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81)
#181
포포몬쓰
“그 친구들, 정말 한대유?”
“네! 섭외됐어요!”
“허어, 바쁘다드만.”
“그러니까요! 이게 진짜 어떻게 된 거지?”
“그러면 지금이 12월이니께··· 3월 쯤에나 같이 촬영하겠네유.”
“넵넵! 봄맞이 특집으로 함께하면 될 것 같습니다!”
“허허, 내가 준비 많이 해야겠네.”
[맛집메이커> 제작회의를 준비하며, 백중헌은 7IN에게 큰 기대감을 가지지 않았다.멤버들이 모두 요리를 좋아하는 것 같긴 했지만, 단순히 요리를 좋아하는 것과 식당을 운영하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으니까.
요즘 가장 바쁘다는 아이돌들이, 요리에 관심을 갖고 자주 요리 라이브방송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특한 백중원이었다.
“제작회의엔 참여한대유?”
“네. 멤버들 전부 온대요! 휴우, 엄청 바쁠 텐데에···.”
“김작가. 넌 맛집메이커 작가니, 아니면 칠린 팬클럽 회장이니.”
“양피디님, 무슨 말씀 하시는 거예요. 팬클럽 회장 시켜 주면 작가 바로 때려치죠.”
“미친, 가지 마! 우리 식구들 아무데도 못 가.”
“푸하하하학—.”
“허허, 아무튼 다 같이 온다니까 잘됐네유. 그 날 이 친구들이 뭐 좋아하는지, 어떤 거 하고싶은지 잘 파악해 둬야겠네.”
“네 선생님. 아무래도 멤버들이 아직 어리니까, 저희가 많이 도와줘야 할 것 같아요.”
그러나 7IN 멤버들의 생각은 달랐다.
제작회의에 참석하기 전부터, 자체 회의를 통해 아이템을 선정하고 가상의 식당 운영을 시작한 멤버들이었다.
“일단 우리가 할 가게는 우리 컨셉에 맞아야 한다고 생각해.”
“저도 현수 형아 말에 동의함여. 트렌드만 따라가기보단, 우리 팀 컬러가 제대로 묻어나와야 팬분들도 좋아하고 우리도 더 재미있을 것 같아여.”
“후으음, 근데 식당에 팀 컬러를 어떻게 묻히냐. 누구 좋은 아이디어 없어?”
“···주, 주막···.”
“어? 주막?”
“아하하하, 유찬이 넌 미성년자잖아~”
“그래, 주막은 아무래도 술이 메인이니까 좀 그렇지 않을까?”
“후후, 주막(酒幕) 의 ‘주’는 술 주(酒)를 쓴단다. 유찬아, 발상은 좋았으나 주막은 3년 후에 함께 운영해 보도록 하자.”
“···네에···.”
“그래도 유찬이 아이디어는 좋았다고 생각해. 우리 컬러랑은 되게 잘 맞잖아.”
“혁이 형은 뭐 좋은 아이디어 없어요?”
“마약···.”
“미쳤어! 형!”
“이 형 미국 갔다 오더니 본색을 드러내나!?”
“아니, 마약김밥이라고 하려 했는데···.”
“아하하, 한국말은 끝까지 들으라구~”
유찬과 인혁을 시작으로 멤버들의 아이디어가 난립했다.
“후으으음, 그냥 무난하게 파스타집 할까? 손님들은 다 좋아할 것 같긴 한데.”
“깔끔하게 흰 셔츠에 슬랙스 입고 앞치마 하고··· 국밥 같은 착장이긴 해.”
“국밥? 국밥집은 어때?”
“권태웅 의식의 흐름 기법 뭔데.”
“뭐 어떠냐, 아이디어 이렇게 내는 거지. 난 요즘 그렇게 국밥이 좋더라.”
“저도 국밥 좋아하긴 하는데. 솔직히 영한 느낌은 없지 않아여?”
“끄응, 그렇긴 하지.”
“그럼 국밥을 조금 젊게 브랜딩해서 가 보는 건?”
“오케이, 일단 국밥집 후보 하나 두고.”
“아하하하, 프랑스 요리는 어떨까~”
“프랑스 요리? 왜?”
“그냥 내가 먹고 싶어서~”
“그, 그래···.”
수많은 아이디어가 빗발치는 가운데, 현수가 교통정리를 시작했다.
“어우, 정신없어. 우리 일단 거점부터 정하자.”
“거점?”
“응. 지금은 너무 포괄적으로 아이디어가 날아다니니까, 일단 우리가 어떤 타겟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고 싶은지부터 정하는 거야.”
“오오, 어떻게?”
“개인적으로는 장소를 먼저 정하면 어떨까 싶어. 중장년층 유동인구가 많은 재래시장 근처로 할지, 아니면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다니는 핫한 동네로 할지··· 뭐, 방송에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로케이션을 준비해 주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그냥 아이디어 회의니까.”
“장소를 먼저 정하자? 그거 괜찮은데.”
“응, 그럼 각자 좋아하는 장소 하나씩 말하기 해 볼까?”
장소를 중심으로 한참 회의가 진행되던 중, 현수가 아이디어를 냈다.
“흐음, 산은 어때?”
“산!?”
“푸하하핫, 군자 눈 커진 거 봐라.”
“산이라고? 계속 말해 다오, 현수야.”
“아니, 이거 말하면 내가 또 군자 취향으로 아이디어 낸다고 뭐라고 할 것 같은데 그런 거 진짜 아니고.”
미리 밑밥을 깔며, 현수가 아이디어를 전개하기 시작했다.
“왜 요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등산이 되게 핫하잖아. SNS에 막 등산 가는 사진도 엄청 올리고, 2030 타겟으로 디자인 된 등산복도 엄청 많이 나오고···.”
“맞아여. 제 친구들도 19살인데 막 단체로 등산 다니고 그러던데여?”
“등산로 입구에서 장사를 한다고 하면 우리 그룹 컨셉이랑도 잘 맞고, 동시에 요즘 트렌드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뭔가 특색 있어서 좋지 않냐?”
“후으으음—.”
“진짜 오해할까봐 하는 말인데, 진짜 군자 때문에 낸 아이디어 아니다.”
“아유, 알았어요 알았어.”
누차 강조하는 현수였지만, 그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군자는 매우 신이 난 것 같았다.
“사, 산 초입에서 음식 장사를 한다고?”
“응. 뭐, 그냥 아이디어일 뿐이지만···.”
“너무도 훌륭한 아이디어구나!”
“푸하학, 너가 좋아할 줄 알았다 임마.”
“산천(山川)의 기운을 느끼며 음식을 만든다니, 벌써부터 흥분이 되는구나!”
군자는 말할 것도 없이 대찬성, 나머지 멤버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그룹의 컨셉과도 잘 맞고, ‘힐링’이라는 [맛집메이커>의 컨셉과도 어우러지는 아이디어였으니.
“그럼 조금 더 디테일하게 디벨롭해서 제작회의 가져가자.”
“좋아여. 우리 백쌤을 깜짝 놀라게 해 주자고여.”
그렇게 발전된 아이디어를 들고, 소년들은 [맛집메이커> 제작회의에 참가했다.
“자, 이제 다들 오신 것 같으니까 회의 시작할까요?”
“넵.”
“칠린이랑 백 선생님은 초면이시죠? 인사부터 나누세요, 헤헤.”
“안녕하세요!”
“그래유, 반가워유.”
7IN과 백중헌은 어색한 첫 대면을 가졌다. 7IN의 입장에선 방송계 선배였고, 백중헌은 7IN을 잘 몰랐으니 일단은 예의를 차린 것.
그러나 질문이 시작되고 아이디어가 전개되면서,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풀어져 갔다.
“우선은 여기 칠린 여러분들이 뭘 좋아하는지부터 알고 싶은데유.”
“아, 넵 선생님! 그래서 저희가 미리 아이디어를 조금 준비해 왔습니다.”
“그래유?”
아이디어를 준비해 왔다는 말에, 백중헌의 입가에 미소가 살짝 감돌았다.
작가들의 말이 맞다면 이 친구들이 지금 한국에서 가장 바쁜 이들일 터. 그런데도 프로그램을 위해 아이디어를 준비했다는 것 자체가 기특했다.
“한 번 들어 볼까유.”
어린 친구들인 만큼, 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트렌디한 컨셉의 맛집을 선호하겠지.
무심결에 백중헌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소년들이 가지고 온 아이디어는 백중헌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저희의 레퍼런스는 ‘삼각산 기슭집’이었습니다.”
“어? 기슭집? 그 도토리묵 파는 집 말이에유?”
“넵. 등산로 입구에서 등산객들에게 도토리묵과 감자전, 콩국수, 닭도리탕 같은 음식을 파는 작은 식당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허어···?”
이건 흥미로운데?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에 백중헌의 귀가 쫑긋 섰다.
“몇 년 전만 해도 등산은 어른들의 문화였습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서는 도시에 사는 2030 세대들의 새로운 문화로 등산이 급부상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허긴, 요즘 젊은 친구들도 등산 많이 다닌다고 하더만.”
“네. 하지만 아직까지는 중장년층의 문화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인지, 등산로 주변의 인프라는 대부분 노후화된 것이 현실입니다.”
“아무래도 아직은 그렇쥬.”
“중장년층의 입맛을 만족시키면서, 동시에 젊은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찾을 수 있는 깔끔하고 한국적인 등산로 맛집을 만드는 것. 이것이 저희의 아이디어입니다.”
거침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7IN의 모습에, 작가들은 이미 넋을 놓고 두 손을 모은 채 팬 모드에 돌입해 있었다.
“하아, 어떻게 이렇게 똑똑하셔···.”
“작가님들, 작가님들? 우리 지금 일 중이에요.”
“아, 넵!”
양홍석 PD가 작가들을 다그쳤으나, 사실 그도 내심 놀라는 중이었다.
그 동안 [맛집메이커>를 찍으며 다양한 맛집 운영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등산로에 식당을 해 보자는 아이디어는 나온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막상 생각해 보니, 7IN의 컨셉과도 잘 맞고 [맛집메이커>의 톤 & 매너와도 잘 어우러진다. 그 동안 왜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했을까 싶을 정도로.
“메뉴는 도토리묵, 감자전, 콩국수, 닭도리탕, 이렇게 네 가지만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메뉴가 적네유?”
“네.”
“그렇게 선정한 이유가 있을까유?”
“우선은 등산로에서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들만을 추렸습니다. 저희가 식당을 운영할 3~4월은 간절기로서,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추울 때 먹는 음식과 더울 때 먹는 음식을 함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콩국수랑 닭도리탕을 같이 넣었다?”
“네.”
“거기에 도토리묵이랑 감자전은 시그니쳐 메뉴니까 같이 넣었고?”
“네. 도토리묵과 감자전은 식사 메뉴에 곁들여서 주문할 수 있는 메뉴들이기 때문에, 매출 증대에도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계산했습니다.”
멤버들의 설명을 들으며 백중헌은 연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얼마나 고개를 끄덕거렸는지, 그 모습이 마치 차량 안에 설치하는 노호혼 인형처럼 보일 정도였다.
“태웅아, 태웅아.”
“응?”
“백 선생님 말이다. 꼭 이 실장님이 운전하는 마차의 그 녹색 인형 같지 않더냐?”
“미친놈아, 조용히 좀 있어!”
예상치도 못한 좋은 아이디어의 등장에 백중헌마저 신이 났다.
등산로 입구에서 도토리묵 장사라. 잘만 풀리면 프로그램의 대박은 물론, 등산이라는 문화에 젊은 사람들을 더 유입시킬 수 있는 활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솔직히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들고 올 줄은 몰랐는데, 반성하게 되네유.”
“아닙니다, 부끄럽습니다.”
“부끄러워야 할 건 나예유.”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우리 작가님들, PD님들. 나는 이 아이디어가 참 맘에 드는디.”
“넵 선생님.”
“어떻게, 3월까지 세팅 가능할까유?”
“안 되도 되게 해야죠!”
제작진 역시 좋은 아이디어에 고무된 것 같았다. 그러나 백중헌이 생각하기엔 아직 2%가 모자랐다.
“좋아유, 좋아유. 다 너무 좋은디, 딱 하나가 모자란 느낌이네.”
“···.”
“그래도 이왕이면 아이돌 멤버들이 식당을 하는데, 어떤 포포몬쓰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유?”
“포몬스요? 혹시 쌀국수 집을 하라는···.”
“아니, 포몬스가 아니고 포포몬쓰 포포몬쓰.”
“아하.”
그러나 멤버들은 퍼포먼스 역시 이미 준비돼 있다는 듯,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었다.
“퍼포먼스, 준비해 놓았습니다!”
태웅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용중 실장이 도토리묵과 시퍼런 식칼 하나를 들고 회의실에 들어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