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10)
#210
프로모션
북미 유력 라디오 프로그램의 DJ들에게는 하나의 불문율이 있었다.
아무리 단가가 센 프로모션이 들어와도, 아무리 시청자들이 신청곡 세례를 넣는다 해도 반드시 일정 시간만큼은 DJ 본인이 직접 큐레이팅한 플레이리스트를 선보일 것.
그것이 세계 음악시장을 선도하는 북미 라디오 DJ로서의 소신이었다.
이미 유명한 곡을 틀어서 청취자들을 만족시키는 것도 좋겠지만, 묻혀 있는 음악이 있다면 그것을 발굴하여 소개하는 것도 DJ의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DJ들에 의해 재조명받은 트랙들은 소위 말하는 ‘차트 역주행’을 하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
그런 DJ들의 시선이 [사냥의 시간>에 집중됐다.
그저 우연인지, 아니면 고의인지. [사냥의 시간>에 담긴 메시지는 릴 핌프의 [Hype> 조작 스캔들을 은근히 비판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기에 DJ들은 [사냥의 시간>을 선택했다. 릴 핌프, 그리고 그의 소속사 CB뮤직의 눈 가리고 아웅 식 차트 조작을 돌려까기 위해서.
패트릭 홀랜드를 시작으로 [사냥의 시간> 스트리밍은 DJ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퍼져 나갔다. 이윽고 모든 주력 라디오 매체에서 [사냥의 시간>이 흘러나왔다. 물론, 곡을 소개하는 코멘터리에서 [Hype>를 은근히 저격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음으로 들려드릴 곡은 [사냥의 시간>입니다. 최근 라디오 매체를 중심으로 ‘Hype(관심과 지지를 받는다는 뜻의 속어로도 쓰임)’ 받고 있는 곡이죠? 공교롭게도 현 빌보드 차트 1위인 곡 이름도 [Hype>입니다. 두 곡 사이엔 어떠한 연관성이 있을까요. 과연 [사냥의 시간>에서 말하는 ‘Fake Artist’란 어떤 아티스트를 말하는 것일까요?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 곡입니다만, 사실 생각 없이 노래만 들어도 훌륭한 완성도의 트랙입니다. 여러분들께 [사냥의 시간>을 소개합니다.”
스트리밍 횟수가 많아질수록 청취자들 사이에서도 [사냥의 시간>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이 케이팝은 왜 뭔 라디오를 틀어도 나오는 거임?] [이것도 돈 많은 중국 소속사가 돈 주고 프로모 돌린거 아냐?] [멍청한 소리 좀 하지 마라. 프로모 돌린 곡이면 DJ들이 이렇게 성심성의껏 소개하겠냐? 딱 봐도 [Hype> 저격 운동이잖아] [[Hype>가 왜? 그 노래 신나고 좋은데] [그거 차트 조작으로 빌보드 1위 먹은 노래잖아] [진짜임? 시발] [나도 몰랐는데 이번에 [사냥의 시간> 때문에 알게됐음] [[Hype> Cheating 이라고만 검색해도 많이 나오니까 찾아봐] [홀리···] [무튼 어딜 틀어도 다 [사냥의 시간>만 나오길래 검색 좀 해 보니까 저 노래가 [Hype> 조작 저격 노래라는 말이 있더라] [뭐? 리얼임? 근데 싸우쓰 코리안 아이돌이 왜 애틀랜타 출신 랩퍼를 디스함?] [존나 멋없는 짓 하면 누구든 디스할 수 있지] [릴 핌프는 세상에서 가장 리얼한 척 하더니 CB뮤직이랑 계약하고 세상에서 제일 하남자같은 짓거리만 하고 있음] [페이크 래퍼가 부르는 병신같은 멍청트랩보단 사운드 시원시원하게 잘 뺀 K-POP이 낫다] [ㅇㅇ적어도 얘넨 차트 주작 같은 찐따짓은 안했네] [좋은 메시지가 담긴 좋은 음악은 DJ와 대중의 선택을 받는 법이야] [K-POP은 루나틱, 벨로체밖에 몰랐는데 칠린? 얘네도 좋네] [이번에 넷플릭스 시리즈 [다이너스티>에서 우승한 애들임. 많관부] [오 정보 감사. 혹시 추천 트랙 좀 있음?] [추천트랙? 짧게 말하기 힘든데 1:1 채팅 열어도 될까? 좀 부담스럽니?] [아··· 뭐, 그래. 채팅 열어] [응!] [K-POP 팬덤은 자기들 아티스트 언급될 때 어디서든 버로우 풀고 톡톡 튀어나와서 PR하는 게 존내 귀여운 것 같음ㅋㅋㅋ] [근데 이 [사냥의 시간>이라는 노래 들을수록 좋은것 같긴 하다]패트릭 홀랜드를 비롯한 라디오 DJ들의 캠페인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사냥의 시간>에 대한 청취자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무엇보다, 북미 시장에서도 모두가 쉬쉬하던 릴 핌프의 차트 조작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는 것이 유의미했다.
원래부터 조작 정황을 알았던 이들도 있었으나, [사냥의 시간>이 북미 시장에 널리 소개되며 릴 핌프와 [Hype>의 차트 조작설은 더욱 유명해졌다.
확실한 정황증거가 있었음에도 그 동안 CB뮤직과 릴 핌프의 눈치를 보며 말을 아껴 오던 북미의 아티스트들도 하나 둘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SNS의 피드에 [사냥의 시간>을 포스팅하며 은근히 [Hype>을 돌려 까기 시작한 것.
빌보드 차트 조작 정황에 실망감을 느끼던 북미 팬들은 이런 움직임에 환호성을 보냈다.
[이제야 무게감 있는 아티스트들이 입을 여는구만] [근데 좀 모양빠지긴 하네. 정황이 확실했는데 그 동안은 입 싹 닫고 있다가 지구 반대편에서 목소리 내 주니까 그제야 동참하는 거임?]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자. 지금이라도 언급하는 게 어디냐] [일이 점점 커지네] [이쯤 되면 [사냥의 시간>은 진짜 릴 핌프 저격하려고 만든 노래 아님?] [몰랐음? 저격곡 맞음ㅇㅇ] [엥?] [이 노래 발매 시점이 릴핌프 빌보드 2주 연속 1위 할 시점임. 작업 시점을 역산해 보면 릴핌프가 조작으로 빌보드 순위 개떡상하고 있을 시기고.] [그러니까 릴 핌프 떡상 시기랑 [사냥의 시간> 작업 시기가 겹치기 때문에 이건 저격곡이 맞다?] [솔직히 논거가 좀 약한데?] [약하면 어떰? 난 그게 더 재미있으니까 그걸 믿을거임] [미친 헛소린데 나도 그 미친 헛소리에 동의함] [재미있으면 됐지] [ㅇㅇ나도 [사냥의 시간> 스밍 돌리러 간다]개중에는 아예 [사냥의 시간>이 저격을 위해 태어난 디스곡이라고 주장하는 팬들도 있었다.
처음엔 가사의 ‘fake artist’ 라인, 그리고 뮤직비디오 엔딩의 ‘주작 사냥씬’만이 근거였지만 창의적인 팬들에 의해 근거는 갈수록 늘어 갔다.
[지금 [사냥의 시간> 뮤비만 천번째 보고 있는데 이건 릴핌프 저격 비디오가 100% 확실함] [뭐야 뭐 새로운거 나옴?] [1:58 실내 단체 안무 씬 보면 멤버들이 다같이 어딘가로 총을 쏨. 그런데 그 방향에 있는 소품이 하필이면 LP네?] [LP가 왜?] [LP = Lil Pimp = 릴핌프 저격] [에이 그건 좀 에바같은데] [ㄴㄴ좀더 들어보셈. 그 LP가 하필이면 무슨 LP냐? 원로가수 코리 브라운 LP임] [Corry Brown = CB = CB뮤직 저격] [어?] [잠깐만 이건 좀 우연이라 하기엔 그럴싸한데] [그뿐만이 아님] [바로 그 다음 씬에선 커피 마시다가 커피잔을 엎지르면서 다시 추격이 시작됨.] [근데 이 커피가 무슨 커피냐? 콜드브루 커피다] [Cold Brew를 엎었다 = CB를 엎었다 = 개주작회사 CB뮤직을 뒤엎어 버리겠다] [미친;;;] [웃길라고 그러는거 알겠는데 자꾸 빠져들게된다]다양한 추측과 낭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사냥의 시간>은 라디오 스트리밍, 유저 스트리밍, 뮤직비디오 조회수 포인트를 높이며 순항해 나갔다. 덕분에 별다른 영업이나 활동 없이도 [사냥의 시간>은 빌보드 차트에서 무려 30여 계단을 뛰어오르며 38위에 안착할 수 있었다.
사태 파악을 마친 서은우 팀장은 헛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냥의 시간>과 [Hype>은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뭔가를 저격하기 위해 만든 노래도 아니다.
그러나 북미 팬들은 계속해서 두 노래를 연관지으며 창의적으로 밈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살다 보니 이런 일이 다 있군요.”
“그러게요. 우리 애들한텐 운도 따르나 봐요.”
국내에서 발생한 논란이었다면 당연히 빠르게 대응했을 것이다. 자칫 멤버들이 불필요한 여론전에 휘말려 상처를 입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
그러나 이번만큼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기로 한 서은우 팀장과 솔라시스템이었다.
“지금 단계에선 특별한 대응이 불필요할 것 같습니다.”
“팀장님, 괜찮을까요?”
“아직 릴 핌프와 CB뮤직 측에서 해명 요청을 한 것도 아니니, 우리 측에서 먼저 움직일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Hype>의 차트 조작 의혹은 상당 부분 신빙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건 그렇긴 하죠.”
“대중들이 자유롭게 이 밈을 가지고 노는데, 우리가 굳이 찬물을 끼얹을 필요가 없죠.”
“옙, 알겠습니다 팀장님!”
7IN과 솔라시스템은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래퍼 릴 핌프와 CB뮤직의 입장은 달랐다.
SNS 중독자인 릴 핌프 역시 [사냥의 시간>을 접했다.
“What the Fxxk—!!”
논란의 문서를 보자 마자 래퍼 릴 핌프는 허리춤에 글록 한 자루를 차고 소속사인 CB뮤직으로 향했다. 자신을 담당하는 매니저에게 총자루를 보여주며, 릴 핌프가 거칠게 몰아붙였다.
“이게 뭔 개소리야. [Hype>가 조작이라고? 싸구려 조작질로 빌보드 1위를 처먹은 페이크 송이라고? 사실이야?”
거칠게 몰아붙이는 릴 핌프를 향해, CB뮤직 담당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손사래를 쳤다.
“아하하하, 지, 진정해 핌프. 우리가 그런 병신짓을 할 리가 없잖아.”
“그럼 이 코리안들은 뭘 근거로 이런 개 같은 노래를 만든 건데? 이 새끼들, 지금 나한테 총구 겨눈 거 맞지?”
“그, 그러게. 우리도 그게 의문이야. 일단 상황 파악을 하고 있기는 한데···.”
“상황 파악은 지랄, X발! 먼저 시비를 걸었는데 가만히 있겠다고?”
“일단은 먼 나라에 있는 친구들이기도 하고··· 회사에서 방침이 나오면 그 방침대로 행동하는 게···.”
“X까! 내가 그렇게 참을성 많은 놈인 줄 알아?”
“헤이 핌프! 핌프!”
담당자가 말릴 새도 없이 릴 핌프는 사무실을 뛰쳐나와 본인의 스포츠카에 올라탔다. 씩씩대며 스마트폰의 셀카 모드를 켠 릴 핌프는 19초짜리 짧은 영상을 자신의 SNS 피드에 게시했다.
[Yo, Fxxking Koreans. 느그들이 X발 이 몸을 저격해? 이름이 Chillin(존나 멋지다는 뜻의 슬랭)? 멋지긴, 지랄 옘병을 하세요들. 애틀랜타에서 그딴 X같은 저격질 했다간 바로 느그 옆구리에 요걸로 빵꾸가 났을 거라고. 알아?]마지막은 허리춤에 찬 권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짧은 영상은 끝이 났다.
수천만의 팔로워를 보유한 릴 핌프의 SNS에 업로드된 이 영상은 순식간에 엄청난 속도로 바이럴됐다.
릴 핌프의 목적은 분명했다. 자신을 저격했다고 생각한 7IN에게 위협을 가하는 것. 그것이 그의 유일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릴 핌프의 언급은 다소 이상한 방향의 파급효과를 낳았다.
릴 핌프가 자신의 SNS에서 7IN을 언급한지 사흘 째, [사냥의 시간> 3주차 빌보드 순위가 공개됐다.
[15···.] [16···.] [17. [7IN : 사냥의 시간>] [18···.]빌보드 차트 1위 가수의 분노.
그것은 7IN에겐 더할 나위 없는 공짜 프로모션이 되어 주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