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54)
#154
신분 상승!
경연 결과 발표를 기다리던 중국 팀들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처참한 무대가 예상됐던 노예 계급에서 뜻밖의 좋은 무대가 나왔다. 심지어 중국 측 심사위원들의 의견마저 엇갈렸다.
원래대로라면 중국 심사위원들은 모두 중국 팀이 들어간 무대를 무지성으로 지지했을 터. 그만큼 노예 계급의 무대가 모두에게 어필이 됐다는 뜻이었다.
“···제기랄···.”
카메라에 보이지 않도록 고개를 푹 숙인 채 피호우캄은 계속해서 비속어를 뇌까렸다. 이런 식이라면 계획이 틀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피호우캄에겐 아직 믿는 구석이 있었다. 제 아무리 기대 이상의 무대를 펼쳤다 해도, 방청객의 물량과 미리 매수해 둔 자체투표의 힘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결과가 발표되기 전까지, 피호우캄은 그렇게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다.
“왕 계급의 주인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벨로체가 왕위를 사수합니다!”
하지만 MC 정해진의 발표는 피호우캄의 기대를 산산이 부숴 버리고 말았다.
벨로체가 왕위를 지켰다는 것부터가 암담한 소식이었다. 테이보가 7IN에게 엿을 먹이려 할 때마다 벨로체가 번번이 나서서 그걸 방해해 왔으니까.
그런 벨로체가 왕위를 지켰다는 건, 앞으로도 7IN은 왕권에 의해 보호받는다는 뜻이었다.
“젠장, 그러면 이번에도 귀족인가···.”
그렇게 생각한 피호우캄이었으나.
“다음으로, SHINO와 QUAN이 귀족 계급을 차지했습니다—!! 콜라보레이션 무대에서 멋진 마샬 아츠를 선보인 QUAN의 신분이 한 단계 상승, 귀족 계급까지 올라섰습니다—!!”
놀랍게도, 귀족 계급에서도 테이보의 이름은 빠져 있었다.
비속어를 읊조리는 피호우캄의 입술 달싹거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듯, 테이보 멤버들의 불안한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당황하지 마, 멍청한 표정 짓지 마!”
“그, 그래도 이건···.”
“어차피 왕이 아니면 귀족이나 평민이나 똑같아. 마지막에 왕위를 차지하는 쪽이 승자라고.”
애써 멤버들의 멘탈을 추슬러 보는 피호우캄이었으나, 평민 계급 발표가 이어지자 그 역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계급은 평민과 노예 뿐이죠? 과연 노예 신분의 팀들이 신분 상승에 성공했을지, 아니면 끝내 노예로 남게 되었을지! 지금 그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
“평민 계급에는···.”
잠시 뜸을 들이던 정해진의 시선이 7IN과 가디언즈 멤버들을 향했다.
“축하합니다, 7IN, 가디언즈! 두 팀 모두 신분이 한 계단씩 상승하여, 노예 탈출에 성공했습니다—!!”
“우와아아아아악—.”
결과 발표와 동시에 노예였던 두 팀이 서로를 얼싸안았다. 대부분의 심사위원단 역시 기립하여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유독 뚱한 표정의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면, 장내의 모두가 당연히 인정할 만한 결과였다. 특히 벨로체 멤버들은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물개박수를 쳐 댔다.
“대여어어어엄—!!”
“야, 너네가 짱이야—!! 실력으로는 너네가 왕이었다고—!!”
“신분 상승 축하해!”
이렇게 모두가 축제 분위기인 가운데, 두 팀만큼은 웃을 수 없었다. 자동적으로 노예 계급으로 확정된 중국의 테이보와 일본의 AKIRA가 그랬다.
“이건 말도 안 돼!”
“···?”
“심사 세부 점수를 공개해 주십시오! 점수를 봐야겠습니다!”
대뜸 나선 피호우캄을 보며, MC 정해진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네, 안 그래도 막 공개할 예정이었답니다.”
정해진의 손짓과 함께 대형 LED 화면에 일곱 팀의 스코어가 떠올랐다. 피호우캄의 눈이 세부 점수를 순식간에 스캔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점수차. 그러나 당황스러운 것은 자체 투표에서 테이보가 거의 점수를 따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사전 경연 때 미리 담합해 두었던 일본 팀들이, 이제 와서 표를 뺀 것이 분명했다.
“···이 비겁한 자식들이···.”
피호우캄의 속에서 천불이 일었다. 당장이라도 일본 놈들의 멱살을 잡고 따져 묻고 싶었다.
방청객들은 모두 돌아갔으나, 여전히 녹화 중인 만큼 언변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러나 지금 피호우캄에겐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보였다.
별안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피호우캄이 일본 팀 쪽을 바라보며 꽥 소리를 질렀다.
“어이, 너희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
“분명 우리한테 표를 주기로 했을 텐데, 이게 무슨···.”
“잠깐만—!!”
그러나 김석훈 PD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피호우캄의 말을 끊었다.
심사위원들끼리 멱살을 잡는 와중에도 싱글벙글 웃으며 지켜보기만 하던 김석훈 PD였으나, 이번만큼은 대처가 빨랐다.
연출석에서 일어난 김석훈 PD가 유창한 중국어로 피호우캄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한테 표를 주기로 했다? 지금 참가자들 사이에서 투표 조작이 있었다는 걸 시인하는 겁니까?”
“그, 그건···.”
“싸우고 욕하고 헐뜯는 꼴은 봐도, 조작하는 꼴은 못 보겠는데.”
“!”
“아니죠? 뭔가 잘못 알고 있었던 거겠지?”
김석훈 PD의 위압적인 말투에 피호우캄의 위세가 한풀 꺾였다.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조용히 자리에 앉은 피호우캄은 동료들과 함께 콧김을 씩씩 내뿜을 뿐이었다.
“이렇게 1차 경연이 마무리됐습니다. 여러분, 바뀐 신분에 만족하십니까?”
“네에에—!!”
테이보와 AKIRA를 뺀 모든 참가자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끝까지 표정을 구기고 있다가 끝내는 누가 실수를 했네, 또 누가 안무를 방해했네, 내분까지 일으키는 테이보를 보며, 군자가 혀를 끌끌 찼다.
“으이구, 것 참···.”
옛 말씀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했다.
이 왕국을 능히 다스릴 능력이 있는 자들이 왕위에 올라야 할 터인데, 저들은 스스로의 감정 하나 다스리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태웅아.”
“어, 왜?”
“저들은 아무래도 왕이 되긴 글러먹은 것 같구나.”
“푸하학, 맞아. 쟤네들이 무슨 왕이냐.”
“가서 청소도구함 위치나 알려주자꾸나.”
“그래 그래, 그러자. 이 짜식들, 우리 부려먹으려고 하더니 아주 쌤통이야.”
테이보 멤버들에게 청소도구함 위치까지 야무지게 알려준 뒤, 군자와 태웅은 팔짱을 끼고 평민 숙소를 향해 깡총깡총 뛰었다.
* * *
평민 숙소는 노예 숙소에 비해 모든 것이 좋았다.
다양한 장점이 있었지만, 역시 최고의 장점은 지상층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사방이 창문으로 뚫려 있었고, 채광도 훌륭했으며 환기 또한 원활했다.
“크크, 이제 군자랑 침대 붙여서 자는 거 그만해도 되겠네.”
“후후, 그래. 이제는 혼자서도 편안하게 잘 수 있겠구나.”
“근데 막상 그거 안 한다고 생각하니까 좀 섭섭하지 않아여? 자기 전에 도란도란 얘기하는 거 재밌었는뎅···.”
“아마 이제 그럴 여유는 없을 거다.”
“엥? 왜여?”
“2차 경연 준비가 시작되면, 다들 피로에 절여져서 침대에 눕기만 하면 잠들어 버릴 테니까 말이다.”
“으으··· 생각만 해도 벌써 피곤한데.”
달라진 것은 숙소와 시설 뿐만이 아니었다. 1차 경연이 끝나자, 유독 일본 팀인 SHINO와 AKIRA 멤버들이 자주 말을 걸어 왔다.
대부분은 별 의미 없이 흩어지는 대화들이었다. 경연 정말 잘 봤다느니, 평소에 7IN 영상을 즐겨 봤다느니.
면전에서 대놓고 불쾌한 티를 내진 않았지만, 7IN 멤버들에겐 썩 유쾌하지 못한 접근이었다.
“일본 분들, 되게 웃기지 않아여?”
“으음···.”
“중국 애들이랑 편 먹고 우리 노예 만들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친한 척 하는 거 봐여.”
“그러니까. 그것만 아니었어도 친하게 지냈을 텐데.”
“내가 소인배라 그런가, 솔직히 정이 안 가는데여.”
“아니다 현재야, 넌 소인배가 아니란다.”
“왜여? 군자 형도 일본 친구들 별로예여?”
“구밀복검(口蜜腹劍)이라는 말이 있지. 대놓고 적의를 드러내는 상대보다 음흉하게 웃는 얼굴로 접근해 오는 적이 더 무서운 법이다.”
“내 말이여. 으으, 뭔가 음습하다니까여.”
“그래. 모름지기 군자(君子)는 앞과 뒤가 다르지 않아야 하는 법이지.”
“오, 유군자 3인칭 오랜만이다. 모처럼 들으니까 반가운데.”
새로운 숙소 배정이 끝나고, 바뀐 분위기에 참가자들이 적응해 나가고 있을 무렵.
월드와이드 OTT 플랫폼 웹플릭스를 통해, [다이너스티> 1화가 전세계에 동시 공개됐다.
1화는 일곱 팀의 사전경연, 그리고 결과 발표까지를 담고 있었다. 처음으로 시도되는 4개국 합작 아이돌 서바이벌인 만큼, 방영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감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특히 한국 팬들의 기대감은 엄청났다. 자본의 규모, 팬층의 수라면 몰라도 퍼포먼스 레벨로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절대로 밀리지 않는 것이 한국의 아이돌이었으니까.
특히 벨로체와 7IN이라면 많고 많은 한국 아이돌들 중에서도 최상급의 퍼포먼스를 선보일 수 있는 팀들이었기에, 두 팀의 팬덤은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자 마자, 명나라의 후손 문제로 갈등을 빚는 군자와 피호우캄의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군자야 제발ㅋㅋㅋㅋㅋㅋ] [제대로 먹였넼ㅋㅋㅋㅋㅋㅋㅋㅋ] [하긴 중국애들이 자기 문화 자기 손으로 불태운 건 팩트 맞지] [???나 군자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누가 설명좀ㅠ] [1900년대 후반에 중국에 문화대혁명이란 게 있었움] [그게 머냐면 중국인들이 스스로 즈그들 옛날 문화재 같은 거 다 불태우고 때려부순 사건임ㅇㅇ] [아니;;;대체왜????] [내말잌ㅋㅋㅋ머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든데] [ㅋㅋㅋ그러면 명나라 후손 아닌게 맞네] [진짜 군자는 천재인것 같앜ㅋㅋ어떻게 저기서 말을 저렇게하짘ㅋㅋㅋㅋㅋ] [오늘은 군자 덕에 한자공부 말고 역사공부까지 한당] [아니 근데 이거 이렇게 방영하는거 맞아??? 김피디님???] [중국 팬들이 우리 애들 미워하면 어뜩함ㅠㅠ그건 시른뎅]초반부터 불거진 갈등 양상, 7IN의 팬들은 통쾌해 하면서도 마음을 졸여야 했다.
그러나 정작 중국 현지의 7IN 팬들은 그런 갈등 따위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유군자 말 잘했다!] [호방한 매력까지 있네. 더욱 반해 버렸어] [어처구니 없는 공격에 가만히 맞고만 있었다면 오히려 별로였을 거야] [논리 없는 공격에 친절할 필요는 없다!] [중국이 바보짓 한 건 사실이잖아] [유튜브도 못 보는 나라지만 7IN을 사랑해] [방긋방긋 웃기만 하는 남자는 매력 없음] [피호우캄 = 非好感] [앞으로 7IN과 테이보가 갈등 양상을 그리겠네. 그게 김석훈 PD의 연출 방식이야.]물론 군자의 발언을 아니꼽게 여기는 중국 팬들도 많았다. 특히 테이보 팬들에게 군자는 거의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저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무례하기 짝이 없네] [아픈 역사를 건드리는 놈은 매장당해 마땅하지] [그런데 아픈 역사를 먼저 건드린 건 피호우캄 쪽이었어] [위에 넌 조용히 좀 해라. 중국인 맞음?] [우리는 하나로 뭉쳐야 돼. 적이 누구인지는 확실해졌잖아] [분명 테이보보다 실력적으로 떨어지는 놈들이겠지] [보통 입만 산 놈들이 실력은 엉망진창인 경우가 많아] [테이보의 퍼포먼스는 대부분의 K-POP 아이돌보다 뛰어남. 테이보는 한국 아이돌들의 장점만 모아서 만든 초월적 그룹이다.] [7IN은 춤은 제대로 출 줄 아는 팀인가?]그러나 막상 사전경연 무대가 공개되자, 의기양양하던 테이보 팬들의 반응은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