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09)
#209
라디오
“···38위?”
환호성으로 가득한 기획팀 사무실, 서은우 팀장은 당혹감에 빠져 있었다.
차트 순위가 30위 이상 치고 올라갔다는 것은 물론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대체 왜?
물론 세계적으로 7IN의 팬덤이 커져 가고 있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북미와 유럽에서 직접 활동을 하거나 프로모션을 한 것이 아니기에 라디오 송출 횟수, 방송 출연 횟수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현 순위에서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 보았는데, 38위라니!
경험 많은 서은우 팀장이었지만 이번만큼은 그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게다가 딱히 원인이 중요한 상황도 아니었고.
“팀장님! 팀장니임!”
“경사가 났는데 뭘 그렇게 뚱한 표정으로 계세요오오—!!”
“에라 모르겠다, 그래요! 오늘은 놉시다!”
“우와아아악—!!”
팀원들과 한바탕 얼싸안고 환호성을 지른 뒤엔 멤버들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달했다. 마침 멤버들은 모두 숙소에 모여 다음 라이브방송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전령은 이용중 실장. 물론 기쁜 소식이었지만, 이용중 실장은 표정을 숨기고 진지한 얼굴로 숙소 문을 열었다.
“크흠, 큼.”
“실장님, 안녕하세요!”
“오잉, 근데 표정이 왜 그러세여?”
“너희 빌보드 2주차 순위 나왔더라.”
무거운 이용중 실장의 모습에 멤버들은 안 좋은 무언가를 직감한 듯 함께 표정이 어두워졌다.
“진짜요? 아직 안 봤는데···.”
“왜요 왜요, 표정이 왜 그래요 실장님.”
“···호, 혹시 벌써 차트 아웃···.”
“야아아, 그런 말 하지 마.”
“아하하하, 빌보드는 찍먹으로 끝난 건가~”
“아쉽다.”
“허어, 그러게 말입니다 형님···.”
군자마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며 눈썹 끝을 떨어뜨린 순간, 이용중 실장이 표정을 바꾸며 소식을 전달했다.
“38위! 너네 노래 38위더라!”
“···예?”
“2주차 38위! 무려 32계단이나 올라갔다고!”
“예에에에에—!?!?”
이용중 실장이 건넨 타블렛 PC를 보고 나서야 소년들은 소리를 질렀다.
“우와아아아아, 뭐야 이거—!?!?”
“헐, 허얼, 38위여!? 이거 어떻게 된 거지!?”
“그니까! 분명 서 팀장님도 이렇게는 안 될 거라고 하셨는데!”
“근데 실장님! 왜 우리 낚았어요! 일부러 그랬죠!?”
“···지, 진짜 차트 아웃 된 줄 알았단 말이에요···.”
“푸하하하, 미안 미안. 장난 좀 쳐 봤다!”
기뻐하는 소년들의 모습을 보며 이용중 실장도 덩달아 뿌듯함을 느꼈다. 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이렇게 떡상한 것인지 알 길은 없었지만, 어쨌든 글로벌 시장에서도 7IN이 인정받고 있다는 게 기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러나 서은우 팀장은 달랐다. 당연히 기뻤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에겐 원인을 찾을 의무가 있었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빌보드 차트에서, [사냥의 시간>이 갑자기 떡상해 버린 이유를.
“북미 주요 라디오 방송국에서 [사냥의 시간> 송출한 기록 전부 부탁드립니다.”
“네, 팀장님.”
“아, 그리고 송출 전의 DJ 코멘터리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넵,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우선은 라디오부터 파 보기로 한 서은우 팀장이었다. 북미 음악시장은 거대하고 복잡했지만, 그럼에도 신곡 소개만큼은 라디오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그렇기에 빌보드 핫 100 차트 역시 라디오 점수에 꽤 많은 비중을 두고 있었다.
북미 활동을 하지 않았기에 라디오에서 7IN의 노래를 소개할 이유는 딱히 없었다. 하지만 이만큼 빌보드 순위가 뛰었다는 것은 분명 라디오 방송국들이 7IN의 노래를 틀었다는 증거. 어쩌면 DJ의 코멘터리 속에 그 이유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팀장님, 말씀하신 자료 준비됐습니다.”
“고맙습니다.”
서은우 팀장은 팀원들이 준비해 준 자료를 천천히 살펴 보았다.
“···이건···.”
역시, 북미 라디오에서 [사냥의 시간>이 다수 송출된 흔적이 있었다. 이젠 DJ의 코멘터리를 들어 볼 시간이었다. 이걸 들으면 대체 북미 DJ들이 왜 [사냥의 시간>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을 터였다.
* * *
북미 4대 라디오 방송국 중 하나인 ABM 라디오의 최근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아니, 하루종일 [Hype>를 몇 번이나 트는 거야?”
“어쩔 수 없어요. 걔네 소속사가 프로모션을 좀 세게 돌려야지. 게다가 그 망할 챌린지인지 뭔지 때문에, 틀기 싫어도 틀어야 된다고요.”
“빌어먹을, 사람들은 그 노래가 개 같은 조작질로 떡상했다는 것도 모르겠지.”
현재 빌보드 차트 1위를 달리고 있는 노래는 래퍼 ‘릴 핌프’의 [Hype>. 처음부터 높은 순위로 차트인한 이 노래는, 3주 째 빌보드 차트 1위를 달리며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모두 알았다. [Hype> 신드롬이 조작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애초에 뉴칼레도니아, 라이베리아, 페로 제도 같은 작은 나라에서 [Hype>를 이렇게 뻔질나게 들을 이유가 뭐가 있겠냐고.”
“모르죠~ 뭐 그 나라에서 파티만 하면 [Hype> 틀었나 보죠. 말도 안 되지만, 크크.”
“게다가 [Hype> 챌린지? 이 웃기지도 않는 건 왜 유행하는 건데?”
“요즘 애들이 제일 좋아하는 게 그거잖아요. 이미 유행 퍼진 이상, 한동안은 안 멈출 걸요~”
“아오, 진짜···.”
이미 많은 직원들은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일각에서는 [Hype>가 조작된 음원임을 알리려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빌보드 차트 1위’라는 상징성이 모든 논란을 불식시키는 분위기였다. 일단 빌보드 1위를 한 노래라면 모두가 한 번씩은 들어 보곤 하니까.
장수 프로그램 [Good Evening>의 베테랑 DJ 패트릭 홀랜드 역시 이 사태가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이거 뭐 참신하게 엿 먹일 방법 없나···.”
인지도 높은 라디오 프로그램의 DJ이긴 하지만, 그가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방송에서 내뱉는 것은 불가능했다. 게다가 그렇게 한다고 해도 [Hype>가 빌보드 1위를 차지한 이 시점에서는 오히려 역풍만 불 테고.
필요한 것은 재치와 위트였다. [Hype> 신드롬이 조작된 것임을 은근히 내비치는, 그러면서도 모두가 좋아할 만한.
잠시 골몰하던 패트릭 홀랜드는 의외로 금방 답을 찾아냈다.
“홀랜드 씨, 이 노래 한번 들어 보시겠어요?”
“음? 노래? 갑자기?”
“네. ‘Chillin’이라는 K-POP 아이돌 그룹의 신곡인데요···.”
“또 K-POP? 요즘 라디오에서 너무 많이 틀었어. 당분간은 조금 줄이는 게 어떨까 싶은데.”
“어··· 음, 가사를 같이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수도 있어요.”
“가사를? 어째서?”
“후렴에 ‘가짜 아티스트를 조져 버린다’는 내용이 들어 있거든요.”
“!”
라디오 작가들의 말에 홀랜드의 눈이 번쩍 떠졌다.
바로 제작진들과 함께 뮤직비디오를 재생해 본 홀랜드였다. 노래의 퀄리티도, 뮤직비디오의 만듦새도 충분히 북미 시장에서 승부해 볼 만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멤버 하나하나 분명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주력 멤버 한두 명의 활약으로 애매한 나머지 멤버들까지 묻어 가려는 애매한 K-POP 그룹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게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역시 가사.
“이 부분이 Fake artist들을 공격한 라인이군.”
“네, 맞아요. 그리고 뮤직비디오 마지막 부분도 메타포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부분? 이 비디오게임 엔딩 같은 부분 말인가?”
“네. 이 환상 속 동물 같은 건 ‘주작’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조작’을 상징하는 밈으로 쓰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이거 재미있는데.”
패트릭 홀랜드가 흥미를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가사에서는 가짜 아티스트를 욕하고, 뮤직비디오에선 조작을 사냥하는 내용의 음악, 그것도 라디오에서 마음껏 틀어도 될 정도의 퀄리티를 가진.
“이 팀, 북미에서 인지도가 있는 편인가?”
“네. 최근 [다이너스티>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인지도도 확 올라갔어요. 아직 최상위 티어 K-POP 그룹이라 볼 순 없지만, 라이징 스타임은 분명합니다.”
“좋아, 좋아.”
바로 다음 [Good Evening> 시간, 패트릭 홀랜드는 첫 순서로 7IN의 [사냥의 시간>을 셋리스트에 올렸다.
“이번엔 멀리 한국에서 건너온 K-POP 한 곡을 들려 드릴까 합니다. 또 케이팝이야? 또 프로모션이야? 라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시겠죠!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이 곡을 틀면서 10센트도 받지 않았답니다. 오히려 노래를 틀면 이 곡의 작곡가인 ‘지현수’ 군에게 저작권료가 들어가겠죠!”
가벼운 말투로 코멘트를 시작한 패트릭 홀랜드가 말을 이었다.
“제목은 [사냥의 시간>, 직역하면 ‘Time to Hunt’가 되겠네요. 소년들은 무엇을 사냥하고 싶은 것일까요? 가사가 꽤나 재미있습니다. 후렴구 첫 줄부터 ‘Fake Artist’를 저격하는 패기 넘치는 소년들입니다. 가짜 아티스트들이 참 많은 세상이죠. 좋은 음악, 좋은 내러티브보다 마케팅 전략, 더 나아가서는 차트 조작응로 승부를 보는 아티스트들이요. 조금 슬픈 이야기입니다만, 사실이 그렇습니다.”
가벼웠던 논조는 ‘Fake Artist’에 대한 설명을 거치며 조금씩 진지해졌다.
“뮤직비디오의 말미에선 소년들이 환상 속 동물을 사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동물보호론자로서, 이 소년들이 사랑스런 동물의 심장에 화살을 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릅니다! 하하. 이 환상 속 동물은 ‘주작’이라고 부르는데요, 재미있게도 한국에선 이 ‘주작’이 ‘조작’이라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근원은 알 수 없지만 참 재미있는 밈입니다. 가짜 아티스트를 비판하며, 마지막엔 조작을 사냥하는 사냥꾼들의 노래, [사냥의 시간>. 분명 여러분들도 이 노래를 사랑하게 될 겁니다.”
라디오 업계에서 패트릭 홀랜드의 [Good Evening>을 듣지 않는 이는 없었다. 7IN의 신곡 [사냥의 시간>에 대한 다소 길었던 홀랜드의 코멘터리는, 누가 들어도 릴 핌프의 [Hype>에 대한 저격이었다.
“홀랜드 씨가 또 한 건 해 주셨네.”
“이건 뭐, 대놓고 말만 안 했다 뿐이지 진짜로 저격한 거 아냐?”
“릴 핌프, 열 좀 받겠는데.”
“근데 이 노래 되게 좋다. 노래 제목이 [사냥의 시간>이라고? 최근 들었던 K-POP 중엔 단연 압도적으로 좋은데.”
“게다가 가사 내용이나 뮤직비디오 내용이 너무 절묘하잖아. 꼭 이런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그니까. 진짜 절묘하다니까.”
“안되겠다, 나도 다음 첫 곡으로 [사냥의 시간> 틀어야겠어. 매스미디어 종사자로서 이 개 같은 조작 사태를 그냥 보고 있어야 한다는 게 개탄스러웠는데, 이런 식으로라도 목소리를 내야지.”
“그래, 그러자. 나도 내 타임엔 [사냥의 시간> 한 번은 꼭 돌릴 생각이야.”
패트릭 홀랜드, 그리고 라디오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사냥의 시간> 유행은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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