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 is a former scholar RAW novel - Chapter (242)
#242
흥미로운 제안?
최종 선발전 당일은 그 어떤 날보다 강한 바람이 불었다.
대회 날짜를 바꾸는 방법도 있었으나, 양궁협회 측의 선택은 강행이었다.
올림픽이라고 바람이 알아서 잠잠해질 리 없다. 야외 경기장인 올림픽 양궁 경기장에도 분명 바람과 같은 변수는 존재할 터.
그렇다면 선발전도 같은 환경 속에서 치르는 것이 맞다.
‘올림픽보다 더 어렵다’는 명성답게, 국가대표 선발전은 최고의 선수들에게도 쉽지 않은 난관이었다.
그 난이도를 증명이라도 하듯, 선수들의 점수가 널뛰기를 하기 시작했다.
[김덕준 : 8] [고한영 : 7]내내 최상위권이었던 덕준과 한영의 점수에도 굴곡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유군자 : 8]선발전 내내 10점, 아니면 9점만 쏘았던 군자 역시 8점을 기록하며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선수들의 점수가 요동치자 텍스트 중계를 보던 팬들의 마음도 함께 울렁거렸다. 군자의 국가대표 승선을 누구보다 바라던 연지와 팬들 역시 손에 땀을 쥔 채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하아, 이게 뭐라고 이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연지는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게 뭐냐니, 무려 국가대표 선발전인데!
긴장을 하고 보는 게 당연하다. 여기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만 하면, 역대 최초로 태극마크를 다는 현역 아이돌을 볼 수도 있다는 거다.
[군자ㅏ 힘내에에에ㅔㅔㅔ] [나 진짜 온가족이랑 다같이 텍스트중계 보는중ㅠㅠㅠㅠ아니 왜 선발전은 중계안해주냐구··· 군자얼굴보고싶은데] [텍스트중계창 옆에 군자 활쏘는영상 띄워놓고 보면 은근 괜찮음ㅋㅋㅋㅋㅋㅋㅋㅋ] [ㄴ오 꿀팁ㄱㅅㄱㅅ] [하 내 혈육 양궁 세계랭킹이 어쩌고저쩌고 아는척하는거 개킹받음··· 군자가 그냥 1등 해줬음좋겠어ㅋㅋㅋㅋ;;] [나도그럼··· 그리고 군자가 승부욕 은근 강하잖아] [ㅁㅈ 국대승선보다 당장은 1등을 더 하고싶어할걸] [평소엔 순둥순둥한데 결정적일땐 또 승부욕 쎈것도 치이는부분임ㅠ] [우와 벌써또군자차례야ㄷㄷㄷ] [제발10점 제발10점 제발10점 제발10점] [아ㅏㅏㅏ 9저뮤ㅠㅠㅠㅠㅠㅠㅠ] [오늘 집중이 잘 안되나바ㅠㅠㅠㅠㅠ]모두의 염원을 한 몸에 받고 있었으나, 마지막 선발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
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어렵게 날뛰었으며, ‘최종전’이라는 긴장감이 군자의 몸을 얼게 만들었다.
악조건이 선수들을 괴롭혔으나, 그 와중에도 최상위권 선수들은 큰 실수를 하지 않으며 준수한 점수를 기록 중이었다.
쐐애애애액, 퍼어어어억—!!
[고한영 : 10]잠시 흔들렸던 고한영의 기량이 제자리를 찾았다. 어깨의 가동범위를 자연스럽게 살리는 것을 보니, 이제 그는 부상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 같았다.
휘이이익, 퍼어어어어어어억—!!
[김덕준 : 10]덕준 역시 대부분의 화살을 정중앙에 꽂아 넣고 있었다. 군자의 손아랫사람이 되는 것이 그다지도 싫은 건지, 아니면 친구가 되고 싶은 것인지. 덕준의 순수한 승부욕은 군자의 마음에도 불을 붙였다.
[유군자 : 10]그렇게 여리박빙 같은 점수차는 지속됐다. 최상위권의 네 명은 3점 이상의 점수차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서로의 꼬리를 잡으며 아슬아슬한 승부를 이어 나갔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다시 한번 풍향이 바뀌며 선수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심지어 사로(射路)를 향해 불어 오는 바람에는 모래먼지까지 섞여 있었다.
“···으으, 눈···.”
그 와중에도 선수들은 집중력을 잃지 않으며 과녁을 응시했으나.
[김덕준 : 8] [고한영 : 9] [연규정 : 7]미세한 오차가 커다란 결과값의 차이를 만드는 양궁에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풍향과 거센 모래먼지는 선수들을 힘들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제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시야를 완벽하게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스스로의 감을 믿고 망설임 없이 활시위를 놓을 수 있는지. 이런 상황에서는 그 동안의 훈련량만이 승부를 결정짓곤 했다.
휘이익, 퍼어어억—.
[김덕준 : 9] [고한영 : 9]“휴우—.”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영과 덕준은 8~9점의 높은 점수를 기록하며 선방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꾸준한 훈련이 없었다면 무너질 수도 있었던 순간, 이런 상황에선 7점 이상만 기록한다고 해도 순위 유지에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모두의 점수가 조금씩 깎여 나가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과녁의 한복판을 꿰뚫어 버리는 선수가 있었다.
퍼어어어어어억—!!
[유군자 : 10]“—!!”
모래먼지가 눈가를 훑고 지나갔지만 군자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며 시위를 당겼다. 30초 간격으로 한번씩 풍향이 바뀌는 와중에도 활시위를 당기는 루틴은 한결같았다.
퍼어어어어어어어억—!!
[유군자 : 10]극한의 환경에서도 계속해서 10점을 뽑아 내는 군자를 보며 경쟁자들은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미친···.”
“어떻게 저럴 수 있지?”
“아니, 우리도 죽도록 훈련했는데···.”
“쟤는 진짜 천잰가 봐.”
그러나 그 놀라운 실력은 순수한 재능의 산물이 아닌 끊임없는 훈련의 결과물이었다. 무거운 물건을 들을 수 있을 즈음부터 활을 만지고 화살을 쏘았다. 궁술(弓術)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내공을 이미 쌓아 놓은 군자였다.
짧지 않은 양궁사(洋弓史) 전체를 돌아보아도 그보다 확실히 나은 궁사가 있을 리 만무한데, 하물며 현대의 젊은 궁사들 쯤이야.
퍼어어어어어어어어억—!!
[유군자 : 10] [유군자 : 10]···.
종합 스코어 3위였던 군자가 막판 스퍼트를 올리며 역전을 시작했다. 텍스트 중계창에 ’10’이라는 숫자가 뜰 때마다, 팬들은 마치 올림픽 경기라도 보듯 주먹을 불끈 쥐며 환호성을 질렀다.
“좋아! 군자,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어—!!”
현장의 응원단도, 방송 중계도 없었지만 군자는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이미 국가대표 승선은 확실해 보였으나, 그럼에도 군자는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이제 남은 것은 고작 두 발의 화살 뿐, 바라건대 그 어떤 후회도 남지 않기를.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며, 군자가 태연하게 시위를 당겼다.
퍼어억, 퍼어어어억—!!
[유군자 : 10] [유군자 : 10]“——!!”
마지막으로 남은 두 발의 화살마저 10점에 때려 박으며, 군자는 기어이 막판 대역전극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최종 선발전 종료 시점, 스코어 테이블의 최상단에 위치한 것은 고한영도, 김덕준도 아닌 군자의 이름이었다.
“우와아악—.”
“헐, 허얼, 이걸 또 1등을 한다고—!?”
연지를 비롯한 팬들도, 숙소에서 함께 텍스트 중계를 보던 멤버들도, 초조한 표정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양궁협회 임원들도 동시에 환호성을 질렀다.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현역 아이돌이 국가대표 자격을 획득하는 순간이었다.
* * *
최종 선발전이 끝난 다음 날, 언제나처럼 군자의 이름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상을 가득 채웠다.
[7IN 유군자, 올림픽 국가대표 양궁 팀 최종 합류 성공··· 역대 최초로 아이돌 국가대표 탄생!]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아이돌 신궁의 재능, 세계 랭커들을 압도하며 최종 1위 기록···. 종합 스코어까지 1위 기록한 유군자]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아이돌의 국가대표 합류 소식에 들썩이는 전 세계 스포츠계, 올림픽 흥행에도 영향 미칠까.] [7IN 소속사 솔라시스템, “유군자의 국가대표 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 모기업의 스폰서 계약 체결 암시.] [양궁협회 김명중 회장, “유군자의 국가대표 발탁은 근래 중에서도 가장 공정한 실력중심 선발의 결과, 논란의 여지는 없다.”] [국민 99% 유군자의 국가대표 선발에 긍정적 반응··· 실력으로 반발여론 잠재운 천재 궁사 유군자.]아이돌이 국가대표라니. 심지어 세 번에 걸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1위를 기록하며 세계 최상위 랭커들을 모조리 제압하다니!
실로 믿을 수 없는 결과, 팬들은 으쓱하다 못해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흐흐, 흐히히···.”
아무리 취해도 질리지 않는 그 뽕맛에, 팬들은 하루 종일 군자의 경기 후 인터뷰 영상을 보고 또 보았다.
[최고의 궁사들과 자웅을 겨룰 수 있어 너무도 즐거웠습니다. 모두 뛰어났습니다만, 저 역시 그들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확신했습니다. 이제 이들과 한 팀을 이뤄 전세계의 명사수들과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자부심으로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내 나라를 위해 멸사봉공(滅私奉公)하는 것이 선비의 도리, 그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참으로 행복합니다. 7IN 동료들, 팬 분들, 제 회사의 지원과 응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과였을 것입니다···.]올림픽까지는 아직 9개월 가량의 시간이 남았지만 팬들은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 오르는 느낌이었다.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양궁소년단 팀원들과 함께 타국 대표팀을 무찌르는 최애라니. 상상만 해도 벌써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세상이 시끌벅적한 와중에도 군자는 평정심을 지키려 했다.
“후우—.”
언제나 명경지수와 같은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 선비의 또다른 본분 아니겠는가.
그러나 숙소 방 구석에 모셔 둔 국가대표 트레이닝복을 볼 때마다 실실 웃음이 났다.
그 동안은 나의 사적인 욕망을 위해서 노래를 하고 춤을 추었을 뿐. 그러나 이번엔 정말로 나의 나라를 위해 무용(武勇)을 뽐낼 수 있겠구나!
허나 언제까지나 저 태극기와 옷가지에 빠져 있을 수는 없다. 선발전이 끝난 만큼, 이제는 아이돌로서의 활동과 7IN 동료들에게 집중해야 할 때.
동료들은 물론 군자를 축하해 주었으나, 한편으로 그와 함께하는 활동을 기다리고 있었던 듯 했다. 그 모습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동시에 드는 군자였다.
다시 한번, 이 친구들과 멋진 무언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
좋다, 그렇다면 무엇을 함께하면 좋을까.
모처럼 모든 동료들이 모인 회의실, 군자는 입을 여는 대신 먼저 동료들을 살폈다. 지난 몇 개월 간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했으니, 이번엔 동료들의 의견을 들어 보고 싶은 군자였다.
“이제는 무엇이든 너희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무엇이든 제안만 해 준다면···.”
그러나 막상 동료들도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뾰족한 의견이 없는 것 같았다.
“후음, 정규 앨범은 아직 좀 이르고···.”
“콘서트는 정규 컴백 때 같이 할 것 같은데.”
“예능은 이제 너무 많이 하지 않았냐?”
“맞지.”
“그렇다고 자체컨텐츠를 하기에도 딱히 아이디어가 안 떠오르는데···.”
“크흐음—.”
“팀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저희 뭐 할까요?”
“함께 고민해 봅시다. 할 수 있는 일은 많으니까요. 하지만 여려분 모두가 원하면서도, 흔치 않은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네요.”
“저희도여! 후으음, 그런데 그런 게 뭐가 있을까요···.”
그렇게, 모처럼만의 회의는 별 소득 없이 마무리됐다. 동료들과 무엇을 하면 즐거우면서도 뜻깊을까. 고민에 빠져 있던 군자에게, 마침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호올 선생님?”
– 군자, 노래 부르는 영상은 잘 봤어! 내가 리포스팅 했는데, 혹시 봤니?
“리포수탱? 그것은 또 무엇인지요?
– 어, 으음··· 뭐 됐고! 너희 혹시 시간 좀 있니? 요즘 바빠?
“아닙니다. 안 그래도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 지, 논의 중이었답니다.”
– 그래? 그거 잘됐다. 내가 제안하고 싶은 일이 하나 있거든.
“일이라? 어떤—.”
– 흐흐, 분명 엄청 흥미로울 거야.
오