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70)
#170
자유로워
일반적으로, 경연 프로그램에서 생방송 결승 무대가 잘 나오기는 결코 쉽지 않다.
우선 생방송이기에 영상과 음원을 후보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실수를 편집으로 무마할 수 없고, 음이탈을 보정으로 커버해 줄 수도 없다.
참가자들의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나기에, 편집의 수혜를 받아 왔던 무대들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그러나 [다이너스티> 결승전은 조금 달랐다.
결승전만큼은 모든 참가팀들이 완벽한 무대를 준비하기 위해 이를 갈았다. 괜찮은 스타트를 끊어 준 SHINO, 테이보에 이어 QUAN, AKIRA 역시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며 팬들을 열광하게 했다.
우와아아아아아—.
이어서 다섯 번째로 무대에 오른 것은 밴드 컨셉의 아이돌 가디언즈.
애초에 퍼포먼스보다 라이브의 매력으로 승부해 왔던 가디언즈였다. 적어도 가디언즈만큼은, 편집된 방영본보다 생방송에서 더욱 매력이 잘 살았다.
지이이이이이잉—!!
“와아, 솔로 연주 미쳤어—!!”
“근데 저 사람들 아이돌 맞아—!? 뭔 아이돌이 페이스페인팅을 저렇게—.”
“아 몰라 몰라, 신나니까 됐지 뭐—!!”
‘아이돌스러운’ 요소를 배제했기에, 심사위원단 평가에서는 감점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가디언즈는 평가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행복해 보였다.
“I Feelin’ Fxxking good—!!”
편집도 되지 않는 욕설 가사를 시원하게 쏟아 내며, 가디언즈는 말 그대로 무대를 뒤집어 놓았다.
같은 노예 계급 출신으로, [대염(Damn!)> 무대를 함께했던 7IN 멤버들도 가디언즈의 활화산 같은 무대는 자극이 됐다.
“가디언즈 분들, 이번에는 정말 와신상담하신 모양이로구나.”
“그러게. 이번엔 완전 자기들 거 보여주네.”
“갈 땐 가더라도, 진짜 ‘가디언즈다운’ 무대 한번 하고 가려나 봐여.”
“멋지다··· 난 저 분들 너무 좋아.”
“그러니까. 처음엔 그냥 돌아이들인줄 알았는데···.”
“어떻게 저렇게 긴장을 하나도 안 할 수 있지?”
가디언즈의 무대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멤버들은 내심 그들의 강심장이 부러웠다. 만 명이 넘는 관객 앞에서, 7IN 멤버들은 실로 오랜만에 떨고 있었다.
“···군자 혀엉···.”
“그래, 유찬아.”
“···우리, 잘 할 수 있겠죠?···.”
“할 수 있다. 많이 연습하지 않았느냐.”
가디언즈의 대활약으로 관객들은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이어서 무대에 오른 것은 벨로체. 수만 명의 관중과 함께하는 해외 투어 경험도 있는 벨로체였지만, 그 벨로체조차 표정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자, 가자!”
리더 파엘의 기합과 함께 벨로체 멤버들이 백스테이지를 떠나 무대로 올랐다.
벨로체의 경연곡 제목은 [Kingdom>.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벨로체에게 꽤나 어울리는 제목이었다.
두웅, 두우웅—.
제목에 걸맞게 장엄한 곡이었다.
시작부터 모든 관객들의 단전을 울리게 만드는 강렬한 베이스와 드럼, 그리고 오케스트라로 편곡된 메인 멜로디는 웅장한 느낌을 배가시켜 주었다.
그 웅대한 사운드의 덩어리 위에서, 벨로체 멤버들은 최상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황제에게만 허용되는 색이었다는 보랏빛 무대의상을 입고, 스무 명이 넘는 백댄서와 함께 예술적인 합의 메가크루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정제된 동작, 단호한 보컬, 무대 위의 모든 요소들을 통해 벨로체는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가 진짜 왕이다. 아직은 이 왕좌를 넘겨줄 수 없다.
백스테이지에서 그 무대를 지켜보며, 7IN은 몇차례나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저 형들 진짜 미쳤네···.”
“말이 안 나온다, 말이···.”
“이번엔 진짜 작정하신 것 같은데여?”
“파엘 형님, 눈빛이 너무 무섭구나···.”
에너지로 가득한 가디언즈의 무대도 좋았지만, 벨로체는 그 에너지에 절제미와 장엄함까지 더해진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곡이 절정부를 향해 갈수록 멤버들의 팔엔 연신 소름이 돋았다. 지금까지 다양한 아이돌 그룹의 퍼포먼스를 보았지만, 이렇게 다양한 구성과 복잡한 동선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괴물은 본 적이 없었다.
“이래서 벨로체 하면 퍼포먼스, 퍼포먼스 하면 벨로체 라고 하는 거구나.”
“계속 왕 하실 만 했네···.”
“형아들, 우리 괜찮을까여?”
이제 곧 무대에 올라야 하는데, 벨로체의 엄청난 무대가 멤버들의 긴장을 가중시킨 것 같았다.
그런 멤버들의 얼굴을 보며 군자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 역시 긴장이 올라와 있는 상태였지만, 군자는 알고 있었다. 이들이 얼마나 자신에게 의지하고 있는지.
“다들 벌써 잊었더냐.”
“···?”
“이 무대를 준비하기 전, 우리 일곱이 제시했던 주제 말이다.”
“···.”
“사전에 합의된 바도 없었으나, 신기하게도 우리들은 모두 같은 주제를 생각했었지.”
“···.”
“자유. 우리는 모두 자유를 떠올렸다.”
결승 경연의 주제는 ‘자유’. 결승전만큼은 모든 팀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무대를 펼칠 수 있었다.
그 ‘자유 경연’을 위해, 소년들은 모두 ‘자유’라는 컨셉을 갖고 왔다.
“이번 무대만큼은 무엇을 하든 우리의 자유. 그렇기에 우리가 생각한 주제는 ‘자유’ 그 자체였다.”
“···마, 맞아요···.”
“어떻게 일곱 명 다 똑같은 걸 생각하냐고.”
멤버들은 신기해 했지만, 군자가 보기엔 꽤나 필연이었다.
[다이너스티>는 왕이 되기 위해 신분의 계단을 오르는 프로그램. 그러나 애초에 군자와 친구들은 그런 신분 같은 것에 얽매이는 성향이 아니었다.함께 동고동락한 군자가 누구보다 더 잘 안다.
돈도 명예도 다 좋겠지만,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즐겁게 노래 부르고 춤 추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소년들이다.
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자유롭게 가무를 즐기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300년 가까운 세월을 뛰어넘어 이곳에 왔다.
처음엔 왕을 꿈꾸며 왕좌를 묘사했지만, 노예로 떨어지고 난 뒤엔 분노의 무대를 준비했다. 같잖은 ‘파오차이’ 도발에 맞서 전쟁도 치뤄 봤고, 완승도 거둬 보았다.
그러나 가장 즐거웠던 건 ‘약점 미션’에서 팬들을 바라보며 노래하던 순간이었다.
물론 벨로체를 이겨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왕좌에 대한 욕심은 크게 생기지 않았다.
프로그램은 ‘왕좌를 차지하라’며 등을 떠밀었지만, 멤버들은 왕좌보다는 자유에 대해 노래하고 싶었다. 왕좌에 앉아 전전긍긍하는 왕보다, 그 머리 위를 날아가는 새가 더욱 행복하고 자유로워 보였다.
마법처럼 의견이 모였던 순간을 생각하니 멤버들의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신기하긴 했어.”
“아하하, 다들 명예욕이 없어가지고~”
“솔직히 벨로체 형들 이기고 싶은 것도 그냥 좋은 무대 하고 싶어서지, 딱히 왕좌를 차지하겠다는 욕심은 아니라구여. 말장난 같긴 하지만···.”
“아냐 현재, 무슨 뜻인지 알아. 다들 공감할 걸?”
현수의 말에, 모든 멤버들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우리는 왕좌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니 왕이 되지 못할까 노심초사할 필요도 없지 않겠느냐.”
“이상하게 설득력 있네···.”
“맞아여, 우리 지금 너무 필요 이상으로 긴장한 듯.”
“자유롭게,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보여 드리고 오자. 어떠한 결과가 따르든, 팬들은 우리의 모습을 좋아해 주실 것이야.”
“크으, 역시 우리 대장님이야.”
“뭐야, 군자가 리더였어? 우리 팀 딱히 리더 없는 거 아니었냐?”
“군자가 리더다.”
“어어··· 혁이 형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멤버들은 손을 포개어 모았다. 일곱 개의 손바닥이 서로의 손등을 감싸며 체온을 전달했다.
“어우, 얘들 손 차가운 거 봐.”
“야, 현시우 손 따뜻하다. 이쉑 긴장 1도 안 했나 봐.”
“아하하하~ 내가 원래 좀 따뜻해~”
7IN이 무대에 올라설 때 즈음엔, 모든 멤버들의 긴장이 이미 풀린 상태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환호성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이제 1만여 명의 관중들은 더 이상 그들을 떨게 할 수 없었다.
“칠린 분들, 무대 올라가실게요~”
“마이크 전원 올려 주세요~”
“번호 확인 부탁드립니다.”
백스테이지에서의 마지막 점검까지 끝나고, 무대 세트까지 완벽하게 준비된 뒤.
마침내 일곱 멤버들이 암전된 무대 위로 올랐다.
여섯 개의 경쟁팀은 물론 심사위원단, 1만여 명의 관객, 수천만의 글로벌 생방송 시청자들까지 모두 숨을 죽인 채 무대 위를 지켜보고 있었다.
하늘 천, 따 지—.
공자 왈, 맹자 왈—.
멀리서부터 아이들이 글월을 읽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이건 또 무슨 컨셉일까. 모두의 궁금증이 증폭되는 가운데, 마침내 무대 중앙의 조명이 들어오며 멤버들의 모습이 공개됐다.
하늘 천, 따 지—.
공자 왈, 맹자 왈—.
얌전한 두루마기와 갓을 차려 입은 여섯 선비들이 얌전히 앉아 글월을 읊고 있었다. 중앙에 선 군자는 대감 모자를 쓰고 스승처럼 멤버들을 가르치고 있었고.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
낭창한 군자의 목소리가 무대 위를 울렸다. 그의 제자로 보이는 십수 명의 백업댄서들 역시 검은 도포를 입은 채 도열해 있었다.
청아한 군자의 나레이션은 그 뒤로도 이어졌다.
공자께선 괴이한 일과,
용력(勇力)을 쓰는 일과,
어지러운 일과,
귀신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으셨느니라—.
“않으셨느니라—!!”
여섯 소년들과 백업댄서들이 모두 군자의 마지막 말을 복창했다. 대감 갓을 쓴 군자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수염을 만지는 듯한 동작을 취해 보였다.
“허어, 쟤 연기력 늘은 거 봐라.”
“표정 좋은데?”
“문화재청이랑 웹드 찍으면서 많이 늘었나 봐.”
무대를 지켜보던 벨로체 멤버들도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특히 파엘은 마치 아들이라도 보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역시, 잘 하는 거 준비했구만.”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군자가 가진 ‘선비’의 색채를 잘 살린 인트로였다. 모든 팀들이 그랬던 것처럼, 7IN 역시 결승전 무대에선 강점을 잘 살린 무대를 준비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무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했다.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
다시 한번 군자의 나레이션, 그러나 이번엔 선비들이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멀리서부터 큰 북 소리가 들려 왔다. 동시에, 신비감을 자아내는 푸르스름한 연기가 무대 바닥에 깔리기 시작했다.
스으으—.
연기가 무대를 메우니 마치 무대는 구름 위 같은 풍경이 되었다. 일곱 멤버들과 백업댄서들이 그 구름 위를 천천히 걸어 나갔다.
단지 조금씩 앞으로 전진했을 뿐인데도, 동작의 디테일이 완벽하게 일치하니 그것은 하나의 안무처럼 보였다.
쿠우우우웅—!!
갑자기 커다란 큰북 소리가 떨어짐과 동시에, 도포를 입은 멤버들과 백업댄서들이 일제히 몸을 튕겼다. 마치 감전된 듯 격렬한 팝(POP) 동작은, 정갈한 도포와는 어울리지 않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스으윽—.
이어지는 부드러운 아이솔레이션 동작 역시 기이했다. 선비의 행색을 하고 있었지만, 그 모습은 마치 도포를 입은 도깨비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 중앙에서, 군자는 계속해서 낭창한 목소리로 나레이션을 이어 나갔다.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
자불어괴력난신(子不語怪力亂神)—.
괴이한 것, 용력(勇力).
난잡한 것, 귀신(鬼神).
괴이하고 괴이한 것,
난잡하고 난잡한 것—.
순간, 하얀 조명이 푸르스름하게 전환되며 멤버들의 도포에 새하얀 불꽃이 일었다.
꺄아아아아악—.
숨죽여 무대를 지켜보던 관객들은 반사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그것은 불의의 사고가 아니었다.
도깨비불 같은 불꽃으로 사라진 도포 대신, 도력(道力)을 사용하는 도사의 옷차림이 등장했다. 마치 마법 같은 의상 변경, 곧 군자가 대감 갓을 벗어던지니, 장발의 검은 머리가 찰랑이며 어깨를 타고 흘러 내렸다.
비트가 변주됨과 동시에, 도사가 된 일곱 소년들이 구름 위로 펄쩍 뛰어오르며 첫 가사를 내뱉었다.
우리는 괴력난신(怪力亂神)—!!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