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08)
#208
왜 이렇게 능숙한 건데
앵콜 무대를 위한 스테이지가 마련되자 마자 군자와 소년들은 재빨리 대형을 잡았다.
쿠웅, 쿠우웅—.
수양대군의 등장을 알리는 듯한 인트로와 함께 보컬 멤버인 현재, 유찬, 군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정식 무대와 달리 핸드마이크는 세 개 뿐이었지만 소년들은 문제없다는 듯 밝은 표정으로 군무를 시작했다.
인터뷰용 마이크엔 에코도 리버브도 없었지만 박력 있는 후렴구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낚아채 꿰뚫어 Fake Artist,
옭아매 붙들어 틈도 없게—.
쭉쭉 뻗는 보컬 멤버들의 성량이 동료 아이돌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평소 같았으면 모두 일찍 퇴근길에 올랐을 [M Planet> 출연자들도 모두 넋을 놓은 채 무대 근처에 남아 7IN의 앵콜 무대를 감상했다.
“와 씨···.”
“리버브 하나 없는 마이크로 라이브를 이렇게 한다고?”
“형, 이거 AR 깐 거 아니에요?”
“야, 앵콜에 누가 AR을 깔아주냐.”
“그런가···.”
“그리고 끝음처리가 다 다르잖아. 이거 라이브야.”
생목으로 퀄리티 좋은 라이브를 뽑기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그렇기에 수많은 아이돌들이 1위 앵콜 무대에서 굴욕 클립을 남기는 것이고.
그러나 7IN에게 ‘앵콜 굴욕’은 없었다.
“야, 이건 찍어야겠다.”
“저, 저도요.”
“뭔 생목 라이브를 이렇게 하지? 완전 괴물들 아냐 진짜.”
오히려 무대 아래의 아이돌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내 앵콜 무대를 찍는 기현상까지 보였다. 1위 앵콜 무대가 망하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던 이들도 이 라이브 실력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모인 와중에도 소년들은 흐트러짐 없이 앵콜 무대를 이어 나갔다.
본 무대는 사냥감을 잡아먹을 듯 진지하고 무서운 눈빛이었다면 앵콜 무대에선 강아지 같은 착한 눈으로 팬들을 바라보며 노래를 부르는 소년들이었다.
안무 역시 온 몸의 힘을 모두 쥐어짜내듯 추기보단, 여유로운 동작으로 포인트만 맞추며 팬들과 눈을 맞추는 데에 더욱 집중했다. 환호성이 쏟아지는 와중에도 보컬 멤버들의 라이브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곡을 이끌어 나갔다.
핸드 마이크가 세 개 뿐이었기에 소년들은 마이크를 요령껏 돌려 가며 앵콜 무대를 치뤄야 했다. 자칫 무대가 어수선해질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멤버들은 서로에게 마이크를 가볍게 토스해 가며 사운드의 공백 없이 깔끔한 앵콜 무대를 완성시켰다.
묘기에 가까운 멋진 앵콜 무대가 끝나자 팬들은 환호성을, 무대 밑의 아이돌들은 박수 갈채를 보냈다. 1위 앵콜 무대를 지켜보던 석정현 PD 역시 대단하다는 듯 혀를 내두르며 헛웃음을 지었다.
“인터뷰 땐 허당이 따로 없더니, 앵콜 무대까지 이렇게 해 버리면··· 허허.”
“쟤네 진짜 잘하죠? 몇 년만 있으면 루나틱도 따라잡을 것 같아요.”
“글쎄, 몇 년까지 걸릴까?”
“예?”
“이번에 빌보드도 올랐다며. 이제 진짜 2년 안에 대관식 하는 거 아냐?”
“에이~ 그래도 아직은 루나틱이죠.”
“그런가? 난 신인들이 그렇게 좋더라.”
“피디님, 신인들이 인사 더 열심히 해서 그런거죠?”
“야, 나 그런 꼰대 아니거든?”
석정현 PD와 조연출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7IN은 앵콜 무대와 무대인사까지 마친 뒤 스튜디오를 빠져나갔다.
수많은 인사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멤버들은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선배 가수들, 방송 관계자들, 말단 스태프들까지 보이는 대로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옙, 수고하셨습니다!”
음악방송에 올 때마다 7IN은 언제나 막내 포지션이었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눈에 들어온 순간, 신원 파악보다 먼저 고개를 숙이는 습관이 몸에 밴 멤버들이었다.
그러나 퇴근 길 복도 끄트머리에서 한 그룹을 마주친 순간.
“수고하셨습··· 아악—!!”
“끄아악···.”
모 그룹과 7IN 멤버들은, 서로를 향해 폴더 인사를 날리다가 그만 박치기 공룡처럼 머리를 박아 버리고 말았다.
눈물이 찔끔 날 만큼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군자는 머리를 문지르며 황급히 다시 고개를 숙였다.
“소, 송구합니다!”
선배님께 예우를 갖추진 못할 망정 박치기를 날리다니, 이런 무례가 다 있나!
황망히 고개를 푹 숙였다가 들어올린 순간, 상대 아이돌의 얼굴을 본 현재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랏?”
기존 음악방송에서 본 적이 없는 생소한 얼굴이었다. 찔끔 흐른 눈물을 닦으며 도열한 상대 멤버들은, 큰 목소리로 구호를 맞추며 다시 한번 고개를 꾸벅 숙였다.
“칠린 선배님들 안녕하세요! 딜라이트입니다!”
그제야 기억이 살아났다는 듯, 현재가 반갑다는 듯 딜라이트 멤버들과 손깍지를 꼈다.
“맞다 맞다 딜라이트! 반가워요! 헤헤.”
“엇, 하현재 선배님! 저희 알고 계셨어요?”
“당연하죠! [블루베리> 너무 잘 들었는데! 포인트 안무가 이렇게, 요렇게··· 맞죠? 맞나?”
“우와, 우와아아아! 맞아요! 완전 맞아요!”
현재의 가벼운 춤사위에 딜라이트 멤버들이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현재처럼 대놓고 춤을 추진 않았지만, 인혁도 손과 발을 살랑거리며 [블루베리>의 포인트 안무를 따라하는 것을 보니 그 역시 ‘딜라이트’를 알고 있는 듯 했다.
“와아, 차인혁 선배님도··· 와아아···.”
“선배님들, 감사합니다! 너무 너무 영광이에요!”
“아이, 영광이라뇨! 제가 더 영광입니당~”
현재가 능청스럽게 대화를 주도해 나가고 있는 동안, 군자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커다란 눈알을 연신 디룩디룩 굴렸다.
필시 선배님들인 줄 알고 고개를 꾸벅 숙였는데, 도리어 그 선배님들이 재차 고개를 숙이며 우렁차게 자기소개를 하다니.
가만, 가만···그렇다면 이들은 우리의 선배님이 아닌 후배님이라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이한 군자의 눈이 커다래졌다.
후배님이라니, 내게 아이돌 후배님이라니!
그러고 보니 모두 뺨이 복숭아처럼 발그레하고 귓불에도 솜털이 뽀송뽀송한 것이, 확실히 음악방송이 익숙한 선배님들의 모습은 아니다.
“딜라이트가 2023년 2월 데뷔였죠?”
“네 맞습니다, 지현수 선배님! 노래 너무 잘 듣고 있어요!”
“아유, 아닙니다. 얼마 차이도 안 나는데요 뭐.”
“그래도 선배님은 선배님이시죠!”
대화가 이어질수록 ‘딜라이트’가 7IN의 후배 그룹임은 명확해졌다. 발랄한 딜라이트 멤버들이 7IN 멤버들에게 돌아가며 개별 인사를 건넸다. 그 인사를 제대로 받아낸 것은 현재 정도 뿐이었다.
“태웅 선배님! 저 진짜 팬입니다.”
“아하잇, 선배라고 하니까 되게 부끄럽네.”
“저도 운동 너무 좋아해요!”
“오, 그래요? 나중에 같이 헬스장 데이트나 합시다! 연락처 좀 줘요!”
다짜고짜 헬스장 데이트 약속을 잡은 태웅은 그나마 양반인 편이었다. 수줍음 많은 유찬은 아예 후배 가수와 대화 한 마디 하기 어려워 했고, 인혁 역시 부끄럽다는 듯 새빨개진 얼굴로 [블루베리> 가사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모두 처음 만난 후배 아이돌이 신기한 동시에 조금은 대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후배 아이돌과 직접 대면하여 인사를 나눈 것은 처음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유군자 선배님!”
때마침 딜라이트 멤버들의 시선이 군자에게로 향했다. 그들의 눈은 광채를 넘어선 광선을 쏘는 것 같았다.
“와, 진짜 유군자 선배님···.”
“저 진짜 선배님 너무 너무 뵙고 싶었어요!”
“제 롤모델이세요!”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군자는 신인 아이돌들의 롤모델이 되기에 충분했다. 개인 연습생 신분으로 [아육시>의 판도를 뒤엎으며 데뷔한 것도 그랬고, 무대에 오를 때마다 레전드 퍼포먼스를 만들며 7IN의 클래스를 단기간에 끌어올려 놓았으니까.
그러나 그런 군자가 그 누구보다 허당임을, 7IN 멤버들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초롱초롱한 눈빛의 딜라이트 멤버들을 보며, 나머지 7IN 멤버들은 은근히 군자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다.
‘흐흐, 유군자 저 놈 또 허당미 발산하겠지?’
‘그래도 후배 앞에서 너무 모냥 빠지면 안되는뎅, 후음—.’
‘아하하핫, 재미있을 것 같아~’
그러나 군자의 반응은 멤버들의 기대와는 너무도 달랐다.
“하하, 그래요. 반갑습니다.”
“선배님, 아, 악수 한 번만···.”
“그럼요. 악수가 뭐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우와, 우와아—.”
“롤모델이라니, 영광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부족하다뇨! 정말 너무 너무 멋있으신데!”
“후후, 그렇게 봐 주어서 고맙습니다. 여러분을 위해서라도 더욱 멋진 선배가 되어야겠군요.”
“와아아—.”
후배를 대하는 군자의 태도는 당황스러울 만큼이나 여유로웠다. 쏟아지는 악수 요청에도 의연했으며, 빗발치는 질문은 하나씩 해결해 주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멤버들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뚝딱뚝딱 쇼를 할 거라 예상했던 군자가 10년차 아이돌의 짬바를 보여주고 있었으니.
“···쟤 뭐야?”
“왜 이렇게 능숙한 건데?”
“진짜 아이돌 2회차인 거 아님여?”
그러나 후배를 만난다는 것은 군자에게 너무도 익숙한 일이었다.
어려서부터 드높은 학문적 성취를 이루었으니 자연스레 학동(學童)들을 가르칠 기회도 있었다.
게다가 어디 그 뿐인가. 양반가의 자제들끼리 사냥을 나갈 땐 언제나 군자가 선두에 서서 나머지를 이끌었다. 군자보다 두어 살 많은 자제들도 군자의 활솜씨 앞에선 제자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어려서부터 후학(後學)을 양성했던 군자였다.
그렇기에 후배들을 대하는 것 역시 어렵지 않았다.
“선배님들, 그럼 저희는 가 보겠습니다!”
“유군자 선배님,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래요, 항상 건강하셔야 합니다.”
“넵! 감사합니다!”
그러나 익숙하다고 해서 가슴 벅차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아이돌이 된 뒤 처음으로 만난 후배들이다.
언제까지나 막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후배 그룹이 생기다니. 그것도 나를 롤모델이라 말하는!
후배들에게 했던 말 중 빈말은 없었다. 군자는 정말 더 열심히 할 생각이었다. 그를 롤모델 삼아 달려가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도록.
“야 유군자, 너 솔직히 말해. 너 인생 2회차지?”
“후후, 그래 태웅아. 사실 내 나이가 300살이란다.”
“아니, 어떻게 그렇게 후배들이랑 스무스하게 대화 잘 하는 건데···.”
* * *
컴백 후 첫 [M Planet> 1위, 뮤직비디오 조회수 1000만 뷰 달성.
7IN의 컴백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모든 것이 솔라시스템의 예상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딱 하나, 빌보드 차트 순위만 빼고.
“팀장님, 2주차 빌보드 순위 올라왔습니다.”
“예, 확인해 보겠습니다.”
[사냥의 시간> 빌보드 차트 진입 순위는 70위. 북미와 유럽에서 별도의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았으니, 아마 빌보드 차트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다.운이 좋다면 몇 계단 상승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새로 진입한 싱글들에 밀려 소폭 하락할 것이라는 게 솔라시스템 측의 예상이었다.
그러나 막상 2주차 순위를 확인한 서은우 팀장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
2주차 38위.
[사냥의 시간>의 순위는, 진입 순위에 비해 무려 30계단 이상이나 뛰어올라 있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