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32)
#232
초월적 감각
초일류 스포츠 선수들에게는 모두 초월적 감각이 있다.
농구의 3점 슈터가 공을 던지자 마자 득점을 예측하고 손을 들어올리듯.
초일류 프리키커들이 예술적인 프리킥을 쏘아 올린 뒤, 공이 그물을 가르는 모습을 보지도 않으며 세레모니를 시작하듯.
아득할 정도의 반복적인 훈련이 만들어 낸 능력. 투사체를 쏘아 보낸 순간, 그것의 종착지가 미리 보이는 일종의 미래시(未來視).
양궁도 마찬가지였다.
일류 반열에 오른 선수라면, 시위를 놓은 순간 이미 점수를 예측할 수 있다. 한치라도 어긋난다면 화살은 정중앙에서 빗나갈 것이요, 실수 없이 모든 동작을 완벽하게 수행했다면 화살 역시 거짓 없이 10점으로 보답할 것이다.
쐐애애애액—.
시위를 놓은 순간 군자 역시 같은 것을 느꼈다.
사로(射路)의 높낮이, 목표점까지의 거리, 활을 잡은 두 어깨와 과녁의 평형은 모두 분석을 끝냈다.
동쪽을 향해 가볍게 부는 바람, 뺨과 목덜미의 간지러운 느낌과 공기의 냄새만 맡아도 풍속과 풍향을 쉬이 읽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계산된 한 발. 수천, 수만 번의 경험이 군자에게 말해 주고 있었다. 오발(誤發)은 없다. 화살은 과녁의 정중앙을 꿰뚫을 것이다.
퍼어어어어어억—!!
관중(貫中)이요!
관리의 낭창한 목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것 같았다. 비록 ‘관중이요’를 외치는 관리는 없었으나, 대신 수많은 관객들의 환호성이 그 자리를 채웠다.
“와아아아아아아—!!”
“뭐야! 뭐야!? 군자 10점 쏜 거야!?”
최신식으로 개선된 설비 덕에, 각 사로 선수들의 점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군자가 선 사로 위, 전광판엔 ’10’이라는 숫자가 떠올라 있었다.
“대박, 대박, 미쳤어—!!”
“와아악, 군자 잘했어어어—.”
“저기, 우리 조용히 해요! 정숙해 달라고 하셨잖아요!”
“으으, 네에···.”
팬덤 안에서 나온 자성의 목소리 덕분에 환호성은 금세 잦아들었지만 경기장의 흥분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나란히 선 선수들 역시 군자의 첫 화살에 놀라긴 매한가지였다.
‘뭐야, 엄청 잘 쏘네···.’
‘망설임 없이 시위를 놨어.’
‘진천에서 쏴 본 적 있는 거 아냐?’
‘보배 누나가 괜히 진 건 아닌가 본데.’
걱정 가득하던 양궁협회 위원들의 표정에도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 지금 유군자 군이 10점 쏜 거 맞습니까?”
“···그러네요.”
“저 친구, 진천에서는 처음 쏜다고 안 했나요?”
“허어, 운이 좋았던 건가···.”
“운이든 뭐든 일단 그림은 나왔습니다! 방송 카메라가 다 찍고 있었잖아요!”
위원들의 말대로, 군자가 10점을 쏘는 장면은 방송 카메라를 통해 전국으로 스트리밍되고 있었다.
원래 같았다면 중계가 없었을 평가전이지만, 군자의 참여는 국내에서만 무려 9만 명이라는 실시간 시청자를 모으며 대흥행 중이었다. 불법적인 경로를 통한 해외 스트리밍까지 합치면 시청자 수는 수십만에 달했다.
[허러헐헝헝헝ㄹ헌ㄹㄴ럲] [왘ㅋㅋㅋㅋㅋ10점쐈어ㅠㅠㅠㅠㅠㅠㅠ] [하아하앟앙하 나 너무 긴장돼 손차가움 누가 내손좀잡아주라ㅠㅠㅠ] [후웋우훙훙후 지금 나만 이렇게 숨찬거 아니지?] [아니근데 군자 뭐야ㅠㅠㅠ진짜뭐냐구ㅠㅠㅠㅠㅠ] [내가 이렇게 긴장이 되는데 군자는 어떻게 눈 하나 깜짝 안하지?????] [진짜미쳣다개섹시하다아] [저 당연하단듯이 다음 동작 바로 들어가는게 미쳣음] [긴장한건 우리뿐이었냐고ㅠㅠㅠㅠㅠ] [뭔가 너무 믿음직스럽다 듬직하다 넘모멋지다] [밤길 다닐때 군자가 활 들고다니면서 성추행범 방댕이에 활쏴줬음좋겠어ㅠㅠㅠㅠㅠ] [ㄴ이순간에도 이딴 상상ㅋㅋㅋㅋㅋㅋㅋ] [멋진 활! 나는 다시 한번 그에게 반해 버립니다!] [그의 화살이 심장을 관통해 버리는.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이 중계 방송에 대단한 감사! 모든 글로벌 팬들은 유군자와 여러 명의 자녀를 만들고 싶습니다.] [ㅋㅋㅋㅋㅋㅋ미친ㅋㅋㅋㅋㅋㅋ외국언니들 적극성뭔뎈ㅋㅋㅋㅋㅋ]숙소에서 중계방송을 지켜보고 있던 7IN 멤버들도 열광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따아아앗—!! 10점 쐈어—!!”
“아하하하핫, 고막 찢어지겠어~”
“웅이 형! 볼륨 좀 줄여 줘요!”
“정무야, 뭔 힘 빠지는 소리 하냐. 응원은 큰 목소리로 해야지!”
“으으, 여기 괜히 왔어.”
“또 마음에 없는 소리 하네. 집에서 혼자 보면 재밌겠니?”
“···마, 맞아. 자주 놀러 와, 정무야···.”
“모, 몰라. 봐서!”
“그래. 자주 와서 밥도 먹고, TV도 보고, 성형 붓기도 빼고 그래라.”
“아, 현수 혀엉!”
“푸하하하학—.”
“그나저나 군자 너무 대단하지 않아? 쟤는 진짜 타고났나 봐.”
“맞다, 혁이 형도 고등학교 때 풋볼 선수였잖아여. 경기 나가면 긴장되지 않음?”
“당연히 긴장된다.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지.”
“근데 쟤는 어떻게 저렇게 우아하게 자기 할 거 다 하냐, 진짜 희한한 놈이라니깐.”
“오오, 이제 2차시기 쏘려나 봐요.”
모든 선수들이 첫 화살을 쏜 뒤, 군자도 두 번째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바람이 뺨에 닿는 느낌이 조금 달라졌다. 다른 속성의 기단이 맞닥뜨리는 초여름이기에, 대기 역시 얌전하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
먼 곳에서부턴 아쉬운 탄식이 들려 오기 시작했다. 달라진 풍향 때문인지, 두 번째 화살부터는 낮은 점수를 쏘는 참가자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8점, 7점, 때로는 5점.
그 와중에도 고한영과 김덕준은 과녁의 정가운데를 꿰뚫으며 연속 ’10’을 기록했지만, 꽤나 많은 선수들이 두 번째 화살에서 점수를 깎아먹고 말았다.
“휴우—.”
“바람결이 조금 달라졌네.”
“그러니까요. 이거 읽어야 10점 쏘는데.”
“오오, 또 군자 님 걱정해 주는 거야?”
“아니라니까요. 아까부터 자꾸 몰아가지 말아요! 난 저 사람 탈락하는 게 더 좋아요.”
“그렇구나~”
“···뭐 어차피 이번엔 7점이나 쏘면 다행일 것 같지만요.”
경기장의 동요는 커져 갔으나 군자는 조용히 바람의 방향을 읽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화살의 경로를 재설정한 뒤,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자세로 시위를 당겼다.
“흐음.”
바람이 바뀐들, 무엇이 어떻단 말인가.
한겨울의 삭풍(朔風) 속에서도 목표물을 맞춰 냈던 군자다. 온 몸이 정신없이 흔들리는 마상(馬上)에서도 그의 활솜씨는 퇴색된 적이 없었다.
그런 극한의 환경에 비한다면, 이런 미풍 정도야 귀여운 장애물일진저.
파아앙—!!
활시위는 더할 나위 없이 경쾌한 소리를 냈다. 공기를 가르며 날아간 두 번째 화살은, 이번에도 여지 없이 과녁의 정가운데에 꽂히고 말았다.
[10점! 또 10점 쐈습니다! 특별 초대선수 유군자, 대단한데요—!? 현역 국가대표 선수들 사이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거 이러면 국가대표 선수들의 체면이 구겨질 수도 있겠습니다! 다들 긴장해야 할 것 같아요—!!]군자의 선전에, 스트리밍 중계진도 신이 난 듯 목청을 높였다. 7IN의 팬 자격으로 관객석에 앉은 이들은, 정숙을 당부받았음에도 터져 나오는 환호성을 차마 참지 못했다.
우와아아아악—.
“조용, 조용히—!!”
“휴우, 휴우, 아 심장 아파.”
“또 10점이에요, 지금 군자가 1등이라구요!”
“공동 1등이 40명쯤 되긴 하지만··· 그래도 1등은 맞지.”
“이러다가 진짜 최종 1등 하는거 아니에요!?”
“난 10점 두 번 쏜 것도 너무 대단해. 이제 나머지는 다 망쳐도 괜찮을 것 같아···.”
팬들은 이미 만족한 모습이었으나 군자는 생각이 달랐다.
이것은 수십 명의 참가자와 겨루는 경연임과 동시에 나 자신과의 경쟁.
한 순간이라도 집중력을 잃으면 잡념과 긴장감이 몰려올 것이다. 누구보다 그것을 잘 아는 군자였다.
집중력은 곧 화살촉보다도 날카롭게 가다듬어졌다. 활과 자신, 그리고 과녁에만 집중하니 온 세상의 소음이 차단되는 듯 했다.
“후우—.”
천천히 호흡하며 세 번째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시야를 방해하는 앞머리를 가볍게 정리하며, 과녁을 향해 힘차게 활시위를 당겼다.
잔잔한 바람, 약간은 따가운 햇살. 날씨는 다소 흐렸으나 과녁을 보는 데엔 문제가 없다. 이번에도 역시 관중(貫中)이구나.
쐐애애액, 퍼어어어어어억—!!
세 번째 화살 역시 정중앙. 이번엔 두 번째로 꽂혀 있던 화살을 절반으로 갈라 버리기까지 하며 과녁의 한복판을 꿰뚫었다.
[10! 10! 10—!! 미친 퍼포먼스네요!! 현역 아이돌 가수 유군자, 이게 뭐죠!? 아니, 이렇게 잘 쏘는 분이 대체 왜 아이돌을 하고 있는 걸까요—!?] [화면을 보면 그 답을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저렇게 생겼는데 아이돌을 안 하면 그게 국가적··· 아니, 전 지구적 낭비 아니겠습니까—!!] [근데 또 활 쏘는 거 보십쇼!! 진천선수촌은 너무 큰 인재를 아이돌업계에 빼앗겨 버렸네요!!] [현장을 찾은 팬 여러분들 환호성 참는 모습도 이색적입니다!! 얼마나 환호하고 싶을까요!! 정숙을 지켜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역시 예의를 아는 팬덤답게 지킬 것은 지키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이 와중에도 긴장하는 기색 없이 네 번째 화살 준비하는 유군자, 지금까지 3연속 ’10’을 쏜 참가자는 단 19명 뿐입니다—!!]군자의 ‘3연속 10점’에,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군자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군자가 스스로의 능력으로 선두 그룹에 들어가자, 이제 다른 참가자들도 군자를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뭐야, 또 10점 쐈어요, 저 사람.”
“그러게. 엄청 잘 하시는데?”
“우씨, 뭐지? 좀 킹받는데요. 저렇게 생긴 사람이 양궁까지 잘하면···.”
“하하, 덕준이 너도 충분히 잘생겼어~”
“쩝, 별로 위안은 안 되지만···.”
“근데 지금 얼굴이 중요한 게 아냐 덕준아. 잘못하면 우리 지겠는데.”
“···그러게요.”
“지지 말자 우리. 마침 중계방송도 있잖아.”
“후우, 그래야겠어요. 지금부터 더 집중해야지.”
군자의 선전은 한영과 덕준의 집중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러나 꽤 많은 궁사들은 군자의 존재를 의식하다가 집중력을 잃고 말았다.
네 번째 화살부터는 더욱 많은 미스 샷이 나오기 시작했다. 실수는 연쇄적인 실수를 만들었고, 절반 가량의 참가자들이 선두경쟁에서 멀어졌다.
이제는 앞서나가는 선수들이 낮은 점수를 쏴야 스코어 역전이 가능해진 상황.
그러나 3연속 10점을 기록한 군자는, 범실을 기록할 생각이 추호도 없어 보였다.
상대가 윤보배 님이든, 국가대표급 양궁 선수들이든. [M Planet>의 특설 경기장이든, 진천선수촌의 양궁 경기장이든.
집중력만 잃지 않는다면 내 화살은 과녁의 정중앙을 꿰뚫을 것이다.
군자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군자의 화살은, 단 한 번도 그의 믿음을 배신한 적이 없었다.
[유군자 선수, 네 번째 활시위를 당깁니다!! 이번에도 10점 기록한다면··· 정말로 최상위의 선두그룹에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현재까지 네 발 연속 10점을 쏜 참가자는 총 9명! 김덕준, 고한영 선수를 포함한 국가대표 최상위권 선수들만이 ‘올 10’을 기록했습니다!! 과연 유군자 선수가 그 대열에 합류할 수 있을까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