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25)
#225
뜻밖의 응원
[ㅁㅊ지금 엠플 방청중인데 단오특집이라고 아이돌들 양궁하는데 군자랑 보배랑 붙었음!!!!!!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분위기 올림픽ㅋㅋㅋㅋㅋ]현장 방청객들의 SNS 포스팅으로 인해 유군자 vs 윤보배의 양궁 대결은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방청권 획득에 실패하여 집에서 [M Planet>을 시청하던 시청자들은 아쉬움에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아닠ㅋㅋㅋㅋ엠플 오늘 작정한거야?] [칠린이들 역조공부터 양궁대결까지 진짜 칠링즈 입장에선 개쌉혜자 방청이네ㅠㅠㅠㅠㅠㅠㅎㅏ이건 계 탄 정도가 아니다··· 오늘 방청간사람들은 걍 로또 한방씩 맞은거ㅠㅠㅠㅠ] [나도 방청중인데 아까까진 씨름이엇듬ㅋㅋㅋㅋ혁이옵이 아이돌들 싹 정리하고 우승 트로피 머금ㅋㅋㅋㅋㅋㅋ] [ㄴ방청갔어? 개부러뷰ㅠㅠㅠㅠㅠㅠ] [아니 차인혁이 씨름하는거 너무 시작부터 반칙 아니냐곸ㅋㅋㅋ] [그럼 유군자가 양궁하는것도 반칙이지ㅋㅋㅋㅋㅋ] [에이 그건아니지 보배는 국대상비군이었음;] [군자가 아무리 잘 쏜다고 해도 보배가 더 잘하지 않을까ㅠㅠ 보배는 진짜 양궁선수였잖아] [근데 군자도 아육시때 보니까 혼자 엄청 멀리서 다 가운데 맞추던데ㅋㅋㅋㅋ 또 몰라 군자가 이길지도] [ㄴ다들농담이지? 말이되는소릴해; 우리나라 양궁 얼마나 빡센지 몰름?] [ㄴ내말잌ㅋㅋㅋ유군자는 퓨어 아이돌이고 보배는 선수출신이자나] [군자가 보배보다 잘쏘면 당장 선수촌 입소해야지] [ㅋㅋㅋㅋㅋ암튼 ㅈㄹ재밌겠다 그냥 방청간 사람들 부럽다] [실시간 중계좀 해줘ㅠㅠㅠㅠㅎㅏ 이 개꿀잼 방청을 놓치네 진짜 덕질인생 서럽다 서러워] [ㅋㅋㅋㅋㅋ오오 보배언니 활시위 체크중 존멋] [아앜 나도 보고싶다고아ㅏㅏㅏㅏ] [누가 트위티로 텍스트중계라도 좀 ㅠㅠㅠㅠㅠ]가벼운 이벤트로 시작한 양궁이었지만, 군자와 보배가 활을 잡자 현장의 분위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보배는 아육대에서도 활 안 쏘지 않았어?”
“그치, 자기가 나가면 반칙이라고 그냥 포기했었잖아.”
“근데 오늘은 그냥 할건가 봐···.”
“이건 그냥 이벤트니까 뭐.”
“근데 어째 표정은 더 진지한 것 같은데?”
“으으, 뭔가 살벌하네. 쟤네 눈 한번을 안 마주친다.”
“아니 단오 특집 이벤트라며··· 이건 그냥 올림픽이잖아?”
다행히도, 살벌한 분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군자, 보배와 팀을 이룬 팀메이트들은 영락없는 양궁 초보 아이돌들이었으니까.
“아, 하현재 선수 3점··· 아쉽습니다아··· 하지만 쏘고 나서 보여준 애교 스킬만큼은 10점 만점에 10점이에요~”
“그쵸! 현재 씨는 표정을 너무 잘 쓰셔서 저희 여자 아이돌들도 항상 참고한다구요~”
“다음으로 조윤 씨··· 아앗, 4점 나왔어요! 그래도 현재 씨보다는 1점 더 높네요~”
그러나 동료들이 낮은 점수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군자와 보배의 표정은 흐트러짐이 없었다.
태애앵—.
활시위의 장력을 가볍게 확인하며, 군자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참으로 잘 만들어진 활이로다.”
과거엔 각궁(角弓)을 애용하던 군자였으나 이젠 현대의 양궁도 제법 손에 익었다.
만져 볼수록, 화살을 쏘아 볼수록 양궁은 참으로 신비한 물건이었다.
이 적당한 무게감, 놀라운 균형 감각, 사출을 위한 다양한 보조 장치. 현대의 궁사(弓師)들이 전세계를 제패한 이유도 이 정밀한 양궁을 그 누구보다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결국 활의 근본은 활시위와 화살이다. 거기에 뛰어난 집중력만 갖춰진다면, 번잡스러운 보조장치 하나 없이도 사냥감의 미간을 꿰뚫을 수 있는 것이 조선의 신궁들이었다.
동년배 중 으뜸이었다는 군자의 발언은 결코 허풍이 아니었다. 한참 나이가 많은 웃어른들과 활솜씨를 겨뤄도, 언제나 과녁의 중앙을 꿰뚫는 것은 군자의 화살이었다.
“후우—.”
가볍게 숨을 고르며, 군자는 맞은편의 보배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보배 역시 자신만의 루틴으로 차분하게 활을 점검하며 첫 화살을 쏘아 보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저 분이 현대의 궁사(弓師)렷다.
이야기를 들어서 아는 것이 아니다.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세상과 단절된 듯 자신의 호흡을 가져가는 모습은, 군자가 아는 일류 궁사의 그것과 다름이 없었다.
“흥미롭구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 군자의 가슴 속엔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토록 뛰어난 활잡이와 자웅을 겨뤄 보는 것이 얼마 만이던가!
그 때, 활 체크를 마친 보배가 군자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
“군자 씨, 우리 올림픽 기준에서 쏘죠.”
“거리를 벌리자는 말이시오?”
“네. 문제 있나요?”
보배의 말에 군자는 고개를 가로저어 보이며 싱긋 웃었다.
“문제 될 것 없소. 활은 애초에 멀리 있는 표적을 맞추기 위해 고안된 물건이니. 표적이 가까워지는 것은 문제가 되어도, 멀어지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
“···그래요, 그럼.”
군자의 쿨한 동의에, 보배 역시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진행요원에게 다가가 무언가를 말했다. 보배의 말을 들은 진행요원이 과녁과 사수 사이의 거리를 재조정했다.
이제 두 사람과 과녁 사이의 거리는 올림픽 본선 기준인 약 70m로 맞춰졌다.
모두가 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가운데, 마침내 보배가 첫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쐐애애액, 퍼어억—.
숨 돌릴 틈도 없이 빠른 호흡으로 날아간 화살이 과녁의 정중앙에 꽂혔다. 화살을 놓자 마자 관중(貫中)을 예상했다는 듯, 보배의 표정에는 흔들림 하나 없었다.
“시, 십 점! 바이올렛의 윤보배 선수, 첫 화살부터 시원하게 중앙 맞췄어요!”
“역시 양궁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 활 당기는 모습부터 너무 너무 멋진데요~”
관객들의 낮은 탄성이 지나간 뒤, 이번엔 군자가 화살을 잡았다.
[아육시>에서 쏘았던 거리보다 20m 가량이 더 먼 위치, 그러나 목표물을 조준하는 군자의 동작에 망설임은 없었다.힘차게 당긴 활시위를 놓자 마자, 군자의 화살은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과녁을 향해 날았다.
쐐애애애액, 퍼어어어억—!!
“또, 또 10점입니다아아—!! 보배 씨에 이어 유군자 씨도 10점! 우와, 우와, 뭐죠 이거!?”
“정무 씨이, 저 갑자기 너무 긴장되는데요—!? 누굴 응원해야 하죠!?”
음악방송 특유의 호들갑스러운 멘트에도 분위기는 갈수록 진지해져 갔다. 함께 팀원으로 나온 동료들은 계속해서 인간적인 실력을 보였으나, 군자와 보배 두 사람이 사로(射路)에 들어선 순간만큼은 모두가 숨을 죽였다.
쐐애액, 퍼억—.
쐐애애액, 퍼어억—!!
“또 또 10점! 두 사람 모두 10점입니다! 팀원들이 트롤링을 하는 와중에도 꿋꿋하게 과녁의 정중앙 맞추는 유군자, 윤보배 씨!”
“너무 대단해요~ 정무 씨, 꼭 올림픽 양궁 보는 기분인데요~”
다른 팀원들이 필사적인 자강두천을 벌이고 있는 동안, 군자와 보배의 천상계 신궁대전도 이어졌다. 덕분에 스코어의 균형은 쉽게 무너지지 않으며 평행선을 달리는 중이었다.
“유군자 씨, 10점!”
“윤보배 씨도 이어서 10점입니다!”
“또 10점 쏘는 두 사람! 이거 오늘 안으로 승부 나긴 나는 건가요~?”
네 번째 화살을 시위에 걸어 당기며, 윤보배는 군자의 얼굴을 흘끗 바라보았다. 이미 세 번의 10점을 기록한 뒤였음에도 군자의 얼굴에선 뿌듯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단한데···.’
솔직히 군자가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이제 윤보배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유군자는 양궁을 잘한다. ‘아이돌 치고’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낸 윤보배를 위협할 정도로 활을 잘 쏜다.
이젠 윤보배도 긴장해야 했다. 여기서 실수라도 했다간 정말 유군자에게 질지도 모르니까.
“후우—.”
길게 심호흡을 하며, 윤보배가 네 번째 활시위를 당겼다. 흐트러짐 없는 루틴으로 쏘아 보낸 화살은 이번에도 과녁의 중앙에 명중했다.
“이얍—!!”
10점을 기록한 윤보배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며 환호성을 질렀다.
“꺄아악—.”
“잘했어, 보배!”
“이제 한 발만 더 잘 쏘면 우리가 이겨!”
“울 보배 언니, 너무 너무 멋지다아—.”
바이올렛 동료들은 보배를 끌어안으며 기뻐했으나 정작 보배는 스스로의 모습에 놀라고 말았다.
···내가, 선수도 아닌 일반인이랑 대결하면서 세레모니를 했다고?
그러나 군자는 보배와 달리 아직도 차분한 모습이었다.
쐐애애액, 퍼어어어어억—!!
군자가 네 번째로 쏘아 보낸 화살 역시 과녁 한가운데에 맞았다. MC들은 탄성을 지르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군자는 놀라울 것도 없다는 듯 차분하게 자리에 앉아 활을 정비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군자를 보니, 벌컥 환호성을 지른 자신이 더욱 부끄러워지는 보배였다.
“으으, 내가 무슨 짓을···.”
이제 7IN과 바이올렛, 두 팀에게 남은 것은 오직 마지막 화살 하나 뿐.
먼저 사로에 오른 것은 7IN의 양궁 멤버인 유찬과 현재였다.
쐐애액, 퍼억—.
“아아, 마지막 순간에 삐끗하며 각각 4점, 5점 기록하는 유찬 씨와 현재 씨입니다!”
“그래도 5점 이상은 계속 쏴 줬는데, 마지막에 너무 아쉬운데요~”
긴장한 유찬과 현재가 낮은 점수를 기록한 가운데, 다음으로 사로에 오른 바이올렛의 조윤과 현지가 모두 6점을 쏘았다. 그 결과, 마침내 바이올렛이 7IN을 1점 차로 앞서며 리드를 잡는 데에 성공했다.
“오오오, 마지막에 6점 쏘는 조윤 씨, 현지 씨! 막판이 돼서야 감을 잡으셨나 봐요~”
“이제 역전이에요! 이렇게 되면 마지막 사수가 너무 너무 중요해지는데요~”
긴박감 넘치는 순간, 팀 7IN 멤버 중 마지막으로 사로에 오른 것은 군자였다.
“후우우—.”
이번만큼은 군자도 약간 긴장이 된다는 듯 큰 호흡을 내뱉으며 심신을 안정시키는 모습이었다. 맞은편의 보배 역시 그런 군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절대로 쉽지 않을걸.’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군자의 기분을 잘 아는 보배였다.
양궁에서, ‘잘 쏴야 한다’는 압박감보다 무서운 건 없다. 대항전으로 펼쳐지는 양궁 경기이지만, 사실 가장 큰 적은 점점 자신을 옥죄어 오는 긴장이었다.
보배가 끝내 정식 국가대표가 될 수 없었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마지막 순간 찾아오는 그 압박감에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픈 기억을 곱씹으며 보배는 군자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무조건 10점을 쏘아야 승리를 바라볼 수 있는 상황. 게다가 악재는 또 있었다.
“유군자, 널 사랑해~ 널 너무 너무 사-랑-해에~”
7IN의 동료 멤버 권태웅과 차인혁이, 사로 옆에서 군자를 응원하는 걸그룹 댄스를 추기 시작한 것.
거대한 근육이 귀엽게 약동하는 그 모습에 많은 아이돌들이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몇몇 여자 아이돌들은 꺄르르 웃으며 그 안무를 따라하기도 했다.
‘이건··· 이건 집중력이 깨질 수밖에 없다.’
근육맨들의 걸그룹 댄스는 보배의 눈에도 확실하게 각인됐다. 탄탄한 장딴지와 태평양 같은 어깨가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보배는 확신했다.
유군자는 절대로 10점을 쏠 수 없다.
저런 더러운 걸 보고서도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건 이미 인간이 아니라 신선이잖아.
그러나 군자는 그 숭한 풍경을 보고서도 그저 허허 웃을 뿐이었다.
“후후, 동료들의 응원을 받으니 힘이 나는구나.”
마침내, 군자가 다섯 번째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