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23)
#223
수릿날
“흐음, 이쯤이 좋겠구나!”
군자가 멈춰선 산등성이 이곳저곳엔 파릇파릇한 산나물들이 자생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죽는 소리를 하며 산을 타던 멤버들도 서둘러 스마트폰을 켜 ‘수리취나물’을 검색해 보았다.
“오오, 저거랑 똑같이 생겼는데!?”
“군자 넌 어떻게 이 포인트를 정확히 아는 거냐?”
“수리취나물이 잘 자라기 위해선 적절한 양달과 습기를 머금은 토양이 필요하지. 산을 오래 타다 보면 다 보이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그런걸 귀신같이··· 에효, 아니다. 이제 놀라기도 지쳤다 지쳤어.”
“허억, 허억··· 난 그냥 지쳤어···.”
“우왕, 이제 나물 캐여! 나물 나물!”
“아하하핫, 내가 엉덩이 의자를 챙겨왔지~”
시우가 챙겨온 나물 캐기용 의자를 하나씩 엉덩이에 찬 뒤, 소년들은 본격적으로 산나물 채취에 들어갔다.
그때까지 등산으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던 현수도, 의자를 깔고 앉아선 열심히 호미질을 하며 산나물을 캐내 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핫, 산삼 캤다~”
“뭐? 진짜냐—!?”
“후후, 시우야. 그것은 산삼이 아니라 도라지다.”
“아하핫, 아쉽네~”
“하지만 도라지도 산삼 못지않은 약효와 향긋함을 가지고 있지. 잘 손질해서 슴슴하게 무쳐 먹으면 그만한 별미도 없단다.”
“오오, 그럼 이따가 K-비빔밥 한그릇 할까?”
“에헤이, 고추장이 없잖아 고추장이.”
“···제, 제가 고추장 가져왔어요···.”
“어? 진짜로? 짱인데?”
“아니 막내가 이렇게 센스있어도 됨?”
이마에 흐른 땀을 훔치며, 소년들은 한참 동안 갖은 나물을 채취하여 바구니에 담았다. 어느새 소년들을 따라 산등성이에 오른 이용중 실장은 바위에 걸터 앉아 황당하다는 듯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얘들아, 재밌냐?”
“네엡~”
“나 이렇게 개꿀빨아도 되는 거야?”
“넹?”
“아니, 다른 팀 얘기 들어보면 술 문제, 여자 문제, 아무튼 각종 문제 때문에 매니지먼트 팀이 죽어나던데··· 너네들은 무슨 휴일 오전 댓바람부터 산나물이나 캐고 앉았냐고.”
“재미있어여! 실장님도 와서 같이 해여, 헤헤.”
“좋아, 내가 플스5로 단련된 손기술을 보여 주지.”
산나물 캐기는 그 뒤로도 약 두시간을 이어졌다. 커다란 나물 바구니는 어느새 푸른 산나물과 유백색의 뿌리나물로 가득 찼다. 바구니를 가득 채우고도 힘이 남은 태웅과 현재는 인혁의 주위를 맴돌며 형 놀려먹기에 열심이었다.
“형! 혁이 형!”
“음?”
“형 손에 든 그거 대마 아니에요?”
“—!?”
“헐, 허어얼, 인혁이 형이 대마 캤다아아!”
“아니, 아니야. 이, 이건···.”
“역시 카르텔의 형제가 맞았어!”
“잠깐만—.”
“형님, 살려주십쇼! 은혜는 반드시 갚겠습니다!”
항상 과묵한 인혁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산나물을 손에 든 채 해명에 나섰다.
“이건 대마가 아니다. 여기 보면 잎사귀가 다섯 방향으로 갈라져 있잖아.”
“어? 그런가아···.”
“대마는 더 많은 잎사귀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뿌리 모양도 좀 달라.”
“아하···?”
“?”
“잠깐, 근데 형은 그걸 왜 이렇게 잘 알아여?”
“···어?”
“아니 대마 생김새를 왜 이렇게 잘 아냐고 이 양반아···.”
“그, 시, 식물 도감에서 봐서···.”
“수상해, 수상하다고!”
수상할 정도로 식물박사인 인혁을 두고 잠시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인혁의 필사적인 부정에 의해 의혹은 일단락됐다.
“쓰읍, 아무래도 수상한데에···.”
“아하하핫, 됐고~ 우리 비빔밥이나 먹자아~”
그렇게 산나물 채취를 마친 다음엔 리온 소유의 작은 산장에 모여 나물과 버섯을 손질했다. 그렇게 손질이 끝난 나물이며 버섯은 참기름과 설탕, 소금에 가볍게 무쳐 맛을 낸 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냈다.
거기에 따뜻한 밥과 양념된 소고기고추장까지 곁들이니, 보는 것만으로도 먹음직스러운 비빔밥이 순식간에 완성됐다.
“허으, 허어—.”
“야, 천천히 먹어 천천히.”
“헐라 마히허.”
“응, 졸라 맛있어?”
“웅.”
“아니 근데 진짜 너무 맛있는데여?”
“우리가 캐서 더 맛있는 것 같아.”
“아하하핫, 내가 캔 산삼도 넣었다구~”
“시우야, 그러니까 그건 도라지래도.”
“아하핫, 산삼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더 기분 좋은걸~”
“크아, 너무 맛있고. 주모! 여기 비빔밥 한 그릇만 더!”
“여기 전부 다 남잔데 주모는 웬 주모야.”
“아 맞네. 그럼 주부라고 해야겠다!”
“허어어, 감격스럽기 그지없도다.”
“음? 뭐가?”
“태웅이가 이제 한자어의 반댓말 개념을 이해하기 시작했구나.”
“···아니 그 정도는 원래도 알았다고···.”
시원하게 두 그릇씩 비빔밥을 해치운 뒤, 남은 수리취나물을 고이 가지고 하산하여 방앗간에 들른 멤버들이었다. 방앗간에서 곱게 빻은 수리취 가루를 이용하여, 소년들은 본격적으로 수리취떡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일곱 사람, 총 열네 개의 손이 합심하자 반죽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소년들의 섬섬옥수로 만든 동글동글한 반죽 덩어리에 국화 문양이 새겨지자 꽤나 그럴싸한 수리취떡 군단이 만들어졌다.
앙증맞게 빚어낸 반죽은 곧 윤기가 좔좔 흐르는 수리취떡으로 변신했다. 고소한 기름을 얇게 펴바른 뒤, 소년들은 떡을 야무지게 개별포장하여 귀여운 상자에 담았다. 미리 준비한 짧은 손편지와 새로운 셀카를 인쇄한 포스트카드도 함께 동봉했다.
“후아, 이제 완성인가?”
“아우, 허리 아파 죽겄네—.”
“군자야, 이거 좀 먹어 봐. 우리가 만들었지만 이거 너무 괜찮은 것 같은데?”
“후후, 직접 산나물을 캐다가 만든 수리취떡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지. 게다가 이제 막 쪄낸 쫄깃쫄깃한 떡 아니겠느냐.”
“헤헤, 빨리 팬 분들한테 나눠 드리고 싶어여!”
“···우, 우리 팬 분들이 좋아해 주실까요···.”
“걱정하지 마, 분명 좋아해 주실 거야. 요즘 보니까 팬 분들도 서로 절기 챙기면서 놀고 그러시더라.”
“맞아여. 처음에는 좀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는데 요즘엔 컨텐츠 많다고 좋아하시던데여, 크크.”
“그래! 게다가 이거 맛있다고! 슴슴하고 씁쓸한게 계속계속 들어간다니깐?”
“우와, 얘들아. 이게 다 뭐야? 역조공이니?”
“넵 실장님! 예쁘죠? 귀엽죠?”
“응, 너무 러블리한데? 나 하나 주라.”
“에?”
“왜? 주면 안 돼? 나도 너네 팬이고, 엠플 방청도 갈 거고, 떡도 좋아하고··· 안 돼?”
“실장님은 이거 드세여, 이거.”
“아니 나도 포장된 거··· 어? 뭐야, 이거 맛있다?”
“그쳐? 우리도 놀랐다니까여, 흐헤헷.”
바로 다음 날, [M Planet> 촬영 스튜디오.
7IN 팬들은 멤버들의 출근길을 보기 위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소년들이 차에서 내리자 마자, 커다란 승합차 바퀴가 들썩일 만큼 우렁찬 환호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꺄아아아악—.”
“유찬아, 여기 좀 봐 줘!”
“군자야아아아—!!”
이제는 출근길에 쏟아지는 셔터음도 익숙해진 듯, 소년들은 싱긋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내린 인혁은 거대한 꾸러미를 들쳐메고 있었다. 적어도 수십 kg은 되어 보이는 커다란 자루였으나 인혁은 무겁다는 기색도 없이 태연하게 꾸러미를 짊어진 채 수줍게 손을 흔들며 대기실로 향했다.
“인혁 오빠아아—.”
“어떻게 저걸 한 손으로 들어?”
“팔뚝 너무 멋져요—!!”
꾸러미의 정체는 물론 역조공이었다. 예정보다 일찍 대기실에 도착한 멤버들은 준비한 역조공을 소속사 직원을 통해 고이 전달했다. 방청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팬들은, 뜻밖의 선물에 숨이 넘어갈 듯한 행복감을 느꼈다.
“어떡해, 단오라고 떡 준비해 줬나 봐···.”
“귀여워어—···.”
“안에 손편지도 있어! 미쳤다 진짜.”
“흐윽, 흑.”
“흑, 마이떠···.”
향긋한 수리취떡을 우물우물 먹으며, 몇몇 팬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많은 SNS 팔로워를 보유 중인 팬들은 소년들이 준비한 역조공을 바로 촬영하여 포스팅하기도 했다.
[(사진) (사진) (사진)] [방청 왔는데 뜬금없이 역조공 받으뮤ㅠㅠㅠㅠㅠㅠㅠ 오늘 무슨 날이냐고 했는데 단오날이라 수리취떡 준비했대······ 진짜 우리애들이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착하고 사랑스러워··· 이런 아이돌이 어디있냐거진짜ㅠㅠㅠㅠㅠㅠ하아 호들갑 떠는거 싫어하는데 오늘은 세상 주접이란 주접은 다 떨거임 으앙 떡 너무맛있언아란ㅇㄹㄴㅇㅍㅇㄹㅍ]뜬금없는 역조공 인증에, 방청에 가지 못한 팬들은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스마트폰 키보드를 두들겨야 했다.
[아니······아니잠깐만요ㅠㅠㅠㅠㅠ뭔데이거] [미친;;;;칠린이들이 떡을 돌렸다고!?!?!?] [하아ㅏㅏㅏㅏㅏ진짜 덕계못이란 말이 너무 미워ㅠㅠㅠ] [나도!!! 나도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ㅁㅊ국화문양찍어놓은거봐ㅠㅠㅠㅠㅈㄴ고양이발자국같음너무귀여워] [그와중에 엽서랑 손편지도 동봉함ㅠㅠㅠㅠㅠ음방 방청 역조공치고 너무 혜자인거 아냐?] [ㅎㅏ 오늘 단오인거 보고 뭔가 쌔하다 싶었는데] [그 누구보다 절기에 진심인 아이돌이라는 걸 미리 캐치했어야 했다고···] [모르겠고 나도 그냥 떡집에서 수리취떡이나 사먹기로 했다·········] [나두··· 그냥 칠린이들이 줬다고 생각할래,,, 내가 그렇다면 그런거야.,,,] [그래에··· 우리 같이 원효대사 수리취떡이나 먹자ㅠㅠㅠㅅㅂ] [역조공 받은분들 사진좀 더 주세요ㅠㅠㅠ제발] [진짜 앞으로 맨날맨날 방청 신청해야지 온 가족 명의 다 끌어다가 신청하고 신청하고 또 신청할거야 나 진짜 흑화함]미처 방청을 가지 못한 팬들의 질투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제는 MC 보는 것에도 꽤나 능숙해진 신인배우 정무가 마이크를 잡고 진행 멘트를 치기 시작했다.
“우주의 모든 음악! [M Planet>, 혜윤씨! 벌써 6월이에요~”
“우와, 어쩐지 덥다 싶더라니이~”
“과일향 나는 트로피컬 팝의 계절답게, 오늘도 청량청량한 노래들이 바구니 가득! 준비되어 있는데요~”
능숙하게 멘트를 소화한 뒤, 정무는 7IN의 대기실에 찾아와 소년들과 짤막한 인사를 나눴다.
“오, 쩡무~”
“형들, 오늘 후속곡 하는 날이더라?”
“응, 오늘부터 후속곡 활동이야.”
“잘 해, 응원할게.”
“그래 이 귀여운 놈아! 쩡무 너 떡 좋아하냐?”
“떡? 무슨 떡? 난 꿀떡은 좋아하는데···.”
“수리취떡이라고, 이게 어제 군자랑 다같이 만든 건데.”
“수리취? 으윽, 쓴 냄새 나는데.”
“으이그, 이 초딩입맛. 한번 잡솨 보라고.”
“으으으···.”
정무는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수리취떡을 오물거리며 애써 엄지를 추켜세워 보였다. 그런 정무를 보며 일곱 소년들이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하핫, 정무는 꿀떡이 좋은가봐~”
“으으··· 아냐, 맛있어···.”
“하하하, 정무야! 인상을 찌푸리니 이마에 무언가가 왔다갔다 하는구나. 이것이 대관절 무엇인···.”
“안 돼! 군자 형, 이거 보형물 보형물!”
“으음!?”
소란스러운 정무와의 인사를 마친 뒤, 이제 소년들이 무대에 오를 차례가 됐다.
“이제 준비하자.”
“오케이, 가보자고!”
남은 떡까지 야무지게 해치우고 난 뒤, 일곱 소년들은 [M Planet>의 백스테이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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