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50)
#150
Damn!
갑자기 등장한 왕족이 갑질을 시작했으나 귀족들은 반격할 수 없었다.
애초에 그들이 노예를 부려먹으려 한 것도 신분제에 근거한 행위였다. 그렇기에 귀족보다 더 신분이 높은 왕족들의 말 역시 거스를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우, 우리가 먼저···.”
그저 소심하게 선착순을 주장해 보는 것이 전부였으나, 왕의 앞에서 선착순 같은 것은 하등의 의미가 없었다.
“어허, 짐이 그렇게 하겠다는데.”
파엘의 패악질에도 제작진은 개입하지 않았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신분제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왕이 하지 못할 일은 없었으니까.
모름지기 노예라면 왕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자, 이제 잡소리 말고 빨리 다이닝 룸으로 가자.”
왕족을 따라 이동한 다이닝 룸의 풍경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로맨스판타지 소설에 나올 것 같은 커다란 테이블, 금으로 장식된 촛대와 은색 식기류. 천장에는 커다란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고, 콧수염을 기른 집사들이 플로어를 돌아다니며 디저트를 세팅했다.
“···세상에···.”
그 중에서도 군자의 시선을 야무지게 사로잡은 것은 초콜렛 분수였다. 진하고 달콤한 향이 나는 밀크 초콜렛이 테이블 중앙에서 분수를 이루며 콸콸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자, 이제 먹어.”
“혀, 형님, 이거 정말 다 먹어도 되는 거예요?”
“당연하지. 하나도 빠짐없이 다 맛봐야 돼. 어떤 음식에 독이 들었을지 모르잖냐.”
이런 극락 같은 곳이 다 있나!
파엘의 허락이 떨어지자 마자, 군자는 잎사귀 모양으로 만들어진 파이를 집어
초콜렛 분수에 코옥 찍었다. 생지의 결이 살아 있는 바삭한 파이와 달콤한 초콜렛이 만나니, 구강 안에서 형언할 수 없는 맛의 대잔치가 열렸다.
한 입 먹은 것만으로도 조상신께 감사를 드려야 할 정도로 예술적인 맛. 군자는 눈물 그렁그렁한 눈으로 파엘을 보며 감사의 큰절을 올렸다.
“···폐하···.”
“아이, 오바하지 말고 빨리 먹기나 하라고.”
파엘은 민망하다는 듯 손사래를 치며 다른 디저트를 권했다.
“그렇다면, 사양 않고 기미(氣味)토록 하겠습니다.”
벌떡 일어난 군자는 수돗물에 손을 깨끗이 닦은 뒤 본격적으로 음식을 탐하기 시작했다. 단 것은 조금만 먹어도 물려 버리는 것이 인지상정일진대, 이 산해진미들은 신기하게도 멈추지 않고 계속계속 입으로 들어갔다.
초콜렛만 맛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계란을 야무지게 덧씌운 밀 반죽 구이는 무엇인가. 겹겹이 층을 쌓아 놓은 것이 입 안으로 들어간 순간 바스락, 어금니로 씹으니 사르르. 무슨 이런 도술 같은 반죽 구이가 다 있단 말인가.
둥근 도자기 판 위에 부채꼴로 썰려져 있는 허연 구름 덩어리도 맛보았다. 처음 한 입 베어먹은 순간엔 정말로 구름을 머금은 듯 포근한 감촉이 입 안 전체를 감싸더니, 그 안에서 상큼한 유자 향 같은 것이 감돌며 느끼함을 사악 잡아 주었다.
“유찬아. 이 곳은 극락이다. 이 곳이 극락이 아니라면 어느 곳이 극락이란 말이더냐!”
“···저, 저도 너무 좋아요, 헤헤···.”
“대체 전생의 내가 무슨 덕을 쌓았기에···.”
입 주변에 생크림을 덕지덕지 묻힌 채 넋이 나간 군자를 보며 파엘이 깔깔 웃었다.
“푸하하핫, 유 상궁! 직업 만족도가 아주 높아 보이는데?”
“예 형님, 기미상궁은 정말로 최고입니다.”
“앞으로도 각오하라고. 난 미움받는 왕이니까, 기미상궁들의 도움이 절실해.”
“불러만 주신다면 언제든 달려오겠습니다!”
정신없이 디저트를 탐하는 와중에도 군자와 7IN 멤버들은 계속해서 벨로체 멤버들을 챙겼다. 이 맛있는 디저트를 그들만 먹기엔 마음이 불편했으니. 그러나 벨로체 멤버들은 한사코 거절하며 모든 디저트를 7IN 멤버들에게 양보했다.
“난 독 들었을까 봐 안 먹을래.”
“예? 하지만 저희가 기미를···.”
“너희들만 독 내성 있을수도 있잖아. 아무래도 안되겠다.”
벨로체는 딱히 후배들과 큰 교류가 없었던 그룹이었지만, 유독 7IN에게만큼은 호의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아육시 3차 경연에서 군자와 친구들이 보여주었던 [Suit Up> 경연이 결정적이었다.
덕분에 해당 음원은 폭발적인 역주행을 통해 주간 차트 1위까지 찍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즐거움이었다.
팀의 성격은 리더를 따라가게 되어 있다고, 벨로체 멤버들 역시 모두 리더인 파엘과 비슷했다.
모처럼 실력과 스타성, 좋은 멘탈리티를 갖춘 후배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거기에 그 귀여운 후배들이 졸졸 따라다니며 예의 바르게 행동하니, 선배의 입장에선 뭐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나 귀족 계급 참가자들의 입장에선, 벨로체의 편애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군자와 갈등을 한 차례 겪은 테이보와 피호우캄의 경우는 더욱 그랬다.
당한 것은 반드시 갚아 주어야 직성이 풀리는 피호우캄이었다.
수모를 주기 위해 7IN을 노예로 만들었는데, 정작 그 노예 놈들은 귀족조차 누리지 못하는 호사를 편법적으로 누리고 있었다.
“어떻게든 엿을 먹여야겠어.”
어떻게든 노예 7IN을 부려먹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해 보았으나, 신기하게도 7IN의 근처엔 언제나 왕족이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피호우캄과 테이보는 현실을 깨달아 갔다.
벨로체가 왕족으로 있는 한, 7IN에게 엿을 먹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제기랄—!!”
노예 치곤 지나치게 잘 먹고 잘 사는 7IN 멤버들을 볼 때마다 열불이 터지는 피호우캄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이 망할 상황을 해결할 방법에 대해 알고 있었다.
“간단해, 우리가 왕이 되면 그만이지.”
테이보와 SHINO의 연합 공연을 통해 왕권을 찬탈해 낸다. 그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벨로체의 퍼포먼스는 압도적이다. 그렇기에 전문 심사위원단의 평가에선 밀릴 수밖에 없겠지. 하지만 그들이 노리는 것은 평가의 70%를 차지하는 방청객 평가와 자체 평가였다.
글로벌 방청객들은 총 400명. 한, 중, 일, 미에서 각각 100명의 방청객을 선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중 – 일 연합군인 테이보 – SHINO는 200명의 아군이 있지만, 벨로체에겐 아군이 100명 밖에 없는 셈.
게다가 자체 평가에서 우위를 점할 자신도 있었다. 이미 자체 평가에서 담합으로 7IN을 노예로 만든 전적이 있었으니까. 중 – 일 4개 팀이 손을 잡는다면, 거기에 200명의 방청객들이 표를 보태 준다면 왕위를 빼앗는 것도 가능해 보였다.
물론 변수는 있었다. 만약 7IN이 자력으로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모든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그러나 피호우캄이 생각하기에 7IN은 절대로 노예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7IN은 퍼포먼스 중심의 그룹이며, 가디언즈는 락 밴드를 표방한 그룹이다.
간질간질한 아이돌 음악과 거친 락 사운드, 칼 같은 군무와 날것 그대로의 헤드뱅잉. 선비 아이돌이라는 컨셉의 샌님들과 ‘Fxxk’을 서슴지 않고 내뱉는 자유인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맞지 않는 조합이다. 그 두 팀이 무슨 음악을 만들어 내든, 노예들은 노예 계급을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거긴 이미 조합부터 망했다고, 흐흐.”
* * *
“···아, 망했어···.”
한편, 지하에 위치한 노예용 연습실에서는 장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장장 두 시간의 청소 작업을 거쳐 겨우 거울을 복구해 놨다.
이제 좀 퍼포먼스를 연습하기에 괜찮은 환경이 되었나 싶었지만, 문제는 사방에 산재해 있었다.
“아니, 잠깐만. 춤을 배워 본 적이 없다고여?”
가디언즈 멤버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고개를 세로로 끄덕해 보였다.
“소, 소속사에서 연습 시키고 그러지 않았어여?”
이번엔 고개가 가로로 홱홱 돌아간다.
“그러면 대체 무슨···.”
현재는 답답해 보였으나 가디언즈 멤버들은 신이 난 것 같았다.
“우리는 이 시간을 기다려 왔지.”
“최고의 K-POP 아이돌에게 댄스 교습을 받는 시간!”
“자, 우리를 가르쳐 봐!”
“같이 환상적인 무대를 만들어 보자고!”
“···하아··· 그래도 밝고 힘차서 좋네여··· 하하···.”
마냥 해맑게 웃는 가디언즈 멤버들을 보니 뭐라고 다그칠 수도 없었다.
“그래요! 배우겠다는 의지! 그게 중요하지! 현재야, 우리가 가르쳐 드리자!”
“후우, 그래야져! 내가 가르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또 모르잖냐! 막 엄청난 포텐을 가지고 계실지도!”
“그래여! 힘 냅시다! 아자 아자!”
전의를 불태우는 일일 트레이너 태웅과 현재를 보며 군자는 그저 허허 웃을 뿐이었다.
“허허허···.”
“뭐야 이 자식아, 뭐가 웃겨?”
“아니, 아니란다.”
비록 군자의 눈엔 모든 가디언즈 멤버들의 춤 등급이 ‘F’로 보였으나.
심지어 잠재 등급마저 최고 높은 멤버가 ‘D’, 나머지는 모두 ‘E’인 것이 보였으나···.
“···가끔은 창이 네가 틀릴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
그러나 트레이닝 시작 30분 만에 군자는 깨달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상태창은 진실만을 말했음을.
뚝, 딱, 뚝딱, 뚝딱뚝딱—!!
“어때! 어때! 나의 춤사위!”
“이런 식인가? 이렇게 휘리릭!?”
다섯 개의 목각인형이 지하실 바닥을 누비며 현란하게 뚝딱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자신감만큼은 하늘을 찌르는 것이 더욱 태웅과 현재의 머리를 감싸쥐게 만들었다.
“웅이 형아···.”
“응.”
“이거 어뜩하져···?”
“그러게, 하하하—.”
태웅은 실성한 듯 웃으며 물구나무를 서서 걸어다니기 시작했고, 현수는 ‘이렇게 된 이상 편곡으로 모든 걸 살려야 한다’며 맥북을 켜고 미친 듯이 샘플을 찍어 냈다.
“···그, 너,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우리도 악기 연주 하면 똑같을 테니까···.”
그 와중에도 유찬은 상냥하게 가디언즈 멤버들을 달래고 있었으나.
“음? 똑같다고? 너희도 악기 연주를 엄청 잘 하는 건가?”
“···에?”
“우리 방금 춤 잘 추지 않았어?”
“···그, 그게···.”
아무래도 가디언즈 멤버들은 현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후우, 우선 이 분들께 알려드려야 할 것 같아여. 지금 우리가 어떤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
겨우 이성을 찾은 현재가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서 가디언즈의 춤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다시 한 번 춰 보라고? 어려울 것 없지!”
“호우, 호우, 이건 내 느낌을 좀 섞어서!”
뚝딱뚝딱뚝딱쓰—!!
한 번 더 신나게 뚝딱거린 가디언즈 멤버들은.
“XXXX—!!”
“God DAAAAAMN—!!”
“Damn, Damn , Damn···.”
저주받은 본인들의 춤사위를 보며 절규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작곡을 맡은 현수, 안무 창작의 현재와 태웅은 쉬지 않으며 의견을 교환했다.
“빡세게 퍼포먼스로 조지는 건 불가능할 것 같져?”
“으응, 그건 무리일 듯.”
“그렇다고 우리가 악기를 배워서 빅 밴드 형식으로 가자니··· 그것도 준비기간 안엔 택도 없을 거고.”
“뭔가 좋은 컨셉이 있다면 그 컨셉으로 밀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컨셉, 컨셉, 컨셉이···.”
뭔가를 떠올리려 해도 쉽사리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 와중에도 가디언즈 멤버들은 자신들의 춤 영상을 보며 기겁하고 있었다.
“Damn, Damn—!!”
계속해서 ‘Damn’을 외치는 가디언즈를 보며 현재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진짜 총체적 난국인데여···.”
“가디언즈 분들, 잠깐만 정숙해 달라고 부탁해 볼까···.”
“그럴까여···.”
“잠깐만.”
그러나 그 때, 군자가 현재를 붙잡았다.
“현재야, 잠깐만 멈춰 보거라.”
“넹? 왜여?”
“조금만 더 듣고 싶구나.”
“엥? 저 비속어 파티를?”
쉴 새 없이 ‘Damn’을 외치는 가디언즈 멤버들이었으나, 군자의 귀엔 그것이 비속어처럼 들리지 않았다.
“저 단어에서 무언가가 들리지 않느냐?”
“그, 글쎄여? 머가 들리는데여?”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