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20)
#220
쇼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데이빗 펠런 쇼>가 방영되는 일요일 아침, 연지는 초조한 표정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 있었다.한국 예능에는 이미 꽤나 많이 얼굴을 비춘 7IN이었지만 [데이빗 펠런 쇼>는 그 규모나 상징성부터 차원이 다른 거대한 쇼였다.
생방송은 아니었지만 [데이빗 펠런 쇼>는 게스트들의 발언을 최대한 편집하지 않으며 거의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물론 7IN이 평소에 사고를 잘 치는 아이돌은 아니었지만, 하필이면 함께 출연하는 것이 트러블메이커 릴 핌프라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안 그래도 걔랑 트러블 있었는데··· 무슨 실수라도 하는 건 아니겠지···.”
잘만 하면 7IN의 위상이 한층 올라갈 만한 기회였지만, 반대로 실수라도 했다간 전세계적으로 조리돌림 당할 위기이기도 했다.
혹여 릴 핌프와 잘못 엮여서 나락 가는 건 아닌지, 또 안티들이 씹고 뜯을 떡밥을 던져 주는 것은 아닌지. 본방을 기다리는 연지의 속은 어느새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혹시나 싶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접속해 보니, 역시나 그동안 숨어 있었던 안티 세력들이 모두 기어나와 총공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이니?] [ㅋㅋㅋㅋㅋ칠퀴들 나락가는날ㅇㅇ] [영어도 못하는 애들이 데펠쇼는 왜나감?ㅋㅋㅋ] [조선이 채고래매~ 한국활동이 우선이래매~] [솔라시스템이 돈이 많긴 한가바 데이빗펠런 쇼 같은데에 아이돌 꽂아넣는거 보면 ㅋㅋㅋ] [데이빗펠런이 먼저 연락했다던데?] [ㄴ그 개같은 언플을 믿음? ㅋㅋㅋ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해] [ㄴ이쉑은 딱봐도 칠링즈 첩자뇬이네 ㅋㅋㅋ] [ㄴ좀 ㄲㅈ] [펠런은 그냥 SNS로 어그로 끈 거고 ㅋㅋㅋㅋ솔라시스템이 그 냄새 맡고 싸바싸바 해서 데펠쇼에 꽂은거겠지] [ㅋㅋㅋㅋ근데 존나 역풍 맞을듯ㅋㅋㅋㅋ거기는 말실수 편집도 안 해주드만] [대체 뭔 생각으로 아이돌을 데펠쇼 내보낸거임? 자폭쇼임?ㅋㅋㅋ] [머 우리야 신나고 좋지~ㅎㅎㅎ] [진짜 요즘 돌판의 암적 존재가 칠퀴 궁댕이들인데 오늘 단번에 박멸되겠네] [칠퀴들아 다 보고있지? 느그 주인님들 나락가는거 같이 보장~ㅎㅎㅎ]“아니 이 자식들이 진짜로···.”
죽여도 죽여도 죽지 않는 바퀴벌레처럼 끊임없이 살아나는 안티 세력들을 보며 연지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현실의 삶이 얼마나 팍팍하고 어려우면 이렇게 인터넷 세상에서 악플 다는 것에 목숨을 거는 걸까.
항상 이들이 한심했던 연지지만 오늘만큼은 불안했다. 영어로 진행되는 토크 쇼, 또다른 게스트는 전세계 최고의 사고뭉치 릴 핌프.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멤버들이 실수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니까.
아니나다를까, 토크쇼가 시작되자마자 릴 핌프는 7IN을 거세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총알 가르기 챌린지’가 조작된 영상이라는 주장과 함께, 릴 핌프는 계속해서 마이크를 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닌데··· 우리 군자 진짜 칼 잘 쓰는데···.”
군자의 검술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연지였지만, 확신에 가득찬 릴 핌프의 주장을 보자 괜히 연지까지 헷갈리는 느낌이었다.
하긴, 사람이 칼로 BB탄을 두동강 낸다는 게 가능한 일인가?
혹시 진짜 조작 영상이었으면 어쩌지?
이런 팬들의 걱정을 읽고 있기라도 한 듯, 커뮤니티에 모인 악플러들도 더욱 시끄러워졌다.
[ㅋㅋㅋㅋㅋ릴핌프 저쉑이 맞는 말도 하네] [ㅁㅈㅁㅈ 나도 개주작같긴했어] [애초에 저 챌린지 제대로 성공한사람이 있긴해?] [겨우 BB탄 맞추는 사람은 몇명 봤는데 진짜 제대로 성공한 사람은 본적없는듯;] [ㅋㅋㅋ저거 주작까지 들통나면 진짜 웃기긴하겠다] [아니 그니까 왜 펠런쇼를 덜컥 나오겠다고 한거냐구~] [ㅋㅋㅋ일단 무조건 나와서 얼굴 알리는게 이득이라고 판단한건갘ㅋㅋㅋ] [근데 요즘은 해외팬들도 주작같은데에 엄청 예민하던데ㅠㅠ] [아니 뮤비에서 주작사냥하는걸로 어그로 끌었으면서 즈그들이 주작을 하면 어쩌자는거야] [ㄴ내말잌ㅋㅋㅋㅋ] [휴 칼 휙휙 하다가 주작 뽀록날 생각 하니까 내가 다 수치스러워ㅠㅠㅠ] [진짜 외국까지 나가서 웨저랩··· 그냥 한국에서만 어그로 끌라구] [으으 벌써부터 얼굴 빨개짐ㅋㅋㅋㅋ개꿀잼]그러나 그들의 바람과는 달리, 검을 뽑아 든 군자는 모두의 앞에서 BB탄을 완벽하게 양단해 버렸다.
“!”
깜짝 놀란 데이빗 펠런의 표정이 카메라에 담겼다. 릴 핌프는 총알이 두 조각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자마자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한 번 더’를 외치는 릴 핌프를 진정시키며, 군자는 몇 번이고 총알 가르기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푸하핫, 역시 군자야!”
그제야 연지는 어깨에 힘을 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군자를 믿었지만 릴 핌프와 안티팬들의 확신에 가까운 주장은 연지의 믿음마저 흔들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군자는 다시 한번 연지를 안심시켜 주었다. 이제 군자를 향한 연지의 믿음은 종교 수준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었다.
그 순간까지 부정적이었던 온라인 여론 역시 단번에 뒤집히기 시작했다. ‘총알 가르기 챌린지’가 거짓이 아님이 밝혀지자 마자, 군자와 7IN을 비방하던 세력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춰 버렸다.
“주작이라고 아주 확신을 하더니 꼴 좋다!”
마음 같아서는 뭐라고 한 마디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연지를 비롯한 7IN의 코어 팬덤은 [데이빗 펠런 쇼> 본방을 절대사수하며 스크립트를 받아적고, 움짤을 찌고, 최애 멤버들의 얼굴을 보며 행복해 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바빴으니까.
안티팬들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7IN에 시큰둥했던 아이돌 잡덕들, 혹은 아이돌 자체에 별 관심이 없던 ‘머글’들이었다.
7IN에 큰 호기심은 없는 이들이었으나 워낙 큰 토크쇼에 한국 아이돌이 출연한다는 소식에 스트리밍을 켠 이들이었다. 대부분은 무표정한 얼굴로 과자를 주섬주섬 먹으며 시청을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 무표정은 바뀌어 나갔다.
군자가 총알을 가른 순간엔 모두가 깜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이후 개별 인터뷰가 이어지고, 자연스러운 영어로 농담까지 구사하며 활짝 웃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니 7IN에 별 관심이 없던 이들도 어느새 따라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ㅎㅎㅎㅎ뭐야 얘네] [별 관심 없었는데,,, 왜 귀여움?] [꼬꼬마들이 영어 잘하는거 좀 치이는듯] [저 덩치큰애 영어발음 너무 섹시하다,,] [나 얘네 잘 모르는데 유군자 저사람은 원래 씹선비 아이돌 컨셉으로 유명하던 사람 아냐? 근데 영어는 언제 저렇게 늘었대] [어허 씹선비라니 상스럽다~] [ㅋㅋㅋㅋ뭐랰ㅋㅋㅋㅋ무튼 다시보인다] [나 솔직히 얘네 그냥 컨셉돌인줄 암] [나도나돜ㅋㅋㅋㅋ뭐 요즘 난리라는데 세상이 나 빼고 다 몰카하는줄 알았엉] [근데 솔직히,,, 귀엽긴해ㅎㅎ] [그르네,,,,,] [이 좋은걸 모르고 살았네ㅎ] [펠런쇼 나간다길래 나라망신 시키는거 아닌가 싶었던 나새끼 반성해] [릴 핌프 쟤는 머임ㅋㅋㅋ초반만 해도 겁나 공격적이다가 지금 왜 친목질하고 있는뎈ㅋㅋㅋㅋㅋ] [쟤 빌보드 주작 논란 있는 애 아냐? 근데 캐릭터는 되게 순박하긴한듯?] [아무 기대 없이 틀었는데 왜 꿀잼이냐고 이거] [일단 애들 얼굴이 꿀잼이넿ㅎㅎㅎㅎ] [미국 예능은 보정도 거의 안하고 진짜 리얼하게 내보내던데 그 미국방송 보정에서도 살아남네,,,] [나도 얘네 별 관심 없었는데 짤 찌는중 헤헿] [솔직히 국뽕 극혐했는데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도 국뽕이 뻐렁치고 있었나봄] [아 솔직히 치트키자넠ㅋㅋㅋㅋㅋ]급격히 훈훈해지는 분위기를 보며 연지를 비롯한 7IN의 팬들도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뭘 좀 아는 분들···.”
마음 같아서는 덕질 입문 영상 링크를 잔뜩 보내며 그들 모두를 칠링즈로 끌어들이고 싶었으나 꾹 참는 연지였다. 이미 7IN과 군자에게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으니,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곧 진성 덕후의 대열에 합류할 것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분위기 파악이 안 된 모지리들은 존재했다.
[ㅋㅋㅋㅋ좋댄다] [궁댕이들 단체로 신난거 봐 ㅋㅋㅋㅋ진짜 내가 다 수치스럽] [아이돌이 노래 춤으로 주목을 받아야지ㅋㅋㅋ 뭔 총알가르기 서커스 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ㅇㅏ 이거 나만 부끄러움?ㅠㅠㅠㅠ] [아니 궁댕이들은 왜 국뽕에 빠져있는건데?] [ㅖㅖ 느그 아이돌 칼싸움 잘해서 좋겠어요~] [난 영어쓰는것도 좀 별로야ㅠㅠㅠ예쁘고 좋은 우리말 있는데 왜 영어 씀? 사대주의자야?] [헐 맞아맞아 나도 그거 좀 별로였음 ㅠㅠㅠㅠ] [ㄴ미친놈들아ㅋㅋㅋㅋㅋ] [ㄴ진짜 억까 작작좀] [ㄴ얘네들 분명 한국어 썼으면 ‘멍청하게 외국방송 나가서 코리안 쓴다’고 욕했음 백퍼] [ㄴ맞지맞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영어를 쓰든 스페인어를 쓰든 10n년째 렛미인트로듀스마이셀프 밖에 못하는 너보다는 훨씬 나은듯] [ㄴ앜ㅋㅋㅋㅋㅋㅋㅋㅋ] [에휴 궁댕이들 또 떼거지로 몰려왔네;;;;] [그저 물량으로 승부할 생각만 하지말고 팩트만 놓고 얘기해보자고··· 외국방송 나가서 서커스쇼하고 있는게 팩트아님?ㅎㅎㅎㅎ] [너네들이 주구장창 밀던 본업천재 그건 외국에는 안 먹힐 것 같으니까 그냥 고이 내려놓고 서커스 하기로 한거냐곸ㅋㅋㅋㅋㅋㅋ] [그저 칼싸움 오리엔탈 원툴 국뽕제조기 촌스러웤ㅋㅋㅋ] [그래서 노래랑 춤은 언제 보여줄 건데~~~] [데이빗 펠런 쇼>에서 노래와 춤을 보여주지 않았다. 패악질을 부리는 안티팬들의 마지막 희망은 그것이었다.물론 한줌 안티들의 아우성일 뿐이었지만, 연지 역시 조금은 아쉬웠다.
“펠런 쇼에서 퍼포먼스까지 보여줄 수 있음 더 좋았을 텐데···.”
그렇게만 된다면 저 사회부적응자들의 입을 영원히 닫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해외 팬들에게 7IN의 매력을 더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연지는 아쉬움을 뒤로 하며 정자세로 크게 심호흡을 했다.
“과욕은 언제나 화를 부르는 법이라 하지 않았는가아···.”
비록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은 아쉽지만 군자가 항상 그랬다.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긍정적인 면을 볼 수 있어야 진정한 선비라고.
언제부터인가, 심호흡 한 번으로 마음 속의 번뇌와 욕망을 날려 버리는 방법을 터득한 연지였다.
그렇게 마음 속 욕심을 버리고, 오늘 만든 움짤 목록을 보며 색 보정 방향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자, 이것으로 오늘의 인터뷰는 모두 끝입니다. 하지만 쇼는 끝나지 않았죠! 마지막으로 오늘 자리해 주신 K-아이돌 7IN의 멋진 퍼포먼스를 보시겠습니다!”
호스트 데이빗 펠런의 굵은 목소리와 함께 카메라가 스테이지 쪽으로 돌아갔다. 멤버들은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스테이지 위에 올라 핸드 마이크를 쥔 채 대형을 잡았고.
“어···?”
[데이빗 펠런 쇼>의 엔딩은, 팬들마저 큰 기대가 없었던 7IN의 퍼포먼스였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