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88)
#188
답 없는 인간들
진성 덕후인 연지를 보낸 뒤로, 장사는 수월하게 잘 풀려 나가고 있었다.
이른 오전 시간에는 주로 50~60대의 중장년층 손님들이 가게를 찾았다.
“어엇?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TV 나오는 친구들 맞지? 나 명품진품서 봤어!”
아이돌이 익숙하지 않을 나이대였음에도, 꽤 많은 손님들이 7IN을 알아보며 반갑게 손을 내밀어 주었다.
“어떻게 여기서 장사를 다 하고 있대.”
“테레비 촬영 하는겨?”
“헤헤, 어머님 아버님 만나러 왔져~”
“어유, 저기 카메라 다 보이는데 능청은!”
“그래도 말은 참 예쁘게 하네~ 얼굴만 예쁜 게 아니네!”
“우리 딸래미도 이렇게 예쁘게 말하는 법 좀 배웠으면 좋겠어 진짜로.”
손님들의 반응은 모두 한결같았다. TV 화면에 더 어울리는 소년들의 화사하고 아기자기한 비주얼에 한 번 감탄하고, 당황스러울 정도로 맛있는 음식들에 두 번 감탄했다.
“음식 정갈한 거 봐.”
“맛있네, 맛있어. 어쩜 이렇게 음식도 잘 한대?”
“나 진짜 팬 돼 버리겠네.”
“백 선생님! 선생님이 가르쳐 줘서 이렇게 맛있어졌대요?”
“허허, 아니에유. 별로 가르친 것도 없슈.”
“그래요? 아유, 우리 윤지랑 결혼했으면 좋겠네~”
홀에 여유가 있을 땐 군자와 유찬이 도토리묵 썰기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파스스스스슷—.
“우와, 손도 참 빠르다이.”
“잘생긴 친구들이 재주도 참 많구먼.”
“아이고, 악수 한 번만 해. 내가 너무 너무 팬이야~”
줄지어 이어지는 긍정적인 반응에, 소년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벌써 꽤 많은 테이블이 회전했지만, 음식을 남긴 테이블은 단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닭도리탕 국물이 남자 공기밥을 추가하여 국물에 볶아 먹는 손님들도 있었다.
“어이고, 그냥 요기만 좀 하고 가려고 했는데 포식을 해 버렸네.”
“빨리 산 타야겠어, 소화 좀 시켜야지.”
“고마워요, 너무 잘 먹었어요~”
“이거 우리가 먹으려고 가져온 고구만데, 먹어요.”
“아니에요, 괜찮아여! 드시려고 가져오신 건데···.”
“아냐 아냐, 우리는 이제 너무 배불러서 내일까지 암것도 안 먹어도 될 것 같아.”
“헤헤, 그럼 멤버들이랑 나눠 먹을게여!”
맛있는 음식을 먹은 손님들의 만족스런 표정, 감사와 미소를 주고받는 소년과 손님들.
양홍석 PD는 이 모든 과정을 온전히 카메라에 담았다. 음식에도, 연출에도 조미료는 뿌리지 않았다. 굳이 뭔가를 하려 하지 않아도, 손님들의 적극적인 리액션이 자연스럽게 분량을 맞춰 주었다.
홀에서는 현재와 시우의 활약이 빛났다면, 주방에서는 태웅이 거의 분신수를 쓰다시피 하며 일손의 빈틈을 메우고 있었다.
“태웅, 여기 닭 좀 더 가져다 주라!”
“오케이, 읏쌰—.”
“헐, 이, 이걸 한 번에 든다고?”
“왜, 넌 못 드냐?”
“너 그러다가 허리 나가!”
“괜찮아 괜찮아. 1kg짜리 닭이 70마린데, 내 데드리프트 1rm 기록이 200kg라고.”
“미친, 인간이 200kg를 들 수 있다고?”
“요즘 요리 연습 한다고 운동도 못했는데, 오히려 좋아. 뭐 무거운 거 더 옮길 거 없냐?”
“그, 그럼 저 야채 바구니도 좀 옮겨 주라.”
인혁의 활약 역시 깨알같이 빛났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세심하고 꼼꼼함을 갖춘 인혁은, 군자와 유찬의 자잘한 실수까지 커버하며 완벽한 요리를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군자, 도토리묵 썰어 놓은 간격이 조금 비일정하다. 가로 간격이 지나치게 좁아졌어.”
“옙, 시정하겠습니다 형님.”
“유찬, 닭도리탕이 너무 지나치게 졸고 있어. 육수, 재료 양 다시 체크해 줘.”
“···네, 넵! 죄송합니다···.”
“네 잘못이 아냐. 우리 모두 만드는 요리잖아.”
“···고, 고마워요 형···.”
“현재, 도토리묵 두 개 더 나왔다.”
“네엥~”
“가져갈 때 너무 팔랑팔랑 뛰지 마. 예쁘게 썰어 놓은 묵, 흐트러지면 속상하다.”
“푸하학, 알겠어여. 조심조심 가져가겠슴다!”
예상보다 많은 손님이 몰렸음에도, 소년들은 큰 실수 없이 오전 장사를 마무리했다.
“아유, 너무 너무 잘 먹었어.”
“감사합니다 손님!”
“다음에 또 올게, 또 여기 있어야 돼~”
“에헤이,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 친구들도 이제 본업 하러 가야지.”
“헤헤, 다음엔 콘서트장에서 만나여.”
“알았어, 내가 꼭 예매 성공해서 딸이랑 같이 콘서트 갈게. 우리도 오늘 완전 팬 돼 버렸어~”
오전 타임의 마지막 손님까지 배웅하고 난 뒤, 마침내 꿀 같은 브레이크타임이 찾아왔다.
“휴우우—.”
“우와, 진짜 1분을 못 쉬었네.”
“식당 하는 거, 진짜 장난 아니구나···.”
“으아아, 현수야 나 허리 좀 두들겨 주라.”
“무리 하더니, 으이구··· 엎드려 봐.”
오전 장사만으로 파김치가 된 소년들을 보며 백중헌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힘들쥬? 다들 고생했슈.”
“와 선생님, 진짜 죽을 것 같은데요.”
“아하핫, 팔이 잘 안 올라가요~”
“그래도 실수 하나 없이 한 타임 보냈잖아유. 초보자들이 그렇게 하기가 얼마나 힘든디. 아마 실수 안 하려고 집중해서 더 피곤할 거예유.”
“···혀, 혁이 형이 다 잡아 주셔서··· 실수 안 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께. 인혁이 친구가 아주 꼼꼼하드만.”
“감사합니다, 선생님.”
“자, 그러면 우리도 점심장사 하기 전에 밥 먹어야지. 점심은 내가 차려 줄게유.”
“우왁, 선생님이 직접이요!?”
소년들의 점심식사를 위해 백중헌이 직접 팔을 걷어붙였다. 메뉴는 찜닭과 칼국수, 그리고 겉절이 김치. 8인분의 음식을 순식간에 만들어 내는 백중헌의 능숙함에, 소년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우와, 손 짱 빠르셔···.”
“손만 보면 군자랑 유찬 친구가 나보다 빠를 거유. 난 언제 어떻게 움직일지를 아니까 빨라 보이는 거지.”
“선생님, 뭐 좀 도와 드릴까요?”
“그럼 재료 좀 가져다 주시겠어유?”
“넵!”
백중헌의 진두지휘와 소년들의 서포트로 음식은 빠르게 완성됐다. 소년들의 음식도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을 만큼 맛있었지만, 백중헌의 음식은 차원이 달랐다.
“—!!”
“우왁, 미쳤어어!”
음식을 맛본 순간부터 소년들의 손은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마, 맛있어요···.”
“선생님, 음식 너무 너무 맛있습니다!”
“허허, 맛있어야쥬. 음식으로 먹고 사는 사람인디.”
“백 쌤이 직접 한 음식을 먹게 되다니···.”
“아하하핫, 맛집메이커 하기를 잘했네~”
“누가 아니래냐. 와아, 이거 먹으니까 진짜 막 힘이 나는 것 같아.”
먹음직스럽게 차려진 음식은 순식간에 동이 났다. 마지막으로 손님이 준 고구마에 신김치를 얹어 후식까지 야무지게 먹은 뒤, 소년들은 점심 장사 준비에 돌입했다.
“딱 10분만 더 쉬고, 점심 장사 준비하자.”
“오케이. 생각보다 메뉴가 더 많이 나가서, 재료 좀 넉넉하게 손질해 놔야 할 것 같아.”
맛있는 점심식사와 꿀 같은 휴식 덕분에 소년들은 완전히 부활했다. 점심에는 훨씬 더 많은 손님들이 몰려왔으나, 아침 장사를 통해 소년들의 몸은 완전히 풀린 뒤였다.
“우와, 우와, 우와아아—!!”
“야, 칠린이야 칠리이인—!!”
점심 시간대엔 젊은 손님들도 꽤나 많이 식당을 찾았다. 예쁜 등산복을 입고 친구들과 함께 가게를 찾은 손님들을 보니, 등산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군자,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냐.”
“젊은 사람들이 이토록 산을 좋아하니, 어찌 흐뭇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그치, 신기하긴 해. 나도 요즘 등산이 트렌드라는 말만 들었지, 이렇게 많이 오실 줄은 몰랐네. 등산로 식당이라고 해서, 솔직히 젊은 손님들은 거의 못 만날 줄 알았거든.”
“확실히 옳게 된 세상이야. 열녀문도 없고, 가무에 소질이 있는 자를 우대하는···.”
“···너 진짜 어떤 세상에서 살다가 온 거냐고.”
중장년층 손님들과는 달리, 젊은 손님들은 멤버들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거나 아는 척을 하진 않았다.
그러나 대부분이 멤버들을 알아보는 것 같았고, 그 중에는 온 몸을 비비 꼬며 어쩔 줄 모르는 찐팬들의 모습도 꽤나 보였다.
현재는 그런 이들을 기가 막히게 알아보며 먼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여?”
“허억—.”
“왜 아는 척 안 해 줘여, 섭섭하게.”
“허억, 허억—.”
“주문 하시겠어여? 메뉴 추천해 드릴까여? 헤헤.”
“흐어억——.”
최애 아이돌이 먼저 말을 걸어 오다니. 주말 등산을 왔다가 뜻밖의 계를 탄 손님들은 모두 심장을 부여잡았다. 그 모습을 보니 가게에 제세동기라도 설치해야 할 것 같은 백중헌이었다.
“허허, 친구들이 인기가 참 많구먼.”
그러나 모든 손님이 다 매너 있고 선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점심 장사도 마무리되어 갈 무렵, 고성과 함께 손님 한 팀이 가게에 발을 들였다.
스포츠 브랜드 로고가 들어간 검은 쫄티에 형광색 반바지, 퉁퉁하고 비대한 상체에 옆구리에는 뱀이 그려진 클러치백까지. 복장부터 심상치 않은 손님들이었다.
“어으 시발 취하네.”
“야 병신아, 정신 차리라고. 더 마셔야지.”
“여기 메뉴판 좀 줘 봐요!”
형광바지 패거리의 등장과 함께, 홀에는 싸한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홀서빙 담당 현재는 애써 밝은 미소를 지으며 형광바지 패거리에게 다가갔다.
“하하, 메뉴판 여기 있습니당~”
메뉴판을 받아들며, 형광바지 패거리들은 현재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우와 시발, 졸라 잘생겼네.”
벌써 술을 꽤나 마신 것인지, 패거리의 입에선 막걸리 냄새가 풀풀 풍겼다. 시뻘개진 얼굴과 살짝 풀린 눈이 위협적이었지만, 현재는 그 와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헤헤.”
“왜 웃지?”
“···에?”
“저기요, 우리가 웃기게 생겼어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시발, 왜 사람 얼굴을 보고 실실 쪼개냐고오.”
“···.”
“니는 잘생겨서 좋겠네, 어?”
“···그게···.”
난처해 하는 현재를 보며 형광바지 패거리가 단체로 천박한 웃음을 터뜨렸다.
“아이, 장난이에요 장난! 푸하하핫—.”
“···하하하···.”
“뭘 쫄고 그래, 시발 쪽팔리게.”
일촉즉발의 상황, 양홍석 PD는 카메라 종료를 지시했다. 문제가 될 수 있는 손님들이니, 여기선 촬영을 잠시 중단하고 이 손님들을 해결하는 것이 먼저였다.
“안 되겠다, 내가 가 봐야지.”
“PD님이요?”
“내 실수야. 무작위로 손님 받으면 이런 일 생길 수도 있는 건데··· 너무 안일했다. 아무튼 다녀올게.”
결심을 굳힌 양홍석 PD가 직접 손님들에게 다가갔다.
“손님들, 지금 방송 촬영 중이어서요.”
“방송? 뭔 방송?”
“오오, 우리 TV 나오는 거임?”
“술에 취하신 것 같은데, 정말 죄송하지만 나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가 달라는 말에, 형광바지 패거리의 눈빛이 험상궂게 변했다.
“···뭐라고?”
“나가라고? 시발, 식당 전세 냈어?”
“예, [둘레집>은 방송을 위해 직접 조성한 식당입니다. 그러니 저희가 식당의 주인이나 마찬가지고요.”
“···허···.”
“죄송하지만, 술 취한 손님들은 저희 가게에서 식사하실 수 없습니다.”
“미치겠네. 손님을 내쫓아?”
“아저씨, 우리 그냥 밥 먹으러 온 거라고요. 조용히 먹고 갈게, 어?”
“···예, 나가 주십시오.”
“우리가 왜 나가야 되는데? 어?”
“시발, 그럼 경찰을 부르든가아!”
그 때, 주방에 있던 군자가 칼을 내려놓고 홀로 걸어나왔다.
“현재야, 괜찮느냐.”
“선비 형아··· 저 인간들 진짜 답 없어요.”
“그래 보이는구나.”
아직도 겁에 질려 있는 현재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여 준 뒤, 군자가 형광바지 패거리를 향해 다가갔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