어떻게 해야 할지···.”
“글쎄에, 엄마는 모르겠는데.”
“예?”
“아빠도 모르겠다. 오히려 군자 네 선택이 기대가 되는데?”
“그, 그게 무슨···.”
“항상 말해 왔지만,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는 널 존중하고 지지할 거야. 물론 모든 선택이 쉽진 않겠지만, 중요한 건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스스로 깨닫는 거야. 우리 의견이 뭐가 중요하겠니.”
“그래도 헷갈릴 수는 있으니, 아빠 의견을 좀 보태자면··· 군자 넌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것 같은데?”
“소, 소자가 말씀이십니까?”
“응. 군자 네가 마벨 스튜디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어쩐지 시큰둥해 보여서.”
“아···.”
“반대로, 친구들이랑 춤 추고 노래한 얘기 할 때는 그렇게 즐거워 보일 수가 없었거든.”
“!”
정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과거엔 숙부 유형원이 군자의 삶을 결정해 왔다. 그러니 군자 본인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었고, 생각한다 해도 자괴감만 들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부모님은 달랐다. 부모님은 그저 군자의 행복을 바랄 뿐이었다. 부모님은 많은 말씀을 하시지 않았으나, 군자는 머릿속이 맑아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감사합니다, 이제 정리가 조금 된 것 같습니다.”
“그래? 어떻게, 결정은 내렸니?”
“우선, 그 헐리우두 분들을 좀 만나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 * *
연휴가 끝난 뒤, 솔라시스템 대회의실.
낯선 외국인 남녀가 상기된 표정으로 손바닥을 비비며 앉아 있었다.
남자 쪽이 캐스팅 디렉터 제레미 웨스트, 여자는 마벨 코믹스 원작자이자 마벨 시네마 스튜디오 각본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작가 사라 오코너였다.
맞은편엔 군자와 서은우 팀장, 그리고 통역사가 자리했다.
마음을 다잡고 온 군자였으나, 막상 서양인들을 대면하니 조금은 긴장이 되는 군자였다. 모두 벽안과 금발을 가지고 있구나. 저 입에서는 우리의 것과 다른 언어가 나오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 먼저 입을 연 것은 마벨에서 온 손님들 쪽이었다.
“안뇽하쉽니까, 나으뤼.”
“!”
“예이, 예이, 예이를 갖추워, 인사 드립뉘드아.”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한국식 목례. 거기에 선비 같은 말투와 군자의 프리스타일 랩까지 인용한, 군자를 위해 한껏 준비한 인사법이었다.
낯선 서양인들의 익숙한 인사에 군자마저 깜짝 놀랐다. 그들이 진정 군자를 설득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음을 알 수 있는 순간이었다.
성의 가득한 인사를 마친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군자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우리 마벨 스튜디오의 모두가 유군자 씨의 영상을 보고 감명받았습니다. 짧은 분량의 웹드라마였지만, 유군자 씨의 존재감과 에너지가 엄청나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특히 강렬하면서도 동양적인 무브를 보여준다는 것이 굉장히 인상깊었습니다.”
제레미 웨스트가 포문을 열자 사라 오코너도 꼭 한 마디 해야겠다는 듯이 덧붙였다. 상기된 사라 오코너의 표정을 보곤, 제레미 웨스트가 웃으며 말을 이어 갔다.
“우리 원작자, 사라가 정말로 유군자 씨를 보고 싶어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우리가 해야죠.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우리는 유군자 씨를 차기 마벨 시리즈의 캐릭터로 캐스팅하고 싶습니다. 메일에선 논의 단계라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렸습니다만, 이미 수뇌부에서도 좋은 피드백이 오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말씀은···.”
“네. 유군자 씨만 동의하신다면, 그리고 소속사 측의 허락만 있다면 유군자 씨는 헐리우드로 가서 차기 마벨 시리즈를 촬영하게 됩니다. 조건은 더욱 자세하게 설명드릴 예정입니다만, 장담하건대 그 어떤 제작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일 겁니다.”
마벨 스튜디오 측은 솔라시스템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고 적극적이었다.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아직 제 연기 수준과 외국어 수준이 미미하여 민폐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에겐 단기간 안에 유군자 씨의 연기력을 끌어올릴 만한 플랜이 있습니다.”
“어떤···.”
“유군자 씨는 표현력이 부족한 것이 아닙니다. 무대 위에서는 충분히 다이나믹한 표현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만 그 표현력을 매체 연기라는 방식으로 풀어냄에 있어서 아직 어색함을 느끼고 있을 뿐이지요.”
“그렇군요.”
“약간의 전문적인 트레이닝만 받으면 충분히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언어 문제 또한 해결 가능합니다. 유군자 씨가 맡을 캐릭터의 대사량이 애초에 많지 않고, 현장에서의 소통은 전문 통역사 혹은 인공지능 통역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요. 만약 유군자 씨가 우리와 함께한다면, 영어가 가능한 한국인 스태프의 수를 늘려 소통의 원활함을 도울 겁니다.”
“흐음···.”
“K-POP 아이돌 활동 공백기가 생긴다는 문제점 역시 인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쉬움이 없진 않겠습니다만, 마벨 시리즈에 출연했다는 것은 분명 아이돌 활동을 함에 있어서도 큰 메리트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마벨과의 협업을 계기로, 미국 시장에 한 발 더 빠르게 진출할 수도 있고요.”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군자였으나, 제레미 웨스트의 진심 어린 설득을 들으며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 군자였다.
무엇보다 7IN의 서양 시장 진출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그 정도의 부가가치가 있다면, 동료들과 잠시 떨어져 있다고 해도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그것부터 들어 볼까.
“그렇다면 제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되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군자의 질문에, 이번에는 각본가인 사라 오코너가 나섰다.
“물론입니다. 유군자 씨는 한국인 빌런 ‘홍시’ 역할을 맡게 됩니다.”
“홍시?”
“가난한 자들의 구역에서 태어나 생존을 위해 무예를 익힌 홍시는, 절망 뿐인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썩어빠진 지도자들을 모조리 잘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 지도자들을 잘라 낸다고요?”
“예. 홍시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강력한 무력을 통해 반란군의 수장이 됩니다.”
“!?”
“그 반란군 세력을 이용하여 국가의 식량 창고를 털고.”
“—!?”
“부패한 관료들을 매수하여 왕의 정보를 훔쳐 내며.”
“——!?!?”
“끝내는 왕권을 찬탈하여 스스로 지도자가 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
사라 오코너의 설명을 들으며 군자의 얼굴이 점점 파랗게 질려 갔다.
“나, 나에게···.”
“홍시는 강력한 존재감을 가진 인기 캐릭터로, 헐리우드 본토에서도 수많은 배우들이 노리고 있는-.”
“나에게 역성혁명을 일으키라는 말인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