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80)
#180
솔깃솔깃
다짜고짜 7IN을 섭외해 보자는 백중헌 선생의 말에, [맛집메이커> 총괄 양홍석 PD를 비롯한 제작진은 난색을 표했다.
“흐음, 그게에··· 가능할지 모르겠는데요.”
“그렇게 바쁜 친구들이에유?”
“아유 그럼요. 선생님, 아마 얘네들이 지금 우리나라 연예인 중에 가장 바쁠 걸요?”
“허긴, 나도 음악은 들어본 적 있는 것 같긴 헌디··· 그 국악 음악 같은 데에 노래하고 춤 추는 친구들 맞쥬?”
“네 맞아요. 우리 작가들도 다 팬이에요.”
“허긴, 그래 보이는구먼.”
그렇게 말하며 백중헌은 작가들이 앉은 쪽을 바라보았다. 7IN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시점부터, 작가들은 괴상한 소리를 내며 본인들끼리 즐거워 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오덕후의 모습이었다.
“아니, 그렇게 좋아?”
“피디님! 저희가 어떻게든 섭외해 볼게요!”
“섭외만 되면 나도 너무 좋지. 칠린은 거의 김석훈 PD랑만 했잖아. 그 친구들 인성도 너무 좋고 재능도 많다는데, 같이 프로그램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
“제가 알기로는 칠린이 출연료가 그렇게 엄청 비싸진 않대요. 대신 회사에서 무조건 멤버들이 하고 싶어하는 프로그램만 가려 뽑아서, 거기서 많이 걸러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그럼 [명품진품>은 대체 누가 나가고 싶어서 나간 거래?”
“피디님이 칠린을 모르시네. [명품진품>은 우리 군자 원픽이었죠.”
“우리 군자? 푸하핫, 언제부터 우리 군자가 됐어?”
“됐어요, 덕후 아니면 빠지세요~”
“나도 이제 입덕 좀 해 보려고 하는 거지. 정말 백 선생님 말대로 이 친구들이 요리에 열정이 있는 거면 좋겠는데···.”
[맛집메이커>는 출연진들이 직접 식당을 운영하며 맛집으로 키워 나가는 리얼리티 예능이다.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며 손님과 소통하는 힐링 예능을 표방했지만, 백중헌 선생이 함께하는 만큼 요리의 퀄리티에도 꽤나 많은 신경을 썼다.
요리에 관심이 많은 연예인들이라면 한 번쯤 출연을 원했으나, 반대로 요리에 딱히 관심도 없으며 실력도 좋지 않은 연예인들에겐 메리트가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거기에 요리 뿐만 아니라 가게 경영, 손님 접대 같은 부분도 신경을 써야 했기에 출연자 입장에서는 결코 쉬운 예능이 아니었다.
이제 데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아이돌 그룹이 소화하기엔 쉽지 않은 프로그램이었으나, 백중헌 선생과 작가진들이 7IN을 강하게 원하고 있었다.
양홍석 PD의 입장에서도 7IN이 섭외되기만 한다면 나쁠 것이 없었으니, 일단은 그들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그럼 일단은 컨택해 보는 걸로 합시다.”
“넵!”
“일단 긍정적인 사인만 받으면 출연료는 어떻게든 되겠지 뭐. 최고로 핫한 아이돌이 나온다는데, 추가 편성 안 해 주겠어?”
“당연히 해 주시겠죠!”
“근데,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자고요. 그렇게 잘 나가는 아이돌 섭외하는 게 어디 쉽겠냐고.”
“히잉···.”
양홍석 PD의 말에 작가진들은 모두 시무룩해지며 고개를 푹 떨궜다. 작가들도 모두 7IN 섭외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우리, 전에 솔라시스템이랑 일해 본 사람이 있을까요?”
“아뇨, 없어요.”
“그럼 그냥 정석 루트로 컨택해야겠네. 서윤 작가가 컨택해 보고, 결과 알려줘요. 아마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는 쉽지 않을 건데, 그래도 일단은 해 봐야지.”
“넵 피디님!”
회의실의 누구보다 7IN을 열렬히 사랑하는 막내작가가 솔라시스템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7IN 섭외에 대한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TVM [맛집메이커> 제작진입니다. 솔라시스템 소속 아이돌 칠린을 저희 프로그램에 섭외하고 싶은데요··· 아, 지금이요? 네, 네, 기다리겠습니다.”
막내작가가 전화통화를 하는 동안, 회의실 분위기는 묘하게 가라앉았다. 기대감은 없었지만, 모두가 묘하게 막내작가의 전화 소리에 집중하는 중이었다.
“···네. 아아, 네. 아하··· 네, 감사합니다. 네.”
겉으로만 들어서는 통화 내용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공허한 막내작가의 표정을 봐선, 아무래도 다이렉트 섭외엔 실패한 듯 싶었다.
뭐, 한 번에 안 되면 계속해서 설득해 봐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던 양홍석 PD였다. 그런데 그 때, 무언가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막내작가가 입을 열었다.
“···PD님.”
“응?”
“나, 나오고 싶다는데요?”
“어? 뭐를?”
“칠린이요. 저희 프로그램에 나오고 싶대요.”
“···어어어?”
잠시 간의 정적이 지난 뒤, 작가진이 괴성을 지르며 서로를 끌어안았다.
“갸아아아아악—.”
“무, 뭔데? 진짜로?”
“끼야아아아아아악—.”
“아니, 진짜 이렇게 쉽게 된다고!?”
* * *
LA 맥주 페스티벌에서 부스를 운영한 뒤로, 7IN 멤버들은 한동안 요리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다.
부스를 운영하는 것과 아이돌 활동을 하는 것은 전혀 달라 보이지만 의외로 공통점이 꽤나 많았다.
우선 멤버 간의 손발이 완벽하게 맞아야 하며, 보이지 않는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써야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 낸 결과물이 사람들을 기쁘게 할 땐, 멤버들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꼈다.
여행 이후로 아직까지 공식적인 활동 계획은 없었지만, 멤버들은 틈틈이 제이라이브로 쿡방을 진행하며 팬들과 소통했다.
“오늘은 임금님의 수라상에 올라갈 너비아니를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아육시 결승전에서 말했듯 우리의 주군이 곧 팬 여러분들이신데, 이 너비아니를 진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하.”
이제는 조련 멘트까지 꽤나 익숙해진 군자가 능숙하게 요리를 시작했다.
[ㅋㅋㅋㅋ우리가 주군이래] [군자 억빠 모야모야] [군자야 우리집으로 보내줘 10인분도 먹을수있오] [원래 한식 별로 안좋아했는데 군자때매 한식 매력을 알아버림] [나두··· 이제는 김치없이 살 수 없는 몸이 됐어] [ㅋㅋㅋㅋㅋ군자야 근데 너비아니가 모야]“너비아니는 소고기를 얇게 저며 양념을 한 뒤 구워 먹는 음식입니다. 달착지근하고 식감도 좋아, 하얀 쌀밥에 으뜸으로 잘 어우러진답니다.”
[으으 못참겟당 군자야 빨리 요리해주라] [ㅋㅋㅋ뒤에 근육즈들 깨작대면서 요리준비 하는거야?] [유찬아 고기해체쇼 보여주라ㅠㅠㅠ] [요즘 칠린이들 쿡방 많이 해줘서 넘 좋당] [마자마자 밥먹을때 같이 켜놓는거 진짜 개꿀] [우리애들 요리도 이렇게 잘한다구···] [진짜 1가구 1칠린 보급 시급해] [유전자복제기술 완성되면 칠린이들부터 복제해 달라구할거야] [ㅋㅋㅋㅋㅋ후우 진짜 그렇게 되면 넘 좋겠당] [근데 현수야 요즘 왜 이렇게 쿡방 자주해?] [설마 이것도 뭔가 떡밥 같은거임?] [헐!!!!] [진짜루?? 이번에도 떡밥이야????]제이라이브 요리 컨텐츠가 잦아지니 팬들은 무언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라이브방송에서 목탁을 보여주었던 [미션 임파서佛> 때처럼, 반복되는 쿡방이 무언가의 복선이 아닐까 하는 의심.
한번 고개를 들기 시작한 음모론은 순식간에 덩치를 불려 나갔다.
[하긴 원래 이렇게 쿡방 자주 안했자나] [아무 의미도 없이 이렇게 자주 요리를 한다?] [내가 보기에 이건 둘중 하나야] [ㄴ모야모야] [1. 칠린이들이 요리컨텐츠 준비중임] [2. 칠린이들 단체고 나한테 시집올라고 신랑수업중] [ㄴㅋㅋㅋㅋㅋㅋㅋ미친] [아니그든~ 나한테 시집올거거든~] [무튼 이거 수상해 심상치않아] [헐헐러헗 나 또 뭐 찾은것같음] [ㄴ몬데 알려죵] [어제 현재 제이라이브 썰풀던거에서 찾은건데] [군자가 ‘요리조리’ 도망쳐 다니는거 잡느라 힘들었다고 함] [‘이리저리’도 있고 ‘이쪽저쪽’도 있는데 굳이 ‘요리조리’?] [이거는 ‘요리’와 ‘조리’를 하겠다는 복선일수밖에 없음] [맞네;;;;;개소름]말도 안 되는 황당한 음모론에 유찬이 입을 가리고 쿡쿡 웃자,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 음모론에 살을 붙였다.
[어??? 지금 기유찬 ‘쿡쿡’ 하고 웃은 거임???] [쿡쿡?? 하하 후후 호호 캬캬 키키 다 있는데 굳이 쿡쿠우우욱????] [나 현실에서 쿡쿡하고ㅓ 웃는사람 첨본다] [유찬아 너 진짜 너무 노골적이다] [이건 진짜 ㅇ개떡밥이다] [아 유찬아 스포자제ㅠㅠㅠㅠㅠㅠ] [어뜩해 우리 갓기가 다 누설해버림] [ㅋㅋㅋㅋㅋㅋ아존나웃곀ㅋㅋㅋㅋㅋㅋ]“···그, 그런 거 아닌데··· 형들, 도와주세요···.”
“와하학, 너무 음모론 펼치시는 거 아니에여?”
“요리 예능? 하면 재미있을 것 같긴 한데 아직 막 계획이 있진 않은데에···.”
“현수 너도 요리 잘하잖아. 맨날 피곤하다고 안 해서 그렇지.”
“후후, 하지만 난 군장금의 수셰프로 만족할래.”
그렇게 또 한번의 쿡방을 마친 뒤, 멤버들은 서은우 팀장과 함께 회의실에 모여 쿡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방송 하는 데에 불편함은 없습니까? 우리가 지원해 드릴 것이라든지.”
“아뇨, 스튜디오도 너무 좋고 준비해 주신 식재료도 다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팀장님도 팬 분들 반응 보셨죠?”
“네, 봤습니다.”
“어떡하죠? 뜻밖의 음모론이 커지고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여러분들이 요리 예능을 해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페스티벌에서 이미 실력은 검증됐고, 팬 분들도 원하고 계신 것 같으니. 여러분들만 원한다면, 적절한 기회를 찾아 볼 수도 있겠죠.”
“저희도 하고 싶어요! 요즘 요리가 너무 재미있어서.”
“아하하, 요즘은 완전 본업이 요리고 부업이 아이돌이라구요~”
멤버들도, 팬들도 모두 요리 방송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즈음, 운명처럼 [맛집메이커>의 막내 작가에게 연락이 온 거다.
“할래요! 할래요! 할래요!”
멤버들은 당연하게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문란하거나, 지나치게 자극적이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는 예능이 아니라면 솔라시스템은 항상 멤버들의 의사를 최우선으로 존중해 왔다.
“좋습니다. 그러면 [맛집메이커> 합시다.”
“우와아아—!!”
“하지만 [맛집메이커>는 백중헌 선생님과 함께하는 예능입니다. 소문으로는 그 분 굉장히 엄격하고 무섭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괜찮겠습니까?”
“괜찮아여! 아육시 쌤들도 다 엄청 무서웠는데 나중엔 다 우리를 좋아하시게 됐거든여!”
“후후, 팀장님. 저희가 백 쌤 마음을 사로잡아 버리겠슴다.”
“좀 무서울 것 같긴 한데, 막 근본적으로 악한 분은 아니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아하하, 백중헌 선생님한테 요리로 인정받으면 기분 좋긴 하겠다~”
요리에 진심인 멤버들을 보며 이용중 실장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지만 너희는 아이돌이잖아···.”
그러나 멤버들은 벌써부터 [맛집메이커>에서 운영할 식당에 대한 아이디어를 짜기 시작했다.
“어떤 식당이 좋을까? 파스타 같은 건 너무 무난하고 지루하지 않아?”
“우리만의 특색이 있으면서도 트렌드에 잘 맞으면 좋겠는데.”
“후으으음—.”
소년들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 냈다.
그렇게 만들어 낸 아이디어를 가지고 처음 제작회의에 참가한 날.
“···괜찮은디?”
멤버들의 아이디어는 백중헌의 귀마저 솔깃하게 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