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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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고친 것이로구나?
“이거, 누가 만든 거니?”
소예진의 질문에 유찬과 태웅의 입이 동시에 움직였다.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안무 완성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군자였다. 혼자서 테마곡 안무를 전부 기억하여 재현해 냈으니까.
하지만 유찬과 태웅이 목소리를 내기도 전에, 군자가 먼저 대답했다.
“다 같이 했습니다.”
“그래? 완전 공평하게?”
“예, 제 생각엔 그랬습니다.”
군자의 대답에, 유찬과 태웅이 감동받은 눈으로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자식, 왜 이렇게 멋진 거야?’
굳이 기여도를 나누자면 군자가 80% 이상, 유찬과 태웅이 각각 10% 정도를 담당했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군자야말로 양정무처럼 ‘내가 다 했다’고 나댔어도 상관이 없는 참가자였다.
그런데도 잡다한 부연설명 없이 셋이서 공평하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하다니.
두 사람이 보기엔 의리도 이런 의리가 없었다.
‘앞으로도 이 형이랑 팀 하고 싶다···.’
‘군자야, 딱 정했다. 넌 끝까지 내 어벤져스임.’
두 사람이 깊이 감동받고 있는 동안, 군자는 불안감을 숨겨야 했다.
‘···이걸 공평하다고 말해도 되는 것인가?’
내가 한 것이라곤 그저 기억나는 안무를 재현한 것이 전부인데. 나머지는 유찬과 태웅이 다 했다.
엉성한 동작을 안무로 만들고, 반복 연습까지 도와 주며 나를 사람답게 움직이게 해 주었지.
그런데 이걸 공평하다고 말해 버리면, 조금 양심이 없는 것 아닌지···.
살짝 양심이 아픈 군자였으나, 정작 동료들은 별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이번엔 군자가 감탄했다.
이 친구들, 이제 나를 동료라고 생각해 주는 거구나.
참으로 가슴 벅찬 일 아닌가!
비록 약간의 오해가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군자의 팀은 서로에게 감동을 받은 듯 했다.
그렇게 소예진 트레이너의 수업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채비를 하던 중 유찬이 군자에게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형, 오늘 정말 감사했어요.”
“감사하긴, 내가 더 고맙지.”
“TV 나오고 싶어서 형이랑 팀 했다는 말, 화 내실 수도 있었는데도 받아 주시고.”
“아니, 오히려 그 지극한 효성에 감동받았는걸.”
“형은 좀 이상하긴 해도, 좋은 사람인 것 같아요.”
이상하긴 해도 좋은 사람이라? 칭찬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이겠지? 그래, 칭찬을 꼬아 듣는 것은 소인배의 태도 아니던가.
“덕분에 오늘은 무대에서도 실수 안 했어요. 감사합니다.”
그러게, 생각해 보니 그렇구나. 분명 보컬 수업 땐 목소리도 제대로 못 냈던 유찬이, 오늘은 실수 없이 무대를 마무리했다.
“처음으로 트레이너 쌤한테 칭찬도 받았고.”
“칭찬 좋지.”
“그··· 앞으로도 같은 팀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래, 그러자.”
그 때, 유찬의 옆에 떠올라 있던 상태창에 새로운 문장이 추가됐다.
[기유찬 (17)] [용모 : B (S)] [노래 : B (S)] [춤 : B+ (A+)] [매력 : C+ (S)] [저주 : 압박감 (높은 확률로 무대를 망침)] [유군자와 팀을 이룰 시 저주 효과 30% 감소]“오오.”
“왜요 형?”
“아니, 아니다.”
유찬의 저주가 약화됐다. 저주 때문에 제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실제 기유찬의 등급은 춤과 노래 모두 참가자들의 평균치를 한참 상회한다.
저주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다면, 아마 지금보다도 훨씬 뛰어난 실력을 보일 수 있겠지.
“곧 너희 가족이 널 자랑스러워 하게 될 날이 올 거다.”
“형은 오그라드는 말도 참 잘 하는 것 같아요.”
“오그라들어? 그건 또 뭐지?”
오그라든다라.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설마 저렇게 산뜻하게 웃으면서 비난을 하는 것은 아니겠지. 군자도 유찬을 따라 웃었다.
“유군자 형!”
마침 그 때, 얄쌍한 목소리가 군자의 이름을 불렀다. 돌아보니 한 뼘 정도 아래서 양정무가 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양정무 (17)] [용모 : B- (A)] [노래 : C+ (A+)] [춤 : B (B+)] [매력 : B+ (S)] [축복 : 유아독존 (자신이 중심이 되었을 때, 능력치 상승)] [저주 : 유아독존 (자신이 중심에서 밀려났을 때, 정신력 붕괴)]유아독존, 축복이자 저주인 특성이라. 이런 걸 보고 ‘양날의 검’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양정무의 활약상은 군자도 보았기에 알고 있었다. 수업 시작 전, 동료들과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지. 양정무는 ‘오늘 안무가 기억났다’며 핑계를 댔지만 군자는 그게 거짓임을 알았다. 다른 건 몰라도 거짓말만큼은 기가 막히게 구별할 줄 알았으니까.
관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수는 없으나 전형적으로 안 좋은 관상이다. 날카로운 입술에 원숭이의 뺨, 턱엔 반골까지 보이는군.
그에 비해 눈은··· 흠. 눈은 커다랗고 동그란 것이, 형상이 딱히 나쁘진 않은데. 뭔가 어색하게 생긴 것 같기도 하고. 좋고 나쁨이 뒤섞인 희한한 관상이로다.
“안무, 어떻게 다 외운 거예요?”
어떻게 다 외웠냐니, 외우는 것에 비법이 따로 있었던가. 그냥 보고 기억하면 되는 것이지. 군자는 아는 대로 건조하게 답했다.
“그냥 외웠는데.”
“에이, 그러지 말고요.”
“무엇을?”
“나한테만 솔직히 얘기해 주면 안 돼요?”
“그러니까 뭘···.”
“형, 구성준 쌤이랑 원래 아는 사이였죠?”
“뭣이?”
“안무, 미리 전달받은 거 아니에요?”
양정무의 속삭임에 군자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미리 전달받았냐니. 이 자가, 지금 내게 사술을 썼느냐 묻는 것인가?
평생 부정한 일은 단 한 번도 해 본 적 없는 군자였다. 빈궁할지언정 청렴하라. 그것이 선조들의 가르침이었다. 순간 벌컥 화를 낼 뻔 했지만 꾹 참았다.
본인이 비겁하니, 타인도 그렇게밖에 볼 수 없는 것이지.
그렇게 생각한다면 참으로 가여운 자가 아닌가.
군자의 속도 모르고, 양정무는 계속해서 그의 주변을 돌며 말을 이었다.
“형, 형! 다음엔 나랑 같이 팀 해요.”
“···.”
“형이랑 팀 하면 엄청 재미있을 것 같은데, 헤헤.”
“양정무.”
“네?”
“나는 너와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지가 않구나.”
“···에?”
“우리는 궁합이 안 맞아.”
단호한 거절에 양정무의 표정이 굳었다. 또다시 갈등의 냄새를 맡은 카메라가 부지런히 움직였다. 카메라를 의식한 듯, 양정무가 애써 미소지으며 말을 이었다.
“에이, 궁합을 왜 봐요. 나랑 결혼하려고?”
“내가 너랑 결혼을? 어째서?”
“농담이잖아요 농담.”
“농담이라고?”
“당연하죠.”
“이상하다, 농담인데 왜 안 웃기지?”
군자는 진심으로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주변의 몇 참가자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젠 양정무도 더 못 참겠다는 듯, 긁는 쪽으로 노선을 변경하기 시작했고.
“왜요? 자신 없어요?”
“음?”
“아, 형 묻힐까 봐 그러는구나?”
“···.”
“그런가 보네,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이 친구 흥분했군. 군자는 감정이 드러난 양정무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생글생글 웃고 있을 땐 몰랐는데, 지금은 확실히 알겠다. 이 자의 눈매가 어색했던 이유를.
“이제 알았다.”
“예?”
“너, 눈의 형상을 고친 것이로구나?”
“!?”
관상을 고친들 본질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거늘, 어찌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였는가. 아쉬운 마음에 군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여유로운 척 하던 양정무는 무언가에 관통당한 듯 새빨개진 얼굴로 콧김을 씩씩 내뿜었다.
그 모습을 보자 아차 싶은 군자였다.
이런, 아무리 간신배 같은 자라도 아직 소년인데. 내가 너무 심하게 면박을 준 것인가.
게다가 요즘은 의술이 발달하여 안면을 고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하지 않던가.
소년의 마음을 다치게 했으니, 심심한 위로라도 한 마디 건네려 했다.
“그래도 훌륭한 의원의 도움을 받았구나.”
“!”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 했다. 아주 잘 되었어.”
헌데 참 이상했다. 분명 위로하려고 건넨 말인데, 양정무는 얼굴을 더욱 격하게 붉히며 군자의 어깨를 팍 밀치곤 숙소 방향으로 돌아가 버렸다.
왜 저러지? 군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쟤 왜 저래?”
“···혀엉, 이제 어쩌시려고···.”
“군자, 너 그 쪽으로 컨셉 잡은 거야?”
“컨셉?”
“암튼 이건 방송은 무조건 나가겠네.”
“오오, 유찬아! 그럼 네 부모님도 보실 수 있겠구나!”
양정무가 왜 후다닥 숙소로 돌아간 것인지, 왜 아직도 카메라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지. 왜 유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는지.
군자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방송에 나오다니, 나도 좋고 유찬이도 좋은 일 아닌가.
* * *
개인 직캠 촬영까지는 이제 고작 사흘 남았다.
일정은 쳇바퀴 돌 듯 똑같았다. 보컬 트레이닝, 댄스 트레이닝, 자율 트레이닝. 테마곡의 노래와 안무가 익숙해질 때까지, 트레이닝의 연속이었다.
트레이닝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 개인 직캠 촬영을 위해서.
두 번째, 대중들에게 공개할 단체 퍼포먼스 촬영을 위해서.
개인 직캠 촬영 하루 전 날, 단체 퍼포먼스 촬영이 진행된다. 이 단체 퍼포먼스 영상을 통해, 대중들에게 테마곡 [PLAY!>가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아육시>는 처음부터 센터를 정하지 않으며, 단체 퍼포먼스 역시 회전하는 커다란 원형 무대에서 공평하게 진행된다.그 덕분에 ‘중국집 룸 회전식탁’ 이라든지, ‘아이돌 회전초밥 시뮬레이션’이라든지, 다양한 조롱을 당하긴 했지만.
적어도 공정성 면에선 타 아이돌 서바이벌보다 나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원샷을 받는 참가자는 분명 존재했다. 물론 이 원샷은 순전히 총괄PD의 재량에 의해 결정된다.
일주일 간의 합숙에서도, 벌써 존재감을 드러내며 앞서 나가는 참가자들이 있었다.
보컬의 하현재, 댄스의 주하성, 갈등의 양정무, 삑사리의 권태웅 등등.
그러나 트레이닝 클래스마다 임팩트를 남기며 서사의 중심에 선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유군자였다.
촬영팀이 가져온 촬영본 자료를 보며 김석훈 PD는 쾌재를 불렀다. 그의 예상대로, 유군자는 물건이 확실했다.
똘끼는 조금 자제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머니 속 송곳 같은 존재감을 과시했다.
트레이닝 사이에 노래실력이 부쩍 늘질 않나, 애매한 친구들 두 명 데리고 안무를 완벽하게 만들지 않나.
최고의 순간은 양정무와의 갈등이었다.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성형 지적이라니!
이런 정신나간 장면은 처음 봤다.
원래는 초반 어그로용 캐릭터라고 생각했던 유군자였지만, 슬슬 생각이 바뀌어 갔다. 이렇게 재미있는 캐릭터를 초반에 좀 쓰다가 버리는 건 너무 아깝지 않나.
게다가 트레이닝을 받을수록 실력이 쑥쑥 크는 모습도 보였다. ‘성장캐’로서의 가능성도 보인 셈이다.
심지어 비주얼도 훌륭하니, 원샷을 잡아 주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단체 퍼포먼스 촬영 당일, 현장의 김석훈 PD는 그 어떤 참가자보다 유군자를 더욱 유심히 관찰했다.
어쩌다 저런 복덩이가 이번 시즌에 굴러들어 온 거지?
이게 다 지난 아육시 제작하면서 욕을 듬뿍 먹은 덕분일 거다. 욕 먹은 만큼 수명이 늘어난다면 140살까지도 살 자신이 있는 김석훈이었다. PD로서는 드물게 ‘서쿠니’라는 별명도 얻었다.
하지만, 김석훈 PD의 입장에선 오히려 좋았다.
욕은 많을수록 좋다. 화제성 높은 컨텐츠라는 증거니까.
‘코인’이라는 파격적인 제도, 그리고 폭탄 같은 참가자들. 이번 시즌도 서쿠니는 수명이 늘어날 준비가 단단히 되어 있었다.
‘군자야, 원샷 잔뜩 잡아 주마! 같이 생명연장의 꿈을 이뤄 보자꾸나!’
* * *
마침내 단체 퍼포먼스 촬영이 끝나고, 마지막 수업을 앞둔 저녁.
군자는 다소 풀이 죽어 있었다.
오늘도 하현재는 제 트레이닝을 일찍 마치고 군자 조에 와서 얼쩡거렸다.
“선비 형아, 오늘 표정 안 좋은데?”
“으음.”
“무슨 일 있어요? 딥토크 고고?”
참으로 부산스러운 소년이로다. 초콜릿 덕분인가, 매일 같이 이 팀 저 팀을 오가는데도 피로한 기색이 없다.
딥토크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하현재는 답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조회수 300만 말인데.”
“아, 형아가 한다고 한 거?”
“생각보다 어려운 거였더구나.”
“푸하핫, 것도 몰랐어요?”
군자는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용 타블렛 PC가 배포된 이후, 군자는 그것을 이용하여 지난 시즌의 개인 직캠 영상을 모조리 찾아보았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조회수 100만을 넘긴 이는 없었다. 그제야 300만이라는 벽이 얼마나 높은지 깨달은 군자였다.
“또 모르져, 형아네 조 지금 되게 잘 하고 있잖아요.”
“그렇기는 하다만.”
하현재의 말마따나, 지금까지는 꽤나 순조로운 여정이었다. 일정이 절반도 진행되기 전에 춤을 완성시켰고, 노래 수업마다 스승님들에게 칭찬을 받았지.
그러나 군자도 직감했다. 조회수 300만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방법이 없을까?”
“헤헤, 그걸 알면 내가 300만 찍지 않을까요?”
“그것도 맞는 말이구나···.”
“에고, 힘내요. 왜케 축 늘어졌어!”
하현재가 군자의 입에 초콜렛 하나를 밀어 넣으며 말을 이었다.
“만약 여기서 형이 트레이닝 하고, 실력 쭉쭉 올라가고, 쩡무 발라 버리고, 그런 것까지 방송에 나간 상태였으면 또 몰랐어요. 우리 선비형아 얼마나 재밌는 사람인지, 사람들이 알았으면 무조건 300만 찍었을 걸요?”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는 가지 않았으나, 군자는 초콜렛을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사람들은 아직 군자를 몰랐다. 그런 상황에서 오로지 공연만으로 이목을 잡아 끄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아니, 아닌가?
쉽지 않을 뿐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순간, 옛 추억이 하나 떠오른 군자였다.
“···방법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무슨 방법?”
“현재야, 고맙구나!”
“엥, 내가 뭘 했다구요?”
“초콜릿! 덕분에 머리가 돌아갔어!”
“그럼 다음엔 꼭 나랑 팀 해여!”
군자는 고개를 끄덕여 보이곤 바로 연습실로 향했다. 모두가 숙소로 돌아간 연습실엔 유찬과 태웅, 그리고 영은채 트레이너만이 남아서 나머지 공부 중이었다.
“어, 형이다.”
“연습하러 왔어?”
“···구, 군자 님이다···.”
군자를 보자마자 숱 많은 앞머리 사이 눈동자를 빛내는 영은채였다. 무섭다, 분명 나를 가두겠다고 한 스승님이었지. 뒤주가 떠오르는구나!
두려움에 침을 꿀꺽 삼킨 군자였으나, 이번엔 용기를 내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영은채 트레이너님.”
“···예, 뭐든 말하세요, 군자 님···.”
“이것 한 번만 봐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