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85)
#185
연습해 왔답니다
7IN 멤버들을 기다리며, 양홍석 PD를 비롯한 [맛집메이커> 제작진들은 그 어떤 때보다 흥분한 모습이었다.
백중헌과 함께한 이후로 꽤나 안정적인 제작 환경을 갖춘 [맛집메이커>였으나 동시간대의 경쟁 프로그램에 비해 낮은 시청률과 관심도가 항상 아쉬웠다.
경쟁 채널의 요리 예능 [SSS급 요리사가 괴식을 너무 잘함>은, 괴식 요리사 장풍을 앞세운 온갖 자극적인 요리와 강렬한 경쟁 구도로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꽉 잡고 있었다.
[맛집메이커> 제작진들은 모두 자부심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언제나 [SSS급 요리사가 괴식을 너무 잘함>을 이기지 못함에 아쉬워 했다.그러던 와중 7IN 섭외에 성공해 버린 거다.
[명품진품>의 시청률을 3배 가까이 뻥튀기 시키고, 웹플릭스 서바이벌 예능을 월드와이드 랭킹 1위로 만들며, 라이브 방송만 켜도 단숨에 십만 단위의 시청자가 모이는 그 7IN을!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려 노력하는 제작진들이었으나, 막상 촬영 당일이 되니 모두 흥분한 것 같았다. 촬영 로케이션에서 7IN을 기다리며, 조연출과 작가진은 신이 난다는 듯 연신 두 손을 비벼 댔다.
“피디님, 저 지금 너무 떨려요.”
“왜? 꿈에 그리던 아이돌이랑 같이 일하게 돼서?”
“그런 것도 있긴 한데, 이제 우리가 [SSS급 요리사가 괴식을 너무 잘함> 이길 수도 있게 됐잖아요!”
“아니, 벌써 시청률 생각하는 거야?”
“어떻게 생각을 안 해요, 1년 내내 맨날 2등만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장풍 씨, 어그로 미쳤잖아.”
“그 사람 너무 얄미워요. 전 장풍씨 나오는 유튜브는 보지도 않는다고요.”
“뭘 또 그렇게까지···.”
“무튼, 피디님. 이제 우리가 이길 수 있어요. 칠린이들 화력 아시죠?”
“응, 엄청나긴 하더라.”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이번엔 우리도 막 어그로 팍팍 끌고, 자극적으로 가요?”
그러나 양홍석 PD는 작가진들과는 달리 심드렁해 보일 정도로 침착한 표정이었다.
“근데 나 그런 연출은 못 하는데?”
“에? 그럼 너무 아깝지 않아요?”
“영향력 있는 출연자 섭외했다고, 괜히 헛바람 들어가서 포맷 바꿨다가 망한 프로그램이 한둘이니. 우리는 우리가 추구하는 재미를 잡으면 되는 거야.”
“그런가아···.”
“게다가 백 선생님이 그러셨잖아, 그 친구들 요리에 진심이라고. 우리는 그 진심이 가장 잘 보일 수 있도록 찍고 편집하면 돼,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쫌 아쉽긴 한데, 피디님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 그런 자극적이고 팡팡 터지는 건 김석훈 선배 하라고 하자고.”
“맞아요. 게다가 그냥 우리 방식대로 해도 이번 회차만큼은 우리가 시청률 1등 할 걸요? 칠린이잖아요 칠린.”
“어휴, 어째 피디인 나보다 조감독님이 시청률을 더 신경 써 주시네.”
“피디님이 너무 욕심이 없으니까 그렇죠.”
“음? 아닌데? 나 욕심 많아.”
“어떤 욕심이요?”
“잘 찍고 싶은 욕심이지.”
제작진이 잡담을 나누는 사이, 백중헌 선생이 먼저 촬영장에 도착했다. 콜타임보다 40분이나 일찍 촬영장에 도착한 백중헌 역시 오늘의 촬영을 기대하고 있는 듯 했다.
“칠린 친구들은 아직 안 왔쥬?”
“넵, 이제 곧 도착할 겁니다.”
“재미있겠네. 나도 등산로 입구서 장사 해보는 건 첨이라.”
“흐흐, 선생님.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야지. 아마 오늘은 다들 바쁠 거유. 그 친구들은 바쁘니까 사전 연습이고 뭐고 못 해 왔을 거 아녀유.”
백중헌의 말이 끝나자 마자, 막내작가가 7IN의 최근 스케쥴을 달달 읊었다.
“네 맞아요. 요즘은 새 앨범 준비한다고 스튜디오 다니고, 뮤비 촬영하고, 안무 연습하느라 완전 완전 정신없는 것 같더라고요.”
“···우와, 스케쥴 완전 다 꿰고 있구만···.”
“헤헷, 이제 우리 출연자잖아요.”
“무튼 바쁠 줄은 알았슈. 게다가 아직 다들 어린 친구들 아녀유. 준비부터 우리가 많이 서포트해야 할 거예유.”
이미 아이돌 멤버들과의 촬영 경험이 풍부한 백중헌이었다.
대부분이 인성 좋고 예의 바른 친구들이었지만, 착한 것과 일 잘하는 것은 별개다. 게다가 언제나 바쁜 아이돌의 특성상, 사전 준비를 해 오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결국 현장에서는 스태프들이 더욱 바쁘게 움직여 주어야 했다.
“다들 긴장 바짝 하자구유.”
때마침 7IN의 하이리무진이 로케이션에 나타났다. 촬영 콜타임보다 15분 이른 시각이었다. 편한 복장으로 차에서 내린 7IN 멤버들은 모두 조금은 초조한 듯한 표정이었다.
“오느라 고생했어요. 일찍 왔네요? 잠깐 회의부터 하고, 바로 촬영 시작합시다.”
양홍석 PD가 모든 출연자들을 회의 테이블에 모았다. 편하게 질문하라는 양 PD의 말에, 7IN 멤버들이 앞다투어 질문을 던졌다.
“피디님, 혹시 오늘은 어떤 가게랑 경쟁하게 되나요?”
“예? 어어··· [맛집메이커> 포맷 잘 모르시는구나. 저희는 경쟁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에요.”
“넵. 저희도 이전 회차들 다 복습하고 와서 아는데, 지금까지 저희가 나온 예능들은 어째 다 경연이나 경쟁이 들어가 있었어서요.”
“아하.”
“혹시 오늘도 경쟁 구도가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마, 만약 경쟁해야 되면··· 꼬, 꼭 이길 거예요···.”
“경쟁, 경연, 서바이벌, 이런 건 이제 완전 선수라구여!”
말은 자신감 있게 했지만 소년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양홍석 PD가 가벼운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까지 모든 경연을 씹어먹으며 승리자의 위치를 지켜 온 7IN이었지만, 본질은 어쨌거나 소년이었다. 계속되는 경연과 경쟁에 지치지 않았을 리 없다.
“여러분들 오기 전에 스태프들이랑도 다 얘기했지만, 우리는 하던 대로 할 거예요. 경쟁 같은 건 없습니다.”
“진짜요?”
“예. 오늘은 그냥 편하게 요리를 하고, 손님들과 소통하면 돼요. 매출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휴우—.”
경쟁 구도가 없다는 말에 소년들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런 소년들의 모습을 보며 모든 제작진들도 함께 미소 지었다.
“어그로를 외쳤던 저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그래. 장풍 씨가 뭔 괴식을 만들든, 우리는 무해하게 가자고.”
촬영 직전의 회의가 끝나고, 마침내 가게 오픈을 위한 사전 준비가 시작됐다.
첫 날 메뉴는 닭도리탕, 콩국수, 도토리묵, 감자전, 이상 총 네 가지. 특별히 어려운 음식은 없었지만, 미리 손질해 놓아야 하는 재료들이 있었기에 현장은 오픈 전부터 바쁘게 돌아갔다.
“자, 손질부터 해 보자구유.”
잔뜩 쌓인 생닭을 보며 백중헌이 조리 스태프들을 불러모았다. 그러나 스태프들보다 더 빨리 자리를 잡은 것은 7IN 멤버들이었다.
“선생님, 닭 손질은 저희가 해도 괜찮을까요?”
“흐음···.”
멤버들의 적극적인 태도에 백중헌은 잠시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물론 출연자들이 적극적으로 임해 주는 것이 고맙긴 하지만, 재료 손질은 빠르고 정확해야 한다. 숙련되지 않은 이들에겐 어려운 작업일 수도 있을 터.
그러나 백중헌은 일단 멤버들을 믿어 보기로 했다.
“물이 찬데, 괜찮겠어유?”
“네! 괜찮습니다!”
멤버들의 힘찬 대답에 백중헌이 자리를 비켜 주었다.
조금 지켜보다가, 영 아닌 것 같으면 다시 주방 스태프들을 투입하면 되겠지.
그러나, 백중헌이 다시 주방 스태프들을 투입시킬 일은 없었다.
스윽, 스으윽—.
조리대 앞에 선 일곱 멤버들은, 모두 능숙한 칼질로 닭을 해체하고 기름 덩어리를 떼어 내기 시작했다.
“호오···.”
백중헌의 깐깐한 눈으로 보기에도 부족함 없는 솜씨였다. 닭마다 조금씩 골격이 다르고 기름의 위치도 달랐지만, 멤버들의 칼질은 민첩하고 재빠르게 생닭을 해체해 나갔다.
“연습을 했나 보네유?”
“아, 넵. 2주 전부터 틈틈이 연습했습니다.”
“헤헷, 알아 주셔서 감사합니당.”
“당연히 알아야지. 칼질 한 번만 봐도 보여유.”
순식간에 닭도리탕용 재료를 만들어 나가는 멤버들을 보며, 백중헌은 흐뭇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사실 아쉬운 것은 [맛집메이커> 제작진 쪽이었다. 7IN의 출연은 거의 로또에 당첨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솔직히, 7IN이 나와서 요리 대신 프로그램 홍보만 좀 해 주고 간다고 해도 [맛집메이커>의 입장에서는 이득이었다.
그러나 7IN 멤버들은 진심이었다.
경연과 경쟁이 없어도 진지한 마음까지 없어지진 않았다. 2주 동안 연마한 칼질은 전문 주방 스태프들의 기술 못지않게 날렵하고 정교했다.
“여기, 이런 걸 찍어야쥬 이런 걸.”
백중헌이 손에 든 권총 같은 핸디캠으로 멤버들의 손질 모습을 연신 촬영했다. 양홍석 PD 역시 멤버들이 재료 손질을 연습해 왔다는 것이 흥미로운 듯 카메라를 집중시켰다.
멤버들이 손질 기술을 익혀 온 덕분에, 영업 준비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스윽, 스으윽, 타다닥—···.
고요한 주방엔 칼질 소리와 재료 다듬는 소리만이 가득했다. 조감독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양홍석 PD를 바라보고 있었다.
“피디님, 피디님.”
“응, 왜?”
“이거 사운드가 너무 비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지금 딱 좋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다큐 갬성인데···.”
“어차피 손님들 들어오면 시끌벅적해질 거야. 그리고 지금까지 저 친구들 이런 모습은 아무도 본 적 없잖아.”
“그건 그렇긴 한데···.”
“억지로 크게 웃고 떠드는 것보다, 지금 이 모습이 훨씬 매력적이지 않아? 난 이 방향성이 맞다고 확신해.”
“알았어요. 대장님이 그렇게까지 확신하신다면야.”
어느새 멤버들은 닭도리탕용 생닭 손질을 마치고 그라인더로 콩국수용 콩을 갈고 있었다. 백중헌은 멤버들을 시험하듯 넌지시 질문을 던지며 분량을 뽑아냈다.
“감자전 할 감자는? 미리 안 갈아 놓구유?”
“아, 감자전은 주문 들어오는 대로 매번 갈아서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호오, 왜 그렇게 판단했을까유?”
“미리 갈아 놓은 감자를 쓰면 이상하게 맛이 떨어지더라구요. 아무래도 재료가 산소랑 만나서 그렇게 되는 것 같은데··· 직접 해 보니까, 감자전은 지금 막 간 감자를 쓰는 게 가장 쫀득하고 맛있었습니다.”
“크으, 놀랍네 진짜. 역시 직접 해 본 사람들이 제일 잘 안다니까유? 그럼 감자는 믹서기에 갈아유? 아니면 강판으로?”
“홀 사이즈가 크고 손님들이 많으면 부득이하게 믹서기를 써야 할 것 같지만, 저희는 일곱이라 일손도 많고 홀도 크지 않으니까 강판을 쓰려고 합니다. 손으로 가는 게 입자 크기가 크게 잡혀서 훨씬 더 식감이 잘 살아나더라구요.”
“그 손가락은 감자 가는 연습 하다가 다쳤구만?”
“우왕, 어떻게 그렇게 딱 알아보세여?”
“나도 소싯적에 강판에 손가락 많이 갈려 봤어유. 손가락으로 전 부쳐 먹었다니께.”
“푸하학, 저 아재개그가 취향인가 봐요 선생님. 왜 그런 개그가 웃기지?”
“이 친구들, 요리가 아니라 개그에도 조예가 있구먼.”
어느새 백중헌과도 다정하게 대화를 주고 받으며, 7IN 멤버들은 첫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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