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73)
#173
왕좌의 주인은 누구?
군자가 퍼포먼스에 강하다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었다.
뜬금없이 칼춤을 추고, 거문고를 뜯고, 비파를 연주하고··· 무대 위에서 보여준 신박한 모습들만 모아서 클립을 만들어도 분량이 20분은 족히 넘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군자가 멋진 모습을 보일 것임은 모두가 예측한 바였다.
그러나 군자의 퍼포먼스는 그런 모두의 예상과 기대조차 뛰어넘어 버렸다.
트램폴린과 밧줄 사이를 자유로이 오가는 군자의 모습은 정말 인간으로 둔갑한 새 같았다. 완벽한 바디 컨트롤 능력과 여유로운 팔 동작, 한 순간도 흐트러지지 않는 무게중심은 마치 중력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렇게 초월적인 퍼포먼스를 보이는 와중에도 목소리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호흡 조절 능력과 정확한 음정, 깔끔한 보컬 테크닉이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온라인 팬들이 채팅조차 치지 못하며 무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그 감동을 텍스트로 표현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팬들도 있었다.
[세상에,,,세상앙ㅁㅇㅇ뭔데이거] [뭐냐고 너 아이돌맞냐고ㅠㅠㅠㅠ] [아니ㅋㅋㅋㅋ진짜미친거아냐?] [그냥너무월클그잡채이뮤ㅠㅠㅠㅠ] [와 어떻게 인간이 저럴수있어?] [어떻게 저렇게 훨훨 날라댕기면서 저렇게 노래 깔끔하게 함?] [부채 펼칠때 표정봐ㅠㅠㅠ이제 우리군자 표정도 천재야] [옛날 그 어색하던 표정 어디갔냐고진짜ㅋㅋㅋ] [와 트램폴린에서 줄로 뛰어오르는거봐 진짜 무중력에서 움직이는것 같지 않움?] [매 무대마다 레전드 갱신ㅠㅠㅠㅠ] [아니 얘 아이돌임? 아니면 인간문화재임?] [저 미친 얼굴이 퍼포에 묻힌다는게 얼탱이가 없넼ㅋㅋㅋㅋ] [아냐 안묻혀ㅠㅠㅠ얼굴도 좀 봐보라고ㅠㅠㅠㅠ] [휘릭휘릭 할때마다 장발 흩날리는거 진짜 미취겟다,,,] [군자 나중에 사극액션 나오면 진짜 대박일듯] [이 무대는 진짜 매일매일 복습할드슈ㅠㅠ]우와아아아아아아아악—···.
현장 반응은 말할 것도 없었다.
1만이 넘는 관객들의 환호성이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군자가 하늘로 날아오를 때마다 관객석은 난리가 났다. 다른 아이돌을 보러 온 팬들 역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그들의 마음속에선 이미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와, 와아, 쟤 뭐야? 진짜 미쳤다!”
“···멋지긴 하네···.”
심지어 7IN과 좋지 않은 관계를 형성했던 테이보, SHINO의 팬들조차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일곱 팀의 팬들을 통합해 버린 무대였기에, 환호성 역시 일곱 배로 터졌다.
그렇게 자유로운 새가 된 듯한 군자의 파트가 끝나고.
모든 멤버들이 전면에 서며 마지막 후렴을 함께 부르는 것으로 [괴력난신> 퍼포먼스는 끝났다. 엔딩 포즈와 함께, 체조경기장 지붕이 날아가 버릴 것 같은 함성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귓전을 웅웅 울리는 그 소리가 멤버들을 미소짓게 했다.
온 몸이 땀으로 흥건했고, 발걸음 하나 옮길 힘도 없을 만큼 체력을 소진했지만 이상하게도 만족감으로 가득했다.
가장 높은 난이도의 퍼포먼스였다. 까딱 하면 대형 실수가 발생하여, 모든 것을 그르칠 위험도 있었다.
그러나 소년들은 기어코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 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멈추지 않는 환호성 속에서, 지현수는 비로소 안도의 작은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아···.”
“현수, 괜찮냐?”
“어, 고맙다.”
“고맙긴. 너 안 다쳤음 됐다.”
“올, 뭐야? 암튼 땡큐.”
현수가 태웅의 어깨를 툭 치며 감사를 표했다. 항상 노부부처럼 투닥대는 두 사람이었지만, 오늘만큼은 금슬이 좋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군자는 흡족하게 웃었다.
“후후, 내 너희들에게도 원앙 한 쌍을 선물해야겠다.”
“어? 원앙?”
“너희가 혼례를 올린다면 축가는 꼭 내가 불러 주도록 하마.”
“뭔 개소리야 미친놈아···.”
“야, 군자한테 미친놈이라니! 군자, 인혁이 형, 둘 다 너무 고마워. 아무튼 세 사람 아녔으면 진짜 무대 다 망할 뻔 했어.”
“우리는 떨어지는 인명을 받아냈을 뿐이지. 그 뒤로 가사를 완벽하게 소화해 낸 건 우리가 아닌 현수 너이지 않느냐.”
“어쩜 이렇게 말도 예쁘게 하니. 태웅아, 너도 좀 배워라.”
“어어? 오늘 내가 너 목숨 구해 줬는데?”
“아 맞네. 오케이. 권태웅 최고!”
겨우 환호성이 잦아들자 심사평이 시작됐다. 많은 심사위원들이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는 듯 자신의 차례를 벼르고 있었다.
“먼저, 너무 너무 너무 멋진 무대였습니다. 작곡, 편곡, 퍼포먼스 구성, 가사, 라이브, 표정까지 뭐 지적할 곳이 없었어요. 저는 그냥 감상하는 마음으로 봤습니다. 솔직히, 여기 있는 심사위원들 다 같은 마음일 거예요.”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모든 심사위원들이 다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게 다 좋았지만, 일단 컨셉 얘기부터 해야 할 것 같아요. 앞선 무대의 벨로체는 [Kingdom>이라는 제목의 곡으로 아주 강렬하고 위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죠. 꼭 내가 왕이다! 라고 주장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7IN은 완전히 반대의 길을 갔네요. 나는 왕좌 같은 거엔 관심이 없다. 우리는 귀족이 아니라 괴짜들이다. 왕좌 같은 건 너희끼리 알아서 나눠 먹고, 우리는 자유롭게 하늘이나 날아다니련다. 뭐 이런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오히려 더 돋보였달까요.”
“감사합니다!”
벨로체와 7IN, 두 팀 컨셉의 차이점을 정확히 짚은 심사평에 파엘도 박수를 보냈다. 허를 찔린 파엘이었지만 그의 얼굴에서 분함이나 억울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진짜 대단한 놈들이란 말야. 완전 킹정이야.”
파엘과 벨로체 멤버들의 뿌듯한 표정은 생방송 중계 카메라에도 잡혔다. 두 팀의 팬덤 역시 이들의 발전적인 관계를 응원하고 있었다.
심사평은 그 뒤로도 한참을 이어졌다.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심사평이 칭찬 일색이었다.
“자유 주제에서 ‘자유’ 그 자체를 컨셉으로 채택한 것부터 위트가 넘쳤습니다. 칠린의 무대는 항상 위트가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무대 위에서 ‘자유’라는 주제를 표현해 내는 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말 멋지게 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특히, 모든 팀들이 수평적인 움직임을 기반으로 무대를 꾸민 것에 비해 칠린은 수직적인 움직임을 많이 넣었다는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우리 몸을 아래로 잡아당기는 중력 때문에, 무대 위에서 수직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하지만 ‘자유’를 표현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죠.”
“네, 맞습니다.”
“트램폴린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습니다. 2절부터는 트램폴린이 분위기를 확 살렸어요. 동작 퀄리티도 너무 좋았고, 조명을 사용해서 스탑모션 애니메이션처럼 무대를 꾸민 아이디어도 훌륭했습니다.”
멤버들은 연신 고개를 꾸벅이며 칭찬에 화답하기 바빴다. 하지만 칭찬은 아무리 쏟아져도 질리지가 않았다.
황홀한 표정의 심사위원단이 칭찬 세례를 퍼붓는 동안, 팬들은 세상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아, 트램폴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중반에 지현수 씨가 점프 실수를 한 거죠?”
“아, 네. 맞습니다.”
“근데 그걸 군자 씨, 태웅 씨, 인혁 씨가 받은 거고.”
“넵.”
“와아, 나 그거 완전 원래 구성인 줄 알았잖아. 너무 완벽한 전화위복이었어요. 지현수 씨가 삐끗했을 땐 나도 철렁했는데, 너무 깔끔하게 받고 무대 이어가길래 진짜 아리까리 했거든요. 이게 원래 구성인가? 근데 역시 실수였네요. 지현수 씨, 다친 데 없죠?”
“네, 괜찮습니다!”
유일한 실수를 범한 현수였지만 풀이 죽거나 시무룩해 하지 않았다. 실수가 실수로 끝났다면 기가 죽었을 테지만, 동료들의 완벽한 커버가 현수의 기를 살려 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군자 씨 얘기를 또 안 할 수 없는데.”
심사위원단은 마지막으로 칭찬 폭격을 퍼부을 준비가 되었다는 듯, 마이크를 잡고 군자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엄청난 무대를 펼쳐 놓고도, 군자는 어느새 호흡을 고른 채 단정한 자세로 꼿꼿이 서 있었다.
“오늘 무대는 정말 전율이었습니다. 군자 씨 퍼포먼스 좋은 건 다 알았지만, 이 정도로 곡예에 가까운 퍼포먼스 능력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군자 씨 오늘은 정말 하고 싶은 거 다 한 것 같은데, 맞아요?”
“예, 맞습니다.”
“유군자 씨의 바디컨트롤 능력은 거의 체조선수 급이네요. 군자 씨, 키가 어떻게 되죠?”
“184cm입니다.”
“와아, 그 키에 그 팔다리 길이에··· 균형 잡기가 정말 어려울 텐데, 오늘 군자 씨는 정말 한 마리 새 같았어요. 새를 표현하려고 했던 거 맞죠?”
“네.”
“그렇다면 정말 훌륭한 무대였습니다. 무대 위에서 표현하려던 바가 모두에게 완벽하게 전달됐을 거예요. 무대를 보면서, 나는 왕좌 위로 날아가는 한 마리 새가 그려졌어요. 신분제가 있고 등급이 있고 경연이 있는 이 [다이너스티>라는 프로그램에서, 제일 중요한 마지막 순간에 권력이 아니라 자유를 노래했다는 게 너무 멋지고 뜻깊었습니다.”
마지막 심사평까지 끝나자 모든 관객들과 참가자들이 박수를 보냈다. 만 명이 넘는 관객들, 모든 경쟁팀들까지 박수를 치는 모습은 멤버들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최종 결과 발표 뿐. 결과 발표를 앞두고, 프로그램 MC 정해진이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자, 이제 모든 무대가 끝났습니다. [다이너스티> 최종 우승팀, 즉 마지막 순간에 왕을 차지하는 팀에게는 총 3억 원의 상금, 신보 발매 시 월드투어 지원금이 지급됩니다! 과연 어떤 팀이 그 왕좌에 오르게 될지, 지금 그 결과를 공개하겠습니다!”
시청자 투표 시간이 마감된 뒤, MC 정해진이 집계 결과를 전달받았다.
순위 발표는 아래서부터 이루어졌다.
하위권의 순위는 다시 한번 뒤집혔다. 7위는 일본의 AKIRA가 차지했다. 나쁘지 않은 무대를 펼친 AKIRA였지만, 30대가 넘는 나이 때문에 생방송에서 활력 있는 무대를 보여주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이어서 테이보와 SHINO가 각각 6위, 5위를 차지했다. 중반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올라가 보겠다고 기를 쓰던 두 팀이었지만, 이제는 그 결과를 받아들인다는 듯 초연한 표정이었다.
4위는 QUAN, 3위는 가디언즈가 차지했다. 아이돌스럽지 않은 무대를 펼친 가디언즈였으나, 라이브에서 워낙 엄청난 임팩트를 남긴 덕분에 많은 시청자 투표를 획득할 수 있었다.
“자, 이제 또 두 팀만이 남았습니다! 한국의 칠린과 벨로체, 두 팀 중에 [다이너스티>의 최중 우승팀이 있습니다!”
7위부터 3위까지는 대부분 예상했던 흐름대로 갔다. 하지만 우승팀만큼은 그 누구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었다.
왕좌를 내어 줄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벨로체.
왕좌보다는 자유에 대해 노래하고 춤춘 7IN.
두 팀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팀 모두 스스로의 무대에 만족했으며, 상대 팀의 무대 역시 존중했지만 그럼에도 지는 것 보단 이기는 것이 훨씬 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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