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65)
#165
재지한 음악을 시작합니다
현재의 시원한 고음 파트가 끝난 뒤, 모든 멤버들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팬들에게 다가갔다.
마지막 후렴은 유찬을 중심으로 한 제창이었다. 불필요한 기교 없이 한 데 어우러진 목소리, 한층 가까워진 멤버들의 모습이 팬들을 기쁘게 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이전 경연처럼 강렬한 무대는 아니었지만 환호성은 그에 못지 않게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간질간질한 무대를 준비해 본 적 없는 군자였지만, 팬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은 역시 언제나 군자를 행복하게 했다.
게다가, 막상 이런 옷에 안경까지 쓰고 잔망을 떨어 보니 그것도 은근히 중독성이 있었다.
···요런 느낌인가?
상큼한 표정과 함께 한 쪽 눈을 찡긋해 보이자 방청석에서 엄청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렇다면 요건 어떨까?
이번엔 두 손을 들어 손가락 하트를 뿅뿅 날렸더니, 반대쪽 방청석의 팬들이 뒤집어진다.
오오, 오오오!
재미있다. 게다가 뿌듯했다. 이런 것은 현재와 시우의 영역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해 보니 그렇지만도 않았다.
“군자야, 너무 귀여워—.”
저 귀엽다는 말, 내게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했거늘.
그러나 싫지가 않다. 어쩐지, 계속해서 잔망을 부리고 싶어졌다.
“에잇, 에잇.”
잘 하지도 못하는 윙크를 연신 사방에 날리며, 군자는 인생 최고의 교태를 부리고 있었다. 그 덕분에, 눈에 땀이 들어간 사람처럼 한쪽 눈을 찡그리고 있는 모습이 엔딩 원샷 카메라에 잡히고 말았다.
“아악, 윙크 못하는 거 봐.”
“졸라 귀여워—!!”
대형 LED 스크린에 뜬 그 모습을 보며 팬들은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오호라, 팬 분들은 이런 망측한 모습도 좋아해 주시는구나. 흥이 오른 군자는 나머지 눈도 꽉 감아 버렸다.
[>[]커다란 화면에 뜬 이모티콘 같은 얼굴, 팬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물개박수를 쳤다. 연지 역시 아까부터 벌떡 일어나 입이 귀에 걸린 채로 기립박수를 갈기고 있었다.
멋진 줄만 알았지, 이런 귀여움 포텐까지 가진 줄은 몰랐다. 애교 부려보라고 하면 엄청 뺄 것 같았는데,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런 은총을 내리시는 거지?
이어진 심사평 역시 호평으로 가득했다. 심사위원들 역시 7IN이 새로운 컨셉을 이 정도로 깔끔하게 소화해 내진 못할 것이라 생각한 모양이었다.
“너무 너무 귀여운 무대였네요! 이거 내가 아는 그 칠린 맞아요? 지난 무대에서 막 디스랩 하던 그 친구들 맞죠? 그 땐 막 다 찢어죽일 것 같더니, 오늘은 어떻게 이렇게 말랑말랑 청량청량한 무대를 준비했을까요.”
“감사합니다!”
“우선 노래 칭찬을 안 할 수가 없네요. 지현수 씨는 정말 기성 작곡가가 아니었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 너무 잘하는데요? 강렬한 일렉트로닉 팝 계통이랑 808 베이스 힙합 비트는 잘 만드는 거 알았는데, 이런 트로피컬하고 상큼한 노래도 잘 찍네요. 조만간 저작권 부자 되겠어요.”
“헤헤,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작곡가 현수를 시작으로, 심사위원들은 멤버 하나 하나를 훑어 가며 칭찬 릴레이를 펼쳤다.
유찬, 현재, 시우는 본인의 옷을 찾은 듯 훨훨 날아다녔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의외로 거구라인인 태웅과 인혁에게도 좋은 평이 잇따랐다.
“권태웅 참가자, 키가 몇이죠?”
“185cm입니다—!!”
“오, 나 185cm 근육맨한테 과즙미를 느낀 건 처음이에요.”
“우하하, 감사함다—!!”
“물론 두리안도 과일이긴 한데에.”
“헉, 제가 두리안 같았나요?”
“푸하학, 아니에요. 오늘만큼은 막내라인 못지 않게 상큼했어! 아주 신선하고 달달한 멜론 같았어요. 그것도 아주 커다란. 난 특히 랩 파트에서 현시우 참가자랑 귀엽게 주고받는 부분이 좋더라고요. 그건 누구 아이디어였죠?”
심사위원의 질문에 최장신 인혁이 조심스레 손을 들었다.
“접니다.”
“아아, 그랬구나. 오늘은 차인혁 참가자도 너무 귀엽던데요? 평소엔 카리스마 있는 랩만 해서 이런 컨셉에 잘 어울릴까 걱정했는데, 너무 너무 좋았어요. 난 특히 괜히 멋진 척 안 하고 무턱대고 애교 부리는 게 좋더라고. 꼭 등치만 산만해서 여기저기 다 애교 피우고 다니는 사모예드 같았어요.”
“···감사합니다···.”
인혁은 칭찬이 뿌듯한 듯 주먹까지 불끈 쥐어 가며 행복해 했다.
“그, 주, 주먹을 왜 쥐고 그래요? 기분 나빴던 거 아니죠?”
“아, 아닙니다!”
그 왕주먹 때문에 심사위원의 오해를 사긴 했지만.
심사위원들은 엔딩 요정 군자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안경까지 쓰고 나온 군자는 오늘 아주 귀여우려고 작정을 한 것 같았으니까.
“유군자 씨.”
“예, 심사위원님.”
“오늘 착장은 거의 범죈데요?”
“예—!?”
심사위원의 첫 마디에 군자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 그러면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예?”
“그렇다면 이제 옥살이를 하게 되는 것인지···.”
“푸하학, 뭐래 진짜. 아니 농담을 왜 그렇게 진지한 표정으로 해요? 얼굴 믿고 개그도 자기 멋대로 치네.”
“?”
“범죄라고 할 만큼 귀여웠다~ 이 말이지.”
귀여운 것이 왜 범죄란 말인가? 그렇다면 내 첫사랑인 고양이 홍시는 흉악범인가? 알 수 없었지만 어쨌거나 감옥에 가지 않는다니 다행인 군자였다. 아직 하고싶은 무대가 너무 많았으니까.
“일단 안경! 저 동그란 안경이 나 같은 씹덕들의 심장을 폭격했어요. 아마 공감하는 사람 많을 걸? 그리고 유군자 씨 스텝은 참 언제 봐도 깔끔하고 또렷하네요. 이게 허리 위로는 청량하고 귀여워도 허리 아래로는 힘이 있어야 무대가 살거든요. 아니, 연습생 생활도 오래 안 했다면서 언제 그렇게 멋진 스텝을 익혔대요?”
“검법을 연습하다 보니 자연스레 보법도 함께 체득했습니다.”
“···아하?”
“검법과 보법은 본디 하나의 체계이지요. 보법에 능하지 못하다면 좋은 검로를 만들 수 없답니다.”
“그, 그렇구나, 하하하.”
심사위원들은 군자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냥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검법이고 자시고, 아무튼 잘 하면 됐지. 근본이 있든 없든, 군자가 천재 아이돌이라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었다.
“오늘은 아주 원 없이 애교 발사 하시는 것 같던데, 작정하고 나온 거예요?”
“그렇다기보단··· 팬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 몸이 절로 움직인 것 같습니다.”
“원래 본인 서타일은 아닌데?”
“사실, 전 한 쪽 눈만 찡긋하는 것도 서툴러서···.”
“아까 엔딩 요정 그거요? 나 누가 군자 씨 눈에 물총 쏜 줄 알았잖아.”
“푸하하학—.”
“한 번만 다시 보여줄 수 있어요?”
군자는 부끄러워 하며 [>[] 표정을 재현해 보였다. 대형 스크린에 다시 한번 이모티콘 표정이 뜨자 팬들이 하이톤의 환호성을 질렀다.
꺄야아아아악—.
그 환호성에, 군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아까는 무대의 여운 때문에 신나게 온갖 표정을 지었는데, 이렇게 뜬금없이 하려니 확실히 부끄럽구나.
하지만 팬들이 좋아해 주시는 모습을 보니 또 한번 뿌듯했다. 오늘도 노력한 만큼 좋은 무대를 한 것이 분명했다.
“자, 이렇게 심사평을 마치겠습니다. 3차 경연에서는 사랑스러운 무대를 보여준 칠린! 이제는 퀄리티는 물론이고, 무대 스펙트럼까지 넓혀 가고 있는데요! 이제 다음 팀 만나보겠습니다, SHINO의 차례입니다!”
박수갈채와 함께 무대에서 내려오는 7IN을 보며, SHINO 멤버들은 눈을 가늘게 흘겼다.
“···젠장···.”
솔직히, 완전히 망한 무대를 기대했던 SHINO였다. 7IN은 무겁고 진지하고 장엄한 무대에만 특화된 팀이라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청량’이라는 컨셉을 던져 주었다. SHINO의 이미지도 어느 정도 챙기며, 7IN을 나락으로 가게 만들기 위해서.
그러나 결국 이번에도 7IN은 방청석의 환호성, 심사위원단의 극찬을 이끌어 냈다.
이제는 SHINO가 더 좋은 무대를 펼쳐서 7IN을 앞지르는 수밖에 없었다.
“좋아, 레츠 고—!!”
“하이, 리다 상—!!”
리더 사스케와 멤버들은 기합을 넣으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영어 가사’라는 약점을 부여받았지만, SHINO는 나름대로 꽤나 참신한 준비를 해 왔다.
위옹, 위오옹—.
싸이키델릭한 조명이 떨어지자 마자, EDM을 연상케 하는 전자악기가 흘러 나왔다. SHINO가 준비한 것은 미래지향적인 EDM이었다.
“훗, 후훗···.”
리더 사스케는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이런 사이버네틱한 무대, 7IN은 절대 할 수 없다. 언제나 구닥다리 악기를 샘플링해서 동양적인 무대만 꾸며 왔던 놈들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2077년에서 온 음악도 할 수 있지!
위옹, 위옹, 위오옹—.
전자악기 소리가 증폭되며, 동시에 리더 사스케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색 메이크업을 덕지덕지 바른 그의 얼굴엔 가로로 길다란 선글라스가 얹혀 있었다.
에브리완—.
구-또 이부닝구—.
“?”
순간 모두가 혼란 속에 빠졌지만, 다행히 대형 스크린에 자막이 함께 나왔다.
[Everyone, Good evening.]모두의 시선은 LED화면의 자막과 SHINO 멤버들 사이를 정신없이 오갔다. 사스케의 인트로 나레이션과 함께, 사이버펑크 닌자로 변신한 멤버들이 천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SHINO의 정체성은 닌자. 그 정체성을 사이버펑크 세계관과 섞어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음악은 사이버펑크와 잘 어울리는 EDM,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따뜻한 가족애에 관한 것. 우리는 이걸 다 할 수 있다구.
SHINO는 모든 면에서 7IN을 뛰어넘길 원했다.
그것이, 이 괴작이 세상에 나와 버린 이유였다.
와루컴 투 마 화미리 와루도—.
[Welcome to my Family World.]아와 사브제쿠토···.
이주 오바우또 화미리—.
[Our subject··· is about Family.]정신이 아찔해지는 영어가 모든 관객들의 청각을 혼란에 빠뜨렸다. 군자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무대를 지켜보고 있었다.
“태웅아, 저것이 대체 어느 나라의 언어더냐?”
“크읍, 흐읍—.”
군자는 궁금했으나 태웅은 어쩐지 호흡을 참느라 대답할 여력도 없어 보였다. 그 와중에도 사이버펑크 닌자들은 천천히 대형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화자, 마자··· 앤 마이 부라자—.
[Father, Mother, and my Brother.]첫 번째 부라자가 튀어 나옴과 동시에 쿵짝쿵짝 EDM 비트가 시작됐다. 동시에 팡팡 튀는 레트로한 팝핀댄스로 무장한 은색 닌자들이 알 수 없는 영어를 내뱉었다.
라바, 라바, 마이 바스트 라바—.
화자, 마자, 마이 빅 빅 부라자—.
[Lover, Lover, my Best Lover.] [Father, Mother, my big big Brother.]그란-도 화자, 마이 그란-도 마자.
위 아 화미리, 위 라부 이찌 아다—.
[GrandFather, my Grandmother.] [We are Family, we Love each other.]난해한 무대가 펼쳐지는 동안 심사위원들은 내내 입을 틀어막고 있어야 했다. 모두가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참고 있었지만, SHINO는 그들을 봐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쟈, 쟈, 쟈, 쟈—.
쟈-쟈-쟈-쟈—.
[Ja, Ja, Ja, Ja—.] [Ja- Ja- Ja- Ja—.]EDM 음악이 고조되는 파트.
한 음절이 8비트, 16비트로 반복되며 분위기를 끌어올리다가 비트가 변주되는 식의 흔한 구성이다.
쟈쟈쟈쟈쟈쟈쟈쟈쟈—.
[JAJAJAJAJAJAJAJA—.]쟈지 뮤지-꾸 스따—또—!!
[Jazzy Music Start—!!]그와 동시에 시작되는 색소폰 EDM 비트. 그러나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은 재지한 색소폰 비트가 아닌 영어 발음이었다.
“쟈··· 무어라?”
모두가 호흡곤란이 온 가운데 군자만이 심각한 표정이었다.
아니, 저 단어는··· 저거 괜찮은 것인가?
저 단어를 방송에서 내뱉는 것이 진짜 범죄 아니던가?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