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00)
#200
연습량의 승리
“후아, 후아아—.”
“유찬, 호흡 해! 크게 들이마시고, 내쉬고!”
“아하하하하핫, 태웅이 너도 얼굴이 파래졌는데~”
“그러냐? 나도 긴장했나 봐! 누가 나 좀 어떻게 해 주라!”
첫 곡 [괴력난신>에 이어 두 번째 곡 [Suit Up>까지 끝났지만, 백스테이지에는 아직도 흥분과 긴장이 남아 있었다.
마음의 준비는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25,000명의 관객은 어마어마한 임팩트로 다가왔다. 연습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면 아마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군자 역시 반쯤은 넋이 나가 있었다. 관객들이 만들어 낸 별바다가 잔상처럼 남아 군자의 시야를 계속해서 어지럽혔다.
“군자, 괜찮냐?”
“···으음.”
“토할 것 같아? 등 좀 쳐 줄까?”
태웅과 현수가 물었지만 군자는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동자는 아직도 꿈 속을 헤매듯 살짝 풀려 있었지만 군자의 안색은 나쁘지 않았다.
“태웅아, 현수야.”
“응?”
“이건 마치 꿈 같구나.”
“그러게 말이다.”
아이돌로 데뷔한 뒤 지금까지, 모든 시간이 꿈 같았다. 그러나 지금만큼 엄청난 시각적 충격을 느낀 순간은 없었다.
두 개의 곡, 10분 간의 공연을 펼치고 나니 비로소 조금씩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장엄한 풍경이었지만 이상하게 겁이 나진 않았다.
“다들 괜찮은 거 맞지?”
“넵!”
“혁이 형, 아까 무대 내려오면서 살짝 삐끗한 것 같았는데 괜찮아요?”
“괜찮다. 컨디션 최고야.”
“오케이! 목 제대로 축이고, 바로 다음 무대 올라가자!”
파이팅 넘치는 태웅의 격려와 함께, 멤버들은 세 번째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올랐다.
다앙, 다아앙—.
이젠 멤버들에게도, 팬들에게도 너무나 익숙한 거문고 전주가 흘렀다. 7IN의 첫 번째 히트곡이자 지금까지 가장 많은 무대에서 불렀던 노래, [예의없는 것들>이었다.
첫 후렴이 시작되자 마자 팬들은 입을 모아 제창을 시작했다. 앞선 두 공연에서는 정신이 붕 떠 있던 7IN 멤버들도, 세 번째 곡인 [예의없는 것들>을 공연하는 순간엔 관객석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쩌렁쩌렁한 모니터 스피커의 출력이 무대 위를 가득 메우고 있었음에도, 25,000명의 환호성은 그 스피커 소리를 뚫고 멤버들의 귓전을 울렸다.
모든 멤버들은 음정과 박자감을 잃지 않기 위해 인이어 이어폰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순간만큼은 이 관객들이 내는 소리를 온전히 듣고 싶었다.
군자를 시작으로 모든 멤버들이 인이어 이어폰을 벗어 던지며 관객들과 직접 호흡했다. 함성 때문에 반주조차 잘 들리지 않을 지경이었지만, 상관없었다.
수백, 수천 번이나 불렀던 [예의없는 것들>이다. 인이어 이어폰 같은 편리한 도구에 의존하지 않아도 멤버들은 완벽한 라이브 무대를 만들 수 있었으니까.
2절 후렴까지 점점 고조되는 분위기는 폭포수 같이 쏟아지는 군자의 마지막 벌스에서 절정을 맞았다. [예의없는 것들>의 흥행을 이끈 요소이자 [아육시> 시청률 대폭발의 일등공신이 됐던 바로 그 벌스.
왜 이리 버르장 머리가,
예의를 배우란 말이다,
성미가 유하니 타박을 안하니
옳거니 맞거니 싫거니 좋거니
마당을 누비어 양발을 뒤집어
침소를 헤집고 눈알을 뒤집고
지필묵 사군자 희롱을 하다가
데구르르르르- 익살을 떨다가
반말을 하다가 존대를 하다가
뉘집 자손인지 뉘집 어른인지—···.
팬들은 이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또 들었던 벌스였으나, 라이브로 듣는 것은 또 차원이 달랐다.
대나무로 만든 창 같이 곧고 날카로운 군자의 발성이 거대한 우퍼 스피커를 통해 증폭되어 울렸다. 국악기로 만든 장단 위에서 칼춤을 추듯 뛰노는 군자의 모습에 2만 5천 관객들은 등골부터 오소소 돋아 오르는 전율을 느껴야 했다. 콘서트장 내부는 열기로 가득했지만, 군자가 벌스를 내뱉는 순간만큼은 모두의 팔에 소름이 돋아 있었다.
그러나 소름이 돋는 것은 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조부 증조부 외조부 외숙부
시누이 며느리 사대부 권문세
위아래 없으니 앞뒤도 없구나
앞뒤가 엎으니 좌우도 없구나
경우가 없으니 도리가 없구나
도리가 없으니 배움이 없구나
배움이 없으니 학식이 없구나
학식이 없으니 예의도 없구나
예의가 없으니 예절이 없구나
예절이 없으니 예의가 없구나—···.
음절의 폭포수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팬들은 그 미친 가사를 하나하나 따라오며 제창을 이어가고 있었다. 군자 본인도 두 번은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일진대, 이들의 팬심은 곡의 난이도를 뛰어넘으며 군자와 호흡했다.
정말로 대단한 분들이시구나!
미친 난이도의 제창을 기어이 해내는 팬들을 보자 군자 역시 더욱 흥이 올랐다. 평소엔 묵직하게 눌러 불렀던 벌스였지만 오늘만큼은 흥이 넘치는 태도로 덩실거리며 가사를 뱉었다. 덕분에 마지막 후렴구에 이르러선 모두가 무언가에 취한 것처럼 잔뜩 신이 나 있었다.
그렇게 세 번째 곡 [예의없는 것들>까지 끝마친 뒤, 다시 한번 백스테이지.
“와아, 와아아, 너무 재밌어어어—!!”
“나 이제 긴장 좀 풀린 것 같아, 이제야 관객분들이 보이더라!”
“아니 군자 형 벌스 따라오는 거 봤어여? 우리 팬들 완전 미쳤음!”
세 번째 공연이 끝난 뒤에야 멤버들은 첫 단독 콘서트를 완전히 즐기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니까 쫄아 있긴 너무 아깝잖아. 우리가 이렇게 많은 관객 분들 앞에서 공연할 기회가 그렇게 많겠냐고.”
“···아, 앞으로 많을 수도 있어요···.”
“푸하하학, 그래? 그렇게 생각해? 역시 기유찬이 야망꾼이야.”
“···그, 그게 아니라아···.”
“그냥 난 졸라 즐기기로 했어! 파엘이 형이 흥분하면 안된다고 했는데··· 아 몰라 몰라, 너무 재미있는 걸 어떡하냐고.”
첫 단독 콘서트, 25,000명의 압도적인 환호, 눈앞에 펼쳐진 별빛의 망망대해. 모든 것이 멤버들을 흥분케 했다.
VIP 관객석엔 파엘, 그리고 휴가를 나온 군인 리온이 함께 앉아 있었다.
“아, 애들 흥분하면 안되는데···.”
“네가 잘 얘기해 줬다면서.”
“그렇긴 했는데, 이렇게 미친 환호성 속에서 어떻게 흥분을 안 하냐. 그것도 신인 애들이.”
파엘이 걱정스런 표정을 짓는 것도 당연했다. 첫 단독 콘서트는 신인에게 결코 쉬운 무대가 아니다. 필요 이상의 흥분과 고양감 때문에 첫 단독 콘서트 무대를 그르치는 신인 아이돌을 많이 보아 온 파엘이었다.
물론 콘서트가 경연 무대는 아니다. 허나 그럼에도 첫 단독콘서트는 멤버들에겐 영원히 강렬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기에 첫 번째 콘서트만큼은 완벽하게 끝내기를 바랐다. 할 수만 있다면 대기실에 가서 흥분한 멤버들의 마음을 가라앉혀 주고 싶었다.
네 번째 곡이자 1집 타이틀곡인 [근본 : Origin> 경연을 위해 멤버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다. 파엘의 걱정처럼, 멤버들의 표정은 강한 흥분으로 잔뜩 상기되어 있었다.
“아, 흥분했네··· 쓰읍—.”
걱정된다는 듯 짧게 숨을 들이마시는 파엘이었으나.
두웅, 두우우웅—.
정작 전주와 함께 무대가 시작되자, 멤버들은 기계처럼 완벽한 동작과 깔끔한 음정으로 라이브를 소화해 냈다.
“허어···.”
7IN 멤버들이 흥분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압도적인 연습량이 흥분을 잡아먹었다. 안무에 익숙해진 몸은 생각보다 먼저 움직였으며, 보컬 멤버들은 음이탈, 박자 실수 하나 없이 CD를 집어삼킨 것 같은 라이브를 만들어 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니 파엘과 리온도 한 시름을 놓았다는 듯 무대를 즐기기 시작했다. 평소엔 항상 점잖은 모습이었던 리온조차도 모자를 벗어던지고 해병대 박수를 치며 쩌렁쩌렁한 떼창에 합류했다.
“아악, 귀 아파! 진짜 발성 개좋네!”
“역시 칠린, 너희가 K-POP의 미래다!”
“또 뭔 아재 같은 소리 하고 앉았어!”
리온의 쓸데없이 좋은 발성에 불평을 내뱉는 파엘이었으나 그 역시 얼굴엔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역시 7IN만큼 사랑스러운 후배가 없다. 이제는 뭔가를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 리온과 파엘이 그들에게 배워야 할 판이었다.
“벨로체 첫 단콘은 진짜 개판이었는데···.”
“루나틱도 비슷했지.”
“알아. 우리도 너네 망한거 보고 좀 위안하고 그랬거덩.”
“···.”
“근데 얘네는 첫 단콘인데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하냐···.”
“···그러게 말이다.”
“진짜 미친놈들 맞다니깐.”
[근본 : Origin> 무대는 제목처럼 아이돌 퍼포먼스의 ‘근본’ 그 자체를 보여주는 무대였다. 안무, 라이브는 물론이며 멤버들간의 합, 동선, 표정, 무대 장치 활용, 거기에 완벽한 엔딩까지 지적할 점이 단 한 군데도 없는 퍼펙트한 무대였다.그렇게 근본 넘치는 무대가 끝난 뒤, 다섯 번째 공연이 시작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콘서트 전에 셋리스트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관객들은 무엇을 위한 세팅인지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파엘은 소년들의 연습과정을 미리 보아 왔기에, 멤버들이 어떤 곡을 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흐흐, 난 다음에 뭐 나올지 알지롱.”
“뭔데?”
“궁금해? 궁금하지? 뭘까~”
“···기다렸다 보면 그만인 걸···.”
“그래에? 근데 표정은 되게 궁금해 하는 것 같은데~”
“그러니까 뭔데. 알려 줘 봐.”
“잘 기억이 안 나네~”
리온은 머지않아 스스로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어두운 무대 위, 무언가를 준비하는 스태프의 실루엣이 살짝 보였으니까.
“···일렉기타?”
“응, 잘 봤네.”
마침내 모든 세팅이 끝난 뒤.
암전된 무대 위에서 폭발적인 일렉기타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이이이이잉—.
현란한 리프로 곡의 시작을 알린 것은 군자와 현재였다. 현악기에 익숙한 군자, 고등학교 시절 밴드부 경험이 있었던 현재가 일렉기타를 잡았다. 팬들에게도 익숙한 [DAMN!>의 초반부 기타 리프였다.
“대염이다아—!!”
“헐, 우리 애들이 밴드도 하는 거야—!?”
다섯 번째 공연곡은 7IN과 가디언즈의 콜라보레이션 곡 [DAMN!>이었다. 강렬한 기타 리프로 시작한 곡에 악기들이 차곡차곡 더해지기 시작했다.
두웅, 두우웅—!!
기타 리프 아래에 리듬을 깔아 주는 것은 태웅의 힘 넘치는 드럼. 거기에 유찬이 연주하는 베이스 소리까지 합세하자 ‘가디언즈’ 못지 않은 락 사운드가 완성됐다.
키보드 앞에는 시우, DJ 콘솔과 터치패드 앞엔 현수.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보컬리스트는 가디언즈의 채드와 비슷한 동굴 목소리를 가진 인혁이었다.
Damn!
We got no respect.
Gonna shut your Fxxkin mouth,
with a Zip-zap-.
Imma Imma Revolution
By my ill slave,
Behold this anger,
Through the big Damn-.
인혁의 보컬은 마그마가 끓어오르듯 폭발적이었으나, 그와 동시에 영어 발음은 완벽하고 정확했다. 처음 보는 보컬 차인혁의 모습에 그의 팬들은 까무러치듯 환호성을 질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