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53)
#153
하얗게 불태웠어
팀 합동 군무 파트에 ‘하카’가 들어가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합동 미션 특성 상, 7IN과 가디언즈가 모두 함께하는 군무 파트는 필수였다.
안무를 경험해 본 적 없는 가디언즈 멤버들을 위해, 태웅과 유찬은 최대한 간단하고 따라하기 쉬운 안무를 만들어 냈다.
“가디언즈 여러분, 안무 연습 시간입니다~”
“No way—!!”
“싫어도 어쩔 수 없어요. 우리 모두 함께해야 하는 파트니까~”
가디언즈 멤버들은 잠시 투덜거리긴 했으나 이내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하카’를 선보인 것이 바로 그 때였다.
“Whoo, Whoo—!!”
난데없이 3-2 대형으로 포진한 가디언즈 멤버들이 다리를 벌리고 서서 몸통을 두들기며 하카 의식을 시작했다.
“오잉?”
“무, 뭐야 갑자기?”
“이런, 이 분들께서 화가 나셨나 보구나!”
처음엔 당황한 7IN 멤버들이었으나 인혁과 태웅은 가디언즈 멤버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하카.”
“에? 하카? 그게 머에여?”
“마오리 족의 전통 의식이다.”
“어떤 전통이 저렇게 살벌하대여?”
“전투에 앞서 결의를 다지기 위한 의식이지.”
“아하···.”
인혁의 설명이 이어지자 7IN 멤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춤이 진짜 무서우신가 보네. 그걸 전투라고 생각할 정도면···.”
“근데 나 이거 본 것 같음여. 뉴질랜드 럭비팀이 막 하던데.”
“맞아. 이것도 여러 명이 한 번에 하면 되게 멋지더라.”
“···여러 명이 하면 멋지다라···.”
“흐음, 잠깐만. 이거 어쩌면···.”
“저걸 군무에 응용해 보는 건 어떨까여?”
“나도 마침 그 생각 하고 있었어.”
“···머, 멋질 것 같기도 한데···.”
심지어 가디언즈 멤버들의 하카는 동작도 척척 잘 맞았다. 안무를 짠 태웅과 유찬이 보기에, 이들을 위한 새로운 안무는 굳이 필요없을 것 같았다.
영어를 할 줄 아는 태웅이 베이시스트 제시에게 다가가 넌지시 말을 걸었다.
“제시, 그거 하카 맞지?”
“오, 하카를 아는구나. 우리 부모님이 뉴질랜드 분이시라, 어렸을 때 배웠지.”
“근데 하카도 춤이잖아.”
“어어··· 그런가? 따지고 보면 그렇지?”
“너희, 하카는 되게 잘 추는데?”
“그래? 얘네들이랑 심심할 때마다 해서 그런가?”
“이건 오히려 우리가 너희한테 배워야 할 것 같아.”
“하하, 그래? 그럼 춤 연습 끝나고 가르쳐 줄게.”
“아니, 춤 연습은 필요없어.”
“어? 그게 뭔 소리야?”
“우리 군무 파트, 이 하카로 하면 될 것 같은데.”
“엥?”
제시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하카는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꽤나 적절한 퍼포먼스였다.
하카는 전투에 앞서 결의를 다지는 춤이다. 계급 간 투쟁을 불사하기로 한 노예들에게 이보다 적절한 군무도 없었다.
그렇게, 처치곤란이었던 합동 군무 구간은 노예들의 최종병기가 됐다.
쿠우우우우우웅—!!
드럼 소리가 울릴 때마다 거대한 대형이 함께 발을 굴렀다.
쩌어엉, 쩌어어어어어엉—!!
전사들이 가슴팍을 두들기자 웅장한 징 소리가 퍼져 나갔다. 그들이 일제히 입을 열 땐, 마오리족 언어로 된 전투의 결의가 천장을 찌를 듯 울렸다.
결의에 한 노예들의 눈동자에 불길이 일었다.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은 무대 위의 온도를 용광로처럼 만들었다.
이제 하카는 크럼프 동작을 결합한 새로운 안무로 변해 가고 있었다. 전사들의 춤인 하카와 강렬한 매력을 가진 크럼프는 마치 태어날 때부터 운명으로 점지된 듯 완벽하게 어울렸다.
크럼핑 대형의 중심엔 태웅과 인혁이 섰다. 커다란 근육을 가진 두 멤버가 위압적으로 팔과 어깨를 움직이자 팬들은 숨까지 참으며 침을 꼴깍 삼켰다.
쿠우웅, 쿠우우우웅—!!
점점 격렬해져 가는 드럼 소리는 이제 전쟁이 코앞에 왔음을 암시하는 듯 했다.
“Haaaah—!!”
우렁찬 마지막 기합과 함께 선전포고를 하듯 나각 소리가 울려 퍼졌고.
부우우우우우——···.
나각 소리가 잦아듦과 함께 무대는 또 한번 암전됐다.
키이이이이잉—!!
날카로운 튠의 일렉기타 소리와 함께 다시금 무대가 밝아졌고. 그 어떤 때보다 폭발적인 채드의 목소리와 함께 무대는 끝을 향해 달려갔다.
Imma Imma Revolution
By my ill slave,
Behold this anger,
Through the big Damn-.
텐션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대염(大炎)이 된 7IN과 가디언즈 멤버들은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연소했다.
“Damn—!!”
마지막 가사가 끝남과 동시에 모든 멤버들이 오른손을 공중으로 들어올렸고.
후두두둑—.
동시에, 그들의 오른손을 휘감고 있던 은제 팔찌가 끊어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객석 역시 그 불덩이와 하나가 된 듯,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열화 같은 환호성을 보냈다. 심지어 중국과 일본 팀들이 믿었던 중국, 일본 관객들마저도.
* * *
환호성이 잦아드는 데엔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MC 정해진이 간신히 상황을 정리한 뒤, 마이크는 심사위원단에게로 넘어갔다. 심사평은 당연히 칭찬 일색이었다. 리액션 풍부한 미국 측 심사위원부터 마이크를 잡았다.
“너무, 너무, 너무, 너무 에너제틱하고 멋진 무대였습니다!”
시작부터 감탄사 폭탄을 던진 미국 심사위원단은 마치 랩을 하듯이 속사포 같은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락 밴드와 아이돌 그룹의 완벽한 콜라보레이션이었어요. 솔직히 두 팀이 어떤 식으로 협업할지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 완벽한 화학반응이네요. 베이스처럼 쓰인 기타, 대고와 드럼의 콜라보, 디테일한 사운드 소스까지··· 음악적으로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한 무대였습니다.”
“비주얼적인 퍼포먼스도 너무 좋았어요! 특히 전체적인 감정선을 너무도 잘 보여주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초반은 노예 계급의 분노를 그대로 보여주었다면 중반부터는 비애, 환희를 차례로 보여주며 노예들의 감정 변화를 묘사했죠. 그리고 마지막의 하카에선 투쟁심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이 모든 건 내가 전문가이기 때문에 느꼈던 것이 아닙니다. 아마 관객 분들도 모두 같은 것을 느끼셨을 거예요!”
“여러분들, 7IN과 가디언즈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 주십시오—!!”
미국 심사위원단의 선동에 관객들은 다시 한번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모든 관객들, 그리고 심사위원단들은 도통 자리에 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유독 뿌루퉁한 얼굴로 앉아 있던 중국 심사위원단 몇 명을 제외하면.
그들은 어떻게든 트집을 잡으려 안달이 난 것 같았다. 미국 심사위원단의 칭찬 세례가 이어지는 동안 시큰둥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있던 중국 심사위원단은, 그들에게 마이크가 넘어오자 본격적으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에너지는 좀 있어 보였지만, 솔직히 구성이 지나치게 중구난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락 밴드 위주로 시작해서 그 다음은 무용, K-POP 안무, 마지막엔 하카까지··· 너무 많은 것을 한 무대에 담으려고 욕심을 낸 것 같은데요.”
“저 역시 공감합니다. 특히 보컬적으로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보컬의 구심점이었던 채드의 발성은 다이나믹이 없었어요. 그저 화만 내는 것 같아서 귀가 피로했습니다.”
몇몇 중국 심사위원단들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자 이번엔 한국 심사위원단이 발끈하며 마이크를 요청했다. 그러나 한국 심사위원들이 마이크를 잡기도 전에, 중국 심사위원단 사이에서 먼저 내분이 발생한 것 같았다.
“그건 좀 아니지. 그렇게 말을 하면 안 되지요.”
강하게 운을 뗀 것은 같은 중국 심사위원단 안의 다른 심사위원이었다.
“솔직히 아주 뛰어난 무대였습니다. 앞서 다른 심사위원 분들이 말씀해 주신 대로 감정의 흐름을 따라서 기승전결을 아주 잘 살렸고, 각 대목마다 퍼포먼스의 퀄리티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지요.”
“하지만 내가 보기엔···.”
“그래요, 당신이 보기엔 무대가 안 좋아 보일 수도 있지. 하지만 당신들은 불과 한 시간 전에 테이보와 QUAN의 무대엔 극찬을 하지 않으셨소?”
“!”
“당신들도 눈이 있다면 알 텐데. 그 두 팀의 무대보다는 이 무대가 훨씬 나았죠. 차라리 모든 무대가 기준점 미달이었다면 이해라도 하겠지. 그런데 테이보는 잘했고, 7IN은 엉망이었다? 이건 말이 안 되지.”
심사위원의 팩트 폭행엔 거침이 없었다. 난데없이 폭격을 맞은 심사위원단 역시 지지 않으며 반격에 나섰다.
“눈이 있다면? 말 다 하셨소? 나는 심사위원으로서 내 견해를 말했을 뿐이요.”
“견해도 음악적 소양이 있는 사람이나 낼 수 있는 것이지. 평가를 듣고 있자니 솔직히 이 앞에 앉은 방청객 아무나 뽑아다 앉혀 놔도 당신들보단 낫겠소.”
“뭐라? 지금 내 커리어를 모욕하는 겁니까?”
“커리어 모욕은 당신이 스스로 한 거요. 말같잖은 무대를 극찬하고, 제대로 된 무대를 폄하하는 순간부터 스스로 본인의 위신을 깎아내린 거라고.”
“이 자식이 진짜!”
“뭐, 말 대신 다른 걸로 싸워 보자 이건가?”
괄괄한 중국어가 오가는 동안 MC 정해진은 그저 애처로운 표정으로 김석훈 PD만 쳐다볼 뿐이었다. 그러나 김석훈 PD는 싸움을 말릴 생각이 추호도 없어 보였다.
“예의 예의~ 이게 대륙의 기상인가~”
그저 콧노래를 부르며 중국 심사위원단들의 싸움을 이리저리 신나게 찍고 있었을 뿐.
중국 심사위원단들의 갈등은 그 뒤로도 한참을 더 이어졌다. 나중엔 자리에서 일어나 드잡이질까지 할 기세의 심사위원단을 보며, 군자는 다시 한번 느꼈다.
언문(言文)으로 겨루어도 될 것을 멱살까지 잡다니. 이들은 확실히 공맹(孔孟)의 후예가 아닌가 보구나.
어쨌거나 중국 측에서도 7IN과 가디언즈의 편을 들어 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감사한 일이었다.
“크크, 서로 싸우고 난리 났구만.”
“중국 쪽에서도 우리 무대를 좋게 봐 주신 분이 있나봐여.”
“그런 것 같은데. 무슨 말 하는지 궁금하다.”
“싸우는 말은 통역도 안 해 주네여. 그나저나 누가 안 말리나?”
“김PD님이잖아.”
“아 맞넹, 크크.”
“어쨌거나, 다들 수고했어. 최선을 다했으니까 좋은 결과 있을 거야.”
“···마, 맞아요. 우리 이번에 진짜 진짜 잘했어요···.”
“가디언즈도 수고했어! 담에 다같이 삼겹살 먹으러 가자.”
“Yay—!!”
7IN, 가디언즈 멤버들 모두 퍼포먼스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신분 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와야 했다. 그걸 위해서 이 악물고 준비한 무대였으니까.
소란이 잠잠해진 뒤 모든 심사위원과 방청객, 자체 평가 집계까지 끝나고.
다시 한번 무대 중앙에 선 MC 정해진이 1차 경연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다이너스티> 1차 경연, 그 결과를 지금부터 발표하겠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