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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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카슴을 베인 것처럼
“허어, 동작이 느리다고 한 번 지적을 했거늘.”
“···에?”
“식사 자리를 치우라 하지 않았느냐.”
군자의 힘 실린 불호령에 테이보 멤버들의 어깨가 움찔했다. 억울한 표정의 피호우캄은 제작진과 벨로체를 차례로 바라보았지만 구원의 손길은 없었다.
아니 이걸 진짜로 하라고?
잠깐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지만 군자에겐 통하지 않았다. 통할 리가 없었다.
“두 번 말하게 하지 말거라.”
“···.”
“앞으로 내가 같은 말을 반복할 때마다, 그 획 수만큼 네 볼기짝에 상흔이 늘어날 것이야.”
“···!”
분명 과한 주문이라는 걸 아는데. 이 놈의 명령에는 죽어도 따르기 싫은데.
“···아, 알겠습니다···.”
군자의 목소리엔 이상한 위엄이 있었다. 통역을 거쳐 전달되는 문장임에도 그 뉘앙스가 그대로 전달됐다.
일곱 선비들의 식판을 들고 퇴식구로 향하며, 피호우캄은 일이 뭔가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처음엔 그저 물렁물렁한 놈들인 줄로만 알았다. 귀족이 됐다 해도 착한 척을 하느라 아무런 액션도 취하지 못할 줄 알았다.
오히려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으면 내밀었지. 그가 겪은 아이돌 중 대부분이 그런 물렁물렁한 놈들이었다.
그러나 유군자라는 놈은 달랐다. 그 몸짓, 눈빛, 표정··· 마치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소유물을 대하는 듯한 무미건조한 태도. 반사적으로 몸이 움직였다는 것이 굴욕적이었다. 그러나 촬영장의 그 누구도 테이보를 위해 나서 주지 않았다.
“젠장,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조용히 좀 해 봐.”
“피호우캄, 네가 말한 거랑 다르잖아!”
“나도 지금 혼란스러우니까 좀···.”
퇴식구 쪽에서 작은 소란이 발생하자 군자가 크게 헛기침을 하며 일갈을 날렸다.
“어허어.”
“!”
“무엄하게, 어디 양반들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소란을 피운단 말이냐.”
그 일침에 테이보 멤버들은 다시 한번 어깨가 움찔함을 느꼈다. 쫄고 싶지 않았지만 방도가 없었다.
그들은 확실히 7IN과 군자를 우습게 본 것이 맞았다.
동료들과 함께 있을 땐 유순함 그 자체인 군자였으나, 그의 본체는 숨 쉬듯 사람을 부려 왔던 조선의 지체 높은 양반이었으니까.
물론 군자라고 모든 노비들에게 가혹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힘들게 일하는 노비들에게는 한없이 다정했으니, 문원 유가의 노비들에게도 군자는 한 줄기 빛과 같았다.
그러나 군자는 알고 있었다. 노비 중에서도 서열과 갈등이 있다는 것을.
그 와중에도 다른 노비를 괴롭히고 폭행하며 못살게 구는 못돼먹은 놈들이 있었다.
그런 자들에겐 자비심이 없는 군자였다. 놈들 대부분이 강한 자에겐 약하고 약한 자에겐 강했기 때문에, 유형원의 아들인 군자에겐 아무 소리 못하고 발 밑을 설설 기었다.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때까지, 군자는 그들을 굴리고 또 굴렸다.
사람 굴리는 방법은 군자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숙부 유형원이 그 방면의 대가였기 때문에. 권위주의로 가득찬 양반에게 직접 전수받은 그 비법은, 테이보 멤버들의 혼을 쏙 빼 놓기에 충분했다.
식당, 강당, 연습실, 메인 홀 등등 공공장소에서 마주칠 때마다 군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테이보 멤버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마치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다는 듯, 당장 달려오지 않는다면 금방이라도 경을 치겠다는 듯이.
마지못해 달려온 피호우캄을 향해 군자는 항상 손을 쭉 내밀 뿐이었다. 군자의 의중을 파악하는 것은 피호우캄의 몫이었다.
“타블렛을 가져오란 뜻이다. 곧 연습 시간 아니더냐.”
“아아···.”
“이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쯧쯧···.”
때로는 연습용 타블렛 PC를.
“여기 타블렛···.”
“이건 왜 가지고 온 것이냐.”
“소, 손을 내밀고 계시기에.”
“이제 막 연습을 마친 참인데, 또 죽어 보라는 것이냐?”
“그것이 아니라···.”
“이 놈이, 제 주인을 죽어라고 굴리고 싶은 모양이로구나.”
“아, 아니, 그런 것이···.”
“붓과 벼루를 달라는 뜻이다. 해가 저물었으니, 글을 쓸 시간 아니더냐. 네 놈은 군자(君子)의 하루 일과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구나.”
또 때로는 붓글씨를 쓰기 위한 붓과 벼루를.
“여기 타블렛, 그리고 붓과 벼루도 가지고 왔습니다!”
“이건 무엇에 쓰란 말이냐.”
“예?”
“지금 손가락 끝이 파들파들 떨리는 것이 보이지 않느냐?”
“아아···.”
“바로 지난 주가 입동(入冬)이었다. 이렇게 손이 파들파들 떨릴 정도로 싸늘한데, 핫팩은 안 챙기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
“···.”
“눈치라는 것을 좀 길러 보거라.”
노예로 지내는 기간 동안 테이보 멤버들, 특히 피호우캄은 군자에게 철저하게 착취당했다. 억울함이 하늘을 찌를 것 같았지만, 룰은 그들을 지켜 주지 않았다.
가끔 억울함 가득한 눈빛으로 군자를 쳐다보아도, 한결 같은 대답만이 돌아올 뿐.
“그러니 업보를 쌓지 말았어야지.”
“···.”
“덕을 쌓으면 덕이 돌아온다. 네 선조들이 하신 말씀 아니더냐.”
“···.”
“마찬가지다. 악덕을 쌓으면 악덕이 돌아오는 법이지.”
할 말이 없었다. 룰을 악용하여 노예를 부려먹기 시작한 것은 테이보가 처음이었으니까.
더 화가 나는 것은 그런 노예 생활에 테이보 멤버들이 천천히 적응해 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늘도 말없이 손만 뻗은 군자에게 피호우캄이 조심스레 붓과 벼루를 내밀었다. 피호우캄이 내민 물건들을 잡으며 군자가 처음으로 생긋 웃어 보였다.
“오늘은 제대로 맞췄구나.”
“!”
“내 초콜릿 하나를 주마. 아주 달달하고 맛있단다.”
하마터면 크게 고개를 숙일 뻔한 피호우캄이었다. 그는 지금 제 주인의 의중을 맞췄음에 행복해 하고 있었다.
반항을 안 해 본 건 아니었다. 경연 외의 방법으로는 봉기를 일으킬 수 없었으나, [다이너스티>엔 다양한 미니게임이 준비되어 있었다.
오목과 바둑, 장기도 그 중 일부였다. 간단한 오목부터 치열한 수싸움이 가미된 장기와 바둑까지. 테이보 멤버들은 모두 자신 있는 종목이었다.
그러나 단 한 판도 군자를 이길 순 없었다. 특히 바둑은 더더욱 그러했다.
테이보 멤버들 중 두 명이 아마추어 초단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도전할 때마다 불계패(집계산까지 가기 전에 패배로 끝나는 바둑)를 면치 못했다.
“아, 아니, 이게 뭔···.”
“후후, 바둑 또한 선비의 소양 중 하나지. 넌 조금 더 정진해야겠구나. 자, 약속한 대로 꿀밤을 맞자.”
따악, 따아악, 따아아아악—!!
부질없는 도전을 반복할 때마다 테이보 멤버들의 마빡에 동그란 혹만 늘어 갔다.
“젠장, 이렇겐 못 살겠다!”
서러움을 못 이겨 군자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기도 해 보았지만, 소용 없었다. 어딜 가든 커다란 덩치의 태웅과 인혁이 그들을 쫓아 왔으니까.
“허억—.”
“가자, 군자가 부른다.”
군자는 이미 노비들의 탈주에 대해서도 대책을 세워 놨다. 장정 태웅과 인혁을 추노꾼으로 임명하여 다이너스티 캐슬 곳곳을 뒤지도록 한 것.
추노꾼들은 더할 나위 없이 믿음직스러웠다. 더 이상 도망도 소용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서부턴 도망도 치지 않는 테이보 멤버들이었다.
그 모든 과정을 촬영하며 김석훈 PD는 흥에 겨운 콧노래를 불렀다.
“카슴을 데인 것처럼, 눈물에 베인 것 처러허엄—.”
“PD님, 신나셨네요.”
“당연히 신나지. 지금 내가 서바이벌 예능을 찍는 건지 추노를 찍는 건지 모르겠다구~”
어딘가 익숙한 드라마 OST까지 흥얼거리는 김석훈 PD의 모습을 보며, 제작진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근데 PD님, 이거 괜찮은 겁니까?”
“응? 뭐가?”
“칠린 애들이 테이보를 너무 괴롭히는 것 같은데···.”
“그런가? 아닐 걸? 진짜 노비들은 저것보다 더 빡세게 굴렀을 건데.”
“그건 진짜 노비 얘기고요. 쟤들은 아이돌 아닙니까. 괜히 이런 분량 방영됐다가 국내 여론 나빠지면···.”
“아니지, 아니지. 넌 아직도 대중을 모르네.”
“예?”
“사람들은 말야, 한 번 마음 속에서 선역 악역을 정하면 그걸 잘 안 바꿔. 테이보 저 친구들이 칠린 애들을 부려먹으려 한 순간, 저 친구들은 악역으로 규정됐단 말야. 어디 그 뿐이야? 처음엔 자체투표 주작해서 칠린 애들 노예 만들었지. 그 다음엔 파오차이인지 뭔지, 개 같은 제시어 줘서 엿 먹이려고 했지.”
“그거야 뭐···.”
“그런 일련의 과정이 이미 선악을 갈라 놨다 이거야. 그러니까 지금 칠린의 행동은 악행이 아니라 정의구현이 된 거고.”
“정말 그럴까요?”
“그렇다니까. 대중도 예전 같지 않아졌어. 무조건 착하기만 한 캐릭터를 요구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엿 먹었을 땐 똑같이 엿을 주는 캐릭터, 불의를 참지 않고 맞지랄 하는 캐릭터를 원한다니까.”
“그래도 괜히 트집 잡혀서 욕 먹을까 봐 걱정입니다.”
“그건 뭐, 칠린 애들이 감당할 일이고.”
“예?”
“야, 우리가 뭐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되냐. 우리는 흥행만 신경 쓰면 돼, 흥행만.”
“또 시말서 쓰시려고요?”
“필요하면 쓰지 뭐. 내가 다 해 봤는데, 시말서 쓰고 이직하고, 시말서 쓰고 이직하고··· 이게 가장 빠른 성공 루트더라.”
스태프들은 김석훈 PD의 광기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김석훈 PD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좋아 좋아, 더 갈등하고 더 대립하려무나. 정의가 승리하는 그림이면 가장 좋고~”
3차 경연 준비에 앞서, 테이보를 신나게 굴리는 군자의 모습은 모두 [다이너스티> 촬영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리고 3차 경연이 진행됨에 앞서, 웹플릭스에 [다이너스티> 3화가 공개됐다. 3화는 일곱 개의 팀이 제시어를 제출하는 모습, 그 제시어로 경연을 해 나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3화 초반, 시청자들의 반응은 당연하게도 분노 일색이었다.
아무리 도발을 하고 싶기로서니 파오차이라니. 악의가 가득 담긴 제시어 선정에, 한국 팬들이 특히 분통을 터뜨렸다.
[테이보 쟤네는 진짜 선이라는게 없나봐] [우리는 그래도 같은 아이돌이면 좀 존중하고 리스펙하고 그런 문화가 있는데ㅋㅋㅋㅋㅋ진짜] [근데 한국 서바 나오는 중국애들 봐도 좀 그런거 있음··· 이목구비 부리부리하고 패션 좀 촌스럽고 눈빛이 독기 승부욕으로 가득하다 = 99% 중국 참가자] [ㄴㅋㅋㅋㅋㅋㅋ앜ㅋㅋㅋㅋ나뭔지알것같음] [근데진짜 개킹받네] [파오차이가 뭐야 파오차이가;;;] [아니 아이돌 서바에서 왜 외교분쟁을 하고 있는건데] [칠린이들 상처 안 받았음좋겠다] [이건 상처가 아니라 그냥 개 열받아서 멘탈 흔들릴것 같음ㅠㅠㅠㅠㅠ] [경연준비 잘해야 할텐데] [근데 ㅅㅂ가사에 파오차이 넣고 뭔 노래를 만드냐곸ㅋㅋㅋㅋㅋ] [무슨 노라조도 아니고 파오차이가 뭔데 ㅅㅂ] [최소한 매너는 지켜야될거 아냐]모두가 7IN의 2차 미션을 걱정했다. 그러나 [우리의 파워 차이>라는 경연곡 제목이 공개되자 마자, 분노와 걱정으로 가득했던 반응은 웃음으로 뒤집어졌다.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말장난 천재들이얔ㅋㅋㅋㅋ] [미친ㅋㅋㅋㅋㅋ가사봐] [진짜 이악물고 가사 쓴거 보인다] [테이보 멤들 표정 ㅂㄷㅂㄷ한겈ㅋㅋㅋㅋㅈㄴ대유잼] [칠린이들은 참지않긔] [누가 우리 애들 말랑쫀떡이라했엌ㅋㅋㅋㅋ] [오늘은 그냥 일곱마리 가시복 그 잡채] [ㅋㅋㅋㅋ중국애들 숨도 못쉬고 뚜들겨맞네] [중국인! 이걸 보고 있다면 반응을 말해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관객석 봨ㅋㅋㅋㅋㅈㄴ웃기네진짜] [7IN의 무대에 일본이 놀라고 미국이 환호하며 중국이 전전긍긍한 이유.avi] [다이너스티 그냥 국뽕너스티로 이름 바꾸잨ㅋㅋㅋㅋ] [후 요즘 이거 진짜 내 국뽕충전기 나 칠링이 아닌데도 이거 보면 뭔가 행복해짐] [ㄴ그게 입덕과정이야 부정해봐야 소용업서] [그와중에 우리 애들 흰착장 잘 받는거 봐ㅠㅠㅠ이러니 입덕 안하고 배김?]참교육으로 가득찬 [다이너스티> 3화를 보며 한국 팬들은 극한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4화엔 김석훈 PD와 군자가 준비한 훨씬 재미있는 분량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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