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37)
#237
싱글벙글
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 결과 발표 1분 전.
“후우우우—.”
노트북 앞에 앉은 연지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바닥을 모은 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언제부터인가 기도도 오리지널 조선 스타일로 하게 된 연지였다.
국가대표 선발전 결과에 이렇게 목을 메게 되다니. 덕질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연지는 군자의 이름이 그 목록의 상단에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무릇 팬이라면 최애가 원한다면 그게 무엇이든(그게 연애만 아니라면) 함께 바라게 되는 법.
평가전 중계방송을 지켜보며 군자의 진지함과 간절함을 본 연지였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군자가 그토록 바란다는데, 작은 기도의 힘이나마 보태고 싶었다.
게다가, 최애 아이돌이 국가대표 양궁 선수가 된다면 그것도 너무 멋질 것 같고!
삐삐삐—.
미리 설정해 둔 알람 소리가 들리자마자 결과 발표 페이지에 접속한 연지였다. 접속자가 한번에 몰린 탓인지, 내용을 확인하는 데에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 서버 뭐야 진짜···.”
인고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1차 선발전 결과가 떠올랐다. 황급히 스크롤을 내린 뒤, 가장 아래서부터 이미지를 보기 시작한 연지였다.
그러나 하위권에서 군자의 이름을 찾을 수는 없었다. 어느새 스크롤은 절반이 넘어갔으나, 군자의 이름은 좀처럼 등장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스크롤을 올리니 마침내 군자의 이름이 나왔다.
[1위 : 고한영] [2위 : 김덕준 / 유군자] [4위 : 연규정] [5위 : 석민철] [···.] [···.]이번엔 고한영에게 밀려 1등을 하지 못했지만, 이번에도 군자는 최상위권의 성적을 거두었다. 순위표를 확인하자 마자, 연지는 올림픽 메달이라도 딴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우와, 우와아···!”
“연지! 조용히 좀 해!”
“안 돼! 조용하게 생겼냐구!”
부모님의 일침에도 연지의 흥분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평가전은 말 그대로 평가전이었지만 이번엔 달랐다. 좋은 성적을 낸다면 정말 국가대표가 될 수도 있는 대회에서, 대부분의 선수들을 제치고 2위를 기록한 거다.
의기양양해진 연지는 그 길로 커뮤니티에 접속하여 스마트폰의 쿼티 자판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선발전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7IN 유군자 국가대표 선발전 경기결과.jpg] [진짜 미쳤다ㅏ;;;] [이러다가 진짜 국대 다는거 아니냐곸ㅋㅋㅋ] [와 나 너무 뽕차ㅠㅜㅠㅠㅠ내 최애가 국대라니 미친거아냐?] [나 솔직히 군자가 최애도 아니고 아이돌들 외도하는거 진짜 별로 안좋아했는데 이런 외도는 싫어할수가 없네] [일단 너무 신박하자낰ㅋㅋㅋㅋ누가 이런거 도전이나 했냐거] [선발전에서는 성적 못 낼거라던 자칭 X문가들 다 어디갔어?ㅠㅠ] [ㅋㅋㅋㅋㅋㅁㅈ그런애들 개많았는뎈ㅋㅋㅋㅋㅋㅋ]몇몇 댓글엔 공감 버튼을 1000번쯤 눌러 주고 싶은 연지였다. 평가전이 끝난 뒤, 모두가 군자를 찬양하는 와중에도 반골 기질을 발휘하던 이들이 있었다.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라느니, 선발전은 선수들의 집중력부터 다르다느니, 평가전에 참여하지 않은 선수들도 많다느니, 방송 중계가 없으면 선수들도 100%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다느니, 군자는 상위 50% 안에만 들어도 잘한 거라느니···.
온갖 아는척을 하며 부정적 전망을 내놓는 이들도 꽤나 많았다. 그러나 그런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군자는 1차 선발전에서 당당히 2위를 차지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억까’를 시전하는 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응 그래 봐야 고한영한테 개발렸어~] [ㅋㅋㅋ궁댕이들 머 즈그 최애가 세상에서 활 제일 잘쏘는 고주몽 환생인것처럼 나대더니ㅋㅋㅋ] [ㅠㅠㅠ1등한 사람도 조용한데 2등따리 팬들만 난리난거 애처로워ㅠㅠㅠㅠ] [세상에서 가장 호들갑스러운 개악질팬덤 = 정병집단 궁댕이들]그들을 제외한 모두는 이미 알고 있었다.
현역 아이돌로 활동하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기록한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ㅋㅋㅋ그래 그래 너네말이 다 맞아] [현역 아이돌이 양궁 세계랭킹 1위한테 지다니ㅠㅠ 너무 부끄럽다ㅠㅠㅠ] [애처로운건 이와중에도 순수하게 응원은 못하고 악플이나 다는 너네 인생이야] [난 아직도 군자 안티가 있다는게 놀라움··· 대체 얼마나 비비꼬인 인생이면;;] [사실 본인들도 다 알걸ㅋㅋㅋㅋ개억까라는거] [선수들끼리는 너무 잘 지내고 서로 긍정적인 영향 받으면서 지내는것 같은데 오로지 방구석 키워들만 잔뜩 화나있네] [제발 세상에 도움되는 일 좀 하고 살아 너네보면 마음아파]“휴우—.”
공감가는 댓글에 모두 하트를 찍고 난 뒤엔 양궁 선수들의 SNS를 탐방했다. 처음엔 양궁 선수들이 텃세를 부리면 어쩌나 마음을 졸였으나, 곧 괜한 걱정임을 알게 됐다.
젊은 궁사들은 새로운 실력자의 등장을 기뻐하는 것 같았다. 김덕준, 고한영 등 최상위권 궁사들을 중심으로 이미 친목까지 형성되고 있는 것 같았다.
선발전을 마친 뒤, 선수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는 것은 또 색다른 즐거움이었다. 국가대표 선발전 경기복을 입어도 군자의 외모는 빛을 잃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안 어울리는 옷이 없지?”
이건 절대 주접이 아니다. 그냥 내 최애가 진짜로 너무 잘났을 뿐.
게다가 군자만큼은 아니지만, 그 옆에 있는 양궁선수들도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외모를 갖고 있었다. 조금씩 시선이 가는 게, 괜히 군자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역시, 잘생긴 사람 옆에 잘생긴 사람이 있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이야···.
연지에겐 그저 흐뭇한 나날의 연속이었다.
느닷없이 나타난 신궁 유군자는 양궁계 전체에도 긍정적인 자극이 되고 있었다. 평가전에 이어 1차 선발전에서도 ‘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났다. 군자에게 지기 싫은 마음이, 전체적인 기량의 상향평준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최상위권 선수들의 경우엔 그 경향이 더욱 또렷하게 나타났다. 평가전에선 군자에게 석패했던 고한영이 이번엔 군자를 눌렀고, 김덕준 역시 군자와 같은 점수를 기록하며 약진했다.
협회로서도 기쁜 일이었다. 물론 대한민국은 언제나 우승후보 1순위였으나, 최근에는 타 국가들도 한국식의 코칭 시스템과 선수선별 방식을 받아들여 괄목할 만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으니까.
허나 이렇게 선수들의 기량이 자연스럽게 향상된다면, 타 국가들이 아무리 성장한다 한들 대한민국 대표팀에게서 메달을 빼앗아 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양궁협회장 김명중은 선수들의 성적표를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유군자 이 친구가 복덩이는 복덩이구만.”
“예. 이렇게 빨리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갈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몇억씩 들여서 훈련시설 개선하고 트레이닝 세션 바꾸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것 같다니까요.”
“우리 선수들도 기특해. 굴러온 돌이라면 덮어 놓고 미워할 수도 있는데, 멋진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잖은가.”
“예. 그 부분은 정말 다행입니다. 군자 그 친구가 워낙 서글서글하고 선한 친구이기도 하지만, 우리 선수들도 다들 착한 녀석들 뿐이라서.”
김명중 회장은 껄껄 웃으며 스마트폰을 열었다. 요즘 손자 덕준이 친구 이야기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 그 중 대부분은 새로 사귄 친구 군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군자 그 놈은 매일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난다. 일어나자마자 부모님께 문안 전화부터 드리더라. 그 다음은 찬물을 떠다 놓고 붓글씨를 쓰는데, 아주 미친놈인 줄 알았다. 그렇게 일주일만 살아도 지루하고 심심해서 죽을 거다. 괴상한 놈, 애늙은이 같은 놈···.
겉보기엔 비난 같았지만, 김명중 회장은 손자 덕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무언가 관심 가는 것이 생겼을 때 덕준은 항상 그래 왔다. 양궁을 처음 시작할 때도 그랬고, 한영이나 규정을 처음 만났을 때도 비슷했다. 결국 덕준과 군자는 절친한 사이가 될 터였다.
이렇듯, 세상 모든 것이 불만인 악플러들을 제외하면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있었다.
“군자 형, 선발전 2등 했네여···.”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 보다가 현재가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응, 나도 봤어.”
“에휴.”
“근데 왜 한숨을 쉬고 그래, 잘 된 일이잖아.”
“아니 뭐 그냥··· 그러게여, 헤헤.”
씁쓸하게 웃는 현재의 어깨에 현수의 손이 턱 올라갔다.
“현재야, 난 너 마음 알 것 같다.”
“그쳐? 나만 이렇게 공허한 거 아니지?”
“아니 걔는 뭔 활을 그렇게 잘 쏘냐. 진짜 웃기는 거 빼고 다 월클인 건가.”
“···요, 요즘 양궁 선수들이랑 치, 친해 보여요···.”
“맞아. 그래 보인다.”
“아하하핫, 팬들은 벌써 양궁소년단이라고 부르던데~”
“야, 이러다가 우리 버려지는 거 아냐?”
“···에, 에이, 설마···.”
군자가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 집중하는 동안, 7IN 멤버들은 약간의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언제나 군자를 응원하는 동료들이었지만, 기껏해야 20대 초반인 멤버들이었기에 질투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나 한영이 형이랑 영통도 해 봤음. 좋은 형 같더라.”
“그쳐. 군자 형아가 괜히 좋아하고 따르는 게 아니라니깐여.”
“그 형 SNS 주소··· 아, 아니다, 됐다.”
“엥? 왜 말을 하다 말어.”
“아니, SNS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관둘라고. 꼭 전여친이 새로 사귄 남자 SNS 염탐하는 것 같잖아.”
“내 걸로 볼래? 나 맞팔인데.”
“그래? 근데 넌 왜 맞팔했냐?”
“군자 사진 있을 것 같아서 했지.”
“아니 지현수 넌 대체 왜 같은 멤버를 덕질하는 건데?”
“뭐 임마. 그게 불법이야?”
“그건 아니긴 한데···.”
“그래서 볼 거야, 말 거야?”
“···봐 보자.”
멤버들이 고한영과 김덕준의 SNS를 염탐하는 동안, 운전대를 잡고 있던 이용중 실장은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계속해서 끅끅 웃었다.
“풉, 크크크···.”
“헐, 실장님 지금 우리 비웃는 거예여?”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아니긴! 맞잖아여!”
“실장님도 당해 봐야 돼. 가장 친한 친구가 막 갑자기 관계에 소홀해지고, 막 집착하기도 애매한데 또 섭섭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그런··· 그런 애매한 감정이 있다고요!”
그러나 태웅의 말에도 이용중 실장은 웃을 뿐이었다.
“웅아, 근데 군자가 소홀해진 거 맞긴 해?”
“에? 아니 뭐, 대놓고 그런 건 아닌데.”
“내가 보기엔 하나도 안 소홀한 것 같은데.”
“그래요? 실장님이 그걸 어떻게 알아요?”
“군자가 나한테 부탁한 게 있는데.”
“음? 부탁? 실장님한테요?”
“뭔데여 뭔데여!”
“으음··· 아니다. 뭐 이제 숙소 돌아가면 알게 될 거야!”
“뭐예여! 말을 했으면 끝맺음을 해야져!”
“글쎄, 가면 알게 될 거라니깐~”
“아악, 진짜—!!”
소년들은 절규했지만 이용중 실장은 그저 싱글벙글한 얼굴로 운전대를 잡고 있을 뿐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