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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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지화쟈
현대에 온 뒤로, 군자는 다양한 능력을 발전시키며 바뀐 세상에 적응해 나갔다.
온갖 전자기기부터 시작하여 완전히 바뀌어 버린 언어체계까지. 새로운 것은 산더미였으나, 배움을 좋아하는 선비답게 군자는 차근차근 어엿한 현대인이 되어 가는 중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발전한 능력은 바로 ‘눈치’였다.
생전 처음 맞닥뜨리는 상황에선 눈치만큼 중요한 것이 없었다. 매번 누군가가 옆에서 설명을 해 주거나 상황을 모면시켜 줄 수 없었기에, 군자 역시 임기응변 능력을 키워야만 아이돌로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우움~ 정무 씨, 칠린의 이번 신곡 이름이 뭐였죠~?”
“희윤 씨! 그것도 모르시면 어떡해요! 사.냥.의.시.간! 이잖아요!”
“아앗~ 내 정신 좀 봐! 헤헷.”
“희윤 씨, 신곡 제목도 막 까먹고! 성균관 가서 공부 좀 하셔야겠는데요?”
“성균관? 맞다! 두 번째 타이틀곡 제목은 [유생>이었죠! 성균관 유생들의 사랑 노래!”
“딩동댕! 정답입니다~ 와아아!”
정무와 ‘희윤’이라는 낭자는 계속해서 황당한 말투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그 어이없는 말투를 사용하면서도 정무는 마치 용변 마려운 강아지처럼 계속해서 군자 쪽을 흘끔흘끔 보며 신호를 보내 왔다.
“으음?”
처음엔 뭐 어쩌라는 건가 싶은 군자였으나, 그 눈빛을 몇 번 더 받아 보니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군자 씨! 저도 이번 뮤직비디오 너어어~무 잘 봤는데요!”
“···.”
“그 강렬한 눈빛! 파격적인 안무! 뮤직비디오 보는 내내 사냥당하는 기분이었지 뭐예요!?”
“···.”
정무야, 이제 알았다.
이것은 필시 맞장구를 쳐 달라는 신호일 터.
어째서 저런 기괴한 말투를 사용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뭐 괜찮다. 현대 사회에 이해되지 않는 것이 어디 한두가지던가. 아마도 이 인터뷰에선 이런 말투를 사용하는 것이 원칙일 테지.
무엇보다 친우 정무가 곤란해 하는 것 같으니, 이를 구제하는 것이 먼저 아닌가.
아끼는 동생에게 힘을 실어 주기 위해 군자는 목청을 한껏 가다듬었다.
“군자 씨!”
“녱!”
“—!?”
의외의 똥꼬발랄한 대답, 놀란 것은 오히려 정무와 희윤 쪽이었다.
“흐읍—.”
순간, 양정무는 복압을 높이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눌러야 했다.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딜레이를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음악방송은 기본적으로 생방이 원칙이다. 투입 2주 만에 ‘웃참 실패’라는 방송사고를 만들 뻔한 정무였다.
그러나 양정무는 야심가였다. 이 MC 하겠다고 PD한테 얼마나 아양을 떨고 억지 텐션을 끌어올렸는데. 겨우 웃음 하나 못 참았다고 MC 자리를 놓칠 수는 없었다.
“하하하핫, 대답이 너무 싱그러워서 깜짝 놀랐지 뭐예요!”
“녜에!”
“흐으읍, 하아, 군자 씨이! 그러면 이번 앨범의 컨셉 좀 설명해 주세요~”
“따냥!”
“?”
“팬들의 마음을 따냥해 버리게따!”
“흐허읍—···.”
“각오해라앗!”
“꺄항항—!!”
옆 자리의 희윤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독하게 웃음을 참는 정무였으나 군자의 돌발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 인간이 왜 이래? 갑자기 정신이 나갔나?
음악방송 MC들이 과한 말투를 사용하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MC들만의 클리셰다. [M Planet>은 매주 챙겨 보는 정무였지만, 지금까지 인터뷰를 받는 아이돌이 이런 말투를 사용하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군자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교태스러운 말투도 한 번이 어렵지, 막상 시작하고 나니 별 것도 아니구나?
“네에, 그럼 유군자 씨와의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고···.”
그대로 인터뷰를 끝내려던 정무의 말이 뚝 멎었다. 총괄 PD 석정현이 팔을 빙글빙글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저건 분명 인터뷰 계속 하라는 수신호다.
마음 속으로는 괴성을 지르며, 정무가 다시 한번 얄쌍한 미소와 함께 군자를 돌아보았다.
“여기까지 하려··· 고 했는데! 우리 군자 씨랑 몇 마디만 더 나눠 볼까요~?”
“녱!”
“아하하핫, 군자 씨 말투가 왜 그래요~ 나 진짜 적응 안 되네~”
“나듀!”
미친 텐션의 인터뷰는 그 뒤로도 2분을 더 이어졌다. 희윤은 웃다가 컹컹 하는 돼지 소리를 내고 말았지만, 야심가 양정무는 끝까지 정신줄을 놓지 않으며 인터뷰를 잘 마무리했다.
“네에, 지금까지 유군자 씨였습니다! 그럼 무대 기대하겠습니다!”
“웅! 기대하라규~”
“군자 씨, 화이팅!”
“지화쟈~!”
“꺄학학학학—!!”
같은 시각, 7IN의 컴백을 학수고대하며 [M Planet> 본방을 사수하던 팬들도 웃음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야? 뭔데? 뭐야 저겈ㅋㅋㅋ뭐냐고] [웃긴뎈ㅋㅋㅋㅋㅋ졸래웃기긴한데 대체 왜????ㅋㅋㅋㅋㅋㅋ] [아 나 꾹꾹참다가 마지막 지화쟈! 에서 터짐ㅋㅋㅋㅋ] [아니 왜 얼굴 막 써? 왜 저렇게 진심으로 웃기고 난린데????] [ㅋㅋㅋㅋㅋㅋ아개웃긴와중에 미친듯이궁금하넼ㅋㅋㅋㅋㅋ] [무슨 벌칙 아니었을까????]짧은 시간에도 팬들 사이에선 다양한 추론이 난무했다.
[멤들끼리 뭔 내기 같은 거 했나??ㅋㅋㅋㅋㅋ] [그래서 군자가 걸린 거고?] [근데 그럴것 같진 않음ㅋㅋㅋ칠린이들이 웃수저긴 한데 또 그렇게 막 능동적으로 나대는 스탈은 아님ㅋㅋㅋㅋ것도 생방송에서 그런짓 했을 것 같진 않아] [ㅇㅇ···맞네] [그럼 대체 왜 저런거야????] [혹시 희윤이한테 철벽칠라고 그런거 아님?] [대체왜] [걸그룹이잖아ㅇㅇ 나 저거 보니까 조금 안심돼버림] [누가 내 옆에서 갑자기 저렇게 급발진하면 있는힘껏 멀어지고 싶을것같다곸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얼굴이 유군잔데?] [ㅇㅏ ㅅㅂ그생각을 못했네;] [ㅋㅋㅋ난 좀 다르게 봄] [3D로 본다 이딴 개드립 칠거면 말도 꺼내지말아죠] [아닠ㅋㅋㅋㅋ그게아니랔ㅋㅋㅋㅋ군자는 그냥 정무한테 맞장구 쳐 준거 아님?] [으잉?] [우리군자 진짜 상상이상으로 문찐이자낰ㅋㅋㅋㅋㅋ음방엠씨들 말투도 몰랐을수도 있다궄ㅋㅋㅋㅋㅋ] [가능성있는얘기임ㅇㅇ] [ㅁㅈㅁㅈ 지난번 라방에서 봤는데 마스크팩이 뭔지도 모르더라] [미친ㅋㅋㅋㅋㅋ근데 피부 왜 그렇게 좋은건데··· 킹받아진짜] [무튼 암것도 모르고 인터뷰하러 갔는데 쩡무가 저러고 있으니까 본인도 그냥 저래야되는줄 알고 따라한거 아님?ㅋㅋㅋㅋ] [ㅅㅂㅋㅋㅋㅋ이게 정설이네] [ㅎㅏ 귀엽다 진심······] [내가 지화쟈! 쮸아! 하는 애를 사랑하게 될줄은..] [나만 귀여운거 아니지? 궁댕이들 다 공감하는거지?] [ㄴ궁댕아 이제 우린 어쩔수없어··· 군자가 물구나무 발박수를 쳐도 우리는 그거 귀엽다고 움짤 찌고 있을 거라고···ㅎ]전혀 무사하지 않게 인터뷰를 마치고 내려온 군자는 모두의 과한 환대를 받았다.
“푸하하하하하학—.”
“혀엉! 그 말투 대체 뭐예여!”
“후훗, 너희는 엠 플래닛 인터뷰를 해 본 적이 없어 모르는구나. 그 곳에서는 그 말투가···.”
“흐하하학, 아냐 임마. 그건 엠씨들이나 쓰는 말투라고!”
“무, 무어라?”
“···그, 그 말투로 인터뷰 하는 아이돌은 처음 봤어요···.”
“우리 진짜 다같이 얼마나 놀랐는 줄 알아여!?”
“푸하하하학, 지화쟈~ 지화쟈~”
“···아뿔싸···.”
동료들의 무차별적인 놀림에 군자의 귀가 순식간에 새빨개졌다. 눈치껏 대처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헛짓거리를 하고 말았구나!
“그, 그 무대 준비나 잘 하자꾸나.”
“흐하학, 하아, 나 진짜 이러다 복근 더 생기겠네. 군자야, 우리 긴장 풀어주려고 그런 거지? 맞지?”
그렇게, 7IN의 컴백무대는 뜻밖의 큰 웃음과 함께 시작됐다.
비록 무대 전에는 엉뚱한 모습으로 모두를 웃게 만든 군자였으나, 무대 위에서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쿠우웅, 쿠웅—.
강렬한 타악기로 구성된 [사냥의 시간> 인트로와 함께, 군자와 멤버들이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색 페이크 퍼로 장식된 무대 의상, 얼굴 곳곳에 자리잡은 흉터 분장은 마치 [관상>의 수양대군 등장 씬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 장면에선 오로지 수양대군만이 보였으나, 이 무대에선 일곱 소년들이 모두 보였으니 눈은 일곱 배로 즐거웠다.
방금 전까지 지화쟈를 찾으며 허당끼를 발산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대신, 무대 위엔 120% 끌어올린 집중력으로 퍼포먼스 준비를 마친 천재 아이돌이 있었다.
샷건을 장전하는 듯한 시그니쳐 안무와 함께, [사냥의 시간> 본 무대가 시작됐다.
낚아채 꿰뚫어 Fake Artist,
옭아매 붙들어 틈도 없게.
방심한 순간 목덜미 물어,
망설임 없이 숨통을 끊어.
Time to hunt, hunt, hunt hunt—.
hunt everything, 이젠 사냥의 시간—.
이제 군무의 합은 더 이상 이야기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완벽했다. 더 발전된 것은 표정과 연기력이었다. 원샷이 잡힐 때마다, 멤버들은 카메라를 통째로 씹어 삼키기라도 할 듯한 눈빛을 쏘아 보냈다.
방금 전까지는 군자 놀리기에 동참하며 인터뷰 클립을 따던 팬들도, 군자가 본업을 시작하니 모두 심장을 얻어맞은 듯 얼어 버렸다.
[ㅁㅊ] [허···,,,;;] [미쳣다진짜] [왜 콘서트 간 사람들이 역대급 역대급 했는지 알겟네] [하 초반부터 극락파트야 어떡해ㅠㅠㅠㅠ] [군자표정봐;;;] [쟤 아까 지화쟈 찾던 애 맞음? 이 갭 대체뭐임진짜] [하 덕질을 안할수가 없다 군자야] [군자가 쏜 총에 맞아서 심정지당하고싶다] [제발 나 좀 사냥해 줘 애들앙아ㅏㅏ] [진짜 유군자 당신 어뜨케 혼자 귀엽고 웃기고 잘생기고 멋지고 섹시하고 퇴폐적이고 요염하고 다하냐고······] [이게 그 갭모에인가 먼가 하는 그거임?] [5분전 지화쟈 찾던 군자.gif] [5분후 눈빛으로 팬들 심장 뚜띠패는 군자.gif]복귀와 동시에, 7IN의 무대는 1위 후보에 올랐다.
물론 루나틱, 벨로체가 없는 시기에 컴백을 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화력 좋은 여자 아이돌 ‘파티시에’, [아육시> 1기 멤버들이 다수 속한 보이그룹 ‘VAMOS’가 활동 중이었기에, 아직 방송점수가 부족했던 7IN이 단번에 1위 후보에 오른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압도적인 음반 판매량, 스트리밍 화력이 모든 지표를 뒤집었다.
“엠 플래닛, 5월 첫째 주 1위는··· 축하합니다! 칠린의 [사냥의 시간>!”
“와아아아아아아—.”
복귀와 동시에 1위를 차지한 7IN 멤버들이 활짝 웃는 얼굴로 인터뷰를 했다. 이제 복귀와 동시에 1위를 할 만큼 체급이 생긴 그룹이었지만, 소년들은 여전히 1위가 너무나 기쁘다는 듯 해맑은 표정이었다.
“팬 여러분, 우리 솔라시스템 가족 여러분, 모두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자, 다같이! 지화쟈아아—!!”
“지화쟈아아아—!!”
“푸하하하핫—···.”
마지막엔 오늘도 레전드 클립을 만든 군자를 놀려 먹는 것도 잊지 않는 멤버들이었다.
그렇게 [M Planet> 녹화가 끝나고, 마지막 앵콜 공연 시간이 됐다. 여전히 7IN의 승승장구가 배아픈 이들이 기다려 왔던 시간이기도 했다.
1위가 확정된 뒤 하는 라이브 공연에선 음원 보정을 전혀 받지 못한다. 마이크 역시 인터뷰 때 쓰던 마이크를 사용하기에 에코도 대부분 빠져 있는 상태. 그 열악한 음향으로 노래를 했다가 대참사가 난 그룹도 꽤나 많았다.
그러나 7IN의 앵콜 무대는, 그들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