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02)
#202
끝은 곧 시작
어느새 모든 셋리스트 공연이 끝나고, 정규 1집의 신곡만을 남겨 둔 시점.
백스테이지 분장실의 스태프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분장팀, 우선 땀부터 해결해 주세요!”
“메이크업 빨리빨리, 최대한 빠르게 부탁드려요.”
“의상팀, 소품 더블체크 해 주시고!”
먼저 무대에 오를 신곡은 말랑말랑하고 귀여운 분위기의 [유생 (You Saying)>.
사랑에 빠진 성균관 유생의 이야기를 그린 노래인 만큼, 오랜만에 선비다운 두루마기를 걸친 멤버들이었다.
봄처럼 화사한 핑크, 베이지 톤 두루마기에 반짝이는 자개 악세사리는 멤버들에게 찰떡같이 어울렸다. 의상이 완성되어 갈수록 대기실의 스태프들은 감탄사를 참지 못했다.
“와아···.”
“아니 어떻게 이런 컨셉을 이렇게 잘 소화한대.”
“그러게여. 이젠 꼭 이런 옷이 그냥 우리 옷 같다니까여.”
현재 역시 신기하다는 듯 싱긋 웃으며 옷자락을 만졌다. 처음엔 군자를 따라 시작한 컨셉이었으나, 어느새 일곱 멤버들은 그 누구보다 선비 컨셉에 어울리는 아이돌이 되어 있었다.
“후후, 선비 같이 생각하고 말하다 보니 선비의 의복이 어울리게 되는 것이지.”
“그래? 군자야, 이제 나도 좀 선비 같냐?”
“···흐음.”
“뭐야, 왜 망설여?”
“무, 문(文)에 충실한 선비도 있다면 무예(武藝)에 뛰어난 선비도 있어야 하는 법이지.”
“아이, 나도 글공부 하는 유생 시켜 달라고오.”
비록 갑주(甲胄)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태웅이었으나, 그렇다고 두루마기가 딱히 어울리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워낙 피지컬이 좋은데다가, 운동을 열심히 해서 그런지 피부도 뽀송뽀송 좋았기에 태웅에게도 [유생 (You Saying)>의 의상은 썩 잘 어울렸다.
“웅이 형, 잘 어울려여.”
“그치? 흐흐, 고맙다 이 자식아.”
“겨울 내내 야외운동 안 하니까 피부도 뽀얘져서 더 어울리네. 여름에도 좀 실내운동 위주로 해 보는 게 어때여.”
“어어, 그건 좀 힘들 것 같은···.”
“안 돼여, 올해는 진짜 까매져서 오면 안된다구여.”
“뭐야, 설마 인종차별 하는거임?”
“뭔 헛소리래 진짜. 형이 피부 태워 오면 메이크업 다 뜨자나여. 또 ‘권태웅 미친 톤그로’, ‘권태웅 나혼자만 가부키’라고 커뮤에 짤 돌고 싶음여?”
“그, 그건··· 그러네···.”
잡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무대에 올라갈 시간이 됐다.
모든 곡을 열심히 준비했지만 신곡 두 개는 더욱 팬들에게 처음 선보이는 신곡인 만큼, 그 어떤 무대보다 착실히 연습한 멤버들이었다.
“···이, 이제 신곡 두 개만 하면 끝이네요···.”
“그러게. 처음엔 막 속 울렁거리고 그랬는데, 막상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니까 왜 이렇게 섭섭하냐.”
“내 말이···.”
“아하하하핫, 빨리 콘서트 또 시켜 달라고 하자아~”
“우윽, 그럼 또 두 달은 연습해야 되는 거 아님?”
“···시, 싫은데 좋은··· 이상해요···.”
콘서트의 막바지를 앞두고 멤버들은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무대에 올라야 한다는 의무만 없었으면 아마 한도 끝도 없이 백스테이지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멤버들, 다음 무대 올라가실게요!”
하지만 진행 스태프는 얄짤없이 소년들을 무대 위로 올려보냈다. 잠시 감상에 빠져 있던 마음을 다잡으며, 소년들은 당당하게 계단 위를 올랐다.
최초로 선보이는 신곡인 만큼 무대 장치 역시 다른 곡들보다 더 많았다. 스테이지 위엔 서원(書院)을 연상케 하는 세트가 들어섰으며, 거대한 LED 배경엔 매화가 나부꼈다.
완연한 봄 분위기가 된 무대 위에, 핑크빛 두루마기를 두른 소년들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최근엔 동양풍 의상을 믹스매치하거나 아예 동양풍을 배제한 의상을 입어 왔기에, 오랜만에 입은 두루마기가 팬들에겐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공연은 막바지였으나 함성은 처음과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커져 가는 것만 같았다.
이런 응원을 받으며 어찌 울상을 지을 수 있단 말인가.
군자를 비롯한 소년들의 표정엔 절로 행복이 깃들었다. 흩날리는 매화 꽃잎과 핑크색 두루마기, 거기에 산호색의 미소까지 합쳐지니 무대가 환히 밝아지는 것 같았다.
현재, 유찬, 시우의 보컬 라인이 [유생 (You Saying)>의 분위기를 이끌어 나갔다. 분홍색이 잘 어울리는 하얀 소년들의 말랑말랑한 목소리는, 사랑에 빠져 버린 성균관 백면서생의 마음을 너무도 잘 그려내고 있었다.
달달함은 후렴에서 한층 배가됐다. 현재가 직접 짠 예쁜 화음 라인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저음을 가진 태웅과 인혁이 베이스를 받치고, 현재와 군자가 부드러운 가성으로 하이 노트를 소화하며 3중주 화음을 만들어 냈다.
고막이 녹을 것 같은 달콤함에 팬들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연신 응원봉을 흔들었다. 소년들이 성큼성큼 앞으로 다가올 땐, 펄럭거리는 두루마기 자락이 손가락에 닿기도 했다.
“꺄아아아아아악—.”
“어떡해, 어떡해, 나 손가락 닿았어어—!!”
그저 스친 것으로도 졸도할 듯 기뻐하는 팬들을 향해 군자가 산뜻한 미소를 날렸다. 옷자락만 닿아도 인연이라는데, 이렇게 인연을 맺은 분들과 어찌 눈을 맞추지 않을 수 있을까.
앞자리 팬들을 자유자재로 조련하는 군자를 보며 파엘과 리온도 흐뭇하게 웃었다.
“저 자식 아까 기타 피크도 그렇고, 은근히 끼 잘 부린다니까.”
“저런 건 타고난 거지.”
“근데 너 뭘 그렇게 징그럽게 웃고 있냐, 조련된 것처럼.”
“···네 미소가 더 징그러운데.”
“뭐? 내가 웃었다고? 언제?”
두 선배들도 팬들과 마찬가지로 군자의 구애에 홀라당 넘어가 버린 것 같았다. 그 사이 [유생 (You Saying)>은 2절을 향해 가고 있었다.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곡이었지만 7IN의 사전에 ‘특별함’ 없는 무대란 없었다. 2절 시작과 동시에 담장 모양의 세트 아래에서 널뛰기가 나왔다.
곧 네 명의 소년들이 널뛰기에 올라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트램폴린 때처럼 높은 점프는 아니었지만, 담장 모양의 세트는 충분히 넘을 만큼의 높이였다.
서원 담장 너머로 사랑하는 상대를 지켜본다는 가사를 직관적으로 표현한 널뛰기 퍼포먼스. 공중에 뛰어오르는 타이밍도 누군가 조작이라도 하는 것처럼 일정했다.
공중에서 만난 멤버들은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환하게 웃었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놓칠 수 없다는 듯, 혜린을 비롯한 홈마들이 대포 카메라 셔터를 정신없이 눌렀다.
아니, 널뛰기가 이렇게 상큼하고 귀여울 일이야?
멤버들이 널뛰기 판으로 떨어질 때마다 팬들의 심장도 함께 쿵쿵 내려앉았다. 반대편의 멤버가 펄쩍 뛰어오를 땐, 미소를 머금은 2만 5천 팬들의 얼굴이 동시에 위를 향했다.
2절 후렴, 그리고 브릿지를 지나자 멤버들의 등에 숨겨져 있던 무언가가 나왔다. 화살을 쏘아 보낼 수 있는 장난감 활이었다.
그 장난감 활로, 허공을 향해 화살을 쏘아 보낸 순간.
퍼버벙—.
동시에 사방에서 폭죽과 꽃가루가 날렸다. 멤버들이 쏘아 보낸 화살을 낚아챈 운 좋은 팬은, 화살촉에 묶여 있던 짤막한 러브레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홈마 석혜린의 손으로 들어갔다. 곡이 끝나자 마자 혜린은 허겁지겁 백지를 펼쳐 보았다.
[사랑해 주세요♥︎]메시지는 길지 않았지만 석혜린은 사랑에 빠진 표정으로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어느새 혜린은 대포 카메라를 만지는 것도 잊은 것 같았다.
이제 콘서트는 어느새 마지막 곡 하나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콘서트의 피날레는 정규 1집의 메인 타이틀곡인 [사냥의 시간>. 암전된 무대 위에 웅장한 관악기 소리가 흐르며, 포스 넘치는 털옷으로 갈아입은 멤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쿠웅, 쿠우웅—.
직전의 [유생 (You Saying)>과는 완전히 다른 묵직한 분위기. 정글을 연상케 하는 아프로 풍의 전주가 흐르며, 팬들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의 멤버들이 절도 있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지막 넘버 답게 무대 세팅 역시 가장 화려했다. 정글, 황야, 바다를 컨셉으로 꾸며진 무대에서, 멤버들은 수십 명의 백업 댄서들과 함께 복잡한 동선을 소화하며 환상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신곡인 만큼 퍼포먼스가 엉성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관객들은 뒷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에 휩싸였다.
무대는 완벽했다. 예술에 가까운 안무 합과 라이브, 돈을 쏟아부은 무대 세트는 마치 뮤직비디오를 그대로 콘서트 무대 위에 구현해 놓은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했다.
모든 순간이 킬링 포인트였지만, 절정은 2절 후렴이 끝난 뒤 펼쳐진 댄스 브레이크 구간이었다. 무대 구조물을 이용하여 마법처럼 웨스턴 풍으로 옷을 갈아입고 등장한 멤버들은, 모두 손에 고급스러운 화승총 한 자루씩을 들고 있었다.
철컥, 철컥—.
화승총은 멤버들의 손에서 자유롭게 이동하며 곡예를 부렸다. 그 모습은 총검술을 펼치는 것 같기도 하였으며, 탄알을 장전하여 목표물을 쏘아 맞추려는 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촤르르르륵, 철커덕—.
빙글빙글 돌아가던 화승총이 먼 곳을 정조준했다. 타앙! 순간 터져 나온 효과음이 리얼리티를 배가시켰다. 비록 총구는 허공을 향해 있었지만, 관객들은 마치 심장을 저격당한 것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나야! 내가 사냥당할 거야!”
“아니야! 내가 더 토실토실 살쪘다고—!!”
“제발 쏴 줘어어—···.”
덕후의 자격으로 이 자리에 온 연지, 유민은 물론 사진을 찍으러 온 잡덕 혜린조차 주접의 행렬에 동참해 있었다.
절도 넘치는 총검술 파트 후, 마지막 후렴까지 음이탈 하나 없이 끝났다. 마침내 사냥감을 포착한 듯한 강렬한 엔딩 포즈를 취하며, 멤버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허억, 허억···.”
딱히 엔딩 포즈의 클리셰였기 때문이 아니다. 정말로 폐가 터질 만큼 힘들었다.
단 1초도 쉬지 않는 빡빡한 안무에 아크로바틱 파트, 거기에 무거운 화승총 모형을 들고 총검술까지 해야 했던 [사냥의 시간>은 정말 역대급 난이도의 퍼포먼스였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러나, 응원봉이 만든 별의 물결과 함께 쏟아지는 환호성을 들으니 없던 힘도 생기는 것 같았다.
백스테이지로 내려간 순간엔 정말 졸도라도 할 것 같았다. 그러나 공연 종료를 아쉬워하는 ‘앵콜’ 콜이 울려 퍼지자,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을 일으키는 멤버들이었다.
“하나 더 하고 오자!”
“분명 30분 전에 죽을 것 같았는데··· 하니까 또 되긴 하네.”
“···아, 앞으로 사흘 동안은 잠만 잘래요···.”
“좋아 좋아, 일단 올라가!”
그렇게 무대 위에 올라간 멤버들은 세 곡이나 되는 앵콜 공연을 소화했다. 7IN의 대표곡 [예의없는 것들>, 미니 1집의 유일한 발라드 넘버 [몽중화>, 거기에 팬 헌정곡인 [Concept : 忠>까지.
세상 혜자스럽게 꾹꾹 눌러 담은 콘서트는 그렇게 끝났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막판엔 모두가 물에 잠기기라도 한 듯, 팬들의 함성 소리가 먹먹하게 들렸다.
모든 무대를 마치고, 팬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아쉬운 듯 연신 손을 흔들며 무대에서 내려온 멤버들은 거의 들것에 실려가듯 탈진한 채로 이용중 실장의 밴에 탔다.
“···어억··· 나 죽어···.”
“실장님, 숙소··· 빨리 숙소 가 주세여···.”
“푸하하핫, 무슨 술 취한 사람들 대리운전 해 주는 것 같네.”
“···기분 좋아서 한잔 했슴다···.”
“요 놈들아, 말할 기운도 아껴. 수고했어! 너무 너무 멋졌어.”
그렇게 숙소에 도착한 멤버들은, 겨우 겨우 메이크업을 지우고 간단한 샤워만을 마친 뒤 쓰러지듯 침대에 몸을 던졌다.
“푸하아악—.”
“딱··· 딱 72시간만 자고 일어나서 얘기하자 애들아.”
“다들 진짜 수고 많았어어···.”
그렇게 소년들이 깊은 잠에 빠진 사이.
콘서트 당일 오후 1시에 발매된 [七巧 : 7 Pieces>의 음원들이 차트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국내 차트 줄세우기는 모두가 예견했던 결과. 그러나 지각변동이 시작된 것은 국내 차트 뿐만이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음원 차트, 그 끄트머리에 7IN의 이름이 떠오르기 시작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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