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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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오디션이 무엇이더냐?
질문에 대한 군자의 대답은 너무도 당연했다.
“물론, 물론이다!”
노래하고 춤추는 자가 대접 받는 세상이라니. 그런 곳이 있다면 지옥이라도 가고 싶었다.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오른팔의 상태창이 빛나기 시작했다. 곧 상서로운 빛이 뒤주 안을 가득 메웠다. 상태창을 다룰 줄 알았던 군자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이게 무슨···.”
한참 동안 넋을 잃은 채 그 빛을 보고 있는데, 멀리서부터 황급한 발소리가 들려 왔다.
“뒤주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는 말이냐.”
“예! 쇤네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요!”
“거짓이라면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히익-.”
하인들은 항상 그런 식이었다. 꼭 뭔가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야 만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지만 군자는 직감했다. 지금 숙부가 이 문을 연다면 좋지 못한 일이 생길 것이다.
“창이야, 날 어디로든 데려가 다오!”
다급한 마음에 목청을 높인 순간.
화아아아악—.
환한 빛이 그의 온 몸을 휘감았고, 동시에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으아아아아—···.”
끝없는 협곡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군자의 의식도 아득히 멀어져 갔다.
* * *
···.
···.
얼마나 긴 시간이 지났을까.
손을 감싼 온기에, 군자는 비로소 의식을 되찾았다.
겨우 눈을 뜨니 누군가가 그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처음 보는 아주머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걸까.
“아들, 정신 좀 차려 봐.”
“···.”
“정말 엄마만 두고 이렇게 갈 거야?”
“···.”
“그럼 엄마는 어떻게 살라고, 응?”
그제야 눈물의 의미를 깨달은 군자였다. 아무래도 이 아주머니의 아들이 중태에 빠진 것 같다. 그런데 왜 나한테 이러는 걸까. 영문을 모르겠구나.
어쨌거나 참으로 딱한 일이었다. 부모보다 먼저 가 버리는 아들이라니, 이런 천하의 불효막심한 자가 있나.
생면부지의 아주머니지만 위로해 주고 싶었다. 이렇게 따뜻한 손을 가진 분이니, 틀림없이 좋은 사람일 거다.
“아주머니, 너무 슬퍼 마세요.”
“흐흑···.”
“아드님도 분명 어머니의 행복을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흑,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우··· 어?”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예상과 조금 달랐다.
저건 위로받은 표정이라기보단, 흡사 귀신이라도 쓰인 듯한 표정 아니던가.
“하핫, 왜 그러시는···.”
“어어어어어어어—!?”
“귀, 귀청 떨어지겠습니다!”
“여, 여, 여보오오오오오오오—!!”
* * *
문원 유씨 15대손 유군자는 3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2022년의 조선에 왔다.
그의 영혼은 유상헌과 조연수의 외동아들이자, 동명이인인 유군자의 몸 안에 빙의했다.
이 현실을 깨닫기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처음엔 어머니 조연수가 소리를 질렀지만, 그 다음엔 군자가 내내 소리를 질러야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상은 그가 알던 것과 너무나도 달라져 있었다.
그 동안 상태창과 함께하며 다양한 일을 겪어 왔지만, 이토록 신묘한 일은 군자로서도 처음이었다.
정말 상태창이 나를 300년 후의 조선으로 보내 주었단 말인가.
이 세상에는 뒤주가 없었다. 충청도 출신 하인도, 손버릇 고약한 숙부도 없었다. 대신 처음 보는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있었지.
유상헌과 조연수, 그러니까 이 몸 주인의 부모님은 아무래도 아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소생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허나 지금의 군자는 그들이 아는 군자가 아니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일단은 솔직히 말해 보기로 한 군자였다.
“놀라지 말고 들으십시오. 저는 당신들의 자녀가 아닙니다.”
“···?”
“저는 300년 전의 조선에서 왔습니다. 문원 유씨 15대손, 유군자가 바로 제 이름이고요.”
“그렇구나!”
“미, 믿어 주시는 겁니까?”
“아니!”
하지만 아무래도 두 사람은 군자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하하, 조금 미쳤으면 어떠냐!”
“그럼! 살아났다는 게 중요하지!”
“아니, 미친 것이 아닙니다. 제가 바로 문원 유씨 십오 대 손 유군자···.”
“그래도 이름은 기억하는구나. 다행이야!”
결국 설득은 포기해야 했다.
게다가, 지금은 설득보다 중요한 것이 산더미처럼 많았다.
300년 후의 세상은 보면 볼수록 기묘하고 생소했다. 눈을 두는 곳마다 알 수 없는 것 투성이였다. 이럴 때, 믿을 수 있는 벗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당장 생각나는 이름은 하나 뿐이었다.
부모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낮은 목소리로 상태창의 이름을 불러 보았다.
“창이 있느냐.”
···우우웅···.
긴 시간을 뛰어넘어 왔지만 상태창은 여전히 그의 옆에 있었다. 하지만 형태가 조금 달라졌다. 원래는 오른팔 위에 있었던 상태창이, 마치 도깨비불처럼 허공으로 떠올랐다.
“오오, 너도 온 게로구나!”
생소했지만 읽기엔 훨씬 더 간편한 모양새. 게다가 기능도 증진됐다.
허공에 떠오른 상태창은, 그의 시선이 머무르는 모든 물건에 설명을 달아 주었다.
[냉장고] [소형 석빙고. 음식을 차가운 상태로 보관할 수 있다.]“오.”
[커피 머신] [언제든 서양 음료를 뽑아 마실 수 있는 도구. 스물 네 가지의 향을 즐길 수 있다.]“오오.”
[스마트폰] [만물의 정보가 모두 담겨 있는 마법의 두루마리. 중독성이 심하니 적당히 사용할 것!]“오오오!”
덕분에 한층 더 빠르게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소형 석빙고에 마법 두루마리까지 있는 세상에 붓과 벼루는 왜 없는지, 그것만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좀 희한한 세상이지만, 어려울 것은 없구나! 후후.”
물론, 그것은 군자의 착각이었다.
[주사] [약재를 투입하기 위해 인체에 직접 꽂는 도구.]“그, 그게 무엇입니까?”
“유군자 환자 맞죠? 주사 시간이에요.”
반투명한 대롱 끝에 달린 커다란 바늘. 김 의원 영감이 놓던 대침보다 세 배는 굵었다.
창아, 이번엔 네가 틀렸다. 치료라니, 저것은 틀림없는 암살 도구 아닌가!
“그, 그것을 몸에 꽂는단 말입니까?”
“그래야죠? 주사니까.”
“신체발부 수지부모라 했습니다! 어찌 그런 흉악한···.”
“자, 일단 소독 좀 할게요.”
“잠깐만! 이게 뭡니까! 너무 시원합니다!”
“아이 참, 그냥 소독이라니까.”
“소독이라? 잠깐만, 소독(少毒)이라면 작은 독이라는 의미 아닌가-!?”
주사를 맞는 군자를 바라보며, 부모님은 조용히 한숨을 쉬고 있었다.
“아무래도 기억을 잃은 것 같죠?”
“기억만 잃었으면 다행이게요.”
“어딘가 좀 이상해진 것 같기도 하고···.”
“조금이 아닌 것 같은데.”
그 사이에도 간호사와 군자 사이의 사투는 계속됐다.
“네 이 놈! 감히 나를 암살하··· 아아악-!”
확실히, 군자의 모습이 조금 많이 바뀌긴 했다.
말투부터 태도까지, 유상헌과 조연수가 기억하는 아들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러나 조연수는 이내 찌푸렸던 미간을 펼치며 미소 지었다.
“좀 달라졌음 어때요, 이렇게 살아서 돌아왔는데.”
“맞는 말이에요.”
“여보. 나는요, 다시는 우리 군자랑 이야기도 못 나눌 줄 알았다고요.”
“나도 마찬가지에요.”
“애 그렇게 되고, 잔소리 했던 게 얼마나 후회됐던지···.”
“누가 아니랍니까.”
두 사람이 기억하는 군자의 모습은 나태하고 게으른 방구석 외톨이였다.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친구는 없었다. 수업이 끝나면 언제나 집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곤 했다.
부모는 그런 군자를 독촉하지 않았다. 본인이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그러나 성인이 되기 직전까지 군자가 방에서 나오는 일은 없었다. 결국, 먼저 움직인 것은 유상헌과 조연수 쪽이었다.
군자야, 언제까지 이 방에만 있을 수는 없단다.
우리가 영원히 네 삶을 책임질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 잔소리가 군자를 자극했기 때문일까.
어느 날부턴가, 군자는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다. 마치 반항이라도 하듯, 최고 속도로 해안 도로를 달렸다.
처음엔 방에서 나온 아들의 모습이 그저 좋았다. 오토바이도 그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취미생활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머지않아 끔찍한 사고 소식이 두 사람을 덮쳤다.
전복 사고로 인한 뇌 손상.
어쩌면 영원히 깨어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말에 부모는 절규했다. 아들을 방에서 나오도록 한 그 말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그러니, 상태가 어떻든 이렇게 기적적으로 소생한 군자의 모습이 반갑기만 했다.
“나, 이제부터 군자한테 정말 잘 할 거예요.”
“당신은 그 전부터 잘했죠.”
“그럼, 더 잘할 거예요.”
“나도요.”
“아무리 게으름 피워도 다 이해하고.”
“그래야죠.”
“남들보다 조금 늦으면 어때요, 우리가 도와 주면 되지.”
“그럽시다, 여보.”
유상헌과 조연수는 다짐했다. 다행히, 그들에겐 군자를 지원할 만한 충분한 재력이 있었다.
어느새 군자는 간호사와의 사투를 끝낸 뒤 누워서 열심히 알콜솜을 문지르고 있었다.
“하핫, 주사라는 것도 별 거 아니구나!”
오만상 호들갑을 떨었던 것에 비하면 과하게 호방한 모습. 부모는 피식 웃으며 군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군자야, 뭐 필요한 건 없니?”
“필요한 것 말입니까?”
어머니 조연수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군자는 다소 뜬금 없는 대답을 내놓았다.
“혹시, 아이돌이라고 아십니까?”
“음? 아이돌?”
“아이돌을 보고 싶습니다.”
* * *
아이돌을 보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유상헌이 군자에게 커다랗고 납작한 돌판을 가져다 주었다. 뭔가 싶어 들여다 보았는데, 그 돌판 안에서 그림들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정말이지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딴, 딴딴딴, 딴딴-.
“오오-.”
돌판의 화면 속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자들.
모두 휘황찬란하고 화려한 옷을 걸쳤으며, 머리통은 나무열매 즙을 뒤집어 쓴 듯 오색빛이었다.
모습은 제각각이었으나, 하나같이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다. 하나의 공연이 끝날 때마다 비명 같은 응원 소리가 뒤따랐다.
“세상에, 세상에.”
이렇게 돌판 위 화면으로만 봐도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 거뭇거뭇한 것이 다 저들을 보러 온 인파란 말이더냐.”
관객의 물결을 본 순간엔 온 몸에 전율까지 일었다.
가수라, 아이돌이라.
창이야, 이번에도 네가 맞았다. 300년 후의 조선은 정말로 옳은 세상이 되었구나!
병원에 있는 일주일 동안, 군자는 오로지 돌판을 쳐다보는 것에만 열중했다. 아무리 오래 보아도 결코 질리지 않았다.
“오오, 오오!”
처음엔 몸부림처럼 보였던 춤도 나름의 구성과 체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반복하여 들었던 노래는 이제 가볍게 흥얼거릴 수도 있었다.
이 세계에 건너오면서부터 군자의 꿈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난 아이돌이 될 것이다. 춤과 노래로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아이돌. 이 돌판을 보니 더욱 확실해졌다.
이제는 방법만 알면 된다. 어떻게 하면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
조선의 과거 제도처럼 시험이 따로 있을까? 아니면 다른 방법이 있나?
그 때, 그의 의문을 해결해 주겠다는 듯 상태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새로운 임무.]“!”
실로 오랜만에 떠오르는 새 임무. 그걸 본 군자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대국민 오디션 [아이돌 육성 시뮬레이션>에 참여하세요!] [보상 : 1포인트]“···이건 또 다 무슨 소리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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