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06)
#206
당황스럽구나
발매 첫 주 앨범 판매량 발표를 앞두고, 모든 7IN 팬들은 짐짓 태연한 척을 하고 있었다.
[솔직히 초동 기록 신경쓰는거 좀 짜침;] [ㅁㅈㅁㅈ 누가 몇장을 팔고 그게 머가 중요함ㅋㅋ] [팬덤 사이즈로 경쟁하면 결국 루나틱 미만잡 아니냐궁] [그냥 내 최애가 행복하면 그걸로 됐어 다른거 안바람] [ㄴ진짜 공감 내 최애가 뭐 막 앨범판매량에 눈돌아간 자낳괴도 아니고] [물론 많이 팔리면 울 애들 정산 많이 받아서 좋을것같긴한데ㅠㅠ] [판매량에 꽂혀서 그걸로 타돌이랑 자존심싸움 하는건 너무 짜쳐] [마자마자 판매량이 중요하냐구 가장 중요한 앨범구성이 역대급인뎅ㅋㅋㅋㅋ]그러나 속까지 마냥 편하진 않았다.
역대 아이돌 데뷔앨범 초동 팬매 신기록을 세우며 데뷔한 7IN인 만큼, 이번 정규1집의 판매량 역시 아이돌 업계 초미의 관심사였다.
물론 그 중엔 7IN의 몰락만을 바라는 타 아이돌 팬덤도 섞여 있었다. 이제 아이돌 팬덤 사이의 갈등도 많이 줄어드는 추세라곤 하지만, 그럼에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은 여전히 존재했다.
예전처럼 대놓고 육탄전을 벌인다거나, 공식적으로 서로를 혐오하는 적대관계의 팬덤은 거의 사라졌으나 대신 돌려까기와 조리돌림 문화가 자리잡았다.
가끔은 대놓고 하는 쌍욕보다 은근한 돌려까기가 더욱 화가 나는 법이다.
만약 생각보다 판매량이 안 나오면, 분명 그 자식들이 신나서 기어나오겠지.
그걸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위산이 역류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첫날 판매량 공개 시점부터 긴장감은 고조됐다. 58만 장, 물론 훌륭한 수치였지만 초동 100만 장을 돌파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이기도 했다.
아니나다를까, 첫날 판매량 공개와 동시에 슬슬 안티 세력이 죽지도 않고 또 돌아와 잽을 던지기 시작했다.
[ㅋㅋ58만;;] [머 초동 밀리언은 당연할것처럼 설레발 떨던 팬덤 어디?] [벨로체 루나틱 다 제낀다며욬ㅋㅋㅋ아이고] [진짜 칠퀴들 설레발이 요즘 내 웃음벨이얔ㅋㅋㅋ] [공짜 스밍 총공할 스밍부대는 있지만 비싼 앨범 사줄 찐팬은 없는ㅠㅠ] [칠린은 20대부터 50대까지 다 좋아한다몈ㅋㅋㅋ구매력 있는 팬들도 많다며] [아 4050 팬들은 다 미스터트롯 보러 갔다고~] [괜찮아ㅠㅠㅠ느그 유군자 말대로 안빈낙도 안분지족 해야지] [뭐 어쩌겟엉ㅠㅠㅠ힝구힝구ㅠㅠㅠ] [매번 얘기하는데 얘네는 그냥 코어팬덤이 없음 물로켓 그 자체야] [대중성 대중성 노래 부르면 어쩔건뎈ㅋㅋㅋ]그러나 2차 예약주문 물량이 풀리고, 거기에 추가 주문이 쇄도하며 판매량은 다시 한번 솟구쳐 올랐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팔려 나간 앨범의 수량은 정확히 1,124,607장.
데뷔 후 앨범 두 장 만에 초동 밀리언셀러 돌파, 7IN이 다시 한번 역대급의 과업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온갖 커뮤니티와 SNS에서 7IN을 비난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던 세력들은 다시 한번 입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연지, 유민, 혜린을 비롯한 팬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100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고는 팬들이 만들어 낸 승리였다. 숫자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 위업에 한 몫 보탰다는 생각은 팬들의 가슴을 벅차게 만들었다.
멤버들과 솔라시스템 역시 100만 장이 넘는 앨범 판매량에 작은 자축 파티를 열었다.
“이야아아, 축하한다 얘들아—!!”
“감사함다!”
“에이, 이건 회사가 더 축하받을 일 아니에여? 흐흐.”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원가 절감, 마진 같은 거 생각 안 하고 앨범을 만드는 바람에, 100만 장이 넘게 팔렸는데도 딱히 엄청난 소득은 없었거든요.”
서은우 팀장의 담담한 고백에 현재가 입을 막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앗, 저런··· 대표님한테 혼나시는 거 아니에요?”
“제가 잘 설득했습니다. 이게 다 월드클래스 아이돌로 가기 위한 초석이라고요.”
“어엄··· 저희야 뭐 앨범 퀄리티 좋게 나오는 게 좋지만··· 회사 입장에서 너무 힘들어질까봐 걱정인데여···.”
“어쩔 수 없었습니다. 여러분이 낸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다 담기 위해선 원가절감을 할 수 없었거든요.”
“아앗—.”
“···우, 우리가 원흉···.”
“하하, 농담입니다 농담.”
“아니 무슨 농담을 그렇게 기계 같은 톤으로 하세여! 쫄았자나여.”
“여러분들이 내 준 멋진 아이디어 덕에 이렇게 많은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던 겁니다.”
“헤헤, 부끄럽게···.”
“수익이 나오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곧 여러분들의 위상은 더욱 치솟아 오를 것이고, 그렇게 되면 돈이 여러분들을 따라올 테니까요.”
“아하하하핫, 그 말 멋진데요~”
돈이 우리를 따라온다라. 군자 역시 그 말에 감동받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안분지족하는 청빈한 삶이야말로 선비다운 삶의 기본이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 보니, 재물이 없으면 인간의 삶이 참으로 비참하게 되더라는 말이다.
9500원을 들고 문방사우를 사러 나섰던 그 날을 군자는 결코 잊지 않았다. 문방구 직원의 친절로 인해 간신히 지필묵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지만, 잔혹한 현대 사회에서 돈이 얼마나 중요한가 깨달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게다가 효(孝)에도 돈이 필요했다. 물론 직접 찾아뵙고 문안인사를 올리며 매일 안마를 해 드리는 것이 최선이겠다만, 군자는 세상에서 가장 바쁜 아이돌이었다. 몸이 두 개로 쪼개지지 않는 한, 아이돌 스케쥴을 소화하는 동시에 부모님을 찾아뵙고 안마를 해 드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러나 돈만 있다면 대리 효도가 가능한 세상이었다. 굳이 군자가 부모님을 직접 안마해 드리지 않아도, 안마 의자라는 놈이 부모님을 대신 시원하게 해 드릴 수 있었다. 처음으로 정산을 받은 달, 부모님의 집에 안마의자를 놓아 드렸을 때 얼마나 뿌듯했는지!
“태웅아, 너도 부모님 댁에 몸친구를 놓아 드렸느냐.”
“···또 뭔 미친 소리야···.”
“몸친구도 모르느냐? 불효 막심한 놈 같으니.”
“몸친구가 뭔··· 아니 잠깐만. 몸··· 바디··· 친구··· 프렌드··· 에라이.”
“효도를 하고 싶거든 말하거라. 내가 몸친구를 판매하는 가게를 알고 있다.”
“미친놈아, 바디프렌즈라고 말하라고! 그리고 나도 부모님 안마의자 보내 드렸거든?”
“후후, 그렇구나. 태웅아, 참 좋은 세상 아니더냐.”
“좋은 세상이기도 하지만 무서운 세상이기도 하거든? ‘몸친구 파는 가게’ 같은 위험한 말은 좀 자제해 줄래···?”
어쨌거나, 군자는 돈이 필요했다. 구차하지 않게 살기 위해, 더불어 부모님께 극진한 효도를 하기 위해.
하지만 선비로서 살아가기 위해선 청빈을 추구해야 한다. 돈에 눈이 돌아간 자낙괴(資樂怪)를 선비라 부를 수는 없는 법이다.
두 가지 가치의 충돌은 군자를 꽤나 괴롭혀 왔다. 그러나 서은우 팀장의 말이 군자에게 광명을 찾아 주었다.
자본주의의 노예처럼 돈을 쫓으며 살진 않겠다. 난 선비니까.
그러나 돈이 나를 쫓아 온다면? 굳이 원치 않는데도 내 주머니로 돈이 술술 들어온다면? 그렇게까지 하는데 거절하는 것도 예법에 어긋나는 행동 아닌가.
“팀장님.”
“예, 군자 씨.”
“돈이 우리를 쫓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비장미 넘치는 군자의 표정에 서은우 팀장은 웃음을 참으며 대답했다.
“ 고마운 말이네요. 고맙습니다, 군자 씨. 벌써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만, 아마 앞으로는 더 많은 돈이 여러분을 따를 겁니다. 국내에서의 인기는 물론이고, 벌써 빌보드 차트에도 입성하는 성과를 거뒀으니까요.”
“빌보드···.”
“빌보드 차트 입성, 그것은 세계적으로도 여러분들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음을 뜻합니다. 이제 국내 차트 1위는 당연해졌으니, 더 큰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죠.”
“네, 팀장님.”
국내 차트 올킬, 초동 밀리언셀러 돌파, 빌보드 입성 등 축하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파티는 일찍 끝났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음악방송 스케쥴이 멤버들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7IN 하면 퍼포먼스, 퍼포먼스 하면 7IN이다. 컴백 무대를 위해, 이번에도 다양하고 신박한 퍼포먼스를 준비한 멤버들이었다.
컴백 후 첫 음악방송 스케쥴은 ‘뮤직플래닛’ 채널의 간판 음악방송인 [M Planet>.
MC 마이크를 잡은 것은 신인배우 양정무와 걸그룹 ‘파티시에’의 보컬 희윤이었다.
[M Planet> MC가 된지는 이제 2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양정무는 특유의 끼와 하이텐션을 마음껏 발휘하며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그 드센 기에 걸그룹 희윤이 눌릴 정도로, MC석에서 양정무의 활약은 대단했다.그런 양정무를 보며, [M Planet> 석정현 PD가 조연출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양정무가 칠린 애들이랑 친하지 않아?”
“넵, 그렇죠? 아무래도 같이 데뷔할 뻔한 사이니까.”
“그럼 오늘은 칠린 친구들 중에 한 명 불러다가 인터뷰 시키자, 완전 즉흥으로.”
“네? 괜찮을까요? 대본도 없이?”
“음, 뭐 별 일이야 생기겠어? 그 친구들, 예의 바르잖아. 큰 문제 없을 거야.”
그렇게, PD의 제안으로 즉흥 인터뷰 코너가 생겼다. PD의 지시를 전달받은 양정무는 살짝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이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최애 멤버를 호명했다.
“군자 형이랑 인터뷰하는 게 제일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그럼 군자 씨 불러 드리면 될까요?”
“네. 군자 형이 인기도 제일 많고··· 저랑 케미도 제일 좋아서.”
같은 시각, 군자는 대기실에서 찹쌀떡을 먹고 있었다.
“옴뇸뇸—.”
“군자 너 너무 찰지게 먹는 거 아니냐.”
“마이으 거 어흐하으야.”
“푸하핫, 머라고여?”
“마이느 거 어뜨하느냐고.”
“히히, 찍어야징. SNS에 올려야징.”
“켁, 커흑, 잠깐, 잠깐만. 오른쪽으로 찍어 주거라. 내 그 쪽이 턱선이 더 잘 산다.”
“어이고, 이제 진짜 아이돌 다 됐구만.”
그런 군자에게 FD 한 명이 급하게 달려왔다.
“군자 씨, 지금 인터뷰 하러 가셔야 해요.”
“에? 인터뷰 말씀입니까?”
“네. 그냥 별 거 없고, 양정무 씨 알죠?”
“예, 저의 소중한 벗입니다.”
“양정무 씨랑 간단하게 대화 몇 마디 하는 거니까, 부담없이 나오시면 돼요.”
“어어···.”
이제 막 찹쌀떡을 넘긴 군자는 영문도 모른 채 FD의 손에 이끌려 양정무에게로 다가갔다. 핑크색 수트를 입은 양정무는 눈에 반짝이는 펄까지 바른 채 괴상한 마이크를 쥐고 있었다.
“군자 형!”
군자를 보자 양정무가 반색하며 손을 흔들었다. 다소 과하게 치장한 모습도 당황스러웠는데, 말투는 더더욱 당황스러웠다.
“요즘 가장 핫! 한 아이돌이죠? 칠린의 유군자 씨를 모셨습니다아아—!!”
“이야아, 유군자 씨이! 이게 얼마만이에요~”
“어? 며칠 전에 숙소에서 만났···.”
“아하하하하하핫, 그러게요~ 너무 보고 싶어서 그런가~ 며칠 전에 봤는데 그새 또 보고 싶었나 봐요~”
“아니 정무 씨!”
“넹!”
“그렇게 군자 씨랑 자주 만나면 팬들이 질투해요!”
“앗! 그런가요!?”
“저도 군자 씨 팬이라구요! 흥칫뿡!”
“희윤 씨, 부러우면 부럽다구 하세요~ 히힛!”
어이없는 두 사람의 대화 흐름을 보며 군자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우리 정무가 뭘 잘못 먹은 것인가?
분명 짧은 인터뷰라 하였는데, 이 괴상한 말투는 대체 무엇인가 말이다.
정무야, 나는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이냐?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