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15)
#215
One more time!
“하, 한 번만 더!”
새로운 총알을 장전하며 릴 핌프는 흥분된 목소리로 ‘원 모어 타임’을 외쳤다.
“허허, 핑프 공. 이렇게 직접 목도하고도 믿지 못하는 것이오?”
군자는 허허 웃었지만, 릴 핌프는 아랑곳 않으며 다시 한번 군자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한 번만 더 보여주라!”
군자 역시 그의 눈에 적의가 사라졌음을 보았다. 스태프들이 핌프를 저지하려 했지만 이번엔 군자가 그런 스태프들을 만류했다.
“괜찮습니다. 대단한 기술도 아닙니다. 원한다면 열 번이라도 보여 드릴 수 있습니다.”
파아앙— 쩌걱—!!
그 뒤로도 군자는 몇 번이고 플라스틱 총알을 정확하게 두 동강 내며 기술을 과시했다. 반구형의 총알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릴 핌프의 두 눈은 더욱 초롱초롱해졌다.
“God Damn—!!”
멋 없는 가짜배기는 한없이 멸시하고, 멋지고 리얼한 것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차별 없이 사랑하는 것이 릴 핌프의 인생관이었다.
직전까지만 해도 샘솟는 호감을 애써 꾹꾹 누르며 불퉁한 표정을 유지하던 릴 핌프였으나, 군자의 챌린지 영상이 가짜가 아님이 입증된 순간 상황은 반전됐다.
커다란 칼로 총알을 자유자재로 두동강 내는 미친놈이라니!
이런 걸 눈앞에서 보고도 반하지 않을 남자는 없다. 적어도 릴 핌프만큼은 그 기술에 홀딱 매료되어 버렸다.
“세상에, 존나게 잉여로운 기술이구만!”
“하하, 맞습니다. 이런 잡기(雜技)를 어디에 이용해 먹겠습니까.”
“그래서 더 쩌는 거야 임마! 쓰잘데 없어서 더 좆되게 멋진 거라고!”
충무김밥 같은 드레드 헤어를 연신 흔들며 함박웃음을 짓는 릴 핌프를 보며 군자도 뿌듯하다는 듯 웃었다.
역시 내 느낌은 틀리지 않았다.
핑프 공, 다소 무서운 생김새와 거친 말씨를 가지고 있지만 속내만큼은 순수하고 따뜻한 분일 줄 알았다. 숱하게 올린 저 오색의 상투와 초롱초롱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진행자인 펠런도 무시하며 릴 핌프는 군자에게 다가가 자유롭게 말을 걸었다.
“이렇게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도 주작이네 뭐네 씨부리는 것만큼 추한 것도 없지. 임마, 내가 미안했다.”
“누차 말하지만 괜찮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좋은 기회로 우리가 만날 수 있게 된 것 아니겠습니까.”
“푸하학, 이 새퀴 호방한 거 보소. 너 진짜 사무라이구나?”
“하하,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만 사무라이와는 다르답니다.”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면서도, 군자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음? 사무라이가 아니라고? 그렇게 칼을 잘 쓰는데?”
“‘사무라이’는 이웃 나라 일본의 무사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그러나 저는 사무라이가 아닌 조선의 ‘선비’입니다.”
“Seon-Bi? 그건 처음 듣는데? 뭔데 그건? 사무라이랑은 다른 거라고?”
진행자인 펠런은 굳이 두 사람의 자유로운 대화를 방해하지 않으며 그들을 지켜보았다. 수많은 카메라와 마이크 역시 자연스럽게 군자와 릴 핌프의 모습을 담아 냈다. 덕분에, ‘선비’에 대한 군자의 설명은 있는 그대로 방송 분량에 포함됐다.
“선비란 문무(文武)를 겸비하여야 합니다. 동시에 무엇보다 ‘예’를 소중히 여겨야 하지요.”
“Yeah?”
“맞습니다. 그것이 선비에게 가장 귀중한 가치이지요.”
“그래? 시발, 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Yeah를 중하게 생각한다는 거 아냐?”
“맞습니다.”
“거 존나게 힙한 집단이구만?”
“하하, 좋게 봐 주시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러면 나도 선비가 될 수 있는 거냐?”
“예?”
“선비가 되면 너처럼 막 총알도 자르고 그럴 수 있는 거냐고.”
“흐음—.”
황당한 질문이었지만 릴 핌프의 눈빛은 자못 진지했다. 그 진지한 태도에, 군자 역시 턱을 매만지며 성의를 보였다.
“물론 핑프 공에게 멋진 상투가 있긴 합니다만, 선비가 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이 모두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몸? 마음?”
“핑프 공의 노래를 들으니 ‘예’는 확실히 중요시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만···.”
“맞아! 아는구나? Yeah! 난 빵댕이가 들썩거리지 않는 노래는 안 만든다고!”
“하지만 선비에겐 ‘효’도 중요하지요.”
“H, Hyo?”
“핑프 공.”
“?”
“최근에 어머니에게 언제 전화 드렸습니까?”
“으, 응?”
다소 뜬금없는 질문에 릴 핌프의 눈빛이 흔들렸으나 이번엔 군자 쪽이 한없이 진지했다.
“선비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님을 진심으로 봉양해야 합니다.”
“그, 그게 뭔 상관···.”
“쓰읍! 핑프 공!”
“히익—.”
“빨리 말씀하세요. 어머니께 전화 언제 드렸습니까?”
당황을 숨기지 못하며 릴 핌프가 드레드 헤어를 벅벅 긁적였다.
“그, 글쎄··· 한 6개월? 7개월 됐나?”
“허어어! 핑프 고옹!”
“오, 왜 임마? 뭐 문제라도 있어!?”
“그런 효심으로는 선비가 되실 수 없소!”
“뭐가 이렇게 단호한데!”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한없이 단호한 군자의 태도에 릴 핌프의 어깨가 축 쳐졌다. 사실 효심과 검술이 무슨 상관인가 싶었지만, 릴 핌프는 이미 군자의 페이스에 휘말려 버린 상태였다.
“그, 그럼 부모님께 안부 연락 자주 드리라 이거냐?”
“당연하지요. 선비로서의 기본 소양입니다, 기본 소양!”
“뭐 얼마나 자주 하면 되는데?”
“가능한 한 자주.”
“젠장, 까다롭구만··· 그럼 뭐, 지금 하면 되는 건가···.”
다소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든 릴 핌프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까부터 데이빗 펠런은 한없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천하의 릴 핌프가 어머니에게 전화하는 모습이라니. 기대도 하지 않은 신선한 그림에 제작진들의 표정 역시 밝았다.
– 누구야?
“Hey, Mama. 누구긴 누구야, 나 핌프···.”
– 핌프고 지랄이고, 하도 오랜만에 목소리 들었더니 누군지 기억이 안 나는 것 같은뎁쇼?
“젠장, 엄마! 이거 방송이라고!”
– 뭐? 방송? 그거 잘 됐구만! 세상 사람들, 릴 핌프는 천하의 호로자식이랍니다! 지 에미한테 돈 보낼 줄이나 알지, 목소리 한 번을 안 들려 준다니까요!
“Oh, Shit···.”
– 이거 보시라우! 또 지 엄마 앞에서 욕이나 씨부려 쌓고!
“···내가 미안하니까 일단 진정 좀···.”
흥분한 핌프맘과 릴 핌프의 전화는 그 뒤로도 한참을 이어졌다. 간신히 어머니를 달랜 뒤, 릴 핌프는 진땀을 닦으며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진행자 펠런은 꽤나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는 모습이었다.
“릴 핌프에게 이런 모습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여러 모로 놀라운 하루입니다.”
“젠장, 그럼 엄마한테도 Moxxerfxxker 드립을 칠 순 없잖수.”
“워우, 워우! 이런 부분은 전부 삐 처리 해 주세요, PD님.”
그렇게 말하며 투덜거리는 릴 핌프였으나 군자는 알 수 있었다. 어머니와 전화를 하는 그의 모습에는 애정이 듬뿍 묻어 있었다. 현생이 바빠 자주 연락을 드리지 못한 모양이지만, 분명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자지간이 분명해 보였다.
“핑프 공은 어머니를 사랑하시는군요.”
“뭐? 임마, 오그라드는 소리 좀 그만 해라. 총으로 쏴 버린다?”
“하하, 핑프 공이 총을 쏴도 내가 총알을 갈라 버리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젠장, 그것도 맞는 말이네. 사무··· 아니지, 선비와는 싸우면 안 되겠어.”
“어쨌거나, 전화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핑프 공은 이미 대단한 효심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그러냐?”
“예. 앞으로 문안 인사만 꾸준히 올린다면, 핑프 공도 충분히 멋진 선비가 될 수 있답니다.”
선비가 될 수 있다는 말에 릴 핌프가 다시 반색했다. 경계심이 풀린 나머지 멤버들도 이제 릴 핌프와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릴 핌프, 제가 이 팀의 작곡가예요.”
“오, 너가 그 괴상한 메쉬업 만든 놈이구나? 뭐 잘 믹스하긴 했더라만···.”
“탑라인 멜로디는 전부 핌프 당신이 짜는 거예요? 화성악을 따로 배운 적은?”
“화 뭐시기? 그딴 골때리는 거 배운 적 없어. 탑라인은 그냥 꼴리는 대로 씨부리다가 나오는 대로 받아적는 거지.”
“핌프 형아! 아까부터 신경 쓰였는데, 형아 빤쓰 보여요!”
“푸하핫, 마음껏 봐라 자식아. 온 세상 사람들이 내 빤쓰를 보고 싶어 안달인데, 바지 좀 내리고 살아도 괜찮지 않겠어?”
토크쇼는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7IN과 릴 핌프를 섭외하며 제작진들이 상상했던 그림과는 다른 결말이었다.
두 팀의 첨예한 갈등, 가짜 챌린지 영상의 실체, 릴 핌프의 돌발 행동··· 그것이 제작진들의 예상이었으나, 정작 7IN과 릴 핌프는 어느새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기대했던 자극적인 장면은 없었지만, 사고뭉치 릴 핌프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잔뜩 담았다는 것만으로도 제작진들은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아직 하이라이트가 하나 더 남아 있었다.
“자리를 빛내 준 두 팀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칠린과 릴 핌프, 두 팀의 공연을 보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월드와이드 아이돌 서바이벌 [다이너스티> 우승팀 7IN의 정규 1집 타이틀곡입니다. [사냥의 시간>!”
총알을 자르고, 릴 핌프에게 효도를 가르치고, 한데 어우러져 프리토킹을 펼치던 멤버들이 무대 위에 올라가 본업을 시작했다.
녹화 시간 내내 소년들의 빛나는 비주얼, 자연스러운 매력에 슬슬 빠져들어 가고 있던 방청객들과 스태프들은, 무대를 보곤 아예 영혼까지 팔 기세로 7IN에 입덕해 버렸다.
“미친! 미친! 이거 뭐야? 존나 멋지잖아!?”
릴 핌프 역시 그 중 하나였다.
파앙, 파앙, 파아앙—!!
BB탄을 장전한 에어건을 연신 허공에 쏴 대며, 릴 핌프는 7IN의 공연을 진심으로 즐겼다.
“감사합니다, 시청자 여러분. 7IN이었습니다!”
무대가 끝나고, 데이빗 펠런이 마지막으로 7IN의 이름을 한 번 더 호명하자 마자 엄청난 소리의 박수가 쏟아졌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7IN 멤버들이 모든 스태프들에게 예의바르게 인사를 건네고 나자, 마지막으로 릴 핌프가 멤버들에게 다가왔다.
“너네, 칠린이라고 했지?”
“예, 핑프 공.”
“비록 시작은 좀 구렸지만 말야··· 난 좋은 친구를 얻게 된 것 같아서 기분 째진다. 내가 좀 무례했다면 사과할게. 너네들이 진짜배기라는 걸 알았으니까, 이제 나한테 더 이상의 악감정은 없어.”
“그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초에 당신을 저격하기 위한 뮤직비디오도 아니었고, 그저 뭇 사람들이 만들어 낸 한낱 화제거리일 뿐이었지요. 그러나 그 덕에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것에 대해서는 저 역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흐흐, 내 말이. 어떻게, 나랑 맞팔 조지쉴?”
“하하, 물론입니다.”
“영광인 줄 알아 짜식들아. 내 팔로워는 몇천만이 넘지만 내가 팔로우하는 놈들은 수십을 안 넘는다고.”
그렇게 서로 팔로우까지 한 뒤, 릴 핌프는 쿨하게 손을 흔들며 떠나려 했다. 그러나 이번엔 군자가 릴 핌프를 붙잡았다.
“저, 핑프 공.”
“음?”
“내 그대에게 할 말이 있는데.”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