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198)
#198
별바다
검고 푸른 삼림에서 시작한 뮤직비디오는 흙먼지와 불길 가득한 황야를 지나 청량한 해변으로 이어졌다. 초록빛 물보라 사이에서 살색이 비칠 때마다 연지와 유민의 입꼬리는 베시시 올라갔다.
“스읍—.”
“연지야, 나 코피 날 것 같다아.”
“언니, 저도 코에서 피맛 나는 것 같아요···.”
팬들이 좋아하는 건 전부 때려박아 만든 듯한 뮤직비디오였지만 그 와중에도 ‘사냥’이라는 서사가 영상을 탄탄하게 이끌어 나갔다.
삼림에선 단검을, 황야에선 매그넘 피스톨과 밧줄을 사용하던 멤버들은 이제 사냥용 작살을 들고 팬들의 마음을 사정없이 푹푹 찔렀다.
처음부터 끝까지 킬링파트로 가득 채워진 뮤직비디오는 모래톱 사이에서 마지막 칠교 조각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음악은 그 시점에서 끝났으나, 뮤직비디오엔 서사의 결말을 담당하는 아웃트로가 존재했다.
마침내 한 곳에 모인 칠교 조각이 멤버들을 미지의 공간으로 인도했다. 마치 태양의 표면처럼 불길이 치솟는 그 곳에서,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동양의 환수(幻獸) 주작이었다.
불길에 휩싸인 그 거대한 존재를 향해 일곱 멤버들이 나란히 매그넘 피스톨을 겨눴다.
타아아앙—!!
총알을 발사하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사냥의 시간> 뮤직비디오는 마무리됐다.
“푸하아아—.”
연지와 유민은 그 순간까지 참았던 숨을 터뜨리며 동시에 스마트폰을 손에 잡았다. 머글의 감상은 영상이 종료되며 끝나지만 덕후의 감상은 영상이 종료되는 순간이 곧 시작이니까. 뮤직비디오가 끝났으니 이제 덕후들과 함께 감상평을 나눌 시간이었다.
같은 구간을 몇 번이고 돌려 보느라 4분짜리 뮤직비디오를 보는 데에 10분 이상이 걸린 연지와 유민이었다. 덕분에 이미 SNS와 팬 커뮤니티엔 [사냥의 시간> 뮤직비디오 이야기가 가득했다.
[사냥의시간 극락파트 모음집.gif(짤많음주의)] [하ㅏㅏ 미치겠어 지금 3바퀴째 돌리는중] [0:00 ~ 4:18 여기가 진짜 킬포] [ㄴㅠㅠㅠㅜㅜㅠ윗댓 개공감] [진짜 한 순간도 놓칠 수가 없다ㅏㅏ] [뭐 어뜨케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멋지고 예쁘고 섹시하고 매력터지고 다함? 진짜 얘들 머임??????] [현재 다시 흑발했어··· 진자정신나갈것ㅅ같앙ㅇ] [매그넘 장전발사 포인트안무 움짤.gif(심멎주의)] [저 또인트 안무도 진짜 개잘짯어ㅠㅠㅠㅠ미챠] [총구 후 불면서 군자 눈빛쏘는거바 저게 총알보다 더 위험함시발] [슈발 검무 때는 검상이었는데 이번엔 총상이야?? 그런거야군자야???] [ㅁㅊㄸㅁㅊㅇ] [아니 이거 시우가 연출한거라먀] [애들 와꾸각 살벌하게 살아있는거봐;;; 진짜갓벽하다]물론 반응 중엔 칭찬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모두 같은 7IN의 팬이었지만, 뮤직비디오의 특정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는 팬들도 존재했다.
[ㅋㅋㅋ근데 막판에 갑분 모바일겜CF 머얔ㅋㅋㅋ] [글게 나도 거기서 쫌 벙찜ㅋㅋㅋㅋ] [칠교를 모아 주작을 사냥하세요! 매일 출석시 보너스카드 지급 x 10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그래픽 잘 들어가서 짜치진 않던뎅] [난 오히려 주작이라 좋았움···] [ㄴ엥? 왜? 모바일겜 매니아야?] [아니 그런게 아니구 티저 때부터 컨셉이 사냥이라고 해서 솔직히 좀 싸했거든ㅠㅠ 요즘 동물보호에 관심 많이 가서 관련활동도 하고있는데 동물 사냥하는 내용 뮤비는 안찍었음 했단말임] [ㄴ헐헐 나도나도!!!! 티저보고 싸한거 나만 그런거 아냤구나] [ㄴ ㅇㅇ근데 막상 뮤비 까보니까 동물 잡는거 아니구 약간 모바일겜? 온라인?겜? 그런데에서 사냥하느것처럼 끝나서 내 속이 다 편—안] [와 나 그렇게는 생각 안해봤는데;; 뭔가 아차싶네 ㅠㅠ] [우리 시우 맨날 아하하하 웃지만 사실 생각 깊은 아이라구]그 뒤로도 다양한 감상평과 gif 행렬이 이어졌지만, 팬들의 이야기는 결국 하나로 수렴했다.
그럼 오늘 단콘 가는 팬들은 저 뮤비 속 퍼포먼스를 실제로 볼 수 있자는 거잖아?
[하아ㅏㅏㅏ 진짜 세상부럽다] [예매 잘하는사람들 진심 개부러워 세상에서 제일부러워] [진짜 연습까지 하는데 왜 난 매번 실패냐고ㅠㅠㅠ] [흐으으으 나도 보고싶다··· 나도 응원봉 잘 흔들 수 있는데··· 나도 주접 떼창 폭풍눈물 다 가능한 만능씹덕이란말이야······] [만능씹덕이랰ㅋㅋㅋㅋㅋ거참 유용한 인재구려] [분명 실제로 봐도 존멋심멎개섹시겠지?? 예매성공한 칠링이들 제발 후기좀 제철간장게장처럼 그득그득 알차게 올려주라ㅠㅠㅠ]팬들의 반응을 보며 연지와 유민은 괜한 뿌듯함을 느꼈다.
“2023년에 가장 잘한 일이 단콘 예매 성공이다, 연지야.”
“전 두 번째로 잘한 일이요 언니.”
“잉? 그럼 첫 번째는?”
“부모님 따라서 등산 간 거··· 헤헤.”
콘서트까지 남은 시간은 손톱만큼도 지루하지 않았다. [사냥의 시간> 뮤직비디오는 보고 보고 또 보아도 새로웠으니까.
정주행을 할 때마다 숨겨진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SNS에서 그 숨겨진 요소들을 공유하며 팬들과 소통하는 것은 덕후들만이 아는 즐거움이었다.
그렇게 4분짜리 뮤직비디오를 백 번에 가깝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됐다. 풀린 머리에 다시 한번 고데기질을 해준 뒤, 연지와 유민은 마침내 숙소를 나와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천운이 따라 준 덕분인지 꽤나 좋은 자리를 예매할 수 있었던 두 사람이다. 콘서트 막바지엔 암표 가격이 60~70만원까지 치솟았지만 두 사람은 그 어떤 가격에도 표를 넘길 생각이 없었다.
마침내 자리에 착석한 순간, 두 사람은 그 판단이 옳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제 곧 군자와 소년들이 저 무대 위에 오른단 말이지!
콘서트 시작 시간이 되자 MC 정해진이 무대 위에 올라와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아육시>부터 7IN과 함께한 정해진은, 이제 7IN 팬덤 안에서도 꽤나 높은 선호도를 가진 배우였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여러분!”
“와아아아아아아—!!”
“오늘은 경연도, 경쟁도, 점수도 없습니다. 오로지 칠린과 팬분들만을 위한 세 시간! 칠린의 첫 단독 콘서트 ‘7 Pieces’, 지금 시작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악—!!”
군더더기 없는 짤막한 인사와 함께 정해진이 콘서트의 막을 올렸다. 순간 모든 조명이 암전되자, 25,000명의 팬들이 일제히 응원봉을 꺼내들며 장관을 연출했다.
연지와 유민도 그 사이에 있었다. 이제는 7IN의 상징이 되어 버린 서예붓 모양의 응원봉을 꺼내 하늘 높이 들고, 최애 멤버와 그룹의 이름을 목청 높여 외치며.
열기는 당연하게도 무대를 꿰뚫고 백스테이지까지 전해졌다. 첫 단독 콘서트의 첫 무대, 그러나 과한 긴장감은 없었다.
[다이너스티> 결승전의 3배에 가까운 팬들이 운집했으나, 소년들을 사로잡은 감정은 긴장이 아닌 감동이었다.“현재, 관객석 쪽 카메라 봤어?”
“완전 미쳤던데여··· 나 진짜 온 몸에 소름 돋았어여.”
“소름 정도가 아냐. 진짜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하냐···.”
“저 많은 분들이 전부 우리를 보기 위해서 오셨다는 거 아냐.”
“아하하핫, 그것도 엄청난 경쟁을 뚫고 말이지~”
“···이, 이 모든 게 다 꿈 같아요···.”
“그러게 말이다 유찬아. 군자랑 너랑 나랑 셋이 어벤져스 결성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난 진짜 꿈에도 상상 못 했어. 우리가 이렇게 될 줄은···.”
“근데 이 와중에 군자는 뭐 하는 거임?”
현수의 말에 모두가 군자 쪽을 바라보았다. 군자는 아까부터 관객석을 비추는 모니터를 붙잡고 떨어질 줄을 몰랐다.
밤바다처럼 넘실거리는 관객들의 머리 위로 수천, 수만의 별빛이 빛나고 있었다. 장관이었다. 장관이라고 표현하기 미안할 정도의 대장관이었다.
현대에 와서 아쉬운 것 중 하나는 어둡기만 한 밤하늘이었다. 비단결처럼 펼쳐진 은하수를 볼 수 있었던 조선의 밤하늘과 달리, 현대의 밤하늘은 광원의 침해와 다양한 공해 때문에 별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눈앞에 펼쳐진 별바다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군자였다.
“그 많았던 별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나 했는데, 여기에 다 모여 있었구나!”
더욱 감동적인 것은, 하나하나가 모두 군자와 친구들을 응원하는 별빛이었다는 점이다.
실로 눈물이 날 정도의 광경이었다. 물론 곧 목청껏 노래를 해야 하기에 울음은 꾹꾹 삼켰지만, 모든 멤버들이 다 같은 생각인 것 같았다.
“우리가··· 우리가 뭐라고 이렇게 거대한 사랑을 주신단 말인가.”
모든 멤버들이 군자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과묵한 인혁도 이 순간만큼은 감정이 올라온듯 코끝을 비비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이돌 하기를 잘했어.”
“그쵸? 갱단보다는 아이돌이 훨씬 좋지.”
“푸하핫—.”
적절한 타이밍에 터져 나온 태웅의 농담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 주었다. 덕분에 눈물이 쏙 들어간 멤버들이 손을 한 곳에 모았다.
“잘하자!”
“오케이, 연습한 대로만!”
곧 스태프의 사인이 떨어졌다. 이제 7IN 멤버들이 무대에 올라 팬들을 만날 시간이었다. 관객석에선 여전히 웅장한 환호성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거대한 성원에 화답하듯, 거대한 LED 배경 화면에 멤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우와아아아아아아—···.
쏟아지는 환호성이 채 끝나기도 전에, LED 속의 멤버들이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하듯 무대 위에 홀연히 나타났다.
“——!!”
“얘들아아아아—···.”
자욱한 연기 속에서, 마치 도술을 부리듯 신묘하기까지 한 등장. 동시에 흥겨운 국악기 장단이 스피커를 찢을 듯 터져 나왔다.
원곡과는 다른 형태로 변주되어 있었으나, 팬들은 모두 이 전주를 알았다. [다이너스티> 결승전에서 선배 그룹 벨로체를 꺾으며 7IN에게 우승을 가져다 준 경연곡, [괴력난신>이었다.
우리는 괴이(怪異)한 존재,
용력(勇力)이 잠재된 몸에!
난세(亂世)를 뒤집는 고래,
귀신(鬼神)을 부르는 영매!
첫 번째 후렴이 시작되자 마자 거대한 스카이돔이 단번에 달아올랐다. 소년들의 선창에 25,000명의 후창이 뒤따랐다. 용력(勇力)과 같이 증폭된 목소리는 마치 도술처럼 콘서트장을 뒤흔들었다.
거대한 콘서트장의 분위기에 맞게, 현수는 [괴력난신>을 더욱 웅장하고 박력 넘치게 편곡하여 선보였다. 현존 최고 수준의 사운드 시스템은, 세심하게 편곡된 음원을 표현하기에 한 치의 모자람도 없었다.
게다가 퍼포먼스 역시 전과 달랐다.
트램폴린을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지난 무대와 달리, 이번 무대엔 와이어 액션과 공중 그네가 동원되었다.
덕분에 소년들의 움직임은 완전히 중력에서 자유로워 보였다. 하늘을 나는 소년들이 팬들의 가까이로 날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폭탄 같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다이너스티>에선 사고였던 현수의 점프 실수, 그리고 그걸 받아낸 멤버들의 기지를 이번에는 무대 구성으로 살렸다.와이어가 끊어진 듯 공중에서 뚝 떨어진 현수가 군자, 태웅, 인혁의 품에 편안하게 포옥 안겼다. 순간 심장이 철렁한 팬들이었지만, 익살스럽게 벌스를 이어 가는 현수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목청을 높였다.
“와아아아아아—.”
“놀랐잖아아아—!!”
“넘 귀여워어어—···.”
첫 무대부터 참신한 편곡과 퍼포먼스 변주에 팬들은 기쁨의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콘서트는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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