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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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생겼는데 노래까지 잘하면 반칙
군자가 한 발짝 앞으로 나서자, 모든 참가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 몰렸다. 다른 참가자들이 노래를 부를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선비남이다.’
‘나 쟤 노래하는 거 처음 봐.’
‘잘 하려나?’
‘저렇게 생겼는데 노래도 잘하면 반칙 아니냐.’
‘노래도 막 민요처럼 하는 거 아님?’
‘그러면 졸라 웃기긴 하겠다.’
모두가 그의 노래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했다. 프로그램이 시작하기 전부터 언급되며 화제를 모은 것은 군자 밖에 없었으니까.
비록 스쳐 지나간 정도의 화제였으나, 인지도가 곧 생존 수단인 참가자들에겐 그만한 화제도 절실했다.
‘노래는 좀 못 했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트레이너 장민혁은 이미 군자의 노래 실력을 알고 있었다.
군자, 노래 겁나 잘 하지.
본인의 스타일대로 노래를 부르는 군자에겐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다.
동양적인 민요 풍의 가창은, 오히려 군자가 장민혁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아이돌로 활동하면서도 같은 보컬 스타일을 유지할 수는 없다.
우선 ‘포맷’이 가능한지 보아야 한다.
보컬 포맷, 즉 모든 스타일을 버리고 백지 상태의 보컬로 돌아가는 것. 그게 가능하다면, 유군자는 그 어떤 스타일로도 진화가 가능한 완벽한 메인보컬이 될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잘하는 보컬일수록, 본인의 스타일을 빼고 백지 상태로 노래를 부르기 쉽지 않으니까.
“선생님, 강녕··· 아니, 안녕하세요.”
노래를 부르기 전, 군자가 고개를 90도로 꾸벅 숙인다. 그 모습을 보며 장민혁은 괜히 흡족하게 웃었다. 지난번에도 느꼈지만 인사 참 잘한다.
본인이 꼰대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예의바른 참가자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제 노래만 깔끔하게 잘하면 되는데.
완벽함은 바라지 않는다. 그냥 가능성 정도만 보여주어도 비판보단 칭찬을 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군자가 입을 벌리고 노래를 시작한 순간.
“지금부터 Play your Fantasy-.”
“!”
장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허리를 꼿꼿이 세우며 군자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기술적으로 훌륭한 보컬은 결코 아니었다.
한 음, 한 음 꼭꼭 눌러 부르는, 마치 새하얀 화선지 같은 노래.
다른 참가자들의 표정에 긴장이 살짝 가시는 것이 보였다.
‘노래는 그냥 그렇네.’
‘하긴, 저 얼굴에 노래까지 잘하면 사기지.’
‘목소리는 좋은데.’
‘보컬은 연습 좀 해야겠다.’
그러나 장민혁의 생각은 달랐다.
군자의 보컬을 정의하던 동양풍의 분위기가 깔끔하게 빠져 있었다. 대체 누구에게 트레이닝 받은 것인지 궁금해질 정도로.
분위기를 걷어 내니 군자의 목소리가 더 잘 들렸다. 청량하고 깔끔하지만 동시에 풍부한 공명이 느껴지는 음색. 아이돌의 메인보컬로서 부족함이 없다. 폐활량과 복압도 좋아진 것인지, 노래를 부르며 호흡이 딸린다는 느낌도 전혀 들지 않는다.
‘운동도 열심히 했구나.’
기특한 놈 같으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머리를 쓰담쓰담해 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기특한 건 ‘의지’가 느껴진다는 부분이었다.
본인이 노래를 잘 하든 말든, 아이돌을 하기로 했으니 그에 맞는 보컬 스타일을 다시 배워 나가겠다는 의지. 요즘 이렇게 성실하고 겸손한 녀석도 참 보기 드문데.
어느새 노래를 마친 군자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마무리 인사를 했다. 하현재 때와 같은 박수 세례는 없었지만, 장민혁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군자, 노래 깔끔하게 잘하네?”
“감사합니다.”
“나쁜 습관 많은 것보다, 이렇게 깔끔하게 부르는 게 훨씬 낫지.”
“네, 명심하겠습니다.”
“‘아이돌 보컬’로서는 지난번보다 좋았어.”
“!”
칭찬이 뿌듯하다는 듯 군자 역시 활짝 웃어 보였다. 메인 보컬이 저 비주얼이라니. 데뷔만 하면 아이돌판이 시끄러워질 테다.
“그럼 다음-.”
“저, 트레이너님.”
“음?”
“혹시 단점도 지적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어? 단점?”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장민혁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칭찬을 받고 싶어하지, 지적을 받고 싶어 하진 않으니까.
기껏 칭찬만 해 놨는데 이렇게 먼저 회초리를 달라는 녀석은 또 처음이었다. 그렇게 잘하고 싶은 건가? 정말 얼마나 기특하려고 이러니, 군자야.
장민혁은 한껏 올라간 광대를 애써 내리며 근엄한 표정을 만들었다. 그래도 지적 하는데 실실 웃으면서 할 순 없으니.
“음, 깔끔해서 좋았는데 그만큼 기승전결이 부족한 느낌이었어.”
“···.”
“너무 깔끔하게만 불러 버리면 쉽게 질리거든.”
“아아···.”
“처음부터 끝까지, 강약 조절을 하면서 기승전결을 만들어 줘야 노래가 하나의 이야기가 되겠지. 어때,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네, 알 것 같습니다.”
“그럼 그 부분 더 신경써서 연습해 보자.”
그렇게 피드백을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군자는 아직도 할 말이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트레이너님.”
“응, 군자야.”
“저, 그러면 다시 한 번만 더 불러 봐도 되겠습니까?”
“음? 지금 바로?”
* * *
장민혁 트레이너는 조금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군자의 의지는 분명했다.
다시 노래를 불러 보고 싶었다.
[잔여 포인트 : 1]특별 임무 ‘춤마고우’ 달성의 보상은 1포인트. 상태창의 능력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보상이었다. 이걸 사용한 다음 다시 노래를 부르면 어떻게 될까.
[사용자 : 유군자] [용모 : A-] [노래 : C-] [춤 : C+] [매력 : A]D+ 등급이었던 노래가 C-까지 올라갔다. 이제 장민혁 트레이너의 말이 정확히 무슨 뜻이었는지 알 것 같은 군자였다.
다른 참가자들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이 조의 에이스인 하현재조차, 피드백을 즉각적으로 수용하는 데엔 실패했으니까.
다시 한다고 해도 크게 달라지진 않겠지.
지적 좀 받았다고 그렇게 빠르게 실력이 올라간다고?
그럼 누가 힘들게 트레이닝을 받겠어?
불신 가득한 시선 속에서 군자는 다시 목청을 가다듬었다. 피드백을 준 장민혁조차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시작하겠습니다.”
“응, 해 봐.”
그러나 군자가 다시 노래를 시작하자, 사람들의 분위기는 천천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어?”
여전히 청아하고 꾸밈 없는 목소리. 그러나, 처음과는 분명히 달랐다.
노래 전체를 관통하는 흐름이 생겼다.
때로는 여리게, 또 때로는 강인하게. 기승전결이 형성되니 몰입감이 배가됐다.
‘노래에 서사를 부여한다는 건 이런 느낌이로구나!’
군자는 무릎을 탁 치고 싶은 마음이었다.
따지고 보면, 군자가 부르던 판소리나 민요에도 기승전결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것을 아이돌의 방식으로 가져오는 것이 어려웠을 뿐.
그러나 이번에도 상태창이 그를 도왔다. 가창의 등급이 올라가니, 가르침을 수용하는 것 또한 수월했다.
이제 겨우 C- 등급이지만, 군자는 조금씩 알 것 같았다. 아이돌 보컬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급이 오르면 오를수록, 깨달음의 쾌감도 커져 갈 테다.
참으로 즐겁지 아니한가.
행복감에 절로 미소가 나왔다. 긴장감 같은 것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완전히 노래에 몰입하여 가창을 마치자.
“우와아-!”
“뭐야! 왜 늘었어?”
“이게 된다고?”
이번엔 박수와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처음 가창 때는 없었던 반응이다.
참가자들의 시선은 자연스레 군자와 하현재 사이를 오갔다.
저 하현재조차 장민혁 트레이너의 피드백을 즉각 수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군자는 달랐다. 피드백을 듣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달라진 노래를 선보였다.
“와, 선비 형아 대박이네?”
하현재는 짐짓 태연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며 웃고 있었지만, 군자는 분명히 보았다. 그가 노래를 부르는 내내 굳어 있는 하현재의 표정을.
단순히 향상심 강한 녀석인지, 아니면 질투로 가득 찬 위선자인지. 조금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지만.
일단 지금은 쏟아지는 칭찬을 즐기기로 한 군자였다.
“군자, 대단한데?”
“감사합니다.”
장민혁은 군자가 기특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 웃고 있었다.
“선생님이 학생 편애하면 안 되는데, 이건 너무 기특하네. 어떻게 그렇게 피드백을 바로 흡수할 수 있지?”
솟구치는 입꼬리를 애써 통제하며, 군자는 상태창에게 깊은 감사 인사를 보냈다.
‘창이야, 오늘도 고맙구나.’
그런 감사 인사에 화답하듯, 다시 한번 상태창이 떠오르며 문장을 출력했다.
[특별 임무 ‘스승의 감탄’ 달성.]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 : 1포인트]“!”
여기서 다시 한번 등급을 올릴 수 있는 보상이 주어졌다. 포인트를 써서 노래 실력을 향상시키고, 그 향상시킨 노래 실력으로 다시 포인트를 벌고.
이것이야말로 도랑 치고 가재 잡은 격이 아닌가.
“자,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자. 다들 피드백 받은 내용들 중점으로 연습하고.”
“넵!”
“목 좀 아끼고, 특히 권태웅! 넌 힘 좀 빼.”
“네 알겠슴다!”
“쓰읍, 쟤는 여기가 아니라 육군사관학교를 갔어야···.”
“충성!”
“푸하하, 그래! 다들 고생하고.”
수업이 끝나자 마자, 유찬과 태웅이 군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군자!”
“혀엉-.”
다가와서 어깨를 퍽퍽 때리고, 등짝에 손바닥 세례를 날리고, 양 팔에 매달려서 버둥대고. 이 놈들이 대체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군자였다. 나름의 애정 표현인가?
“어떻게 한 거야아!”
“저도 진짜 놀랐어요.”
어떻게 하긴. 가문에 얽힌 상태창의 저주를 풀었더니 그 뒤부터는 나를 도와주는 축복이 생겼단다. 사실이었지만 군자는 그걸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너희도 곧 실력이 많이 오를 거다.”
동료들은 자신 없는 표정이었으나 군자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저주만 풀 수 있다면 이 두 소년 역시 분명 일취월장할 터.
“정말요?”
“당연하지.”
“이상해, 왜 얘가 하는 말엔 괜히 신뢰가 가지?”
“군자(君子)는 거짓말 안 하니까.”
“으으, 그 3인칭 좀 안 할 수 없냐?”
그렇게 보컬 수업을 마친 뒤, 세 사람은 바로 후미진 연습실로 향했다.
아직 안무를 숙지한 참가자가 적었기에 연습이 불가능했지만, ‘유군자 조’는 상황이 달랐다.
장소와 시간만 주어진다면, 얼마든 연습을 할 수 있었다.
“후우, 잠깐 쉴까요?”
“유찬아, 내일 수업은 소예진 쌤이라고 했지?”
“네 형.”
소예진 트레이너라. 군자도 그녀를 만난 적이 있었다.
일반인 오디션 현장, 모두가 비주얼만으로 군자를 합격시켰지만 유일하게 소예진 트레이너만이 군자의 공연을 보려 했다.
깐깐하고 눈 높은 분이다. 그 눈에 들기 위해선 더 뛰어난 모습을 보여야 하겠지.
“한 번 다시 맞춰 볼까?”
“좋아, 죽을 때까지 해 보자!”
“으으··· 형들, 저 죽을 것 같은데···.”
* * *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친 뒤, 마침내 맞이한 소예진 트레이너의 댄스 클래스.
“쟤네 뭐야?”
춤을 추는 군자, 유찬, 태웅을 보며 소예진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어떻게 한 건데?”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