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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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 아래의 폭군
먼저 중간점검에 나선 것은 양정무의 팀이었다.
“안녕하세요, 사이다처럼 청량한! 저희는 탄! 산! 소년단! 입니다! 와아-.”
발랄한 자기소개에 군자가 깜짝 놀랐다. 저건 또 무슨 교태란 말인가?
“유찬아, 저건 뭐냐?”
“팀 소개예요. 저런 거 하면 확실히 기억에 남으니까.”
유찬의 설명에 군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저 정도 호들갑이라면 기억이 안 나기가 더 힘들겠군.
태웅과 현재는 팀 소개를 만들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는 듯 했다.
“아, 너무 연습만 했나···.”
“우리도 저런 거 좀 할 걸 그랬나 봐요.”
“그러게.”
그 모습을 보며 군자가 가볍게 웃었다. 호들갑스러운 소개를 만들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니,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이라고. 그냥 지금이라도 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 사이 ‘탄산소년단’의 무대가 끝났다. 보이그룹 영스터즈의 청량미 넘치는 곡 [Big Wave>를 제법 깔끔하게 소화해 냈다. 곡의 컨셉과 멤버 구성이 꽤나 잘 어우러진 무대.
트레이너들도 만족했다는 듯, 무대가 끝난 시점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정무, 노래 잘 골랐네?”
“헤헤.”
“컨셉 잘 잡았고, 안무 깔끔하고.”
“다들 표정도 깜찍 발랄하던데, 정무가 가르쳐 준 거야?”
“넵! 제가 가르쳐 줬습니다!”
양정무는 이번에도 생색 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참으로 겸손과는 거리가 먼 소년이구나. 저런 자가 조선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후.
상상만으로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되는 군자였다.
“그럼 다음, 군자네 조 무대 볼까?”
“넵.”
이번엔 군자의 팀이 무대 위에 섰다.
“이 팀은 소개 같은 건 따로 준비 안 했나?”
“아, 그게···.”
하현재가 뭐라고 변명을 하려던 순간 군자가 고개를 퍼뜩 들어올렸다.
이런 호들갑은 체질에 안 맞지만, 동료들이 원한다면야.
“안녕하십니까! 저는 폭! 군! 자! 입니다!”
“···?”
야심차게 소개 멘트를 날렸지만 분위기는 한 순간에 냉랭해졌다. 트레이너 장민혁만이 취향을 저격당한 듯 배를 잡고 끅끅대며 웃을 뿐.
음? 어째서 아까와는 분위기가 다른 것인가?
한참을 미친듯이 웃다가 겨우 정신을 차린 장민혁이 입을 열었다.
“끅끅, 끄윽, 군자야, 그건 또 뭐니 대체.”
“···동료들이 소개를 준비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 하기에···.”
“아, 정무네 애들이 한 거?”
군자는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호들갑만 떨면 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야심차게 준비한 소개였는데, 또 내가 뭔가를 잘못 알고 있었나 보구나.
“그건 팀 소개고, 네가 한 건 자기소개잖아.”
“네에···.”
“푸하핫, 나 진짜 미치겠네.”
시무룩한 군자의 모습에, 태웅과 현재가 괜찮다는 듯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러나 그들 역시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얘는 진짜 미쳤나 봐.’
‘여러 가지 의미로 미쳤져, 크크.’
어쨌거나 트레이너 장민혁은 그 모습이 꽤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난 이래서 군자가 좋아.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군자의 행동을 제대로 예측한 적이 없다니까?”
“···감사합니다···.”
“아니, 진짜 칭찬이야. 시무룩해 할 거 없어! 난 예술가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 언제나 사람들의 예측을 앞지를 수 있어야지.”
“명심하겠습니다.”
“이번 무대도 과연 내 예측을 벗어날지 궁금하네. 그럼 한번 볼까?”
트레이너의 말이 끝나자 마자 군자의 팀이 대형을 만들었다.
이번 퍼포먼스의 핵심은 역시 2절부터 시작되는 검무.
그러나 무대 위엔 칼이 없었다. 본 무대에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는 전략이었다.
Lunar on my Mind-.
미칠 것 같아-.
저 달처럼 차올라···.
도입부부터 안무는 정박에 칼 같이 맞아 떨어졌다. 시작하자 마자, 댄스 트레이너인 소예진과 구성준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연습 많이 했구나.’
‘#칼군무’라는 키워드에 부족함이 없는 퍼포먼스다. [월광> 1절을 아우르는 ‘정제된 광기’를 절묘하게 표현해 냈다.
그러나 2절부터는 이 정제된 광기가 폭발해야 하는 시점이다. 수많은 커버가 있었음에도, 이 지점의 전환을 완벽하게 살린 무대는 드물었다.
여기부터가 핵심인데.
구성준과 소예진의 몸이 살짝 앞으로 기울었다.
You are on my mind,
어쩌면 이미 미쳐버린 건지도-.
1절 후렴이 끝난 뒤, 마침내 2절 돌입. 그러나 구성 상의 큰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동작은 정확했으며 동선 또한 완벽에 가까웠으나, 뭔가 심심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 이건 좀 아쉬운데···.’
보컬 트레이너인 장민혁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소예진과 구성준의 입가엔 옅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보였다. 저건 분명히 무언가를 손에 쥐고 하는 안무다.
뭔가 준비했구나. 하지만 여기서는 보여 주지 않겠다는 거고.
‘본 무대에서의 반전을 노리겠다?’
‘이 친구들, 이제 방송까지 하네.’
그렇게, 군자 팀의 중간점검은 끝까지 비밀무기를 공개하지 않은 채 끝났다.
군무는 깔끔했다, 그러나 2절의 반전은 조금 아쉽다, 등의 평이한 평가가 이어졌다. 양정무는 벌써 승리를 확신한 듯 만면에 미소를 띄고 있었다.
평가 시간이 끝나자 마자, 양정무는 군자의 팀 쪽으로 다가와 조잘거렸다.
[월광>이 워낙 어려운 곡이라는 둥, 자신도 연습할 때 칭찬 받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는 둥.돌려까기와 자뻑을 반반쯤 섞은 대화를 랩처럼 늘어놓고 있었으나.
“자, 가서 마무리 연습이나 더 하자!”
“그래, 그러자!”
놀랍게도, 군자의 팀 중 그 누구도 양정무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팀원들이 연습실로 향하는 동안, 군자는 댄스 트레이너인 소예진과 구성준에게로 달려갔다.
극적인 연출을 위해 카메라 앞에선 검무를 숨겼다. 그러나 스승에게까지 거짓을 고할 수는 없는 법.
적어도 트레이너님들께는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한다.
“선생님!”
“오, 군자구나.”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댄스 트레이너들은, 이미 군자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다는 눈치였다.
“혹시, 오늘 안 보여준 안무 때문에 그러니?”
“!”
이미 알고 계셨구나.
군자는 다시 한번 감탄해 마지않았다. 이 스승님들은 종종 군자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알고 계셨습니까.”
“선생님들 짬밥이 몇 갠데, 그 정도도 모르겠니.”
“중간점검 자리에서 안 보여준 게 좀 괘씸하긴 하지만···.”
“그만큼 자신 있는 비밀무기니까 그렇게 한 거겠지?”
구성준 트레이너의 말에 군자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건 몰라도, 검무의 완성도만큼은 자신 있었다.
동료들과 함께, 꼬박 일주일을 잠도 안 자고 연습해 왔으니까.
“좋아, 기대하고 있을게.”
“또 깜짝 놀래켜 줘야 돼.”
“네, 알겠습니다!”
* * *
어느덧 본방도 3개의 회차가 쌓이자, 슬슬 인기 상위를 차지하는 멤버들이 가려지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시청자 투표 수 1위를 달리고 있는, 비주얼과 춤 실력을 모두 갖춘 참가자 주하성.
연습생 경력 5개월 차로, 실력은 다소 부족하지만 미친 비주얼로 SNS에서 화제를 모은 ‘얼굴 천재’ 현시우.
인기 아이돌 ‘페이버릿’의 멤버 ‘강후’의 친동생, 민강열.
아역배우 출신으로, 프로그램 예고편에서 어그로를 담당한 장선재.
그 외에도 작곡과 편곡이 가능한 천재 프로듀서 노엘, 완벽한 ‘메보 재질’로 평가받는 하현재, 아직은 중위권이지만 은근한 인지도를 모으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기유찬과 권태웅까지.
슬슬 인지도 상위권의 참가자가 가려지는 가운데, 군자 역시 이 상위그룹에 포함되어 있었다.
전 참가자들 중에서도 최상급인 비주얼, 동양적인 분위기의 보컬과 춤선이 인기의 주 요인이었다. 종종 보이는 뜬금없는 행동에 꽂힌 이들도 많았고.
그러나 군자는 주하성, 현시우 같이 ‘왕도’를 걷는 참가자가 아니었다.
비주얼과 실력을 고루 갖춘 참가자였으나, 그의 행동에는 호불호가 갈릴 만한 요소가 꽤나 많았다.
[아육시>를 주제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벌써 슬슬 유군자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조금씩 형성되고 있었다. [아육시 유군자 어케 생각함? 난 컨셉 너무 과한것 같아서 좀 별로;] [왴ㅋㅋㅋ양좀무 사이다 퍼먹일 땐 시원하던뎅] [난 좋ㄹ음 잘생겻자낭] [그냥 좀 비호감임 ㅋㅋ 데뷔한 것도 아닌데 벌써 기믹질] [이미지 강하게 남기려고 하는 것 같은데 좀 과하긴 해] [직캠때도 좀 그랬던게 일부러 틀 취향 퍼포 하고 4050 끌어모은거] [아 그거 ㄹㅇ;;]장기 레이스인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요소는 언제든 랭킹 하락의 빌미가 될 수 있었다.
이런 부정적인 여론을 일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훌륭한 무대를 하는 것.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연지도 가슴을 졸이며 3화 본방을 지켜보았다.
“1차 팀 경연이 진짜 중요한데···.”
1차 경연 중간점검, 양정무의 팀 ‘탄산소년단’은 [Big Wave>의 컨셉을 잘 살리며 안정적으로 무대를 마쳤다.
상대 팀 참가자를 응원하는 연지의 입장에서도 칭찬할 수밖에 없는 퍼포먼스. 온라인 반응 역시 나쁘지 않았다.
[ㅋㅋㅋㅋㅋ좀무 포텐 대폭발ㅋㅋㅋㅋㅋㅋㅋ] [아 좀무 ㅈㄴ비호감인데 무대는 진짜 잘하긴한닼ㅋㅋㅋㅋㅋㅋㅋ] [모태 아이돌이긴 해] [ㄹㅇ 악마의 재능ㅋㅋㅋㅋㅋ] [ㅅㅂ누가 인성교육만 좀 시켜 놨음 얼마나 좋아] [ㅠㅠㅠㅠㅠ울 정무 난 믿고있었다구ㅠㅠㅠㅠㅠㅠㅠ] [양좀무는 인성만 좀 어케 하면 데뷔조도 가겟는데?] [일단 표정이 넘나 사기임ㅠㅠㅠㅠ기갈쩌러]그에 비해, 군자 팀의 [월광>은 다소 애매한 무대가 나왔다.
군무를 잘 소화하며 최악의 평가는 면했지만, 그렇다고 임팩트 있는 모습도 아니었다.
‘레전드 무대’를 만들기는커녕, ‘탄산소년단’의 [Big Wave>를 이기는 것도 쉽지 않아 보였다.
아니나다를까, 3화가 끝나자 마자 커뮤니티엔 ‘반 군자파’ 세력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ㅋㅋㅋㅋㅋㅋ군자네 뭐냐?ㅋㅋㅋㅋㅋㅋㅋ] [폭망각] [초반에 또 컨셉질 하는거 봄?] [ㅋㅋㅋㅋ전 폭군자입니다!! 뭔뎈ㅋㅋㅋㅋㅋㅋㅋ] [양정무도 싫은데 유군자도 싫음ㅋㅋ] [ㄴㄷㄴㄷ] [둘이 붙으면 한 쪽은 떨어지겠네] [ㄴㄴ개인투표빨로 되살아날수도 있음] [으으 어쩐지 그렇게 될 것 같음ㅠㅠ군자 머글픽이자너] [근데 무대는 완전히 조질 것 같은데 ㅋㅋㅋ] [쟤 컨셉원툴이라 팀 미션에선 은근 묻힐수도 있음] [하긴 기본 춤실력은 기유찬이나 권태웅이 더 낫자너] [군자야 창을 할 거면 국악 오디션에 나갔어야지~] [그래도 먹고살 걱정은 없겟당ㅎㅎ 틀픽들이 돈은 잘벌자나] [군자야 아육시 수고했고ㅠㅠㅠ 울 할매 팔순잔치에서 보자ㅠㅠㅠ] [ㄴ니가 제일 나쁨ㅋㅋㅋㅋㅋㅋ]“아오, 진짜 이 미친 것들이!”
이번만큼은 연지도 키보드 배틀을 피하지 않았다.
실컷 반박 댓글을 올려 보았지만, 단 하나의 논리만큼은 도저히 논파가 안 됐다.
[응 중간점검 노 임팩트] [응 월광 커버따리 평범무대] [응 양정무 선에서 정리~]중간점검에서 보여준 것이 없다.
차라리 비판이라도 실컷 받았다면 절치부심하고 구성을 싹 다 갈아엎기라도 했을 텐데.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평가를 받는 바람에, 그런 반전 서사를 기대하기도 어렵게 돼 버렸다.
뭐, 그 와중에 ‘폭군자’라는 별명은 좀 웃기긴 했지만.
그것도 잘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폭군이라면 일단 살벌하고 섬뜩한 빌런 포스가 나와야 하는데, 그 동안 군자가 보여준 캐릭터는 순둥순둥하고 멍충멍충한 천사 선비였으니.
팬인 연지조차도 폭군에 빙의한 군자의 모습이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퍼포먼스도 애매하고, 컨셉도 애매하고. 이런 식이면 기대할 것은 한 가지 뿐이었다.
상대 팀이 무대를 완전히 망쳐 버리는 것.
마침 천운이 따라 준 덕에 방청권까지 당첨됐다. 직관까지 하게 됐으니, 이왕이면 꼭 군자의 승리를 보고 가고 싶은 연지였다.
양정무 팀의 공연 직전, 연지는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이러면 안되지만, 제발 조져 주세요···.’
그러나 딱 5분 후, 연지의 기대는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탄산소년단’ 팀, 영스터즈의 곡 [Big wave>를 훌륭하게 소화해 냈습니다!] [청량미 넘치는 트로피컬한 편곡, 거기에 소년들의 발랄한 퍼포먼스가 아주 잘 어우러진 무대였습니다!]방청객은 환호했으며 트레이너들은 호평 일색.
‘탄산소년단’의 무대를 끝까지 본 연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봐도 잘했다. 곡 선정도 기가 막혔고, 트로피컬한 편곡이 여름의 분위기와도 딱 맞아 떨어졌다.
“쟤네는 왜 운도 좋아···.”
그 와중에도 군자의 팀은 담담히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군자의 모습이 오늘따라 더 선한 곰돌이 같아 보였다.
저렇게 멍뭉미 넘치는 오빠가 어떻게 폭군 역할을 한다고···.
아무리 상상해 봐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연지였다.
그러나 무대가 완전히 암전된 뒤.
[월광> 퍼포먼스 시작과 함께, 달빛처럼 은은한 조명이 무대 위로 떨어진 순간.“—!?”
방금 전까지 동료들을 격려하던 따뜻한 선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으며.
대신 섬뜩한 눈빛을 한 아름다운 폭군이, 연지를 정면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허억-.”
연지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온 작은 숨소리, 동시에 [월광>무대가 시작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