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59)
#159
발이 느리구나
경연 결과는 7등부터 차례로 발표됐다.
“2차 경연, 7위는··· 아쉽습니다, 테이보가 7위를 차지합니다.”
당연하게도 실수연발의 무대를 펼친 테이보가 7위를 차지했다.
“안타깝지만 테이보에게 7위를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선 실수가 너무 많았고··· 7IN과 비슷한 공격적인 무대를 준비해 오신 것 같은데, 존재감에서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어요.”
그 동안 중국 무대라면 무지성으로 높은 점수를 날렸던 중국 심사위원과 방청객들도, 이번만큼은 테이보를 외면한 듯 했다.
6위는 이번에도 퍼포먼스가 빈약했던 AKIRA, 그 위로는 SHINO와 가디언즈가 차례로 5위와 4위 자리에 앉았다.
중국 팀으로서는 QUAN이 그나마 높은 등수인 3등을 기록하며 체면을 차렸다.
“사실 QUAN의 무대도 완벽했던 건 아닙니다. 중반에 벌스 하나를 통으로 실수했죠? 하지만 실수를 무난하게 넘겼고, 그 외의 무대는 전체적으로 QUAN이 잘하는 것을 보여준 괜찮은 무대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스턴트 미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짜임새 있는 퍼포먼스를 만들어 왔다는 부분도 좋았고요.”
초반부터 시비를 걸어 왔던 것은 테이보지만, 정작 경연에서는 QUAN이 꾸준히 테이보보다 좋은 성적을 내며 약진했다.
한국 팀을 제외한 모든 팀들의 경연 점수가 발표된 가운데, 남은 팀은 7IN과 벨로체 두 팀 뿐.
사전 경연에서는 두 팀의 수준 차가 드러났지만 이번 무대만큼은 7IN이 벨로체를 압도할 만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그 동안 항상 여유 넘쳤던 벨로체 멤버들도, 이번만큼은 긴장한 듯 초조한 표정이었다.
“이제 남은 건 한국의 두 팀 뿐입니다! 2차 경연, 인스턴트 미션에서 1위를 차지한 팀은···.”
살짝 큐 카드를 확인한 정해진이 커다란 목소리로 1등 팀을 발표했다.
“축하합니다, 벨로체—!!”
발표와 동시에, 살짝 긴장해 있던 7IN 멤버들의 어깨가 동시에 아래로 떨어지며 긴 한숨 소리가 났다. 긴장이 풀리는 소리였지만, 약간의 안타까움도 섞여 있었다.
“2등이네.”
“그러네여. 괜찮아여, 2등도 잘한 거지.”
“그렇긴 한데··· 쪼끔 아쉽긴 하다.”
멤버들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벨로체가 워낙 잘하는 팀이긴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괜찮아, 다음에 더 잘 하면 되지 뭐.”
“맞아여. 아직 우리 보여줄 거 많잖아!”
“그래. 팬 분들한테 인사라도 드리자.”
쉬는 시간이 되자 마자 멤버들은 무대 끄트머리 방청석 쪽으로 가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결과에 아쉬워 하던 팬들도, 7IN 멤버들을 만나자 금방 환해진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괜찮아, 괜찮아!”
“우리한텐 너네가 항상 1등이야!”
환하게 웃는 팬들의 얼굴을 보며 군자는 신기한 감정을 느꼈다.
팬 분들을 위로해 드리려 간 것인데, 오히려 군자가 위로를 받고 있었다.
항상 느끼지만, 참으로 감사한 분들 아닌가. 문득 이런 분들과 함께하는 자신의 삶이 참으로 행복하다고 생각한 군자였다.
“감사드리오!”
모처럼 시원하게 큰절을 올리고 나니 벨로체 멤버들이 근처에 모여 있었다. 파엘을 비롯한 벨로체 멤버들은 7IN 멤버들에게 할 말이 있어 보였다.
“야, 저 결과 좀 이상해.”
“예?”
“이번엔 누가 봐도 너네가 1등이었다고.”
“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니, 말만 그런 게 아니라 진짜라니까. 심사위원 분들 극찬하는 거 못 봤어?”
“후으음, 하지만 결과가 이렇게 나왔는걸여. 그리고 형들도 잘 했고···.”
“우리야 당연히 잘 했지. 하지만 너네가 훨씬 잘 했어. 난 이 결과 인정 못 한다.”
파엘은 결과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내가 보기엔 중국 심사위원이랑 관객들이 점수를 이상하게 준 것 같아. 테이보를 밀어주기엔 무대를 너무 말아먹었고, 그렇다고 중국을 폭풍 디스한 너네한테 점수 주기는 또 그렇고. 그러니까 적당히 잘한 우리한테 1위 표 던진 거지.”
“에이, 그건 모르는 거져.”
“모르긴 뭘 몰라, 뻔하지 뭐. 무튼,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실망하지 말라는 말 하고 싶어서 왔어.”
그렇게 말하며 파엘은 일곱 멤버들의 등짝을 한 번씩 찰지게 때려 주었다.
“요 놈들, 왜 이렇게 잘해? 오기 전에 괜히 고기 사 먹였나?”
“그, 근데 고기는 리온 형이 사 주신 것 아닌···.”
“내가 아주 호랑이 새끼를 키웠구만. 다음엔 우리가 꼭 이길 거니까, 그렇게 알아 이놈들아.”
“이번에도 이기셨으면서.”
“글쎄 그건 인정 못 한다니깐.”
팬들은 친목을 나누는 7IN과 벨로체를 흐뭇한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두 팀의 팬들 모두 이 친목에 찬성인 것 같았다.
잡담을 나누다 보니 쉬는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렸다. 순위 발표에 이어, 이제는 달라진 신분을 발표할 차례였다.
1등을 차지한 벨로체가 그대로 왕위를 사수했다. 7IN과 QUAN이 귀족 계급으로 올랐고, 가디언즈와 SHINO가 평민 계급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테이보는 노예 신세를 면하지 못했다.
“···!”
피호우캄은 어금니를 빠득빠득 갈았으나 사실 당연한 결과였다. 7IN이나 벨로체라도 무대 위에서 그렇게 많은 실수를 했다면 바로 노예로 강등당했을 테니까.
“다이너스티 캐슬의 입주자 여러분, 달라진 신분에 만족하십니까?”
“네에—!!”
“7IN 여러분들은 노예에서부터 시작하여 드디어 귀족까지 오셨습니다. 한 계단, 한 계단 차근차근 위로 올라가는 모습이 인상적인데요.”
MC 정해진은 7IN과 테이보를 번갈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귀족 계급부터는 더 많은 특권이 주어집니다. 더 아늑한 숙소와 차별화된 식사, 연습 시설 또한 훨씬 더 업그레이드됩니다.”
“오오—.”
“무엇보다, 귀족 계급부터는 노예를 부릴 수 있게 되죠.”
“!”
“귀족이 된 여러분들이 얼마나 호화로운 생활을 하게 될지, 기대하겠습니다.”
정해진의 말처럼 이제 7IN은 귀족이 됐다. 카메라는 아직도 노예 계급을 벗어나지 못한 테이보 멤버들의 불안한 표정을 원샷으로 잡았다.
* * *
다음 날, 노예 숙소에서 눈을 뜬 테이보 멤버들은 아침부터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두 번의 경연 끝에 테이보와 7IN의 위치가 바뀌어 버렸다. 귀족이었던 테이보가 노예로 전락하는 동안, 7IN은 차근차근 신분 상승을 계속하며 귀족까지 올라가 버렸으니까.
“젠장, 이제 어떡해!”
“그 자식들 분명 복수하려고 할 텐데!”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그냥 내버려 두는 거였어···.”
“피호우캄! 뭐라고 말 좀 해 봐!”
잔뜩 동요한 멤버들은 지하실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걱정 섞인 말들을 내뱉었지만 피호우캄은 의외로 잠잠했다.
“다들 쓰잘데 없는 걱정 하지 마. 3차 경연이나 똑바로 준비하자고.”
“지금 경연 신경 쓰게 생겼어!? 그 자식들이 언제 우리를···.”
“괜한 걱정 하지 말라니까?”
피호우캄이 동료의 말허리를 자르며 입을 막아 버렸다.
“그런 일 안 생기니까, 걱정 할 거 없다고.”
“그, 그걸 어떻게···.”
“생각해 봐. 그 자식들 컨셉이 뭐야? 선비잖아, 선비. 그 놈들은 언제 어디서나 착한 척만 해 왔다고. 팬들도 그런 이미지를 좋아하는 거고. 안 그래?”
“그거야 그렇겠지.”
“그런 놈들이 갑자기 하루아침에 거만한 태도를 취할 수 있겠어? 아마 아닐 걸?”
“어어··· 그런가?”
멤버들은 피호우캄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자식들, 벨로체한테는 온갖 가식 다 떠는 것 같더라.”
“그래. 그 놈들은 우리랑은 달라. 아마 온갖 너그러운 척은 다 하겠지.”
“그, 그럼 걱정 안 해도 되는 걸까?”
“당연하지. 걱정할 거 없어. 게다가 걱정해 봐야 달라지는 것도 없고.”
피호우캄에겐 확신이 있었다. 7IN 멤버들은 절대로 노예를 부려먹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착한 척 컨셉 잡는 놈들은 다 똑같다. 솔직한 욕망을 배출하지 못하고, 선역 쪽에만 머무르면서 대중의 호감을 사려 한다.
“곧 아침 식사 시간이니까, 바로 알 수 있겠지. 그 자식들이 어떻게 행동할지.”
노예는 항상 마지막으로 식당으로 들어간다. 그렇기에 테이보가 식당에 도착했을 땐, 이미 귀족 계급의 7IN이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비록 노예 계급인 테이보였지만 그들의 고개는 식당에서도 꼿꼿했다. 마치 눈치 볼 사람 하나 없다는 듯, 당당한 태도로 배식을 받은 뒤 태연하게 테이블에 앉았다.
그런데 그 때, 군자와 피호우캄의 눈이 마주쳤다.
“···?”
아니, 사실 군자가 피호우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뭐지? 피호우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군자가 피호우캄에게 이리 오라는 듯 까딱까딱 손짓을 해 보였다.
지금 날 부르는 건가? 저렇게 싸가지 없는 태도로?
그런데, 참으로 희한했다. 피호우캄을 부르는 군자의 몸짓에선 알 수 없는 위엄이 느껴졌다. 그걸 당한 피호우캄이 그의 앞으로 가지 않고선 못 배길 정도로.
정신을 차려 보니 피호우캄은 자리에서 일어나 군자를 향해 걸어가는 중이었다. 군자는 느릿느릿 걸어오는 피호우캄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마침내 피호우캄이 군자의 앞에 서자, 군자가 입을 열었다.
“발이 느리구나.”
“···?”
“노비라면 항상 주인보다 동작이 빨라야 할 터.”
“···??”
“항상 명심하는 게 좋을 것이야.”
“···???”
···지금 내가, 느리게 걸었다고 혼이 나고 있는 것인가?
피호우캄은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더 믿을 수 없었던 것은 자신의 두 손이 앞으로 공손하게 모여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가 예상했던 ‘착한 척 하는’ 유군자는 거기에 없었다.
대신 누군가를 부려먹는 것이 너무나도 익숙해 보이는, 지체 높은 양반 한 명이 있었을 뿐.
“그건 그렇고, 내 슬리퍼가 떨어졌구나.”
“···그, 그게 왜···.”
“어허, 발만 느린 줄 알았더니 눈치도 느린 놈이었더냐.”
“?”
“주인의 신발이 떨어졌다면, 발에 불이 나게 달려가서 새로운 신발을 구해 와야 할 것 아닌가.”
황당해서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겨우 머리를 굴려 보았으나, 간신히 나온 것은 조악한 핑계 뿐이었다.
“그, 시, 신발을 어디서 구해야 할지···.”
“허, 지금 그것을 내게 묻고 있느냐.”
“그, 그것이···.”
“네 것이라도 벗어 내놓지 않고, 무얼 하는 것이냐.”
순간 군자의 목청이 높아지자 피호우캄의 어깨가 움찔했다. 하마터면 진짜로 신발을 벗어 줄 뻔 했으나, 이내 군자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됐다, 넣어 두거라.”
“···.”
“대신 우리가 먹은 자리나 깔끔하게 치워 두어라.”
그렇게 말하며 군자와 동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호우캄과 테이보 멤버들은 완전히 얼이 빠진 표정으로 7IN의 뒷모습만 보고 있었으나, 군자의 얼굴에 장난기는 없었다.
“서두르거라, 계속 밍기적거린다면 곤장을 칠 것이니.”
상황은 피호우캄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르게 흘러갔다.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군자는 한평생 노비를 부리는 집안에서 태어나서 자라 왔으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