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30)
#230
다 이겨버리겠다
편법을 사용하여 병역 의무를 회피하는 모습을, 과연 팬들이 좋아해 줄까.
군자가 던진 질문에, 이번엔 서은우 팀장의 말문이 콱 막혔다.
“···그건···.”
“제가 어찌 팬 분들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겠습니까. 다만, 언제나 감사한 것이 있다면 팬분들께서 제 본연의 모습을 좋아해 주신다는 부분이었습니다.”
“···.”
“언제나 제가 추구해 오던 가치, 거짓된 삶을 살지 않는 것. 나라에 충성하며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 청빈한 삶을 유지하며, 항상 배움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 이러한 태도를 좋아해 주셨기에, 지금의 제가 이토록 과분한 대접을 받고 있다 생각합니다.”
반박할 말이 없다는 듯, 서은우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제가 편법을 사용한다면, 의무를 져버리고 충절(忠節)의 가치를 져버린다면··· 과연 그것이 팬들을 위한 행동일까요.”
“···.”
“물론 더 큰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회사의 입장에선 그런 선택이 더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순간 핵심을 관통당한 듯, 서은우 팀장의 가슴이 서늘해졌다.
거의 모든 순간 어리숙하고 순진한 군자였으나 때때로 군자가 내뱉는 문장은 본질을 꿰뚫을 때가 있었다.
“물론 팀장님의 입장도 이해합니다. 그러나 항상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우리의 의견을 가장 존중하시겠다고요.”
“···그랬었죠.”
“이게 제 의견입니다. 편법을 사용하여 의무를 회피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답지 않은 모습임은 물론이요, 제 팬 분들도 실망해 마지않으실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군자의 눈은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표정을 보니 서은우 팀장도 당해낼 수 없다는 듯 절로 한숨이 나왔다.
“후우—.”
기자회견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대쪽 같은 성정의 청년은, 앞으로도 편법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겠구나.
아티스트가 이토록 의지가 강하다면 서은우 팀장의 입장에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언제든 군대는 갈 거다. 그렇다면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것보다, 차라리 군자가 한 것처럼 명료하게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터.
“군자 씨의 뜻, 잘 알겠습니다. 내 생각이 짧았습니다.”
“···.”
“솔직히 인정하겠습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병역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래야 최대 이윤을 창출할 수 있으니까요.”
“···.”
“그러나 그게 군자 씨가 원하는 바가 아니라면··· 우리는 언제나 그랬듯, 소속 아티스트의 의견을 존중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서은우 팀장은 군자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군자는 서은우 팀장의 손을 덥석 잡았다.
“···?”
“그리고 이건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난 군자 씨가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예?”
“솔직히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병역 의무를 기피하고 싶어합니다. 어떤 구실이든 만들어, 최대한 군대를 가지 않으려 하거나 쉬운 길을 걸으려 하죠. 하지만 군자 씨는 그렇게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당연하다는 듯 의무를 받아들였습니다.”
“···.”
“소속사 직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남자로서, 그 태도는 참 멋지네요.”
서은우 팀장의 말에 무언가를 느낀 듯, 군자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팀장님···.”
“하하, 고맙다는 말은 안 해도—.”
“아니오, 조금 오그라듭니다···.”
“앗, 크흠.”
오그라든다는 말에 급하게 악수를 종료한 서은우 팀장은, 헛기침을 하며 군자에게 당부했다.
“하지만 딱딱해진 기자회견 분위기는 좀 풀어야 할 것 같습니다.”
“예.”
“물론 사악한 의도를 가진 기자에게 한 방 먹인 것은 통쾌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신인 아이돌이 기자와 대립하는 일은 흔치 않으니까요.”
“그렇습니까.”
“다시 회견이 시작되면, 어떤 방법으로든 분위기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야 할 텐데···.”
순간 군자의 머릿속에 하나의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팀장님, 제게 묘안이 있습니다.”
“묘안?”
“예. 바로 해학(諧謔)입니다.”
“해학? 유머를 말하는 겁니까?”
서은우 팀장의 질문에 군자가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머라, 분위기 푸는 데에 그만한 것도 없지만 서 팀장은 괜스레 불안했다.
이 잘생긴 청년에게, 분위기를 녹일 만큼의 유머 감각이 있나?
물론 종종 폭소를 유발하긴 했지만, 그것은 대부분 본인의 의도가 아니었을 텐데?
그러나 군자의 태도엔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걱정 마십시오 팀장님, 기가 막힌 유모어가 떠올라 버렸으니.”
“그, 그렇습니까?”
“아마 이 유모어를 들으면 기자 분들의 배꼽이 모두 빠져서 배꼽잔치를 열어야 할지도 모른답니다, 하하.”
그 괴상한 자신감이 어째 더 불안한 서은우 팀장이었다.
마침내 다시 시작한 기자회견, 군자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단상에 앉아 기자들을 돌아보았다.
“다시 한번 명확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입니다.”
“···.”
“워낙 중요한 사안인 만큼, 답변의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진 것에 대해 기자 여러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몇몇 기자들이 ‘괜찮다’고 말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서은우 팀장 역시 맹렬히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그래요, 이 정도면 됐습니다. 딱 이 정도 가벼운 사과로 분위기를 환기시키고, 계속해서 질문을 받으면 된단 말입니다.
그러나 군자의 몹쓸 유머감각은 자제라는 것을 몰랐다.
“그렇다면 제가 어째서 이토록 군대에 집착하는가?”
“···?”
“그것은 제가 언제나 가슴 가운데에 품고 다니는 것 때문입니다.”
그렇게 말하며 군자는 가슴 속에서 붓 한 자루를 꺼냈다. 갑자기 가슴팍에서 붓이 나오는 것도 어이가 없었지만, 이 상황에서 붓이라니. 당췌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일까.
기자들의 이목이 다시 한번 군자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언제나 제 마음 속 한가운데에 품고 다니는 붓입니다. 한자로는 필(筆), 붓 필 자를 써서 ‘필’이라 하지요.”
“···??”
“유군자는 항상 가슴 가운데에 ‘붓 필’을 품고 다닌다··· 군자의 가운데에 ‘필’을 품었다··· 그 말인즉슨···.”
회심의 한 방을 꺼내듯, 군자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붓을 몸의 중앙에 위치시키며 또박또박 말했다.
“군자의 가운데에 ‘필’, 그렇다면 군’필’자. 붓을 품은 군자는? 바로 군’필’자.”
“···??”
기어이 몹쓸 개그를 꺼낸 군자를 보며, 서은우 팀장은 다시 한번 사색이 됐다.
소신 넘치는 인터뷰라면 뭐 어떻게든 용서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 개그는 어떻게 용서해야 할지, 도무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이토록 군필자를 선망하는 저이거늘, 어찌 병역의 의무를 외면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하하핫.”
“···???”
“파하하하핫, 지화자 좋다—.”
그러나 군자 본인만큼은 스스로의 개그가 마음에 들었다는 듯, 박수까지 치며 파안대소했다. 그런 군자를 보며 기자들은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으로 부지런히 손가락을 놀렸다.
“···선배.”
“응.”
“군자도 모든 게 다 완벽하진 않은가 봐요···.”
“···으응···.”
“그래, 군자 너가 즐거우면 됐어···.”
* * *
[7IN 유군자, 기자회견장에서 양궁 국가대표팀 도전에 대한 자신의 소신 밝히다.] [“병역의 의무는 반드시 성실히 이행할 것” 이례적으로 명료하게 답변한 유군자, 대중은 박수갈채.] [선 넘는 유도심문, 어그로성 질문으로 얼룩진 기자회견··· 연예부 기자들의 윤리의식, 이대로 괜찮은가.] [유군자, “군자가 붓을 품으면 군필자” 몹쓸 개드립에 싸늘해진 기자회견장···.] [“잘 나가다가 군필자 드립이 웬 말?” 7IN 팬덤, 실망스러운 유군자의 유머 감각에 큰 한숨.]화제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팬 커뮤니티는 다시 한번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양한 질문이 빗발친 만큼, 사안에 대한 팬들의 반응도 다양했다.
[후우 기자회견 보면서 진짜 정병올뻔함] [기레기들 질문 수준뭔데진짴ㅋㅋㅋㅋ거기서 군대얘기가 왜나와] [ㄴ내말잌ㅋㅋㅋㅋ그저 군대얘기만 나오면 물어뜯을라고] [군대 질문 한 기자 신상 : XX데일리 김OO. 남돌 여돌 안 가리고 븅신같은 어그로 기사 쓰면서 조회수 빨아먹는 기레기 오브 기레기ㅇㅇ] [유명한 연예부 기자들도 걔 질문할땐 고개 절레절레 하더랔ㅋㅋㅋ기레기들 중에서도 졸라 독보적인 존재인듯] [그래도 우리 군자 넘 대단하지 않움?] [230618 유군자 기자회견 움짤.gif] [ㅁㅊ미모봐] [어뜨케 저런 개같은 질문 쏟아지는데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우아하게 역관광 때릴수 있지? 이럴때진짜 ㅈㄴ어른같아서 치임;;] [나직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혼낼때 개좋앜ㅋㅋㅋ나도 좀 혼내줬음 좋겠다] [기레기 어그로 끌라고 질문 던졌다가 본전도 못찾고 퇴각하는겈ㅋㅋㅋㅋ나중엔 눈 깔고 키보드만 두들기더라] [그래이제 세상이 바뀌었다곸ㅋㅋㅋ아이돌이라고 머 기자들한테 방글방글 웃으면서 예쁜 말만 해야함?] [ㅁㅈㅁㅈ타팬인데 나도 기자회견은 속이 뻥 뚫리더라] [근데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군필자 드립은 용납이 안됨]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그 부분은 나도 좀 그렇더라ㅅㅂㅋㅋㅋㅋㅋㅋ] [기자들 억텐으로 웃는거 보고 나도 대리수칰ㅋㅋㅋㅋㅋㅋ] [아니왴ㅋㅋㅋ나만 웃겼어? 난 그거 보고 감탄하면서 빵터졌는데] [나도 아침에 머리감다가 생각나서 샴푸 먹으면서 웃음ㅋㅋㅋㅋ] [군자 개그가 첨 들을때는 이게 먼 개소린가 싶은데 나중에 은은하게 떠오르면서 웃김] [그래도 난 용서가 안된다] [군자야 웃기는건 태웅이한테 맡기고 넌 그냥 잘생겨줘;;] [그나마 저렇게 생겼으니까 기소유예 뜬거지 다른애가 저 개그 했으면 바로 형사처벌ㅇㅇ] [ㅋㅋㅋㅋㅋ태생이 웃수저지만 본인이 수저를 들진 못하늨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그래 개그센스까지 있으면 그건 너무 사기캐잖아^^]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었으나, 마지막 몹쓸 개그만큼은 찐팬들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한 분위기였다. 다음 날, 사무실로 소환된 군자 역시 서은우 팀장의 잔소리 일장연설을 들어야 했다.
“유군자 씨, 그런 식의 개그는 회사 차원에서 용납할 수가 없습니다. 모름지기 유머란 타고난 센스를 바탕으로, 절묘한 타이밍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군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이런 절묘한 언어유희에 철퇴를 내리다니. 이는 필시 팀장님을 포함하여 온 세상이 내 유머감각을 질투하는 것이 분명하구나!
개그에 대한 지적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지만, 다음으로 이어진 일정 설명만큼은 야무지게 잘 챙겨 들었다.
일주일 후,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양궁 평가전에 군자도 참가한다.
국가대표 선발 포인트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처음으로 국가대표급 선수들과 겨루는 자리이며 인터넷방송 중계까지 따라붙을 예정이기에 그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 평가전에서 시원찮은 결과를 낸다면, 양궁 국가대표 도전은 어려울 겁니다.”
“네.”
“평가전이지만 그 본질은 결코 평가전일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대회라는 뜻입니다.”
“네.”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셨습니까?”
“물론입니다.”
망설임 없는 대답과 함께, 군자는 서은우 팀장을 보며 가볍게 웃었다.
“제가 다 이겨 버리면 된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