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41)
#241
엎치락뒤치락
최종 선발전을 앞둔 시점, 양궁 국가대표 선발에 대한 관심은 그 어떤 때보다 뜨거워져 있었다.
웬 훤칠하게 잘생긴 아이돌이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가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어그로가 끌릴 만 한데, 심지어 그 아이돌이 국가대표 선발전을 잘근잘근 씹어먹고 있다.
1차 선발전에선 공동 2위에 그쳤지만, 2차 선발전에선 당당히 1위를 기록하며 다시 한번 미친 기량을 과시한 군자였다.
보결까지 총 다섯 명을 선발하는 남자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 이제 최종 선발전에서 경기를 완전히 그르치는 일만 없다면 아이돌 유군자는 진짜로 올림픽 국가대표가 된다.
이 소식은 아이돌 팬덤 뿐만 아니라 모든 대중을 흥분케 했다. 그 동안은 ‘양궁을 잘하는 아이돌이 있다’는 것 정도만 알았던 대중들도, 군자의 국가대표 승선이 가시권에 들어오자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 대한민국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 현황.jpg] [ㅁㅊ맨꼭대기가 유군자야??;;;;] [아니 살다살닼ㅋㅋㅋㅋ이딴 상황을 다 보네] [그 유군자라는 사람 진짜 국대 되는 거임?] [ㅇㅇ 1차 2차 선발전을 너무 잘해놔서 3차를 완전 조지지만 않으면 무난하게 국대승선은 할듯ㅋㅋㅋ] [ㅁㅊ;;; 아이돌 별로 관심없는데 뭐 이딴 사기캐가 다 있음?] [나도 관심없었는데 활 쏘는거 보고 입덕함··· 솔직히 말이 안되더랗ㅎㅎㅎㅎ양궁 이렇게 재미있는 스포츠였냐구] [근데 궁금한게 다른 선수들은 다 세계랭킹 1위 2위 4위 이런데 유군자만 언랭이잖아ㅠㅠㅠ 세계랭킹도 없고 전적도 없는데 국대 뽑는게 맞는거야? 유군자안티아님 그냥 순수하게 궁금해서그럼] [ㄴ나도 이거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우리나라 양궁국대는 누적랭킹이 아니라 철저히 그 시점 컨디션이랑 폼으로 뽑는대 그래서 세계랭킹 최상위권도 국대승선 못하는 일이 엄청 많다더라] [그렇구나 어떻게 보면 가장 클린하고 공정한 방식이네] [울나라 양궁협회 클린한건 전세계적으로 유명함ㅋㅋㅋ 코치만 수출하는게 아니라 이런 협회운영방식도 수출한다고 알고있음] [펄—럭] [후우 빙상연맹때문에 얼룩진 국뽕 양궁협회가 다시 찾아줌ㅎ] [근데 너무 대단하다··· 무슨 마이너 스포츠 국대 하는것도 대단한데 무려 양궁 국대를 딴다곸ㅋㅋㅋㅋ대단한걸 넘어서서 좀 어이가 없음] [양궁이면 우리나라가 전세계 원탑인 스포츠중 하나자나] [뭔가 이번 올림픽은 더 즐겁게 응원할수 있을것 같음] [에휴 얼빠들아;;; 근데 사실 나도 몹시 기대중ㅎ]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미디어에서도 매일같이 군자의 양궁 국가대표 승선에 대해 다루었다.
대부분의 대중은 흥미롭다는 입장이었으나, 그 와중에도 날선 시각은 존재했다. JBC [끝장토론>, ‘현역 아이돌의 국가대표 승선, 괜찮은가?’ 편에 패널로 출연한 타 스포츠 협회장들, 그리고 몇몇 언론인들처럼.
이 날, [끝장토론>의 시청률은 평소의 일곱 배가 넘는 15%대를 기록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토론 프로그램의 주 시청층 외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유입된 결과였다.
수백만의 시청자 앞에서, 타 스포츠협회의 고위 간부들은 군자의 국가대표 승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태릉 시절부터, 올림픽 국가대표 유니폼은 오로지 스포츠에 인생을 건 운동선수들만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재능 있는 선수가 평생을 운동 하나에 바쳐야 겨우 입을 수 있는 것이 국가대표 유니폼이란 말입니다. 그렇게 숭고한 유니폼을, 전업 운동선수가 아닌 아이돌에게 주는 것이 맞는지··· 솔직히 의구심이 먼저 듭니다.”
“···.”
“조심스럽지만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다른 양궁선수들에게 불만이 없어 보이지만, 그 속은 모를 일이지요. 현역 아이돌이 정말 국가대표가 된다면, 평생을 양궁에 바쳐 온 전업 선수들은 엄청난 박탈감에 빠질 겁니다.”
“···.”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유군자 선수··· 아니, 유군자 씨의 국가대표 선발전 출전 자격을 박탈하고, 기존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리는 것이 국가대표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
이번 토론회엔 양궁협회장 김명중이 직접 참여했다. 빗발치는 ‘반 유군자’파의 의견을 조용히 듣고 있던 김명중 회장은, 마치 그런 반박은 이미 모두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침착하게 답변해 나갔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더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지고 싶습니다. 박 위원님, 국가대표란 무엇입니까?”
“···예?”
“국가대표는 해당 종목을 가장 잘하는 선수여야 합니다. 그가 전업 선수인지, 겸업 선수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첫째도 실력, 둘째도 실력, 셋째도 실력. 물론 인성에 결격사유가 있어선 안되겠지만, 유군자 선수에 대해 말하며 인성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은 없겠지요.”
“흐흠, 그거야 뭐···.”
“국가대표의 가치를 해한다고요? 아니요. 오히려 전업 선수라는 이유로, 실력이 더 떨어지는 자를 선발하는 것이야말로 국가대표의 가치를 해하는 일 아닐까요.”
“···.”
“하지만 위원님의 말씀 중 일부는 인정합니다. 공개적으로 밝힌 바는 없으나, 양궁선수 중 누군가는 유군자 선수가 국가대표에 합류하는 것이 못마땅할 수도 있겠지요. 그것이 양궁협회 소속 선수들 간의 분열을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인정하겠습니다. 그러나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불만이 있는 선수가 유군자 선수보다 잘 쏘면 그만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를 국가대표로 뽑을 테니까요.”
“···.”
“겸업 선수보다도 못 쏘면서 국가대표 자리를 노린다라··· 적어도 내가 아는 한, 우리 양궁협회 소속 선수 중 그 정도로 양심이 없는 선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모두가 유군자 선수를 따르며, 그에게 하나라도 더 배우고 싶어 하는 걸 테지요.”
“···.”
“이제 제가 여러분께 묻겠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현 시점 국가대표급 선수들보다 잘 쏘는 선수를 선발 명단에서 누락시키기를 바라는 겁니까? 단순히 기존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서?”
기세 좋게 김명중 회장을 공격했던 타 패널은 반박 한 마디 하지 못하며 찌그러져 버리고 말았다.
[ㅋㅋㅋㅋㅋ아니 협회장 성님 말 왜이렇게 잘함??ㅋㅋㅋㅋㅋ] [맞지 국대가 언제부터 으리로 인맥으로 선수뽑는 친목회가 됐는데] [인성에 심각하게 결격사유 있으면 밴하는게 맞지만 그런거 아니면 무조건 실력순으로 줄세워야지] [만약 유군자가 실력 조금이라도 모자랐으면 진짜 뭔 헬파티 열렸을까 상상만 해도 무섭다ㅠㅠ 실력이 압도적이니까 잡음이 나올만 하면 회장님이 바로 아닥시켜 주시네] [회장님 이름도 김명중ㄷㄷㄷ양궁을 위해 태어난 사나이] [ㅋㅋㅋㅋㅋㅋㅋ맞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후 3차 선발전도 중계는 없나ㅠㅠㅠ] [스코어 중계는 해준대! 텍스트로] [오오오 그거라도 봐야겠다 ㅋㅋㅋ긴장감 개쩔듯] [솔직히 군자는 무조건 대표팀 될것같긴 한데 ㅋㅋㅋ그래도 최상위권 선수들끼리 누가 최종 1등 하나 보는것도 재미있을듯]이렇듯 양궁협회장 김명중이 직접 언론에 나서서 군자와 선수들을 지켜 주니 선수들 역시 여론을 신경 쓰지 않으며 경기에 100%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다시 2주가 흐르고, 마침내 최종 선발전의 아침이 밝았다. 한영, 덕준, 그리고 군자는 언제나처럼 대회 시작 시간보다 두 시간 일찍 대회장에 도착했다.
항상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경기를 준비했던 세 사람이지만, 최종 선발전을 앞둔 순간만큼은 말수를 줄이고 내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장비 세팅을 마친 한영은 조심스럽게 왼쪽 어깨의 회전근개를 가동해 보았다.
“으음···.”
어깨 부상은 계속해서 한영을 괴롭혔으나, 오늘만큼은 고통이 없었다. 최종 선발전은 완벽한 컨디션으로 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맞은편의 덕준 역시 투지 가득한 표정으로 손가락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군자에게 형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은 덕준이었다.
그것은 자존심의 문제였지만, 또한 양궁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만난 라이벌이자 친구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이기도 했다.
잘하는 형들은 항상 많았지만 잘하는 친구는 아직까지 한 명도 없었던 덕준이었기에.
모처럼 생긴 친구 군자마저 형으로 만들고 싶진 않았다.
“···오늘은 진짜 꼭 이길 거야···.”
덕준은 마음 속으로 다짐하며 군자를 흘끗 쳐다보았다. 눈을 감은 채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군자의 모습에선, 희미한 아우라마저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그 모습만 보아도, 한영과 덕준은 오늘 승부가 결코 쉽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참가 선수들, 모두 사로로 이동해 주시기 바랍니다.”
“넵—.”
진행요원이 세 사람을 사로로 안내했다. 한영, 덕준, 군자가 차례로 사로에 자리를 잡자, 그들의 옆에 또 한 명의 최상위권 궁사인 연규정이 섰다.
“군자 씨, 안녕.”
“연규정 형님, 반갑습니다.”
“에이, 말 좀 편하게 하자니깐요. 한영이 형, 덕준이랑은 그렇게 친하면서!”
“하하, 노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컨디션 어때요? 난 오늘 좀 괜찮은 것 같은데~”
“오오—.”
홀가분한 표정으로 군자에게 먼저 말을 거는 규정을 보니 그의 컨디션 역시 최상인 것 같았다.
[모든 선수들, 경기를 준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올림픽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 최종전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준비를 끝낸 선수들이 차례로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기류가 다소 난잡한 날이었으나, 지체 없이 시위를 떠난 화살은 여지 없이 과녁의 한복판에 도달하며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김덕준, 10점] [고한영, 10점] [연규정, 10점]경쟁자들이 모두 10점을 기록한 가운데, 군자 역시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첫 번째 화살을 쏘아 보냈다.
[10]군자의 첫 화살이 기록한 점수가 텍스트 중계를 통해 전 세계의 팬들에게 송출됐다. 양궁경기라고는 평생 본 적 없는 해외의 팬들도 군자의 스코어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WOW] [10점!] [근데 이게 좋은 거임? 10점이 뭔데?] [다트엔 50점도 있는데 10점이면 나쁜 거 아냐?] [노노, 10점이면 가장 좋은 점수야. 군자가 다른 경쟁자들에게 뒤쳐지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난 아르헨티나 사람이지만 군자가 국가대표가 된다면 올림픽에선 대한민국을 응원할 거야!] [후우 후우 이런 텍스트 쪼가리가 뭐라고 긴장이 되네] [앗! Yeon이 9점을 쐈어. 이러면 군자가 좋은 거지?] [경쟁자들이 실수한 틈에 점수차를 벌려 놔야 해.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만이 승리의 지름길이지] [군자의 얼굴을 보고 싶다. 항상 침착한 그 표정이 나를 두근거리게 해 :)] [어째 긴장은 우리가 대신 다 해주는 듯?] [아아아아ㅏㅏㅏ 빨리빨리 스코어 업데이트 좀]한국인들은 물론 전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된 국가대표 선발전 최종전, 최상위 선수들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하며 자웅을 겨루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