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31)
#231
이왕이면 꼭대기를 목표로
일주일 후,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양궁 평가전 당일.
진천 인근의 양궁 경기장엔 이른 아침부터 중계팀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일찍 대회장에 도착하여 경기를 준비하던 선수들도 꽤나 흥미롭다는 듯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한영이 형, 뭔 평가전 중계를 이렇게 화려하게 한대요?”
“아마 그 아이돌님 때문이겠지?”
“아 맞네, 이번에 그 분 온다고 했지.”
올해 스물 한 살로 군자와 동갑, 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젊은 궁사 김덕준의 표정엔 약간의 불만이 어려 있었다.
“형은 싫지도 않은가 보네요.”
“음?”
질문을 받은 궁사 고한영이 싱긋 웃었다.
“싫을 게 뭐가 있어. 걔 활 잘 쏘던데?”
3년 전 올림픽에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2023년 6월 기준 세계랭킹 1위. 명실상부 현 시점 대한민국 최강의 궁사는 고한영이었다.
“으으, 그래도 전 아이돌이 국가대표 하겠다는 건 좀···.”
“뭐 어때, 덕분에 평가전 중계 카메라도 받고 좋잖아. 전엔 평가전도 중계 좀 됐으면 좋겠다고 하지 않았어?”
“아니 뭐 그건 그렇긴 했는데.”
“거 봐.”
“흐으··· 몰라요. 그러게요, 나 되게 이중적이네.”
김덕준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본인의 이중성을 인정했다. 그런 김덕준을 보며, 고한영은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장난치듯 말했다.
“설마, 군자 씨한테 질까 봐 겁 먹은 건 아니지?”
“에? 제가요? 무슨 그런 섭섭한 말을 해요, 형.”
“하하, 해 본 소리야. 괜히 신경 쓰지 말고, 우리는 우리가 하던 대로 쏘면 돼. 알잖아, 어차피 잘 쏘는 사람이 국가대표 되는 거.”
“그렇겠죠? 막 아이돌 특혜라고, 그 분한테 국가대표 자격 주고 그러진 않겠죠?”
“글쎄, 그렇게 하면 더 큰 논란이 생기지 않을까? 아이돌들이 가장 싫어하는 게 논란이잖아.”
“쩝··· 모르겠다, 그냥 내 루틴대로 할래요.”
“그래, 다른 거 신경쓰지 마. 이번엔 나 한번 이겨 봐야지?”
“허어, 누가 들으면 내가 맨날 진 줄 알겠네! 작년 선수권대회에선 내가 이겼잖아요!”
와아아아아—.
그렇게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대회장 맞은편에서 커다란 환호성이 들려 왔다. 종종 고한영의 여성 팬들이 경기를 보러 오긴 했지만, 이만큼 큰 환호성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김덕준도 깜짝 놀라며 그 쪽을 쳐다보았다.
“까, 깜짝이야···.”
“그 분이 왔나 보네.”
고한영의 예상대로, 함성의 이유는 군자의 등장이었다. 대회장이 미어터질 것을 염려하여, 추첨으로 당첨된 소수의 팬들만 입장을 허락했으나 그 소수의 팬들이 만들어 내는 함성도 하늘을 찌를 듯 우렁찼다.
그 환호성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며, 훤칠한 실루엣이 고한영과 김덕준을 향해 걸어 오고 있었다.
가까워질수록 선명해지는 그 모습에 김덕준은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
“헐.”
감탄사도 나오지 않을 만큼 눈부신 외모. 고한영도 양궁 역사상 최고의 미남으로 손꼽히는 선수였지만, 김덕준이 보기에 군자는 수준이 달랐다.
“···나는 활 든 사람 중엔 형이 제일 잘생긴 줄 알았는데···.”
“엥?”
“사람이 저렇게 생길 수가 있구나···.”
“하하, 덕준아. 나 섭섭한데.”
길쭉한 보폭으로 두 사람을 향해 걸어온 군자는 예의바른 태도로 꾸벅 고개를 숙이며 활짝 웃었다.
“고한영 선수, 김덕준 선수. 반갑습니다.”
“어··· 우리를 알아요?”
“예, 물론입니다. 미리 공부했습니다. 앞으로 경쟁해야 할 선수들이니.”
‘경쟁’이라는 단어를 말하는 군자의 태도는 한없이 진중했다. 인사엔 예의가 가득했으나, 덕준은 군자의 안에 자리잡은 투쟁심을 언뜻 본 것 같았다.
그냥 예쁘기만 한 사람은 절대 아니구나.
말문이 막힌 덕준과 달리, 한영은 한결 편안한 태도로 군자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반가워요 군자 님. 근데 되게 일찍 왔네요?”
“네. 대회장을 미리 봐 두고 싶었습니다.”
“아하.”
“또, 집중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도 오늘은 오전부터 이 곳에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하, 맞아요. 우리도 그래서 일찍 온 거예요.”
잘은 모르지만 7IN이라면 요즘 가장 핫하고 바쁜 아이돌일텐데, 이 평가전을 위해서 하루를 전부 할애하다니.
확실히, 관심이나 받기 위해서 이 곳에 온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아이돌이 양궁 평가전에 참여한다는 것이 못마땅한 덕준이었으나, 막상 군자를 만나니 그런 못마땅함이 조금씩 녹는 것 같았다.
그러나 승부욕까지 사라지진 않았다. 이렇게 진지하게 이기러 온 사람인 만큼, 덕준도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하고 싶었다. 한영 역시 덕준과 같은 마음이라는 듯, 군자에게 힘 실린 악수를 건넸다.
“잘 해 봐요, 우리.”
“예, 감사합니다.”
짧은 인사를 나눈 뒤, 대기실로 돌아간 한영과 덕준은 군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생각보다 엄청 진지한가 봐요.”
“그러게. 이렇게 일찍부터 나와서 루틴을 하네.”
“우리 보고 ‘경쟁자’라고 하더라고요.”
“나도 들었어. 진짜 진지하게 할 생각인가 보던데?”
“···난 절대 안 져요.”
“하하, 덕준아. 너 군자 씨가 마음에 드는구나?”
“예? 아닌데요?”
“응 그래~ 뭐 아닌 걸로 하자~”
“와, 진짜 아니라니까요?”
한편, 군자는 홀로 대기실에 앉아 집중력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슬슬 선수들이 도착하여 주변은 다소 소란스러웠으나, 군자는 새로 도착한 선수들에게 꾸벅꾸벅 인사만 한 뒤 다시 의자에 앉아 눈을 감았다.
“후우—.”
심장은 평소보다 살짝 빨리 뛰었으나 불편한 긴장감은 아니었다. 오히려 일 분, 일 초라도 빠르게 화살을 쏘고 싶었다.
이토록 많은 초일류 궁사들과의 대결이라니, 어찌 심장이 뛰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방송 카메라는 계속해서 군자를 따라다니며 얼굴을 담았지만, 오늘만큼은 카메라를 신경도 쓰지 않는 군자였다. 생방송으로 군자의 모습을 지켜보던 팬들은, 그 진중한 모습에 오히려 더 큰 매력을 느꼈다.
[군자 집중한거봐ㅠㅠㅠㅠㅠㅠ] [잠깐 눈 떴을때 눈빛 봤음? ㅁㅊㅁㅊㅁㅊㅁㅊ] [진짜 저게 일주일 전에 군필자 드립 치던 사람 맞냐고요ㅠㅠㅠ] [후우 군자가 쏜 독화살에 어깻죽지 관통당하고 싶다] [ㄴ미친소리좀하지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ㄴ나진지함] [그러면 군자가 낭자!! 괜찮으시오!?!? 하면서 달려와서 입으로 독 제거해줄것 같단 말임] [돌았네진짴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진짜 엄하고 불결한데 설레는 내가 싫다] [다들경기에좀집중해주겠니?????] [그래 군자가 저렇게 진지한데 우리도 좀 진지해져보자곸ㅋㅋㅋ] [ㅇㅋㅇㅋ나 지금 올림픽관전모드로 모니터앞에 무릎꿇고 중계보는중] [ㅁㅊ근데 양궁선수들 왜잘생김?] [고한영 저분뭐야;;; 콧대미쳤네] [덕준이라는 분도 잘생겼어] [맞네 귀염상인데 눈매 찢어져서 매력적이다ㅋㅋㅋ] [음······나 양궁 좋아했네?] [군자 양궁하는거 쪼매 반대였는데,,, 이런 선수풀이라면 오하려 좋을지도,,????] [[속보] 칠린이들, ‘경기 집중하겠다’ 선언 1분만에 얼빠행······.] [ㅋㅋㅋㅋㅋㅋㅋㅋ아나진짜 활쏘기 시작하면 경기만 볼거]경기를 지켜보는 팬들, 관중석에 앉은 양궁협회 임원들의 바람은 모두 같았다.
“박 위원님. 유군자 저 친구, 잘 할 수 있을까요?”
“흐음, 당장 좋은 성적 내는 건 어렵지 않겠습니까. 우리 경기장에서 쏴 본 것도 아니고, 긴장도 할 테고.”
“쩝··· 아무래도 그렇겠죠?”
“일단 일을 벌려 놓긴 했는데, 막상 경기 날 되니까 걱정입니다. 너무 경쟁이 안 되면, 그냥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 버릴 것 같고···.”
“···애들이 슬슬 봐 주면서 쏘진 않겠죠?”
“어허, 우리 선수들이 어디 그럴 선수들입니까.”
“하긴, 그렇죠. 모처럼 중계까지 왔으니 더 잘 하려고 했으면 했지.”
관중석에 앉은 양궁협회 위원들의 표정에는 초조함이 어려 있었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저 친구가 최소한 중간··· 아니, 상위 70% 안에만 들어 주었으면 합니다. 그 정도라면 국가대표 선발전 참가 기회는 줘 볼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저도 그렇습니다. 게다가 오늘 엄청 일찍 왔다면서요.”
“예. 한영이랑 덕준이 온 바로 다음에 왔다더라구요.”
“이렇게 진지하게 임하는데, 그래도 꼴찌는 안 했으면 해서···.”
생중계를 지켜보던 팬들의 바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ㅠㅠㅠㅠ후하후하 이제 시작하는거야??ㅠㅠㅠ] [하아하아ㅏ하아ㅏ 와 이거 엠플보다 100배는 긴장되네] [우리군자 제발 기 안죽고 잘 했음 좋겠다퓨ㅠㅠㅠㅠ] [물가에 아기 내놓은 기분이야·········] [와꾸로는 어딜 가도 1등인데 후우] [먼가 너무 후달리면 괜히 내가 다 마음아플것 같음] [군자 양궁에 ㄹㅇ진심이라고··· 지금도 표정 봐바ㅠㅠㅠㅠ집중100%임] [입술 앙다물고 있는거 넘나 귀엽고 멋지고 다하지않음?] [근데 다른선수들 표정도 장난아니뮤ㅠㅠㅋㅋㅋ] [우리나라 양궁국대선발전이 올림픽양궁보다 더 빡세다며··· 진심 궁술의 나라라고] [그냥 막연하게 군자가 국대유니폼 입은거 보고 개섹시할것 같아서 응원했는데 막상 오늘 보니까 양궁슨슈님들 너무 무섭다ㄷㄷㄷㄷ] [딱 중간 이상만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진짜 그정도만 돼도 나 행복사할듯ㅋㅋㅋㅋ] [군자야 긴장하지마ㅠㅠㅠㅠ난 꼴찌해도 너 팬이고 널 사랑할거야]현장의 협회 임원들, 우렁찬 목소리의 관객들, 생중계를 보던 팬들까지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중간 정도만 해 준다면. 적어도 꼴찌는 하지 않았으면.
그러나 군자의 머릿속에 ‘중간’ 같은 것은 없었다.
언제나 경쟁보다는 화합을 선호하는 군자였으나, 이왕 경연에 나왔다면 꼭대기를 목표로 한다. [아육시> 출연 당시부터 군자의 마음가짐은 한결같았다.
쐐애액, 퍼어억—!!
쐐애애액, 퍼어어억—!!
10점, 10점, 연이은 10점의 행렬. 군자와 잠깐 인사를 나눈 고한영과 김덕준도 마찬가지로 과녁의 정가운데를 맞춘 가운데, 이제 모든 선수들의 시선은 군자에게로 쏠렸다.
“···.”
“잘 쏠 수 있을까?”
“글쎄, 연습도 안 해 본 것 같던데···.”
실내와 실외 경기는 완전히 다르다. 실외 경기장엔 화살의 방향에 영향을 끼치는 바람이 존재하며, 대회라는 긴장감 역시 군자를 괴롭힐 것이다.
“으으··· 과녁에도 안 맞는 건 아니겠죠? 중계도 와 있는데···.”
“덕준아, 군자 님 걱정해 주는 거야?”
“아니 걱정은 아니고요, 내가 괜히 민망할까봐 그러죠.”
“그래도 집중 잘 하고 계신 것 같은데?”
고한영의 말처럼 군자의 시선은 오로지 과녁만을 향해 있었다. 활시위는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으나 군자의 손끝엔 떨림이 없었다.
“후우—.”
가벼운 날숨으로 호흡을 고정한 뒤, 마침내 군자가 활시위를 놓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