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93)
#193
사냥의 시간
“그, 그럼 뭐? 사냥?”
태웅의 반문에 군자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사냥’을 컨셉으로 곡을 만들어 보아도 괜찮지 않겠느냐.”
그렇게 말하며 군자가 유튜브로 영상 하나를 재생했다. 영화 [관상>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 수양대군의 등장 씬이었다.
“아, 이 장면 넘 좋아여!”
“맞아. 나도 사극 관심없는데 이건 너무 멋지더라.”
“오오, 태웅이 너도 사극을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
“엥? 군자 너 사극 안 좋아하냐? 엄청 좋아할 것 같았는데?”
“후우··· 고증 제대로 안 된 사극 보면 스트레스 받아서 힘이 들더구나.”
“그, 그러냐···.”
“자 자, 논점 벗어나지 말자. ‘사냥’을 컨셉으로 한 곡에, 무대 의상 컨셉도 이런 식으로 가져가자는 거지?”
“그래. 이 경갑과 모피 장식은 조금 과한 감이 있으니, 이 장면을 토대로 무대에 걸맞은 의상 컨셉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구나.”
영화 속 수양대군의 경갑, 목 언저리에 걸친 검은 모피는 확실히 엄청난 포스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 역시 모두 군자의 제안이 꽤나 마음에 든 것 같았다.
“이건 웅이 형, 혁이 형이 입으면 진짜 잘 어울릴 것 같은데여?”
“난 사냥이라는 컨셉도 너무 좋은 것 같아. 사냥을 하려면 숨을 죽여야 하는 순간도 있고, 또 정신없이 추격해야 하는 순간도 있잖아. 노래에 다이나믹 주기에도 완전 딱인 컨셉인 것 같아.”
“···허, 헌팅 자켓 같은 의상 컨셉도 좋을 것 같아요···.”
“오오, 그러네. 컨셉이 사냥이면 헌팅 자켓에도 개연성이 생기는 거잖아.”
“헌팅 자켓? 그게 뭔데?”
“그 있잖냐, 막 주머니 엄청 많고 벨트로 허리 조일 수 있게 된···.”
“아아, 뭔지 알 것 같다.”
“그럼 안무 창작 팀 생각은 어때?”
“응? 좋은데?”
“아니 이 자식아, 좀 구체적으로 말해 줘.”
“사냥이라고 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동작들이 있잖아. 뭐 총을 장전해서 쏜다든지, 활시위를 당긴다든지, 풀숲에 숨어서 몰래 발걸음을 옮긴다든지··· 그런 동작들을 모티브로 안무를 짤 수 있으니까 좋다는 거지.”
“그래, 그렇게 설명 잘 할 수 있으면서···.”
“오옹, 형들! 나 어째 벌써 무대가 좀 그려지는 것 같아여!”
“안되겠다, 이런 아이디어는 나오자 마자 바로 작업해야 돼.”
아이디어가 가지를 치기 시작하자 현수는 바로 노트북을 열었다.
“스케치들 다시 한번 틀어 볼게. ‘사냥’이라는 컨셉을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들어 보자.”
기존에도 이미 쭉 들었던 스케치였지만, 명확한 컨셉이 부여되자 신기하게도 곡이 훨씬 더 잘 들리는 느낌이었다.
“오, 여기 비트 미니멀해지는 구간이 딱 그거 같네. 사냥하면서 잠복하는 순간.”
“맞아. 그리고 이 뒷쪽에 악기를 좀 더 쌓아서 긴박감을 올리면 추격하는 느낌도 더 줄 수 있을 것 같고.”
“근데 우리 뭘 사냥하는 거예여? 사슴? 고라니?”
“뻘소리일 수도 있는데, 뭔가 동물 사냥한다고 하면 좀 미안한 것 같아··· 동물 말고 뭐 다른 거 없을까···.”
“아하하핫, 뻘소리 같지만 공감되는걸~”
“맞아여. 예쁘고 귀여운 사슴한테 화살을 쏘고 싶진 않다구여···.”
“흐으음··· 그러면 유해 조수? 뉴트리아?”
“푸하학, 뉴트리아 사냥이라고 하면 너무 하찮지 않아여?”
“그, 그렇긴 하지? 하하.”
“아니면 아예 전설 속의 동물은 어떨까? 이 장단을 듣고 있다 보니, 불바다 속을 달리며 환수(幻獸)를 쫓는 이들의 모습도 그려진다만.”
“오오, 아예 용이나 불사조 같은 걸 사냥하는 컨셉으로 가자?”
“···저, 전 좋은 것 같아요···.”
“그러게? 괜찮은데? 그 환수를 동양풍으로 쓰면 우리 팀 컨셉이랑도 맞아 떨어지고 괜찮을 것 같아.”
“불바다면 주작(朱雀)이겠네?”
“아하하하핫, 주작을 사냥하는 아이돌이라~ 뭔가 의미심장한걸~”
회의 시작 두 시간 만에 타이틀곡 회의는 꽤나 진척됐다. 프로듀서 지현수는 오늘의 회의 내용이 꽤나 만족스러운 듯 했다.
“후어어, 혼자서 일주일 내내 고민하던 게, 같이 회의 하니까 몇 시간 만에 풀려 버리네.”
“야 미안하다. 혼자 고민 많았겠네.”
“됐어, 미안은 무슨. 오히려 내가 도움 받아서 더 고맙지.”
“근데 형들, 여기서 끝 아닌 거 알져? 우리 이번에 더블 타이틀로 가기로 했잖아여.”
“맞네. 하나 더 짜야 되지?”
“그래서 말인데, 세컨드 타이틀곡은 이런 방향으로 가 보는 거 어때여?”
“오오, 뭔데 뭔데.”
“이번엔 좀 요런 분위기로···.”
* * *
소년들이 완성한 두 개의 타이틀곡 가안은 솔라시스템 운영진에게도 합격점을 받았다.
이제 타이틀곡을 포함하여 앨범의 모든 수록곡이 90% 이상 완성됐으니,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고 쇼케이스를 준비하는 등 컴백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였다.
“이번 쇼케이스는 지난번과 다를 겁니다. 수용인원 규모 3만 명에 달하는 스카이돔에서, 단독콘서트를 겸한 쇼케이스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사, 삼만···.”
3만이라는 숫자에 놀란 것 같았으나, 곧 멤버들은 의연하게 표정을 고쳐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희도 드디어 단콘으로 팬 분들 만나뵙는 거네여.”
“예, 쇼케이스를 겸한 단독 콘서트입니다. 월드투어를 거르고 준비하는 첫 콘서트인 만큼, 우리의 모든 역량을 다해서 철저하게 준비할 예정입니다. 아마 컴백 쇼케이스까지 일정이 빡빡할 텐데, 여러분들도 그 어느 때보다 컨디션 관리에 신경쓰셔야 합니다.”
“넵, 팀장님!”
서은우 팀장의 말대로 스케쥴은 결코 만만치 않았으나, 소년들은 그 모든 일정을 차근차근 소화해 나갔다.
가장 먼저 앨범에 들어갈 타이틀곡, 수록곡의 녹음부터 시작했다.
멤버 현수가 메인 프로듀싱을 맡았으나, 이번에는 현수를 도울 업계 최고의 엔지니어 사단을 함께 섭외하여 스튜디오에 투입한 서은우 팀장이었다.
이제는 폐쇄적인 녹음 부스에 들어가도 꽤나 편안한 느낌을 받는 군자였다.
“오오, 군자 표정 좋은데? 긴장 안 돼?”
“그래, 어째서인지 마음이 호수처럼 차분하구나.”
“오오, 녹음 부스 들어갈 때마다 응가 마려운 강아지 표정 짓더니.”
“내, 내가 언제 그런··· 크흠—.”
“흐흐, 장난이야 장난. 그럼 첫 벌스부터 시작해 볼까?”
그렇게 본격적인 앨범 녹음이 시작됐다. 레코딩 램프에 불이 들어오자 마자, 군자를 비롯한 멤버들은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다. 숱한 경연 프로그램을 거치며, 멤버들의 실력은 데뷔 때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훌륭해진 상태였다.
부스 안에서 노래를 부르는 군자를 보며, 섭외된 엔지니어들은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와아···.”
“유군자 씨, 음정 진짜 너무 정확한데요?”
“이렇게 피치 정확한 가수는 진짜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데요.”
녹음이 끝날 때마다 엔지니어들은 군자에게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도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수많은 가수와 함께 레코딩 작업을 진행했지만, 군자만큼 정확한 음정과 청량한 음색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결코 흔치 않았으니까.
군자가 칭찬을 받자, 메인 프로듀서 자리에 앉아 있던 현수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크흠, 흠흠, 우리 군자가 좀 잘하긴 하죠.”
“잘하는 정도가 아닌데요? 이 정도면 가창력 좀 있다는 남성 솔로 가수들보다도 훨씬 나은 수준인데···.”
“솔직히 저희는 [다이너스티> 보면서 칠린만 음원 보정 엄청 한 줄 알았어요. 칠린 무대만 피치가 엄청 깔끔하게 맞아 있길래, 와 후보정 엄청 신경써서 해 줬구나 싶었는데··· 그냥 가수가 노래를 잘하는 거였네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저희 군자는 이것보다 더 잘할 수도 있어요.”
“네?”
“군자야, 지금 벌스 한 번만 더 갈까?”
“으엥? 이번 걸 버리고 다시 간다고요?”
칭찬 폭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서도 지현수는 본분을 잊지 않았다.
멤버들이 가진 실력의 120%를 뽑아 내야 한다는 프로듀서로서의 본분.
그 누구보다도 멤버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어 왔기에 현수는 알 수 있었다. 이 멤버들은 이것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알았다, 다시 한번 해 보마.”
군자 역시 그런 현수의 의지를 전달받았다는 듯, 다시 목청을 가다듬으며 마이크 앞에 섰다. 지현수의 섬세한 디렉팅을 받으며, 군자는 점점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오케이! 군자는 통과. 다음 현재 들어가자.”
“네엡~”
군자를 시작으로 현재, 시우, 유찬, 태웅, 인혁, 마지막엔 프로듀서인 현수 본인까지.
7IN 멤버들의 레코딩 모습을 보는 내내 엔지니어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유군자 저 분은 워낙 잘한다 잘한다 많이 들었는데, 다른 멤버분들도 장난 아닌데요.”
“그러게. 하현재라는 친구는 하이 D를 그냥 편안하게 내네.”
“저 지난주에 설영주 형님 레코딩 들어갔었거든요. 그 형님도 하이 D는 엄청 힘들어 하시던데···.”
“설영주 뿐이겠어? 지금 대한민국 가수 중에 하이 D를 저렇게 쭉쭉 뽑는 가수가 몇이나 되겠냐.”
“하긴··· 저 친구는 아이돌 활동 끝나고 뮤지컬을 해도 되겠는데요.”
“난 래퍼 멤버들 댐핑감이 좋더라.”
“아, 맞아요. 저 차인혁이라는 분은 무슨 목소리에 컴프레서 걸어 놓은 줄 알았어요.”
“전체적으로 다 실력이 너무 좋네. 솔직히 이 정도일 줄 몰랐어.”
“제 말이요. 완전 팬 될 것 같아요. 노래랑 랩을 이렇게 하면 우리가 만질 것도 거의 없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우리 입장에선 완전 개꿀 빠는 거지.”
“좋다··· 다음에 또 불러 줬으면 좋겠다아···.”
엔지니어들의 극찬 속에, 레코딩 작업은 깔끔하고 수월하게 마무리됐다.
이어진 일정은 뮤직비디오 촬영.
사냥이라는 컨셉을 살리기 위해, 솔라시스템은 대규모의 세트와 완벽한 로케이션을 준비해 주었다.
첫 번째 타이틀곡은 ‘사냥’이 주제였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액션 씬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뮤직비디오 콘티를 짠 것은 이번 뮤비의 연출을 맡은 현시우. 그러나 촬영감독 곽영주는 시우의 콘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감독님, 이 콘티요. 정말 괜찮을까요?”
“네~ 아마 문제 없을 거예요~”
시우는 문제 없다고 했으나, 열정적인 촬영감독 곽영주는 어떻게든 문제를 바로잡고 싶은 것 같았다.
“근데 여기서 이렇게 카메라 워킹 들어가면, 액션 동선이 너무 너무 어려워지는데···.”
“네~ 어렵긴 하죠~”
“감독님 말씀대로라면, 유군자 님이랑 기유찬 님이 여기서 거의 공중 곡예를 펼친 다음에 이 쪽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앞으로 달려가야 하는데··· 이게 가능한 거예요?”
“으음~ 아마 될 걸요~”
“감독님, 아마 될 걸요가 아니라··· 휴우, 이거 잘 안 되면 여기서 시간 엄청 잡아먹을 수도 있어요.”
“어어~ 잘 안 풀리면 그렇게 되겠죠~”
“으으, 너무 태평하신 거 아니에요? 이만한 세트에 로케에··· 재촬영도 거의 불가능할 텐데···.”
한 번 뿐인 기회인 만큼, 곽영주는 안전한 길을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연출자인 시우는 걱정할 것 없다는 태도였다.
“아하하하, 걱정 말아요~ 잘 될 거예요~”
“끄으응··· 일단 알겠습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