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29)
#229
이미 정해진 답
현대 연예계 생활 2년 차, 그 동안 군자는 많은 것을 배우며 성장해 왔다.
대부분이 즐겁고 신기한 것들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꼭 모든 가르침이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때때로 군자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으며, 그럴 때마다 씁쓸한 미소를 지어야 했다.
연예부 기자들의 만행이 그 대표적인 예. 기자(記者)라면 무언가를 기록하고 전파하여 대중의 알 권리를 수호하는 이들이라고 생각한 군자였지만, 이들의 실제 행동은 종종 이로움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다.
흔히 ‘기레기’라 불리우는 이들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그들의 발언을 호도하며, 때로는 현실을 왜곡한 보도로 대중들에게 자극적인 혼란을 선사하곤 했다.
‘기레기’들이 만들어 내는 자극은 꽤나 중독성이 있어, 많은 대중들이 그것을 스스럼없이 즐겼다. 그러나 많은 연예인들이 그로 인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아 왔다.
그렇기에 서은우 팀장과 이용중 실장 역시 7IN 멤버들에게 항상 신신당부했다.
기자들이 물고 늘어질 떡밥을 주지 말라고. 논란 만들기에 혈안이 된 자들이니, 애초에 아무런 빌미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군자는 통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응당 공생관계를 구축해야 마땅할 기자와 연예인 사이에 어찌 이러한 반목이 생기는 것인가. 이는 필시 직업의식을 상실한 몇몇 ‘기레기’들의 만행 때문일 터.
안타까운 마음에 들어올린 붓은 거침없이 새로운 시를 써 내려갔다.
欺來企索奇頭癩 (기래기색기두라)
속임수 쓰는 무리들이 몰려와 기이한 것을 찾으니 머리에 병이 난다.
想勞無恣識頭癩 (상노무자식두라)
생각도 없고, 노동도 하지 않으며, 지식은 우스이 여기니 머리가 지끈지끈하구나.
嗾作叱否拷萬淮 (주작질좀고만회)
남을 부추기는 그 행태를 꾸짖고, 틀에 묶어 일만 번 회초리를 가해야 마땅하니.
利納分索技頭邏 (이납분색기두라)
취한 이득을 나누어 가지고, 올바른 재주를 찾아야 내 두통도 나을 것 같구나.
“크흐음—.”
한시를 지어 보았으나 울적한 마음은 쉬이 달래지지 않았다. 그 동안 기레기의 만행에 피해를 받은 수많은 선배들을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적개심이 피어오르는 군자였다.
그러나 적개심은 적개심이고, 기자회견은 기자회견.
군자를 사랑하는 수많은 팬들을 위해서라도, 기자회견장에서는 언행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컨퍼런스 홀 단상에 올라가기 직전까지, 서은우 팀장은 군자에게 당부하고 또 당부했다.
“기자들은 군자 씨가 어떤 말이든 하도록 유도할 겁니다. 특히 예민한 문제를 건드리는 기자들도 있을 거고요.”
“예, 팀장님.”
“확실한 건에 대해서는 대답을 하셔도 좋지만, 애매한 문제는 피해 가셔야 합니다. ‘이 자리에서 대답할 수 없다’, ‘회사와 논의 후 결정된 사안을 말씀드리겠다’ 정도가 좋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군자는 입술을 앙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는 대답을 보류하라는 말씀이시구나.
군자에겐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이제는 현대 문물에도 거의 완벽하게 적응했으며, 돌발 상황에도 충분히 대응할 만한 임기응변 능력을 갖춘 군자였으니.
그런 서은우 팀장의 믿음에 대답하듯, 기자회견은 매끄럽게 진행됐다.
다행히도, 과반수 이상의 기자들이 7IN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종종 터져 나오는 다소 예민한 질문에도, 군자는 능수능란하게 답변하며 논란의 여지를 만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군 문제에 대한 질문이 튀어나온 것이다.
‘혹시 군 면제를 노리고 올림픽 국가대표에 도전하는 것이냐’는 도발적인 질문.
군 복무는 남자 아이돌들에겐 뗄래야 땔 수 없는 문제였다.
그 동안 멋진 행보로 칭송받던 아이돌들도, 군 문제 앞에서 주춤거리는 순간 대중적인 이미지는 하락하기 시작한다. 반대로 웬만한 메달리스트보다 더 많은 국위선양을 해 온 그룹 루나틱은 논란 없이 깔끔한 동반입대로 대중들의 칭송을 받기도 했다.
물론 군자가 실제로 올림픽 대표로 선발되어 메달리스트가 될 것이라 생각한 기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올림픽 메달과 병역 혜택을 엮어 던진 기자의 질문은 실로 교묘하기 그지없었다.
질문이 나온 순간 서은우 팀장의 동공이 좌우로 흔들렸다.
이 질문에는 긍정도, 부정도 해선 안된다. 적어도 군대에 관해서는 그 어떤 확답도 하지 않는 것이 맞다. ‘가야 한다면’ 가는 것이 맞지만, 정당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그것을 마다하는 것 또한 말이 안 되는 일이니.
당장이라도 발언권을 넘겨받아 대신 대답하고 싶은 서은우 팀장이었으나 그 또한 여의치 않았다. 지금까지 모든 질문에 프로페셔널하게 대답해 온 군자였기에, 하필 군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온 순간 발언권을 넘겨받는 것도 모양이 좋지 않았다.
서은우 팀장은 그저 초조한 표정으로 군자를 지켜볼 뿐이었다.
조금 어리숙한 면이 있긴 하지만, 군자는 기본적으로 아주 똑똑한 청년이다.
기자회견을 하기 전, 분명히 당부의 말을 전했다. 답이 명확한 질문에는 대답을 해도 좋지만, 애매한 질문은 대답을 하지 말고 답변을 보류하라고.
그 사실을 기억한다면, 분명 이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서은우 팀장이었으나, 군자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아니요, 병역 혜택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는 군자의 목소리는 그 어떤 순간보다 명료했다.
똑 부러지는 시선은 질문을 던진 기자를 향했으며, 좋은 발성의 낭창한 목소리는 컨퍼런스 홀에 깔끔하게 울렸다.
순간 그 기세에 눌린 듯 어깨를 움츠린 기자였지만, 기회를 잡았다는 듯한 미소는 가시지 않았다.
“아하, 그렇군요.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하는 건 아니라는 말씀이시군요?”
“예.”
“그렇다면, 유군자 씨는 언젠가 ‘반드시’ 군 복무를 이행할 계획이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분명한 의도가 있는 질문. 기자는 군자에게 덫을 놓았다. 언젠가 병역 문제가 생긴다면, 이 순간의 답변이 군자 본인을 옭아맬 것이다.
그러나 군자는 이번에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명확하게 대답했다.
“예.”
“!”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남자로서, 제게 주어진 병역의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할 생각입니다.”
“군자 씨가 알지 모르겠지만, 편법을 통해 병역 혜택을 받으려는 움직임도 많은데요···.”
“저와는 무관한 일입니다. 저는 병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법을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기자회견장의 시선은 모두 군자와 ‘그 기자’에게로 쏠려 있었다. 서은우 팀장의 입술은 보랏빛이 되었지만,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젠 군자의 발언을 막고 기자회견을 종료하는 것이 더 이상한 모양새가 되어 버렸으니까.
드디어 자극적인 기사를 쓸 건덕지를 만들어 냈다는 듯, 기자는 실실 웃으며 질문을 이어 나갔다.
“단호하게 대답하셔서 놀랐습니다. 보통은 어떻게든 안 가려고 하거나, 혜택을 받기 위해서 노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나 군자에겐 놀라울 것이 없는 대답이었다.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궁을 하는 것이냐니.
다양한 질문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실로 으뜸으로 꼽을 만큼 멍청한 질문이구나.
우매한 질문임과 동시에, 모든 질문 중에서도 가장 명료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었다.
군자의 도전은 병역 혜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 비슷한 생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
답이 정해진 질문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대답해도 된다고 하셨었지.
그렇기에 군자는 대답을 망설이지 않았다.
“기자님의 질문이 이해되지 않습니다. 병역 혜택을 받기 위해 노력을 하다니요. 혜택이란 공훈을 세우거나 자격이 있는 자들에게 자연스레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까?”
“하하, 뭐 원래는 그렇습니다만 보통은 군대 안 가려고 온갖 노력을 하는 것이···.”
“흐음, 아무래도 제가 아는 보통은 기자님의 보통과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인 루나틱의 리온 형님께서는 동료들과 함께 자원 입대하셨습니다. 국위선양을 이유로 병역 혜택을 주자는 움직임도 있었습니다만, 당연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당연한 선택을 하신 겁니다. 그것이 제가 아는 보통이며, 본받고픈 모습입니다.”
“그, 뭐··· 예, 루나틱은 그렇긴 했죠, 하하.”
이제는 오히려 질문을 던진 기자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군자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저도 기자님께 묻고 싶습니다.”
“?”
“만약 기자님께서 스무 살로 돌아가신다면,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시겠습니까?”
“어··· 예?”
“그것이 기자님이 아는 보통이라 하시기에.”
“어어, 그게···.”
군자의 질문에 허를 찔린 듯, 기자는 한참 동안이나 대답하지 못하며 말끝을 흐렸다. 가라앉은 눈빛으로 기자를 바라보던 군자는 이내 활짝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
“군대를 가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니요, 기자님께서 그럴 리가 없지요. 안 그렇습니까, 하하.”
“···그, 뭐 그렇죠, 하핫—.”
어느새 진땀이 송골송골 맺힌 이마를 닦으며 기자는 애써 군자를 따라 웃었다.
꼬투리를 잡기 위해 민감한 질문을 던진 기자였으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군자의 태도가 분위기를 바꿔 놓았다.
다른 기자들 역시 숨을 죽이며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었다.
“와, 군자 뭐야···.”
“맨날 허허 웃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쟤 은근히 기 세다.”
“그니까요. 아이돌이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똑 부러지게 기자 멕이는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요.”
“아, 근데 난 오히려 좋아. 좀 통쾌하기까지 한데?”
“저두요. 에휴, 저렇게 대놓고 어그로 질문을 하니까 우리가 기레기 소리를 듣지···.”
“누가 아니래냐.”
“그나저나, 군자 되게 단호하네요. 군대 질문은 소속사에서도 조심시켰을 것 같은데.”
“그러게. 기자회견에서 저렇게 똑 부러지게 말했다는 건, 군 문제로 잡음 만들 생각 1도 없다는 거 아냐?”
“흐음, 저 분이 솔라시스템 서 팀장님 맞죠? 안색이 별로 안 좋으신데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갈 때 가더라도, 회사 입장에서는 군 문제만큼은 최대한 모호하게 하고 싶었을 테니까.”
“군자가 의외로 상남자였네요.”
기자들의 말처럼 서은우 팀장은 이미 사색이 되어 있었다.
잠시 주어진 쉬는시간 동안, 서은우 팀장은 군자를 급하게 불러들였다.
“하아, 유군자 씨···.”
“예, 팀장님.”
“제가 분명히 애매한 질문에 대해서는 답을 피하라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서은우 팀장의 목소리엔 약간의 노기가 어려 있었다. 그러나 군자는 여전히 서은우 팀장의 발언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모습이었다.
“예, 하지만 애매한 질문이 없었습니다.”
“저는 지금 마지막 질문에 대해 말하는 겁니다.”
“그 질문이야말로 가장 명료한 답이 정해진 것 아니었습니까?”
“뭐라고요?”
“팀장님, 저는 편법으로 병역 의무를 피해 갈 생각 없습니다. 시기를 늦출 수는 있을지언정, 제게 주어진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겁니다.”
대쪽 같은 군자의 태도에, 서은우 팀장은 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군자 씨, 팬들 생각은 안 하는 겁니까?”
“그 말씀은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예?”
“편법으로 병역 의무를 회피하는 비열한 모습을, 제 팬들이 좋아하겠습니까?”
“!”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