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04)
#204
의혹
“놀라지 마. [사냥의 시간>은 70위, [유생 (You Saying)>은 86위로 진입했어!”
“우와아아아아악—.”
모든 소년들이 환호성을 질렀지만 군자의 표정은 조금 묘했다.
“끄흐으음···?”
70위, 86위라. 그래, 분명 좋은 기록이다. 수천, 수만의 곡들을 뚫고 그 위치에 올라갔으니 어찌 아니 기뻐할 수 있을까.
하지만··· 하지만 어쩐지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아니 다른 차트에서는 다 1위에 올랐는데 70~80위권이라니. 마냥 좋아하기엔 조금 껄쩍지근한 순위 아닌가.
“군자, 너 표정이 왜 그래? 안 기쁘냐?”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와아아, 설마 70위 86위엔 만족 못 하는 거예요?”
“아니, 아니, 딱히 그렇다기보단—.”
“우와, 진짜 자낳괴가 따로 없구만?”
“넌 자낳괴 말고 차낳괴 해라. 이 차트가 낳은 괴물아.”
차, 차낙괴(箚樂怪, 기록에 즐거워 하는 괴이한 자)—!? 어찌 그러한···.”
자낙괴에 이어 이번엔 차낙괴라니!
무어라 반박하려던 순간 거울을 보며 화들짝 놀란 군자였다.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동료들의 표정에 비해 지금 내 표정은 어떠한가. 추잡한 탐욕으로 그득하구나!
안빈낙도와 안분지족을 이야기하며 소소한 것에도 즐거워 하던 그 소년은 어디에 가고, 속세에 찌든 자낙괴(資樂怪), 차낙괴(箚樂怪)가 거울 속에 자리잡았단 말인가.
마음 속 마구니를 떨쳐내기 위해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군자가 입을 열었다.
“마, 만족한다! 70위, 86위라니. 그 또한 대단한 성과 아닌가.”
“그렇지, 당연하지. 아무튼 우리 빌보드 진입한 거라고!”
“이런 소소한 것에도 즐거워 할 줄 알아야 큰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소소한? 소소하아안?”
“미친, 빌보드 핫100 진입이 소소하다구여?”
“그, 그럼 아닌가? 다른 차트에선 전부 1위를···.”
“에라이 미친놈아!”
“국내 차트 1위도 대단한 거지만, 빌보드 차트는 규모나 범위부터 아예 다른 차트라구여!”
아직 빌보드 차트가 뭔지 정확히 모르는 군자를 위해 멤버들이 직접 나섰다. 모든 설명을 듣고 나서야 군자는 편안해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70위, 86위도 엄청난 성과인 것이로구나!”
“당연하져. 데뷔한 지 만 1년도 안 된 그룹이 빌보드 핫100 차트에 진입한 경우 자체가 거의 없을 걸여?”
현재의 말에 이용중 실장이 설명을 덧붙였다.
“맞아. 게다가 작년 여름에 차트 개편되면서 K-POP 그룹들이 핫100 차트에 진입하기 더 어려워졌지. 심지어 너넨 북미나 유럽 투어도 거르고 국내 콘서트부터 했잖아. 이런 상황에서 순수하게 음악의 힘만으로 빌보드 핫100에 올랐다는 건 진짜 엄청 엄청 대단한 성과라고.”
“아하···.”
“군자는 차트 같은 거엔 아예 관심이 없었나 보구나.”
“예. 그저 동료들이 전해 주는 것만 들었지, 어떤 차트가 어떤 규모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습니다.”
“푸하학, 그런데 그 와중에 1위 하면 좋고?”
“그것은··· 제 마음 수행이 부족하여···.”
“아유, 됐어. 세상 누가 1등을 싫어하겠니. 아마 공자 맹자 선생님들도 1등 좋아하셨을 걸?”
‘빌보드’는 군자에게는 또 다른 세계였다. 동료들과 함께 본 탑100 차트엔 생전 듣도보도 못한 음악들이 가득했다.
“오오, 이 곳의 음악은 전부 알파벳으로 이루어져 있구나?”
“아무래도 그렇지. 월드와이드··· 그러니까 전 세계 음악을 집대성한 차트니까. 이 와중에 한글 제목으로 된 노래를 차트인 시킨 게 대박이라고.”
“그나저나 루나틱 형들은 진짜 대박이지 않아여? 70위 진입도 이렇게 기쁜데, 그 형아들은 빌보드 1위를 두 번이나 했잖음여.”
“그 형님들은 이 바닥에서도 1위를 한 적이 있단 말이냐.”
“넹. 그러니까 월클 아이돌이져.”
“세상에···.”
새삼 선배들의 위용에 감탄하며, 빌보드 차트 상위권의 노래를 들어 보는 군자였다.
“이것이 빌보드의 음악인가.”
영어로 된 노래들은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듣다 보면 절로 어깨와 엉덩이가 들썩였다.
‘가디언즈’와 협업을 할 때도 같은 감정을 느꼈다. 역시 음악만한 만국 공통어는 없음이야!
“태웅아, 태웅아! 이 노래 참으로 신나는구나!”
“뭔 노래 듣는데?”
“잘 모르겠다. 그런데 연신 풋시 풋시 라고 하는구나.”
“무, 뭘 듣고 있는 거야 이 미친놈아!”
“홍시, 연시는 알아도 풋시라··· 덜 익은 감을 말하는 것인가?”
“그딴 거 듣지 마라고 임마···.”
“허어, 이렇게 신나는 노래를 어이하여!”
“아무튼 듣지 마라면 듣지 마.”
“알았다···.”
시무룩해진 군자는 다른 노래를 찾기로 했다. ‘풋시’를 부르짖던 가수 ‘카비 디’의 노래 중엔 신나는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 중에서도 군자의 귀를 사로잡은 노래가 있었으니.
“석마애수(惜馬哀愁, 말을 애틋하게 여기며 가슴 깊이 슬퍼한다), 석마애수···.”
연신 석마애수라 중얼거리는 군자를 보며 태웅의 표정이 의혹으로 물들었다.
“아니 얘가 또 뭘 듣는 거야?”
“태웅아, 아까 그 분께서 이번엔 석마애수라고 하시는구나.”
“?”
“석마애수, 애틋하게 여기던 말이 떠나갔으니 가슴 깊이 슬퍼한다는 의미 아닌가.”
“???”
“장단은 흥겨우나 그 안에 숨은 가사는 참으로 애달프다.”
“그러니까 석마애수가 뭔··· 아니 잠깐만.”
순간 ‘석마애수’가 ‘Suxk my Axx’임을 깨달은 태웅의 표정이 흙색이 됐다.
“야 유군자!”
“아마 평소에도 분명 말타기를 즐기시던···.”
“이 미친놈아, 고만 좀 하라고!”
태웅에게 이어폰을 압수당한 군자는 그 뒤로 한참 동안 외래 비속어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했다. 특히 ‘풋시’와 ‘석마애수’의 진짜 뜻을 깨달은 순간엔, 군자의 얼굴은 홍시처럼 새빨개졌다.
“···몰랐다, 그것들이 그렇게 음란한 단어인 줄은···.”
“그래. 그러니까 앞으로 ‘카비 디’ 노래는 웬만하면 듣지 마. 이 누나 노래는 웬만하면 음란단어 하나씩은 꼭 들어가 있다고.”
“알겠다. 나는 그저 빌보드 차트 상위권이기에 찍먹이나 해 볼까 하여 들어 보았을 뿐. 허나 확실히 엉덩이가 들썩이게 만드는 힘은 있더구나.”
“그치. 노래는 좋아, 노래는. 가사가 위험해서 그렇지.”
참 희한한 일이었다. 듣기로 빌보드 차트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서 깊으며 유명한 순위 집계 방식이라 들었는데, 어찌 이렇게 음험한 가사들이 판칠 수 있는 것인지.
허나 또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생각해 보면 조선시대에도 많은 화공들이 있었으나, 정작 뭇 대중들이 가장 사랑하던 화가는 노골적인 그림을 그리던 춘화(春畵) 화가들이었다. 시대를 막론하고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에 대한 수요는 언제나 있어 왔다는 것이다.
“현수야.”
“음?”
“우리도 다음 앨범엔 석마애수 같은 가사를 넣어 볼까?”
“···군자야, 내가 아무리 널 좋아해도 그 의견은 반영 못 해 주겠다···.”
이용중 실장이 떠난 뒤에도 멤버들은 한참 동안 빌보드 순위를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역시 멤버들의 관심사는 정규 1집 타이틀곡들의 순위였다.
“우리 여기서 더 올라갈 수 있을까?”
“···그, 그럴 수 있으면 좋겠는데···.”
태웅과 유찬의 궁금증에 현수가 대답했다.
“조금 더 올라가긴 할 거야. 이제 막 차트 진입한 거고, 앞으로 스트리밍이나 음원 구매가 반영되면서 더 힘을 받을 테니까.”
“조금 더? 많이 더는 힘드냐?”
“아무래도 그렇지. 실장님 말씀대로 우리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활동을 한 게 아니잖아. 상위권 곡들은 전세계적으로 스트리밍도 많이 되고, TV 채널에서 뮤비도 많이 돌려 주고, 라디오에서도 많이 틀어 주는 노래들이거든.”
현수의 설명을 듣자 태웅이 아쉽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크으, 이렇게 되니까 월드투어가 좀 아쉽긴 하네.”
“아하하핫, 그래도 그 덕에 국내 팬들 만날 수 있어서 좋았잖아~”
“그건 맞아. 지금 바꾸라고 해도 절대 안 바꿀 경험이야. 그래도 쪼오끔 아쉽긴 하다 그거지 뭐.”
“후후, 태웅아. 과욕은 항상 화를 부르는 법이다.”
“음? 차낳괴한테 그런 말 듣고 싶지 않구만.”
“으윽···.”
“일단 정규 1집은 빌보드 진입한 걸로 만족하자구여~ 이것도 엄청 엄청 대단한 성과니깐.”
“맞아! 우린 앞으로 더 더 많이 잘 될 거야. 벨로체, 루나틱 형들보다 훨씬 더!
때마침 군자의 스마트폰이 울렸다. 모처럼 걸려온 양정무의 전화였다.
“오, 쩡무야?”
“스피커폰 켜, 스피커폰! 다같이 전화하자.”
“스피커폰? 그 모두가 함께 전화할 수 있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냐?”
“응. 우리도 쩡무 목소리 좀 듣자.”
“알겠다. 다만 정무의 의견도 들어 보고 결정하자꾸나.”
그렇게 정무의 동의를 구한 뒤, 요란스런 7 : 1 통화가 시작됐다.
– 군자 형, 축하해요! 빌보드 차트 봤어요.
“얌마, 우리는 축하 안 해 주냐!”
“칠린이 언제부터 유군자 솔로였는데!?”
“아하하하핫, 정무 잘 지내니~?”
– 쩝, 난 군자 형한테 전화한 건데 왜···.
“이 자식이 또 츤츤거리네. 군자한테 다 들었거든? 너도 우리 목소리 듣고 싶다고 했다며!”
“정무야, 그러지 말고 그냥 지금 여기 올래? 피자 파티나 하자.”
– 하와이안 피자 시켜 줄 거예요?
“뭐? 하와이안 피자? 너 미친놈이냐?”
하와이안 피자라는 말에 태웅은 정색했으나 인혁은 씨익 웃었다.
“피자는 하와이안이지.”
– 혁이 형, 안녕하세요!
“정무가 맛을 아네.”
– 헤헤, 저 금방 갈게요 형!
그렇게 오랜만에 7IN과 양정무의 만남이 성사됐다. 비록 한 팀이 되지는 못했지만 [아육시> 이후로도 꾸준히 연락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여덟 소년들이었다.
“오, 정무 너 더 잘생겨진 것 같다?”
“엥, 웅이 형이 웬일로 칭찬을 다 해 준대요.”
“무어라? 정무의 얼굴이 또 변했다고? 설마 또 의원을 찾아간 것이냐?”
“아니거든요!? 그냥 젖살이 빠져서 그런 거예요.”
“젖살?”
“그, 그 이상한 젖살 말고 볼 같은 오동통한···.”
“정무야, 나도 그 정도는 안다.”
모처럼 만나 근황을 나눈 뒤엔 자연스레 빌보드 차트에 대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빌보드 차트 인, 축하해요.”
“고맙다. 우리도 첫 정규부터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잘 돼야죠. 나 떨어뜨리고 간 건데, 앞으로도 쭉쭉 잘 돼야지.”
“야, 뭔 장난을 또 그렇게 하냐.”
“장난 아닌데. 난 진짜 기도한다고요. 아예 폭삭 망해버릴 거 아니면 엄청 엄청 잘 되라고. 어중간하게 잘 되면 괜히 신경 쓰이고 짜증만 날 거라고요.”
“푸하학, 너무 극단적인 거 아니야?”
“몰라요. 이미 폭삭 망하는 건 물 건너갔으니까, 이제 무조건 무조건 잘 돼야 해요.”
“알았다 이 자식아. 빌보드 1위까지 찍어 볼게.”
‘빌보드 1위’라는 말에, 무언가 기억났다는 듯 양정무가 입을 열었다.
“아 맞다, 빌보드 1위 하니까 말인데요.”
“음?”
“그 지금 빌보드 1위 곡, 의혹 좀 있는 거 알아요?”
“엥? 무슨 의혹?”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