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64)
#164
Myao!
무대 조명이 켜지기 전까지, 연지를 비롯한 팬들은 경연의 컨셉에 대해 알 수 없었다.
‘약점 보완 미션’이라는 큰 테마만 들었을 뿐, 어떤 것이 7IN의 약점으로 지적되었을지는 모르는 일이니까.
“제발 이상한 것만 걸리지 마라···.”
연지는 마음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연지를 비롯한 팬들이야 7IN이 사이버펑크 닌자가 돼서 광선 수리검을 날려 대도 기꺼이 팬질을 할 마음이 있었지만, 안티들은 아니었다.
이런 경연 무대에서 컨셉 한번 잘못 잡으면 안티들에겐 좋은 먹잇감이 된다. 서바이벌 데뷔를 거치며 이미 대부분의 억까에 초탈한 연지였지만, 그래도 속 편힌 팬질을 하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제발, 제발 이상한 병맛만 아니기를.
그냥 중간 정도만 돼도 만족하려 했다. 사이버펑크 닌자가 나와도··· 뭐,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이려 했다.
그런데 조명이 켜지며 공개된 멤버들의 의상은···.
“···대박···.”
적어도 연지에게는 극락 그 자체였다.
처음으로 일곱 멤버들이 모두 청바지를 입었다. 태웅은 찢어진 청바지, 인혁은 검은 톤에 가까운 블랙진, 현재는 청 멜빵바지 등등 멤버마다 약간의 디테일 차이는 있었지만 모든 멤버들이 기본적으로 청바지를 입었다.
상의 역시 파스텔 톤의 오버사이즈 셔츠, 아이보리색 맨투맨 같이 상큼한 톤의 의상이었다. 멤버마다 피부톤에 어울리는 컬러로 차이를 두긴 했지만, 전체적인 컬러감은 블루 & 화이트. 착장을 보자 마자, 연지는 3차 경연곡의 컨셉을 직감했다.
이거 청량청량이잖아!
연지의 예감과 동시에, 발랄하고 상큼한 톤의 일렉트릭 팝 전주가 시작됐다. 언제나 엄격 근엄 진지하게 시작했던 무대와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각자 머리에 동물 머리띠를 한 멤버들이, 산책 나온 강아지처럼 가벼운 스텝으로 사뿐사뿐 무대 위를 누볐다.
전주와 시작된 안무부터 연지의 두 눈엔 하트가 뿅뿅 새겨졌다. 방청석에 앉은 다른 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7IN의 3차 경연 컨셉은, 그 동안 팬들이 무의식적으로 바라 왔던 것을 완벽하게 충족시켜 주었다.
“···이게 왜 약점···.”
진짜 이게 왜 약점이지···.
물론 7IN이 그 동안 이런 컨셉의 경연을 안 하긴 했다. 무대 위에서 애교라고는 부려 본 적이 없었기에, 다른 팀들은 청량 컨셉을 7IN의 약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팬들은 알고 있었다. 귀여우려면 한도 끝도 없이 귀여울 수 있는 것이 7IN 멤버들이라는 것을.
무대 위의 멤버들이 그 믿음을 증명해 내고 있었다. 새하얀 에어포스 스니커즈가 플로어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팬들의 심장을 콩콩 뛰게 만들었다. 아니, 어떻게 저렇게 몸이 가볍지?
일곱 멤버들 모두 댄스 기본기가 탄탄하기에 가능한 모습이었다. 거기에 초반 센터로 나선 현재의 기갈 표정 공격은 팬들의 심장에 무리가 오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끼야아아악—.”
“하현재! 하현재애애—!!”
처음 센터에 선 현재가 첫 벌스를 소화했다. 귀여운 멜빵바지에 오늘은 고데기로 머리에 컬까지 주고 나온 현재는 마치 인간 푸들 같았다.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난 네게 반했어.
당당한 눈맞춤,
내가 먼저 피해버렸고—.
그 동안 강한 노래에서도 존재감을 발했던 현재의 보컬이지만, 말랑말랑한 음색은 청량 컨셉과 만났을 때 그 힘을 제대로 발휘했다.
첫 벌스부터 팬들의 고막은 사르르 녹아 버렸다. 아니, 이게 라이브라니. 어떻게 저렇게 깡총깡총 뛰면서 이렇게 노래를 잘 할 수 있지. 거짓말 하지 마라. 이거 AR이지?
별의별 호들갑이 다 스쳐 지나갔지만 명백한 라이브였다. 한 손에 핸드 마이크를 쥔 채, 현재는 가사 하나하나를 꼭꼭 씹으며 첫 벌스를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V자 안무 대형이 갈라지며 다음으로 나온 것은 현시우. 데이트룩의 정석 같은 오버사이즈 셔츠, 금발머리 위에 강아지 머리띠를 한 시우는 한 마리의 노란 치즈태비 고양이 같았다.
사뿐사뿐 돌아선
널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자꾸자꾸 생각나,
그 길을 걸어갈 때마다—.
“현시우, 너무 예뻐어어—!!”
“미쳤어—!!”
언제나처럼 시우는 팬들을 향해 가볍게 웃어 보이며 심장을 폭격했다. 무거운 컨셉의 곡에선 자제해 왔던 눈웃음을 한정해제하니, 시우를 좋아하는 팬들의 입장에선 행복으로 미칠 지경이었다.
“그니까 이게 왜 약점이냐고—!!”
어느새 곡은 프리코러스 파트까지 전개됐다. 연지를 비롯하여 군자가 최애인 팬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군자의 파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도 보였다. 군자의 얼굴에 평소와 다른 아이템이 올라가 있는 걸.
마침내 비트가 한결 더 나긋나긋하게 변주되며 군자의 파트인 프리코러스가 시작되고, 군자가 전면으로 나서자 팬들은 그 아이템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꺄아아아아아—.”
“군자 안경 썼어—!!”
안경이었다. 살짝 컬을 준 다크브라운 톤의 헤어에 동그란 안경!
하늘색 스우시가 들어간 에어포스 운동화, 적당한 스트레이트 핏 청바지에 강아지가 그려진 아이보리색 맨투맨을 입은 군자의 착장은 모든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 동안 죽자고 한복 아니면 군복만 입었던 군자가 대체 어쩌자고 저런 옷을?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던 애가 고데기를? 게다가 갓경까지?
아니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이해할 순 없었으나 좋았다. 군자의 하얗고 청순한 얼굴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착장이었으니까. 처음 입는 옷이 어색하다는 듯, 교태를 부리는 것이 어렵다는 듯 군자의 두 볼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으나 그게 오히려 더 좋았다.
너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어색한 옷도 입어 봤는데—.
동양풍이 빠진 군자의 보컬은 청량 그 자체였다. 이제 군자는 완벽한 아이돌 보컬이 되어 있었다. 1절 내내 격한 스텝을 밟으며 무대 위를 누볐음에도 군자의 목소리엔 흔들림 하나 없었다.
다시 만난 너는 또 가만히
내 눈만 바라보네—.
극락 같았던 군자의 프리코러스 파트가 끝나고, 핑크색 셔츠를 입은 막내 유찬이 센터에 서며 후렴 파트가 시작됐다.
천천히, 가까이 너에게 다가갈게.
나에게 기꺼이 작은 손 내밀어 줄래?
정면을 향해 손을 쭉 뻗는 포인트 안무에 팬들도 손을 내밀고 말았다. 처음 보는 안무에도 반응해 주는 팬들의 모습이 신기한 듯, 무대 위의 소년들도 환하게 웃었다. 그 웃음이 또 팬들의 입을 귀에 걸리게 만들었고.
좋다, 좋다, 너무 좋다. 연지는 함박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웃기게도, 경연곡의 가사 역시 그런 연지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이렇게 좋은걸.
빤히 날 보던 네가 대답하네—.
Myao, Myao—!!
고양이를 흉내내는 듯한 마지막 포인트 안무를 보자, 팬들은 비로소 이번 경연곡의 컨셉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강아지는 강아진데, 고양이를 좋아하는 강아지구나!
멤버들이 강아지가 된 것도 좋았고, 또 그 멤버들이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것도 좋았다. 대체 어디 고양이인지, 찾을 수만 있다면 빙의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처음 만날 그 날 이후로
우린 자주 만났어.
심장이 쿵닥쿵,
널 만날 때마다—.
2절 역시 현재의 말랑말랑한 보컬로 시작됐지만, 이번에는 랩 파트가 삽입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찢어진 청바지에 브이넥 니트를 입은 태웅이 자신 있게 앞으로 치고 나왔다.
Oh, 그래도 용기를 내.
친해지려면 지금뿐이야!
Oh, 네게로 손을 뻗어.
원한다면 내 손을 잡어!
공격성 없는 태웅의 랩은 팬들도 처음이었다. 오늘은 꽤 단정한 의상을 입은 태웅이었으나, 그 와중에도 브이넥 사이로 살짝 보이는 쇄골과 가슴근육 라인이 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태웅이 랩을 하는 동안, 어느새 시우를 제외한 멤버들이 태웅의 주변에 모여들었다.
마치 고양이에게 손을 내밀듯, 장난기 어린 손으로 시우에게 손을 뻗었으나 시우는 사나운 길고양이처럼 앞발 냥냥펀치로 태웅의 손을 응징했다.
One, two three four five.
이제 가까워지는 우리 사이.
No, 더이상 겁먹지 마.
해치지 않··· 아야야얏—.
익살까지 들어간 랩 파트에 팬들은 폭소와 환호를 동시에 보냈다. 장난스런 태웅의 랩 파트가 끝난 뒤, 이어진 인혁의 파트 역시 랩이었다.
속도위반 스킨십은 금지,
넌 그 누구보다 신중하니.
네가 원할 때만 내게 기대,
더 많이 기다릴 수도 있으니.
평소엔 항상 묵직한 랩을 했던 인혁 역시 오늘은 똥꼬발랄한 동작과 함께 상큼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실 평소에도 귀여운 것에 욕심이 꽤나 많았던 인혁이었다.
“혁이 오빠아아—.”
“대형견 같아—!!”
나름대로는 작은 말티즈를 연상하며 표정을 지어 보인 인혁이었으나, 팬들에게는 그저 허스키 내지는 사모예드 같은 대형견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런 모습도 색달랐다. 188cm 거인의 댕댕이 같은 무대라니! 팬이 아닌 방청객들도 이 순간을 저장하기 위해 무대를 응시했다.
두 번의 랩 파트가 끝난 뒤, 무대는 또 한번의 프리코러스에 접어들었다. 귀여운 안경을 쓴 군자가 전면으로 나서며, 주머니에서 하트를 꺼내는 듯한 동작과 함께 수줍게 웃어 보였다.
너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빨간 홍시도 가져 왔는데—.
다시 만난 너는 또 가만히
내 눈만 바라보네—.
“꺄아아아악—.”
“홍시래, 넘 귀여워—!!”
홍시 가사와 함께 LED 배경에서 홍시 그래픽이 와르르 쏟아졌다. 직관적이었지만, 붉은 홍시는 소년들의 발랄한 무대와도 꽤나 잘 어울렸다.
천천히, 가까이 너에게 다가갈게.
나에게 기꺼이 작은 손 내밀어 줄래?
그냥 보고만 있어도 이렇게 좋은걸.
빤히 날 보던 네가 대답하네—.
Myao, Myao—!!
이어진 두 번째 후렴, 안무는 1절보다 힘이 실려 있었으며, 그걸 부르는 유찬의 목소리 역시 더 청량했다. 그 사이 후렴에 익숙해진 것인지, 고양이 소리를 내는 부분에선 팬들도 함께 ‘야옹야옹’ 소리를 냈다.
고양이 같은 포인트 안무를 따라하며, 연지는 어느새 무대에 흠뻑 빠져 있었다. 도대체 누가 청량을 7IN의 약점으로 뽑아 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에게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런 은혜로운 무대를 직관할 수 있게 해 주다니. 그것도 내가 방청권 당첨된 날에!
역시 연지는 운 좋은 덕후였다. 아마 다음 생이 있다면 평생 운 지지리도 없는 망한 인생이겠지. 하지만 괜찮다. 이번 생이 이렇게 행복했으니까!
어느새 노래는 두 번째 후렴까지 끝나고, 피아노 반주 하나만을 남긴 채 브릿지로 접어들었다. 1절과 2절의 오프닝을 열어 주었던 현재의 말랑말랑한 보컬이 다시 팬들의 귀를 간지럽혔다.
드디어 네가 내게로 와.
내 무릎을 베고 누워—.
그토록 꿈꿔 왔던 순간,
넌 무슨 생각을 할까——.
여름 하늘의 비행기구름처럼 시원하게 뻗는 현재의 고음.
고음이 끝난 자리에는, 무릎에 앉은 고양이가 내는 듯한 골골송이 남았다.
골골골···.
“아악, 귀여워어어—.”
“간택받았나 봐—!!”
마침내 이뤄진 첫사랑이 기쁜 듯, 소년들은 환하게 웃으며 마지막 후렴을 향해 달려갔다. 다음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연신 ‘화자 마자 부라자’를 연습 중인 SHINO 외엔, 모두가 행복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