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94)
#194
나도 입덕해 버렸잖아
촬영 시작 직전까지, 촬영감독 곽영주는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 이거 진짜 안 될 것 같은데···.”
곽영주의 모토는 안전제일이었다. 특히 7IN같이 전도유망한 아이돌과 함께 작업을 할 때엔 더더욱 그랬다.
패기로 가득찬 연출자와 소속사, 아이돌 멤버들은 종종 무리한 기획을 짜 오곤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몇 컷을 찍고 난 뒤엔 언제나 머리를 긁적이며 콘티 수정을 요구해 왔다.
이 부분은 조금 위험할 것 같은데 바꿔서 찍을 수 있겠느냐고.
명분도 언제나 비슷했다. 몸이 재산인 애들이라서, 뮤비 찍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팬들이 극대노할 것이 뻔해서.
아니, 그런 게 걱정되면 애초에 무리한 콘티를 안 짜면 되잖아···.
하지만 곽영주는 투덜거리지 않았다. 클라이언트와 연출자가 원하는 그림을 최대한 뽑아내는 것이 그의 역할이었으니까.
다만 촬영 시작 전에 설득은 해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운이 좋았던 건지, 그의 현장에서 다치는 사람이 발생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엔 역대급으로 난이도가 높은 콘티였다. 게다가 중간엔 7인 단체 승마 씬도 들어간다.
말을 타고 달리는 씬을 속도감 있게 찍는 것은 카 체이싱 촬영 이상으로 어렵다. 멤버들이 완벽하게 움직여 주지 않는다면 승마 씬에서 엄청난 시간을 잡아먹게 될 것이다. 게다가 자칫 낙마라도 하면 정말 크게 다칠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콘티를 바꾸자는 의견을 내 보았다. 그러나 연출자 현시우는 꽤나 강단 있는 성격이었다.
“아하하하하, 전 이대로 찍고 싶은데요~”
무슨 말을 해도 아하하 하고 웃으며 괜찮다고만 하는 통에, 곽영주도 설득을 포기하고 말았다.
“모르겠다, 그냥 시키는 대로 찍지 뭐···.”
웅장한 세트장, 아름다운 해외 로케이션 현장 사진을 보며 곽영주는 안타깝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아마 콘티가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이 예쁜 배경을 100% 활용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연출자와 주인공들이 이 정도로 고집을 피울 땐 어쩔 수 없다.
콘티대로 찍다가 시간 날리고, 로케이션 날리고, 돈도 날리고.
꽤나 큰 피해가 예상됐지만 곽영주는 그냥 현시우의 말을 듣기로 했다. 사실 그가 받을 페이는 이미 모두 선입금으로 챙긴 상황이었으니까.
알짜 기획사 솔라시스템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산 문제로 외주 스태프들과 문제를 만들어 본 역사가 없었다. 돈은 잘 주는 회사라더니, 확실히 맞는 말인 것 같다.
“저희 촬영 준비 끝났습니다.”
“네, 그럼 바로 첫 씬 촬영해 보겠습니다~”
모험적인 콘티답게 첫 씬부터 와이어 액션을 포함한 다양한 동선이 들어가 있었다. 첫 촬영 씬의 등장인물은 이 팀에서 몸을 가장 잘 쓴다는 유군자였다.
곽영주 역시 레퍼런스를 꽤 많이 보아 왔기에 군자가 얼마나 몸을 잘 쓰는지 알고 있었다. 특히 [미션 임파서佛>에서 보여준 지붕 위 액션은 진짜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했다.
그러나 그런 멋진 액션을 뽑아내기 위해선 분명 여러 번의 촬영을 했을 것이다.
곽영주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 현란한 액션을 원테이크로 턱턱 찍어내는 배우는 현재 한국에 없다. 적어도 곽영주가 아는 한은 그랬다.
그러나 촬영이 시작되자 마자, 촬영감독 곽영주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했다.
휘익, 휘익, 휘리리릭—.
“···?”
“컷, 오케이입니다~”
첫 번째 컷 촬영은 순식간에 끝났다. 군자는 감독 현시우가 요구한 동작을 완벽하게 이행해 냈다. 동작이 시작되는 지점, 끝나는 지점은 물론이고 몸의 각도, 표정, 심지어 손끝의 디테일까지도.
직접 뷰파인더로 군자를 팔로우하면서도 곽영주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지금 이게 CG나 합성이 아니라 진짜 배우가 단번에 펼쳐 보인 연기라고? 그것도 전문 연기자나 스턴트맨도 아닌 현역 아이돌이?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면 아마 피사체를 팔로우하는 것도 잊은 채 넋을 놓았을 것이다. 촬영감독의 본능과 직업정신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완벽한 연기를 기술스태프의 실수로 날려 버릴 뻔 했다.
“···세상에···.”
포커스 링을 잡고 있던 촬영팀 퍼스트도 곽영주와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보조로 따라온 세컨드, 써드 이하 촬영 스태프들은 이미 두 눈에 하트를 뿅뿅 그리고 있었다.
“촤, 촬감님···.”
“어, 왜.”
“방금 찍은 거 한번만 다시 보여 주세요···.”
“미친것들아, 연출자가 요청도 안 했는데 뭔 플레이백이야.”
방금 찍은 거 한 번만 다시 보자는 촬영스태프들의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곽영주가 다시 보고 싶었다.
아니, 어떻게 인간이 이렇게 우아하게 움직일 수 있지? 사람이 맞으신가?
그런 곽영주의 마음을 읽었다는 듯, 연출 현시우가 방글방글 웃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촬감님~”
“에, 옙···!”
“아하하, 뭘 그렇게 놀라세요~”
“아, 그게 아니라···.”
연출자인 시우보다 한참 손윗사람인 곽영주였으나, 지금 이 순간 곽영주는 그저 부끄러울 뿐이었다. 민망하다는 듯 머리를 벅벅 긁으며, 곽영주가 현시우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저, 감독님. 죄송합니다.”
“예? 갑자기 뭐가요~”
“콘티만 보고 ‘이 촬영 어렵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출연자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안전한 길을 가려고 했나 봐요.”
곽영주는 진지한 표정이었지만 시우는 특유의 방글방글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촬감님, 괜찮아요~ 저도 군자는 볼 때마다 놀라는데요 뭐~”
“···네, 좀 많이 놀랍긴 했습니다···.”
“저희 다치지 않게 촬영할 수 있도록 신경 써 주신 거잖아요~ 다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건··· 그런 의미도 있었긴 한데···.”
“아하하하핫, 촬감님은 좋은 분이신 것 같아요~”
티없이 웃는 시우의 얼굴을 보니 괜히 곽영주도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마침 와이어를 해제한 군자도 모니터 쪽으로 걸어와 플레이백을 요청했다.
“시우야, 방금 촬영한 장면을 다시 볼 수 있겠느냐.”
“아하핫, 그럴래? 신경 쓰이는 게 있어?”
“흐으음, 착지 자세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그럼 봐야지~ 촬감님, 플레이백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넵!”
군자 덕분에 곽영주를 비롯한 촬영 스태프들도 모두 군자의 신들린 동작을 한 번 더 볼 수 있었다. 꽤나 깐깐한 편인 곽영주가 보기에도 완벽한 연기였다. 그러나 군자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시 착지 자세가 조금 흐트러진 것이 보인다.”
“아하핫, 난 괜찮았는데~ 그럼 한 번 더 갈까?”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촬감님, 방금 컷 한 번만 더 부탁드릴게요~”
“넵, 알겠습니다.”
충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곽영주는 촬영팀과 함께 메인 카메라를 향해 총총총 달려갔다.
수많은 아이돌들과 작업하며 알게 모르게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쌓아 온 곽영주였다. 그러나 군자와 7IN 멤버들은 곽영주가 보아 온 아이돌들과는 조금 달랐다.
“병훈아.”
“네 촬감님.”
“나 이 친구들 팬 될 것 같다.”
“허어, 웬일이래요? 원래 아이돌 별로 안 좋아하시잖아요.”
“그랬었지. 근데··· 뭔가 좀 다르지 않냐?”
“그렇긴 해요. 우리 애들은 이미 SNS 팔로우 다 하고 있더라고요.”
“SNS? 트위티 같은 거 말야? 어떻게 하는거냐?”
“트위티도 있고, 제이앱이라고 뭐가 또 있던데.”
“제이앱? 그건 또 뭔데?”
“그게 뭐냐면··· 어후, 안되겠다. 효정아! 촬감님 제이앱 좀 깔아 드려!”
“넹? 제이앱이요?”
“응, 울 촬감님 칠린 입덕하시겠대!”
“우왕! 진짜여?”
“야 이 씨, 조용히 좀 말해!”
* * *
두 편의 타이틀곡 뮤직비디오 촬영은 트러블 하나 없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걱정했던 현란한 액션 씬, 승마 씬까지 모두 예상했던 것 이상의 그림이 나와 주었다.
강렬한 퍼스트 타이틀곡보다 한결 부드러운 느낌의 세컨드 타이틀곡은 초봄의 화사한 느낌을 한껏 살린 촬영이었다. 완전히 상반되는 컨셉의 두 타이틀곡이었지만, 멤버들은 모두 위화감 없이 멋지게 분위기를 살리며 현장의 모두를 만족시켰다.
“수고하셨습니다—!!”
“넵, 감사합니다—!!”
촬영감독 곽영주를 비롯한 현장 스태프 대부분이 7IN의 팬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든, 7IN은 함께하는 사람들을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 마법을 부렸다.
머지않아 두 타이틀곡의 가편집본이 나왔다. 촬영 뿐만 아니라 편집에서도 시우는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뮤직비디오 총연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하하, 아직 색 보정은 안 들어간 버전이니까 가볍게 봐 주세요~”
디테일한 색 보정이 되지 않았기에 러프한 퀄리티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솔라시스템 임직원들과 멤버들은 입을 떡 벌릴 수밖에 없었다.
“우왕, 우와앙···.”
“허, 이거 엄청 잘 나왔는데!?”
“현시우우우—!! 나 왜 이렇게 잘생기게 찍어 준 거야—!!”
“아하하하학, 웅아~ 숨 막혀~”
서은우 팀장으로서도 120%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었다.
물론 [미션 임파서佛> 촬영장에서 실력을 보였던 시우였지만, 뮤직비디오 연출은 처음이었기에 약간은 걱정했던 서은우 팀장이었다.
그러나 서 팀장은 시우를 믿고 연출을 맡겼고, 시우는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선보이며 그 믿음에 완벽하게 보답했다. 물론, 시우의 디렉팅을 완벽하게 따라와 준 멤버들의 노고 역시 극찬이 아깝지 않았다.
“정말··· 정말 기대 이상의 결과물입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오롯이 여러분과 현장 스태프들의 힘으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어요.”
“아하하, 회사에서도 많이 도와 주셨잖아요~”
“맞아여. 촬영장 진짜 너무 너무 멋졌다구여!”
“아니요, 우리는 그냥 돈만 쓴 겁니다.”
“아하하핫, 돈도 능력이죠~”
시우는 그렇게 말하며 겸손하게 스스로를 낮췄지만, 서은우 팀장과 이용중 실장은 멤버들이 예뻐 죽겠다는 눈빛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시키는 것마다 족족 잘할 수 있을까? 우리 멤버들, 정말 하나하나 천재인 거 아닐까?
마치 팔불출 부모라도 된 듯한 느낌의 두 사람이었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 한다. 앨범 녹음, 안무 연습, 뮤직비디오 촬영, 모두 힘든 일정이었지만 이제 가장 중요한 쇼케이스 겸 단독 콘서트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쇼케이스가 코앞이네요. 지금까지도 숨가쁘게 달려왔지만, 이제부터는 정말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넵 팀장님!”
“이용중 실장에게 이미 들었겠지만, 콘서트 티켓은 진작에 매진됐습니다. 스카이돔 25,000개 좌석이, 단 하나도 빠짐 없이.”
“우와···.”
“아마 공연 당일엔 [다이너스티> 결승전 때보다 약 3배 더 많은 관객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것도, 여덟 개의 경연팀이 아닌 오로지 여러분만을요.”
상상력이 좋은 몇몇 멤버들은 벌써 소름이 돋는다는 듯 두 팔을 쓸어내렸다. 군자 역시 긴장된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많은 팬들을 만날 수 있음에 설레기도 했다.
“이제 조금만 더 힘냅시다. 첫 국내 단독 콘서트인 만큼, 가장 멋진 모습으로 팬분들을 만나뵈어야지요.”
“넵!”
D-14. 첫 단독 콘서트 및 컴백까지, 이제 겨우 2주 남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