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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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자 등장
검을 고쳐잡자 마자 군자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손에 들린 것은 우스꽝스러운 장난감 칼이었지만, 그 장난감 칼이 진검으로 보일 만큼 단숨에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팀원들이 침을 꿀꺽 삼킬 정도로.
“아니, 쟤 검무도 할 줄 안다고?”
“···그런가 봐요···.”
모두 놀란 눈치였지만, 군자에게 검은 꽤나 친근한 물건이었다.
문원 유씨 가문은 문무(文武) 겸비를 덕목으로 여겼다.
기억조차 없는 어린 시절부터 검을 잡았다. 춤을 출 때 그의 발놀림이 유난히 가볍고 힘있는 것도, 검을 익히며 탄탄히 다져 온 보법 덕분이었다.
검이란 언제 잡아도 무서운 물건이었다.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해칠 수도 있었으니. 그러나 한편으로는 흥미로운 물건이기도 했다.
언제든 사람을 벨 수 있는 이 흉폭한 물건을 들고, 누구보다 부드럽고 우아한 움직임으로 춤을 춘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 대비는 분명 관객들을 즐겁게 할 터.
저잣거리의 광대들이 군자의 생각을 증명해 주었다. 외줄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곡예를 부리며 단도를 휘두르던 광대들.
손에서 손으로, 또 손에서 입으로, 때로는 둘이서 주고 받으며. 허공을 오가는 칼에, 관객들은 탄성을 내질렀다.
그 때부터 군자도 칼을 들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가검으로 짚단을 내려치다가도, 스승님이 보이지 않을 때엔 몰래 검무(劍舞)를 연습했다. 보름달을 조명 삼아, 바닥의 물웅덩이를 거울 삼아.
물론 숙부에게 들키기라도 하는 날엔 모진 회초리질을 피할 수 없었지만.
그 덕에, 칼을 들고 춤을 췄던 그 날의 기억들은 군자의 머릿속에 너무도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사아악-.
처음은 우아하게, 마치 무용을 하듯 팔다리를 움직이며 검으로 허공을 베어 낸다.
마치 보이지 않는 실을 한 가닥 한 가닥 베어 내는 것처럼, 검이 공기 중을 유영하며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그 유려한 움직임이 보는 이들을 홀리게 만들었다. 동료들은 어느 샌가 군자의 움직임에 푹 빠져들어 있었다.
“···와아···.”
“뭐야 이거···.”
움직임은 점점 빠르고 격정적으로 변해 갔다. 고양이처럼 사뿐사뿐 바닥을 밟던 두 발이 강하게 바닥을 박찼다.
한 순간 공중으로 뛰어올랐다가, 수직의 검로를 그리며 사뿐히 내려앉았다가. 격한 동작 뒤엔 다시 우아한 움직임으로 자세를 정리한 뒤, 다시 한번 템포를 끌어올린다.
휘리릭, 휘리리릭-.
손목과 어깨를 이용한 칼 돌리기. 장난감 칼이 현란하게 허공을 돌며 눈을 어지럽게 했다. 다섯 명의 팀원들은 마치 강아지 형제처럼 고개를 빙글빙글 돌리며 그 움직임을 따랐다.
정신없이 칼을 돌리며 공기 중에 칼자국을 낸 뒤, 이번엔 펄쩍 뛰어올라 공중제비까지 돈다. 탄력 있는 움직임으로 연속 측면 덤블링, 그 다음은 한 손에 칼, 한 손에 칼집을 들고 이도류를 사용하듯 회전하며 검격을 날린다.
모든 동작에는 막힘이 없었으며, 하나 하나가 부드럽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만큼은, 팀 미션 생각조차 나지 않을 정도였다.
마침내 군자의 검무가 절정으로 치달았다. 양 손을 이용한 연속 베기 동작, 그리고 허공으로 뛰어오르며 공중회전과 동시에 수직 내려치기.
“후우-.”
바닥에 착지한 뒤엔, 직전의 맹렬한 기세가 거짓이었다는 듯 우아하게 검을 정리하여 검집에 밀어 넣었다.
오랜만이지만 여전히 모든 동작이 다 기억나는군.
새로운 몸이라 그런가, 100%의 기량은 발휘하지 못했지만.
그거야, 지금부터 발전시켜 나가면 될···.
그러나 군자가 생각을 정리하기도 전에, 동료들이 달려와 그를 덮쳤다.
“군자야아아아아—!!”
“형아아아—!! 이건 또 뭐임? 예!?”
“형, 형, 진짜 너무 멋진 거 아니에요?”
“너 대체 정체가 뭐야!? 이런 건 또 언제 배운 거냐고오오—!!”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차인혁조차, 군자의 검무에는 엄지손가락을 추켜 세웠다.
다행스런 일이었다. 검무가 고스란히 기억나는 것도, 동료들이 검무를 좋아해 주는 것도.
“잠깐만, 잠깐만요. 그럼 이제 검무 할 줄 아는 사람이 생긴 거잖아요.”
“그렇지?”
“그러면··· 이걸 아예 퍼포먼스에 응용해 보면 어때요?”
“군자 말대로, 진짜 칼로 칼군무를 해 보자?”
“네! 멋질 것 같지 않아요?”
하현재의 말에 모든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월광> 분위기나 주제에도 잘 맞고.”
“게다가 엄청 특별하잖아요.”
“맞아. [월광> 커버는 엄청 많아도, 아직 검무는 본 적 없어.”
“그럼 이번 경연 테마는 검무로 가는 걸로?”
“난 좋아.”
“저도 대찬성이요!”
“저, 저도 좋아요. 너무 좋아요.”
“···나도.”
이견 없이 의견이 모아진 가운데, 동료들의 시선이 다시 한번 군자에게로 향했다.
“근데 있잖아, 군자야.”
“음?”
“우리가 일주일 동안 매일 밤을 새고 연습을 해도, 방금 네가 보여준 그건 절대로 못 따라할 것 같거든?”
군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보름달이 서른 번이나 떠오르도록 연습하고 또 연습한 결과 만들어 낸 검무다. 일주일 안에 따라해 버린다면 아마 군자 쪽에서 오히려 자존심이 상했을 터.
“그래서 말인데, 그 검무를 간단하게, 임팩트 있게 새로 창작해야 할 것 같아.”
“창작···.”
“혹시 가능할까?”
“형, 안무 창작 해 보신 적 있어요?”
안무 창작이라.
저잣거리 무대에선 모든 것이 즉흥이고 창작이었다. 공연을 할 때마다 새로운 안무를 창작한 셈이다. 그러나 아이돌 안무를 만들어 본 적은 없다.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순간 망설인 군자였으나, 이내 입술을 앙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 볼게.”
“오오, 좋아요!”
난감한 임무가 나온 찰나, 검무라는 돌파구를 찾았다. 조장이라면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존재여야지.
대답과 동시에, 군자의 눈앞에 홀로그램이 퍼뜩 떠올랐다.
[새로운 임무.] [동료들과 함께할 안무를 창작해 보세요!] [보상 : 2포인트]어떻게든 안무 창작을 해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기존에 모아 두었던 1포인트에, 이 임무를 성공하면 추가로 2포인트. 3포인트라면, 노래든 춤이든 한 가지는 달인의 경지에 오를 수 있을 테다.
앞으로 일주일 간은 아마 잠 잘 시간도 없이 바쁘게 흘러가겠지.
어쩌면 이 보상을 사용할 적기일지도 모르겠구나.
[특별 업적 보상 : 숙면] [일주일 간 숙면할 수 있게 됩니다.] [최소한의 수면으로 최대한의 피로회복 효과를 누리세요!]아마 이 보상을 사용하면, 두세 시간 정도만 자도 100%의 체력으로 활동할 수 있을 것이다.
‘보상을 사용하겠다.’
마음 속으로 되뇌자, 상태창 속 문장이 사라지며 반딧불이 같은 형광색의 불빛이 군자의 몸 안으로 쑥 들어왔다. 확실히, 머리가 맑고 또렷해진 느낌이 들었다.
“좋아, 당장 오늘부터 창작을 시작해야겠다.”
“그래! 내일부턴 토할 때까지 연습해 보자!”
* * *
안무 창작을 하기 전, 먼저 회의를 통해 곡의 컨셉을 정하기로 했다.
이번 팀 미션 내내 비교적 조용했던 유찬이 조심스레 의견을 냈다.
“월광, 그리고 검무··· 폭군은 어때요?”
“폭군?”
“네. 달을 보고 미친 폭군이라는 컨셉으로요.”
“어? 좋은데?”
“[월광> 노래 자체도 미친 사랑에 대한 이야기잖아.”
“결국 그 집착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으니까.”
“오, 기유찬. 아이디어 좋은데?”
“헤헤.”
“그럼 역할 배분은 어떻게 하지?”
“군자가 미친 폭군 역할을 하고, 우리가 호위무사 역할 해야지.”
“!”
미친 폭군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에 군자가 흠칫 놀랐다.
선비라면 경세제민(經世濟民, 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함)을 목표로 살아가야 할진대, 그 정반대의 위치에 있는 폭군을 연기라하니.
아무리 공연이라도 그건 좀···.
“그치, 폭군은 군자가 해야지. 폭군자, 연산군자. 이름도 촥촥 감기잖아.”
“여, 연산군자라니! 말이 심한 것 아닌가.”
“형, 그래도 폭군 역할은 형아가 해 줘야 돼여. 제일 잘하자나.”
“크, 크흠.”
“맞아요 형. 솔직히 아까 검무 보고 너무 너무 놀랐어요. 진짜, 뭐랄까··· 좀 아름다웠다고요.”
극찬을 들은 군자의 귀가 새빨개졌다. 아니, 남사스럽게 아름답다고까지.
이렇게 칭찬을 들었으니, 또 안 한다고 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그럼 어쩔 수 없나.”
“좋아! 그럼 폭군은 군자로 결정!”
“지금부터 넌 폭군자다!”
컨셉과 역할을 결정하고 난 다음부턴, 본격적인 안무 창작에 돌입했다.
창작이라고 해도, 한 노래의 모든 안무를 전부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검무 부분만을 만드는 것이었으니 큰 부담은 없었다.
동료들의 말대로 어려운 동작은 제외하고, 간단하면서도 시각적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검무 동작으로 재구성했다.
핵심은 여섯 명이 대열을 갖추어 움직였을 때 멋이 나는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칼군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했다.
병서를 읽고 병법을 배운 것이 뜻밖의 도움이 됐다. 무리지어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병법의 기본 중 기본이니까.
하루 만에 빠르게 안무 창작을 끝낸 뒤, 바로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연습에 돌입했다.
‘검무는 시청자들도 알 수 없도록, 늦은 밤에만 연습하자’는 하현재의 의견에 따라 검무 연습은 매일 밤 12시 이후부터 시작했다.
동작의 난이도가 어렵지 않았기에, 숙지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V자 대형의 선두엔 동작의 수준이 가장 뛰어난 군자가, 그의 오른쪽엔 새롭게 팀이 된 차인혁이 배치됐다.
“인혁이 형이 덩치가 커서, 꼭 으뜸 호위무사 같잖아요.”
“맞아. 동작도 호쾌하고, 눈썹도 부리부리해서 딱 오른팔 위치에 잘 어울리네.”
“혁이 형, 그 자리 엄청 중요한 자리인 거 알죠?”
“으음.”
중책을 맡은 것이 내심 기쁘다는 듯, 인혁은 거대한 주먹을 꽉 쥐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주먹 졸라 크다···.”
“···난 인혁이 형이랑 친하게 지내야지···.”
열두 시부터 세 시 까지는 단체 검무 연습.
그리고 세 시부터 여섯 시 까지는 군자의 개인 트레이닝이 이어졌다.
군자가 선생이 되어, 매일 밤 다른 팀원을 훈련시키는 방식.
동료들은 군자의 체력을 걱정했으나, 놀랍게도 여섯 팀원 중 군자가 가장 쌩쌩했다. ‘숙면’ 아이템의 효과였다. 하루 단 두 시간만 자도, 평상시 이상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었으니.
모처럼 얻은 연습 시간인 만큼, 효율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사흘 째, 모든 멤버들이 검무를 완벽하게 숙지했다.
나흘 째, 디테일을 잡고 동선을 깔끔하게 만들기 위한 연습을 시작했다.
닷새 째, 검무의 완성도가 올라가자, 새로운 동작을 추가하기로 했다. 측면 공중제비를 도는 아크로바틱 동작. 이는 태웅과 유찬이 맡았다.
엿새 째, 부분 훈련을 끝내고 처음부터 끝까지 완곡을 반복하는 방식의 연습을 시작했다.
중간점검 직전, 검무의 완성도는 90% 이상까지 올라왔다. 이제는 실수를 하는 팀원도, 대열을 이탈하는 팀원도 없었다.
그 누구도 군자의 팀이 검무를 준비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마침내 일주일이 지났고.
1차 팀 미션의 중간점검 날이 밝았다.
중간점검 당일, 양정무의 팀은 미리 연습실에 자리를 잡고 퍼포먼스를 연습하고 있었다. 그들은 딱히 연막 작전을 펼칠 생각도 없다는 듯해 보였다.
군자의 팀이 연습실에 들어와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는 듯, 완곡 연습을 마친 뒤.
“어? 군자 씨네 팀이네.”
“···.”
“[월광>, 연습 많이 했어요?”
“···.”
“얼마나 참신하게 할지, 기대할게요.”
그렇게 말하며 양정무는 군자만 알아볼 수 있게 눈썹을 팔자로 만들며 조롱조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군자는 양정무의 눈만 보일 뿐이었다.
저렇게 눈을 수정해 놓으니, 눈썹과도 따로 노는 것 아닌가···.
안타까운지고.
뒤이어 트레이너 사단이 연습실로 들어왔다. 자리에 앉은 장민혁은, 두 팀의 무대가 기대된다는 듯 손바닥을 비비며 입을 열었다.
“스트레칭은 다 해 놨지?”
“넵!”
“목도 다 풀었고?”
“넵!”
“자, 그럼 한번 볼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