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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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취향 저격인 것
퍼포먼스를 펼치기에 앞서, 군자는 자신의 계획을 세 사람에게 이야기했다.
군자의 계획을 들은 유찬과 태웅은 썩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어, 솔직히 말해도 돼요?”
“물론이다.”
“으음, 전 잘 모르겠어요···.”
“그래?”
“나도 동감이야. 그런 식으로 무대를 하면 반전 효과는 줄 수 있을 지 몰라도, 잘못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된단 말이지.”
“그런가.”
그러나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두 사람과 달리, 영은채 트레이너는 기대감을 숨기지 못했다.
“···그, 빠, 빨리···.”
“예?”
“···제발 빨리 보여주세요오···.”
그 서슬에 살짝 질린 군자였으나.
“크흠, 큼, 그럼 해 보겠습니다.”
이내 목청을 가다듬으며 자신이 준비한 무대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팀원들은 그의 계획을 반신반의했다.
“그 컨셉, 쉽지 않을 텐데.”
“그러니까요··· 괜찮을까요?”
그러나, 군자의 퍼포먼스 시연이 끝난 뒤엔 모두 할 말을 잃은 채 입만 떡 벌리고 있었다.
“아니, 이게 무슨-.”
“···대박, 진짜 대박···.”
“유군자아! 너 진짜 뭐 하는 놈이야아-!”
난리가 난 두 사람과 달리, 영은채 트레이너는 두 손을 모은 채 눈만 반짝반짝 빛냈다.
“···역시 군자님···.”
“그, 어, 어떠셨는지.”
“···갑시다···.”
“예? 갑자기 어디를-.”
“···지금 당장···.”
“서, 설마.”
“···내 스튜디오로··· 갑시다악-!”
“히이익, 무섭습니다!”
“···놓치지 않겠어어···.”
* * *
또 한번의 스튜디오 감금 소동이 지나갔지만, 어쨌거나 무대 공개는 대성공이었다.
이번 생에선 초보 아이돌 지망생이지만, 300년 전의 저잣거리 무대에선 군자도 프로나 다름없었다.
수백 번의 무대를 치르며 수많은 가르침을 얻었다.
그 중 하나는, 관객들은 언제나 ‘반전’을 좋아한다는 것.
끔찍하게 못생긴 탈 안에서 미공자의 얼굴이 나올 때, 공중제비를 돌며 호쾌한 검무를 추던 무사가 사실은 여성 무희일 때.
언제나 반전이 공개되는 순간이 공연의 절정이었다.
물론 그 반전도 여러 번 반복하기 시작하면 식상해지지만.
바꿔 말한다면 적어도 한 번은 필살기로 써먹을 수 있다는 것.
무대를 본 영은채 트레이너는, 물론 한 10분 간을 ‘널 감금하겠다’며 군자를 쫓아다녔지만 흥분을 가라앉힌 뒤엔 현실적인 조언을 퍼부어 주었다.
“···너무 너무 너무 좋습니다··· 너무도 취향 저격인 것···.”
“소, 송구하옵니다.”
“···그, 하지만 말이에요··· 이건 아이돌 노래니까는···.”
“예, 트레이너님.”
“···창법의 비율을··· 조금 조절하면 더 좋을 것 같고요오···.”
“명심하겠습니다.”
“···또, 반전이 들어가기 전에··· 두 번째 훅(후렴)이 복선이 되어야지요···.”
“복선?”
“···편곡으로 조질 수 있음··· 좋은데에··· 하아, 내가 편곡 해 주고 싶지만··· 이번 미션에선 편곡 금지니까··· 군자님께서 노래로 조지셔야 합니다아···.”
“노래로··· 알겠습니다.”
군자는 영은채의 모든 조언을 받아들여 무대를 발전시켰다. 창법의 비율을 조절하고, 반전에 앞서 복선을 심었다.
게다가 특별 임무 ‘스승의 감탄’을 통해 얻은 포인트로 노래 등급까지 하나 더 올렸다. 덕분에 이제 노래 등급은 C까지 올라왔다.
“와아··· 형, 이제 진짜 좋은데요.”
“이러다 진짜 300만 가는 거 아냐?”
99명의 참가자, 33개의 팀. 그 중 진지하게 조회수 300만을 노리는 팀은 이제 단 하나밖에 없었다.
그러나 군자는 여전히 진지했다. 동원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기어코 불가능을 가능케 만들어 볼 생각이었다.
마침내 개인 직캠 촬영 당일.
오전 최종 연습을 마치고, 정오부터 기나긴 직캠 촬영이 시작됐다.
···지금부터 Play your Fantasy···.
···이곳이 우리 둘만의 First Stage···.
99명의 참가자가 한 명씩 무대에 올라 퍼포먼스를 보이는 동안, 직캠 촬영과 동시에 트레이너들의 평가가 이루어진다.
“고영수 참가자, 브론즈입니다.”
“감사합니다!”
트레이너 평가는 조회수 평가와는 별개의 영역. 이 평가가 곧 출연자들의 등급을 결정하게 된다.
간단히 말해 조회수는 코인 지급을, 트레이너 평가는 등급을 결정짓게 되는 시스템.
“서우석 참가자, 실버 등급입니다.”
“앗싸아, 감사함다!”
높은 등급을 받을수록 좋은 숙소에서 높은 수준의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기에, 모든 참가자들이 높은 등급을 원했다.
그러나 트레이너들의 평가는 그 어떤 때보다 냉혹했다.
브론즈, 실버, 종종 골드 등급만이 난무하는 가운데, 마침내 처음으로 ‘플래티넘’ 등급을 받은 참가자가 등장했다.
“양정무 참가자, 플래티넘입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플래티넘을 획득한 것은 양정무. 안정적인 안무와 보컬, 무엇보다도 생동감 넘치는 표정 연기가 트레이너들을 사로잡았다.
짝짝짝-.
모든 참가자들이 박수를 보내는 가운데, 군자도 영문 모를 박수를 치고 있었다.
풀랫티놈? 그게 뭐하는 놈인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모두가 박수를 치는 걸 보니 경사인 듯 싶다. 양정무란 친구, 안면은 뜯어 고쳤지만 춤과 노래 실력은 제법이구나.
“유찬아, 풀랫티놈이란 게 좋은 놈이냐?”
“풀랫티놈이 아니라 플래티넘이요. 지금까지는 최고 등급이죠.”
“그렇구나. 그 등급을 받기 위해선 저렇게 잔망을 떨어야 하나 보구나.”
“꼭 그건 아닌데··· 형, 정무 진짜 싫어하시나 보네요.”
싫어하다니, 별 신경도 안 쓰고 있거늘.
귀여운 동생의 오해에 군자는 그냥 씨익 웃어 보이고 말았다. 어쨌거나 양정무를 시작으로 슬슬 플래티넘 등급 참가자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현재 참가자, 플래티넘입니다!”
“오오, 감사합니다아아—!!”
탄탄하고 안정적인 라이브를 뽐낸 하현재가 플래티넘.
“노엘 참가자, 플래티넘입니다.”
“감사함다.”
댄스와 보컬의 밸런스가 좋고, 작/편곡 능력까지 갖춘 노엘 역시 플래티넘.
“주하성 참가자, 플래티넘 등급입니다.”
“넵, 감사합니다!”
연습생 시절부터 1티어 댄서로 유명했던 주하성도 무난하게 플래티넘 등급을 받았다.
이어서 무대에 올라간 것은 권태웅.
“300만 가즈아! 스파르타아-!”
이제 어벤져스에서 스파르타로 컨셉을 바꾼 것인지, 가슴팍을 쾅쾅 치며 의욕 가득한 표정으로 무대에 오른 권태웅은.
“지! 금 부흐! 터- Play! Your 판! 타흐! 지이-.”
“이곳! 이 우리 둘! 마흐! 의히이-.”
감전된 것 같은 강렬한 팝핀.
심지어 목소리도 함께 감전된 듯한 들쭉날쭉 창법을 선보이며 트레이너들을 곤란에 빠뜨렸다.
“하, 태웅아··· 내가 그렇게 힘 좀 빼라고···.”
“와, 근데 힘은 미쳤네요. 저거 가르쳐서 되는 게 아닌데.”
“저 구간에서 팍 잡아주는 동작은 구쌤이랑 거의 비슷한데요.”
“파워만 보면 솔직히 최소한 골드 이상이에요.”
“근데 라이브가 참··· 에효.”
트레이너들이 고민을 하든 말든.
권태웅은 마지막까지 감전 샤우팅 창법으로 테마곡을 완창한 뒤 준비해 온 멘트까지 치며 무대를 마쳤다.
“헉, 헉, 감사합니다핫! 예, 예쁘게 봐 주십셉시요-!”
“푸하핫-.”
아마 권태웅의 직캠엔 이 웃음소리까지 녹음됐을 것이다.
“권태웅 참가자, 실버 등급입니다.”
“감사합니다아아—!!”
화려하게 무대를 뒤집어 놓은 권태웅이 내려온 뒤, 이번엔 유찬의 차례였다.
“후우, 후우, 후우-.”
유찬의 호흡 소리가 군자의 귀에까지 들렸다. 아무래도 겁을 많이 먹은 모양이구나. 군자가 조용히 유찬에게 다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유찬아.”
“혀엉, 후우, 나 잘해야겠죠?”
“아니, 뭘 잘 해. 그냥 대충 대충 해라.”
“에?”
군자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뜻밖의 대답에 이번엔 유찬이 놀란 듯 했다. 그렇게 열심히 연습하던 양반이, 갑자기 대충 하라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형.”
“꿩 사냥을 나가면 말이다.”
“꾸, 꿩 사냥이요?”
“내가 이 놈을 무조건 쏘아 맞춰야지, 라고 생각할 때는 반드시 화살이 빗나가고 만다.”
“아니 잠깐만, 꿩 사냥을 했다고요?”
“하지만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평소에 연습하던 대로 손을 놓으면 여지없이 명중하더란 말이다.”
“···.”
“유찬아, 맞추려는 생각을 버려라.”
“···.”
“그냥, 올라가서 손을 놓고 오는 거다. 네 화살은 이미 정조준되어 있다.”
갑자기 꿩 사냥이라니, 활을 쏘다니.
뭔 헛소리인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래서인지 웃음이 터졌다.
“군자 형.”
“그래, 얼마든 찬양···.”
“진짜 형은 미친놈 같아요.”
“허헛.”
어느새, 유찬의 어깨엔 힘이 빠져 있었다.
[일시적으로 저주 효과가 해소됩니다!]새로 떠오른 유찬의 상태창을 보며 군자는 기분 좋게 웃었다.
아니나다를까, 유찬은 지금까지의 모습 중 가장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기유찬 참가자, 골드입니다!”
“감사합니다! 군자 혀어엉-!”
“하하, 내가 뭐랬냐.”
그렇게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유찬의 훌륭한 무대가 끝나고.
마침내 군자가 무대 위로 올라섰다.
그가 무대 위에 올라서자 마자 집중도가 달라졌다. 99명의 참가자 중 유일하게 ‘조회수 300만’을 입에 담은 참가자. 핀 조명 같은 건 없었지만, 마치 군자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듯 했다.
모니터를 바라보던 김석훈 PD가 짧은 감탄사를 터뜨렸다.
“허어-.”
얼굴 잘생긴 거야 진작 알았지만 이렇게 풀샷으로 잡아 놓고 보니 신체 비율도 이상적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다.
이런 아들 둔 부모님은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르겠군.
괜히 입맛을 쩝 다시며, 김석훈 PD가 큐 사인을 보냈다.
무대를 준비하는 군자를 보며, 문득 군자의 ‘300만 선언’이 떠오른 김석훈 PD였다. 참 패기도 좋다. 물론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겠지만.
시즌 2가 아무리 흥한다 해도, 1030을 메인 타겟으로 하는 프로그램 특성상 영상 클립 조회수는 100만을 넘기기 힘들다. 물론 외국 팬들이 합류하면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그건 본격적으로 외국 팬이 붙기 시작하는 프로그램 중반 이후부터나 가능한 일이고.
하지만 뭐, 실패하는 그림도 괜찮다.
첫 미션에서 고배를 마시지만 차근차근 일어나 성장하는 캐릭터. 그것도 꽤나 멋진 서사 아닌가.
군자의 실패를 예상하는 것은 김석훈 PD 뿐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 역시 조회수 300만 도전에 부정적이었다.
‘100만도 말이 안 되는데 뭔 300만 드립이야.’
‘어그로 끌고 분량 먹을라고 작정을 한 거지.’
‘그래도 그 패기는 인정이다.’
‘시발, 졸라 잘생기긴 했다.’
군자의 선전을 응원하던 하현재도.
“선비 형아, 상처 안 받았음 좋겠는데에···.”
이미 한 번 대립한 적 있던 양정무도.
“300만 찍으려면 옷이라도 벗어야 되는 거 아니에요? 크크.”
모두가 실패를 예상하는 가운데, 마침내 군자가 몸을 움직였다.
지금부터 Play your Fantasy-.
이곳이 우리 둘만의 First Stage-.
‘선비 형아, 깔끔한데?’
하현재가 자신도 모르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보컬 트레이닝 수업에서도 놀랐는데, 그 사이에 또 늘었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에 얹은 깔끔한 목소리. 최고 수준의 퍼포먼스는 아니었지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밸런스다.
게다가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덕분에 보컬이 안정적이다. 자칫 춤에 집중하기 쉬운 첫 번째 미션의 함정을 피하여, 라이브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 없어-.
내가 네 Manual이 돼 줄 테니-.
영어 가사가 나올 때마다 유찬과 태웅은 얼굴을 감쌌다.
으으, 저 발음은 좀 어떻게 안 되나?
저렇게 세련된 얼굴에 윤선생 영어교실 1개월차 꼬맹이의 영어발음이라니. 듣는 동료가 대리 수치심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바꿔 말한다면, 그 외의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강한 복압은 격한 동작 속에서도 보컬의 안정성을 유지시켰다. 탄탄한 기본 스텝은 간단한 동작도 퀄리티 있어 보이게 만들었다.
‘왜 이렇게 있어 보이지?’
‘그러게, 막상 그렇게 엄청 잘하는 건 아닌데···.’
물론 외모도 한 몫 했다. 시원시원한 기럭지, 몸의 어느 곳을 보아도 잘 빠진 선까지. 표정 연기는 아직 어색했지만, 그 독특한 분위기엔 무표정도 이상하리만치 잘 어울렸다.
무대가 절정을 향해 치닫는 동안, 그걸 보는 사람들의 집중도도 점점 올라갔다. 어느새 모두가 군자에게 매료된 것 같았다. 심지어 그에게 악감정이 꽤나 많은 양정무까지도.
‘쳇, 저래 봐야 어차피 300만은 무리지.’
확실히 뛰어난 퍼포먼스, 하지만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한 범주였다.
이 정도라면 보컬과 안무의 레벨 자체는 골드 등급을 받은 기유찬과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수준.
그러나 노래가 2절 후렴을 지난 순간.
브릿지의 서정적인 분위기, 그리고 군자의 자켓이 바닥에 툭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퍼포먼스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