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75)
#175
뜻밖의 만남
미국에선 자신들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 소년들이었다.
그러나 LA 공항에 내린 순간부터, 소년들은 그들의 유명세를 실감할 수 있었다.
“와아아—!!”
“대박, 대바악—.”
공항에선 아예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서 돌아다니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특히, 젊은 한국인들 중엔 그들을 몰라보는 이들이 아예 없었다.
놀라운 건, 많은 외국인들도 그들을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청해 왔다는 점이었다. 특히, 덥수룩한 수염과 우락부락한 몸을 가진 미국 상남자들이 헤벌쭉 웃으며 악수를 청해 오는 모습은 충격에 가까웠다.
“Oh, you must be the Korean swordmaster!”
(이야, 네가 그 한국의 소드마스터 맞지!)
“Honor to meet you, Gracias!”
(만나서 영광이다! 고맙구만!)
이 무수한 악수의 요청에 소년들은 당황한 듯 했다. 하지만 이용중 실장은 이미 이런 사태를 예견한 듯 했다.
“이럴 줄 알고 만반의 준비를 다 해 놨지. 공항에도 미리 협조 안 구해 놨으면 아마 공항 빠져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을 걸?”
“실장님은 어떻게 아셨어요?”
“얘들아, 너네는 너네 생각보다 훠어어얼씬 더 유명하고 인기 많아. 이미 데뷔 때부터 외국 팬들 엄청 많았다고. 게다가 너네들이 하는 퍼포먼스가 딱 외국 팬 분들 취향이거든. 이제 앞으로 한 2~3년만 더 활동하면, 루나틱보다도 인기 많아질 걸?”
“에이, 설마여.”
“아니 진짜라니까. 아까 그 근육맨 형들 봤지? 아이돌 중에 그런 상남자들을 팬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그룹이 우리 팀밖에 없어요.”
“그래도 루나틱 형들을 넘을 수 있을까요? 그 형들은 빌보드에서 노는 형들인데.”
“왜 못해? 우리도 가면 되지, 빌보드.”
“정말 그럴 수 있음 기분은 엄청 좋겠다···.”
“현수 네 역할이 커. 네가 지금처럼 계속 멋진 곡들을 뽑아 줘야 우리가 빌보드를 가지 않겠냐.”
“으윽, 자신 없는데··· 저 언제 폼 떨어질지 몰라요. 저 너무 믿지 마세요.”
“하하하, 무슨 소리냐. 너만큼 믿음직한 작곡가를 어찌 믿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 또 군자가 이렇게 말해 주면 힘 내야지.”
“너넨 그냥 결혼하라니까? 청첩장 언제 돌릴래?”
“웅아, 질투 좀 하지 마라.”
“질투는 뭔 질투야 이 미친놈아··· 어우, 소름돋아.”
호텔로 가는 차 안에서도 멤버들과 이용중 실장은 쉴 새 없이 떠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인혁은 사색이 된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런 인혁이 걱정된다는 듯, 이용중 실장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나저나 인혁이는 LA랑 시애틀에 있었다 하지 않았어? 고향 온 기분이겠네.”
“아, 예···.”
“혁이 형 좀 이상해여. 아까부터 엄청 저기압임.”
“아니, 그게 아니라···.”
“진짜 갱단 정체 들킬까 봐 그러는 거예요? 형, 걱정하지 말라니까. 어쩌다가 하필 또 서부로 오게 됐지만, 미국 서부도 넓은 건 마찬가지잖아요.”
“이 형, 대체 미국에서 얼마나 무서운 사람이었길래 이러는 거야. 괜찮아요 형, 이제 다 손 털고 착한 아이돌 됐잖아요.”
멤버들의 장난에, 인혁도 애써 웃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기껏 놀러 왔는데 실컷 즐기다 가야지! 재미있는 것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멤버들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다 보니, 여행 코스는 저절로 빡빡해져 버렸다.
가장 먼저, 시우의 1지망이었던 캘리포니아 해변으로 향한 멤버들이었다. 온화한 날씨의 아름다운 해변에서, 일곱 소년들은 하루종일 서핑을 하며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아하하하, 서핑 최고야~”
“시우 형이 은근 몸 잘 쓰는 이유가 있었네여.”
“그러게. 종이인형 같은 애가, 은근 균형감각이 엄청 좋네.”
“근데 서핑 너무 좋다. 진짜 1년 내내 이러고 살아도 좋을 것 같은데.”
“그치 그치~ 마음이 여유로워진다니까~”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우리 다같이 이런 바닷가에서 잉여잉여하게 살아도 좋을 것 같아여.”
“하하, 난 좋다. 어디든 붓과 벼루만 있다면 말이지.”
첫날은 꽤나 여유롭게 보냈지만 그 다음 일정부터는 정신없이 흘러갔다.
바로 다음 날은 현수의 여행 희망지였던 그랜드 캐년으로 출발했다.
그랜드 캐년은 워낙 넓은 관광지였기에 총 사흘의 관광 계획을 잡았다. 처음엔 자연 경관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이던 멤버들도, 그랜드 캐년의 웅장함을 마주하자 모두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우와아—.”
“뭐야 이거, 이게 현실 맞아? 그래픽 아니야?”
“어때? 좋지?”
“미쳤다아··· 와, 나 자연 진짜 관심 없는데, 여기는 완전 미쳤는데여.”
“이런 풍경을 보다 보면 막 새로운 영감도 떠오르고 한다고.”
“현수 형아도 은근 애늙은이 같은 면이 있다니까여. 왜 군자 형이랑 그렇게 죽고 못 사는지 알 것 같음여.”
“군자야, 넌 어때?”
“···세상에, 세상에 이런 풍광이 다 있다니···.”
군자 역시 그랜드 캐년의 어마어마한 풍경에 완전히 압도되어 버린 것 같았다.
“내가 아는 심산유곡과는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조선의 풍경과는 다른 울림이 있구나.”
“그치? 좋지? 너가 좋아할 것 같았다니깐.”
“저 쪽도! 저기 저 골짜기도 가 보자꾸나!”
그렇게 사흘 동안 온 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트래킹을 즐긴 뒤.
숙소에서 하루를 푹 쉰 후, 다음날은 태웅, 유찬, 현재의 희망지였던 애너하임의 디즈니랜드로 향했다.
아직 10대 소년들답게, 유찬과 현재는 세계 최고의 놀이공원이라는 디즈니랜드에 도착하자 마자 신이 난 강아지처럼 발발거리며 사방을 뛰어다녔다.
“하하, 역시 아이들은 아이들이구나.”
신난 유찬과 현재의 모습을 보며 군자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바로 다음 순간, 자신에게 어떠한 운명이 닥칠지도 모르는 채.
“형아들, 우리 놀이기구 타여!”
“···여, 여기 완전 재미있는 거 많아요···.”
“하하, 노, 놀이기구?”
“넹! 디즈니랜드잖아여!”
“나는 구경만 하겠다, 구경만···.”
“에이, 무슨 소리예여. 같이 타야죠—!!”
끼야아아아아아아악—···.
공포의 놀이기구 위에서 울부짖으며, 군자는 오랜만에 탐라랜드의 악몽을 떠올려야 했다.
그래, 놀이기구란 이토록 살벌하고 무서운 것이었다.
이제는 현세의 삶에 조금 적응했다고 생각했건만, 놀이기구는 여전히 그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게다가 이 놈의 미성년자들은 지치지도 않으며 이곳저곳으로 형들을 끌고 다녔다.
“아니, 혁이 형님! 또 혼자만 줄행랑 치시는 겁니까!?”
“난 키 때문에···.”
“직원 양반! 직원 양반! 저 사람 까치발 들었소!”
하지만 군자는 아무리 까치발을 들어 보아야 195cm을 넘을 수 없었기에, 결국 미성년자 소년들과 함께 모든 놀이기구에 탑승해야 했다.
“흐윽, 흐윽···.”
“엥? 형아, 그렇게 힘들었어여?”
“나, 나는 담력이 약하단 말이다···.”
“아니, 줄 위에서 그렇게 공중제비를 도는 사람이 무슨 담력이 약하대!”
“흑흑흑···.”
다양한 어트랙션을 체험한 뒤엔 태웅의 희망지였던 ‘어벤져스 캠퍼스’로 향했다. 처음으로 유찬, 군자와 팀을 결성할 때부터 어벤저스 타령을 해 오던 태웅이었다.
심지어 태웅은 스파이더맨 코스튬까지 준비해 왔다. 스파이더맨 옷을 입고 이곳저곳에 매달리거나 덤블링을 해 대는 태웅을 보며, 관광객들은 연신 셔터를 눌러 댔다.
“와하하하하핫, 아이 앰 코리안 스파이더맨~”
“···모른 척 하자.”
“그래도 가면이라도 쓰고 있어서 다행이에여···.”
그렇게 애너하임 디즈니랜드 관광도 끝나고, 다음날은 LA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LA 차이나타운의 연례행사인 서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한 것. 물론 군자의 희망사항이었다.
스윽, 스으윽—.
“오오···.”
“세상에!”
당연하게도, 군자의 필체는 군계일학이었다.
차이나타운 사람들은 군자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으나, 그 아름다운 용모와 필체에 오히려 아이돌보다 더한 환호성을 보냈다.
“우와아아아—.”
“1등, 무조건 1등이오!”
모든 참가자들을 압도적으로 학살하고, 2000달러 짜리 차이나타운 상품권을 획득한 군자가 멤버들을 보며 활짝 웃었다.
“얘들아, 맛있는 거 사 먹자꾸나!”
“오예!”
그렇게 차이나타운에서 기름진 중국음식으로 포식까지 마친 뒤.
숙소에 돌아온 멤버들은 라면에 김치를 먹으며 느글느글해진 속을 달랬다.
“으으, 중국음식은 맛은 있는데 너무 느끼해여.”
“그러게. 김치 먹으니까 살 것 같다.”
“그나저나 혁이 형은 어디 가고 싶어여. 지금이라도 빨리 말해 줘여.”
“형이 다니던 고등학교 가 보고 싶다.”
“그건 안돼···.”
“왜요. 자꾸 안 된다니까 진짜 더 궁금해지네.”
“흐음, 그럼 마지막 코스는 혁이 형 대신 우리가 대신 짜도 돼요?”
“응, 난 상관없다.”
“오케이! 그럼 다들 여긴 어때?”
태웅과 현수가 웹 페이지 하나를 멤버들에게 보여주었다.
“맥주 페스티벌?”
“응. LA 외곽에서 하는 건데, 다양한 맥주를 마셔 볼 수도 있고 재미있는 안주 부스도 많다더라.”
“하지만 찬이랑 저는여? 우린 미성년자라구여···.”
“괜찮아. 무알콜 맥주도 많대. 가자 가자!”
태웅과 현수의 강력한 주장으로 일곱 소년들의 마지막 여행 일정이 정해졌다.
술을 즐기는 멤버는 딱히 없었지만, 그래도 막상 축제에 오니 신나는 분위기에 모두가 취한 듯 즐거워 했다.
“얘들아, 술 너무 많이 마시면 안된다.”
“넵 실장님! 딱 한 잔씩만 마시겠슴다!”
“우왕, 이 무알콜 맥주는 꼭 사과소다 같은데여?”
“야! 이거 무알콜 아니야!”
“헐, 헐, 실수.”
그렇게 한참 동안 부스를 돌아다니고, 맥주를 시음하고, 어쿠스틱 라이브 음악을 듣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축제를 즐기고 있을 무렵이었다.
안주 부스를 찾으러 돌아다니던 소년들의 눈에, 조금 희한한 광경이 포착됐다.
“저기 저 부스, 좀 이상하지 않아여?”
“왜?”
“다른 데는 다 바글바글한데, 저기만 뭔가 휑한 것 같아서여.”
“흐으음, 안주가 엄청 맛이 없나?”
“뭔가 호기심 생기는데에···.”
“야, 뭔 호기심이야. 그냥 다른 데 가자. 사람이 저렇게 없으면 맛도 엄청 없지 않을까?”
“그러니까 더 궁금하잖아여. 대체 얼마나 맛이 없으면 저렇게 사람이 없나.”
“그래? 그런가? 그렇게 들으니까 좀 궁금한 것 같기도 하고.”
현재의 말에 설득되어, 휑한 부스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이었다.
“으음?”
무언가 익숙한 냄새를 맡은 인혁이 흠칫 놀라며 걸음을 멈췄다.
“···설마.”
“혁이 형, 왜여?”
“아니, 아니야.”
인혁은 불길한 표정을 지었지만, 멤버들은 괘념치 않으며 계속해서 목표를 향해 걸었다.
“안녕하세요, 여기 안주는 어떤··· 허억—.”
휑한 부스에 도착한 멤버들이 간단한 영어로 안주를 찾은 순간.
“어엉?”
“뭐야, 누가 왔어?”
부스 안에 앉아 있던 살벌한 존재들이 몸을 일으켰다.
어림잡아도 모두 190cm은 넘어 보이는 거구들. 하나같이 검은 가죽 점퍼와 가죽 바지를 입었으며, 선글라스에 턱수염까지 기르고 있었다.
“으, 으와아···.”
“아, 아하핫, 그, 그냥 갈까···.”
현재가 등을 돌리려던 순간, 솥뚜껑 같은 손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우릴 찾아온 거 아냐?”
“예에에—!?”
“이렇게 그냥 가면 섭섭한데. 잠깐 우리 좀···.”
그 때, 인혁이 그 솥뚜껑 같은 손을 잡아뜯으며 거구의 앞에 섰다.
인혁의 얼굴을 확인한 거구는, 선글라스를 슬쩍 내리며 입을 떡 벌렸다.
“···어어?”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